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편지'
이해인 작 / 낭송 김춘경
철 따라 내게 보내는
어머니 편지에는
어머니의 향기와
추억이 묻어 있다.
당신이 무치던
산나물 향기 같은 봄 편지에는
어린 동생의 손목을 잡고
시장 간 당신을 기다리던
낯익은 골목길이 보인다.
당신이 입으시던
옥색 모시 적삼처럼
깨끗하고 시원한 여름 편지에는
우리가 잠자는 새
빨간 봉숭아 물 손톱에 들여 주던
당신의 사랑이 출렁인다.
당신이 정성껏
문 창호지에 끼워 바르던
국화잎 내음의 가을 편지에는
어느날 딸을 보내고
목메어 돌아서던
당신의 쓸쓸한 뒷 모습이 보인다.
당신이 다듬이질 하던
하얀 옥양목 같은 겨울 편지에는
끓어서 묵주(默珠) 알 굴리는
당신의 기도(祈禱)가 흰 눈처럼 쌓여 있다.
철 따라 아름다운
당신의 편지 속에
나는 늘 사랑받는 아이로 남아
어머니만이 읽을 수 있는
색동의 시(詩)들을 가슴에 개켜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