"의원 多數가 지지하는데 그만둘 이유 모르겠다"
조선일보 | 이동훈 기자 | 입력 2015.06.30. 03:00 | 수정 2015.06.30. 03:21
동료 의원 주최 토론회서 "내 목 궁금하시죠?" 농담도
"나라 지키는 법은 여러가지" 홀로서기도 염두에 둔 듯..
대선주자 지지도 4위에 올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29일 자신의 사퇴 문제가 다뤄진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최고위원들의 말씀을 잘 들었고 '내가 경청을 했고 내가 잘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는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한다"고도 했다. 유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생각해 보겠다는 건 '그만둬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다수 의원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자신이 물러날 명분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 평택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를 찾은 뒤, 해군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13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당무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윤재옥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를 찾아 축사를 통해 "혹시 오늘 아침 조간신문 보신 분들은 '저 사람이 아직 목이 붙어 있나' 하실 텐데"라는 농담도 했다. "10년 전 야당 시절 추운 날 거리에서 사학법 장외 투쟁을 하면서 명동에서 열심히 전단 돌리던 생각이 난다"며 "나라를 지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도 했다. 유 원내대표가 언급한 '10년 전'은 박근혜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로 자신이 최측근이었을 때다.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는 일차적으론 절박함 때문이란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배신자 낙인이 찍힌 채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면 미래는 물론, 당장의 정치적 생명조차 보장받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과 같은 대구·경북(TK) 지역이 기반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유 원내대표를 겨냥했었다. 벌써 유 원내대표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선 "내가 유승민을 심판하겠다"며 내년 총선 출사표를 던지는 후보도 등장했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로선 '지금 맥없이 물러서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유 원내대표는 명분 측면에서도 물러설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는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형식상 재신임을 받았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여당 원내대표 사퇴 요구는 월권(越權)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유 원내대표 뒤에는 당내 다수를 점한 비박계 의원들도 있다. 버틸 '힘'도 있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로선 버티지 못한 채 물러서는 것은 이들에 대한 배신이고, 명분을 저버리는 일이란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유 원내대표의 진퇴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과 맞서는 모양새가 역설적이게도 유 원내대표의 정치적 자산을 키우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날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 유 원내대표는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지난달에 비해 두 계단 상승한 4위를 기록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패배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자기만의 정체성과 스타일을 만들어왔다. 유 원내대표의 홀로서기 시도는 지난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모습을 드러냈고, 유 원내대표의 '자기 정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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