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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념

[황교안 총리] '교학사 교과서 안 봐서 좌편향됐다' (?)

잠용(潛蓉) 2015. 11. 4. 07:22

교학사 교과서 안 봐서 편향됐다니...
'국정 교과서 확정'에 한숨짓는 시민들

머니투데이 | 이원광 기자  | 입력 2015.11.03. 15:10 | 수정 2015.11.03. 16:02 

 

이이화 교수 "승복할 수 없어", 교사들 "자괴감 빠진 동료들 여럿"..
학부모들 "통일된 교과서 제작해야"

정부가 예정보다 2일 앞서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최종 확정한 가운데 시민들은 정부의 전격적 발표에 대체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시민들은 이같은 정부의 결정이 국정화 교과서의 찬·반 논의를 떠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회사원 신모씨(29)는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려는 최소한의 성의도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신씨는 "정부는 국정화 반대 세력을 향해 시종일관 같은 의견만 반복 주장하고 있다"며 "토론이나 합의가 아닌, 일방적 의사결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회사원 정모씨(45)는 "반대 여론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면서도, 정부가 국민의 의사에 반해 국정화를 결정했다"고 했다. 역사학자들과 일선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이화 전 서원대 석좌교수(77)는 정부의 전격 발표에 대해 "이번 정권이 규정과 절차를 지킨 적 있나"라며 "결코 승복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역사학계에서 장외집회와 강연 등의 형태로 국정화 반대 투쟁을 이어가는 한편 대안교과서를 제작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고등학교 수학교사 A씨(31)는 "학교에 국사 선생님이 많지는 않지만, 국정화 소식에 회의적인 건 분명하다"며 "아이들에게 뭘 가르쳐야 하나, 자괴감에 빠진다는 동료 교사들도 여럿"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현행 교과서가 편향됐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전국 2300여개 고등학교 중 교학사를 선택한 3곳을 제외한 99.9%가 편향적 교과서를 선택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고등학교에서 검정 교과서인 금성출판사 교과서로 근현대사를 배웠다는 대학생 오모씨(25·여)는 "북한이 남침해서 6·25 전쟁이 일어난 점을 분명히 배웠다"며 "검정 교과서로 역사 교육을 받으면서도 스스로도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컸는데, 교학사를 안 봐서 편향됐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대학원생 이모씨(28·여)는 "교학사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오류가 많기 때문"이라며 "그런 교과서를 채택해야 다양성이 존중된다는 발언은 앞으로 나올 국정화 교과서의 신뢰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교과서 국정화는 현 정부의 입맛에 맞는 역사 교육을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시민들은 우려했다. 신모씨(56·여)는 "역사는 관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필요하고, 이를 학교에서 선택하게 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며 "현 상황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관점에 공감하는 학자들만 책을 쓰게 되고, 그 내용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관점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학생들의 혼란을 막고, 정치적 중립의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정화에 찬성하기도 했다. 주부 정모씨(53·여)는 "교과서마다 내용이 다르면 학생들이 헷갈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역사학자 대부분이 야권 정치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정 단체의 뜻이 아니라 자기 소신에 따라 역사가 서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자영업자 김모씨(45)는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역사관이 '우리 때와 많이 다르구나'하고 느낀다"며 "심지어 북침, 남침에 대해 물어도 '그게 중요한가'라고 되묻더라"라고 했다. 이어 "학교마다 다른 교과서를 쓴다는데 우리 때는 그런 게 없었다"며 "저자마다 성향이 다르지 않나. 국가가 중심을 가지고 통일된 교과서를 제작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중·고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확정 고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 과목을 기존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며, 학생들은 2018년 3월부터 이른바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고교 동아시아사와 세계사는 현행 검정제를 유지한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국정화 지지교수 “전공이 왜 궁금하죠?”
[시사IN 424호] 전혜원 기자 l 2015.10.29  03:19:34
 
10월16일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이 기자회견을 했다. 박근혜 정부와 직간접으로 관련 있는 인사들이 다수 성명에 참여했다. 그런데 이름만 공개되었고, 사전 동의 없이 명단에 포함된 이도 있었다.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밝힌 지 나흘 뒤인 10월16일.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가 책임지고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라는 내용이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나승일 서울대 교수(산업인력개발학, 전 교육부 차관),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교육학과), 김희규 신라대 교수(교육학과) 등 3명이 참여했다.

 

그런데 이 모임은 소속과 전공 없이 이름만 있는 명단을 공개했다. 소속과 전공이 표기된 명단이 없느냐는 <시사IN>의 질문에 모임 ‘창구’ 역할을 하는 양정호 교수의 반응은 이랬다. “굳이 소속하고 대학하고 그게 필요하세요? 관련돼 있는 대학과 전공이 왜 필요한지 제가 이해가 안 된다는 거죠, 기본적으로.” 그러면서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반대하시는 분들도 본인들 이름만 명시를 했지 세부 전공이나 과나 이런 것들은 없으시던데?” 교수들이 소속과 전공 단위로 국정화 반대 성명을 내는 상황에서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했다.

 

양정호 교수는 참여 명단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늘어나면 그때그때 공개하겠다며 “만약 어떤 시점에 그게(소속과 전공이) 그렇게 중요하다 싶으면 그때 가서 필요한 부분에 해당되는 걸 발표하거나 안내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원수는 공개를 거부했다. 나승일 교수도 “명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은 비공개하기로 했다. 알려진 분은 알려진 분대로 있기 때문에, 조만간 적당할 때 하자 이렇게 얘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사진]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의 양정호·나승일·김희규 교수(왼쪽부터). 이들은 국정화 지지 교수들의 소속과 전공을 밝히지 않았다 / 연합뉴스

 

명단에 오른 이들의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다 보니 추정이 등장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은 성명에 참여한 102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며 “6명의 국사 전공 교수를 찾아낼 수 있었으나 그 외에는 교육 전공도 아닌 경제학과, 신학과, 정치학과, 건축학과 교수 등이 성명 발표에 동참했다. 정치적 인사도 다수 참여했다”라고 밝혔다. 조사 자료를 요청하자 의원실 관계자는 “전화로 일일이 확인해본 것은 아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추정한 자료라는 점에 유의해달라”는 단서를 달았다. <시사IN>은 의원실로부터 해당 명단을 받아 주요 인사에게 확인을 시도했다.

 

박근혜 정부와 직간접으로 관련 있는 인사들이 다수 성명에 참여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정책기구였던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행복교육추진단이 눈에 띈다. 행복교육추진단장을 맡았고 인수위에서 교육과학분과 간사로 참여하며 박근혜 후보의 교육 공약을 성안한 곽병선 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곽병선 이사장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후임 하마평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나승일 교수 역시 추진위원 출신으로 지난해 8월까지 박근혜 정부 첫 교육부 차관을 지냈다(국정화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재춘 전 차관도 추진위원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정부에 교육 관련 조언을 해오고 있는 양정호 교수도 추진위원으로 일했다. 양 교수는 지난 7월15일 출범한 사회부총리 사회정책자문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희규 신라대 교수(교육학과)도 추진위원 출신이다. 추진위원 출신으로 역시 성명에 참여한 홍성심 충남대 교수(영문학과)는 역사학 전공이 아닌 분들도 많이 참여하신 것 같다는 질문에 “우리나라의 근대사에 대해서 국민 누구든지 의견이 있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가 위원장을 맡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100%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위원 출신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정치외교학과)도 이번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직 교수는 교과서포럼이 낸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진 중 한 명이다. <시사IN>은 성명에 참여한 취지를 묻기 위해 전화했지만 김용직 교수는 “사회에는 다양한 생각이 있다. 반대도, 찬성도 있을 수 있다”라고 말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현 정부 청와대 이력이 있는 인사도 성명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자 중 ‘송광용’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임명 3개월 만에,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 외국 순방 직전 사표를 냈다가 뒤늦게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전 서울교대 총장, 서울교대 초등교육과 교수)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송광용 전 수석은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정수장학회 이사를 지냈다. <시사IN>은 송 전 수석에게 전화와 메일로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수업 중”이라며 전화를 끊은 뒤로는 답을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이전 정부 인사도 참여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3월에서 2009년 7월까지 영부인을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 실장을 지낸 박명순 경인여대 교수(유아교육과)다. 박명순 교수는 “교육학을 연구하는 분들 모임에서 취지를 얘기하길래 참여했다. 모임 이름은 내가 대표가 아니라 말하기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사진] 2013년 1월6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곽병선 교수를 인수위 교육과학분과위원으로 임명했다(위). 박근혜 후보의 교육 공약을 성안한 곽 교수는 국정화 지지 교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2013년 1월6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곽병선 교수를 인수위 교육과학분과위원으로 임명했다(위). 박근혜 후보의 교육 공약을 성안한 곽 교수는 국정화 지지 교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 경북 구미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친박’ 정치인 김성조 한국체대 총장,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곽창신 세종대 대외부총장 겸 교육대학원장 등 새누리당 관련 활동 이력이 있는 인사들이 참여했다. 행정학을 전공한 곽창신 대외부총장은 “역사학자가 과거사나 제대로 알지 현대사는 자신 있나? 난 원래 행정학 선생인데, 고시공부 하느라 <한국사신론>이나 <한국통사> 같은 책을 최소 열 번씩은 읽은 사람이다. 고등학교까지는 분란 있는 건 빼고 양쪽이 딱 하나로 합의해서 가르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학사 교과서’ 지지 교수들이 ‘국정화’도 지지

교학사 교과서를 지지한다고 밝혔던 이들도 이번 국정화 지지에 다수 참여했다. 지난해 3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학처장에 임명돼 ‘뉴라이트 편향 인사’ 논란이 일었던 정영순 교수(한국 근현대사·북한사, 현재는 연구처장)가 대표적이다. 정영순 교수는 <시대정신> 2013년 가을호에 강규형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파동과 한국 좌파의 퇴행성’이라는 글을 쓴 교학사 교과서 지지자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등과 함께 현행 교과서 편향 사례 분석(자유경제원)에 참여한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정치학)와 정경희 영산대 교수(자유전공학부, 서양사 전공)도 국정화 지지 성명에 참여했다. 양동안 명예교수는 <대한민국 건국사> 저자로 오랫동안 1948년 건국과 이승만 건국 대통령 기념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정경희 교수는 2013년 10월 저서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에서 교과서 편향의 연원을 ‘민중사관’으로 지목했다.

 

황우여 부총리가 9월15일 서울 모처에서 김재춘 교육부 차관,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을 배석시켜 만난 역사학자 7명 가운데 한 명이자 국정교과서 필진 후보로 거론되는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사학과, 한국고대사 전공)는 국정화를 지지하지만 사전 동의 없이 명단에 포함됐다고 <뉴스타파>에 말했다. 신형식 명예교수는 교학사 교과서 사태가 한창이던 2013년 9월 ‘역사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 성명에 김정배 현 국사편찬위원장, 이배용 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이인호 현 KBS 이사장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 성명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완벽한 것은 아니나 교육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고 판단된다”라면서 옹호했다.

 

뉴라이트 학자들과 일부 개신교 인사도 참여

세 번째 키워드는 뉴라이트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과), 이주천 원광대 교수(사학과, 서양사 전공)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공동대표를 맡은 경력이 있다. 류석춘 교수는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 18대 대통령후보 경선관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고, 교과서포럼 준비위원회 간부도 맡았다. 현재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원장이며 박정희대통령 기념재단 이사로 있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성향 학자다. 류 교수는 ‘올바른 역사가 뭔지 국가가 결정하는 건 자유민주주의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그런 기사를 쓰고 싶으면 그렇게 쓰라”고 말했다.

 

이주천 교수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수차례 주장한 바 있다. 이주천 교수는 교과서에서 5·18을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의혹 제기는 성인 개인의 의견이다. 조사나 연구는 해야겠지만 미성년자에게는 5·18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뒤집혀서 혜택을 받고 있다고 사실대로 가르치면 된다”라고 말했다. 역사학자로서 사실 선택을 국가가 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래서 한시적이라는 거다. 시간이 지나면 검정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 대북전단 보내기 국민연합 대표로 활동하는 최우원 부산대 교수(위)도 ‘국정화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성명에는 개신교 인사도 다수 참여했다. 개신교 인터넷 매체 <뉴스앤조이>는 서울신학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박명수 소장, 총신대 신학대학원 박용규 교수, 이은선 안양대 교수(기독교문화학과), 백종구 서울기독대 교수(신학과) 등 4명이 성명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4명 모두 교회사를 전공했다. 이 중 박명수 소장과 이은선 교수가 활동하는 한국기독교역사교과서공동대책위는 교육부 집필 기준이 종교 편향적이라며 “기독교를 공정하게 서술할 것”을 주장하는 단체다. 역시 서명 참여 인사로 거론되는 유병진 명지대 총장(국제통상학)은 한국창조과학회 창립 25주년 축사에서 한국창조과학회가 “참된 진리의 해석자이며 선포자로서 부름받았고, 지금까지 그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IN>은 명지대에 참여 여부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지지 모임에는 1997년 소설 ‘우리 시대의 가장 위험한 농담에 대하여’로 등단한 작가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영상문학 전공)도 있다. 남정욱 교수는 ‘종북·반미·반국가 성향의 전교조를 교육 현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책 <꾿빠이 전교조>를 썼다. 최근 <조선일보>에 ‘‘헬조선’은 불평분자들 마음속에’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기도 했다. <시사IN>은 메일을 통해 취재를 요청했지만 남정욱 교수는 “국정화 관련해서는 할 얘기가 정말 많지만 머릿속에서 ‘악의적 편집’이라는 단어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지지 선언을 했던 분들 중에서 ‘역사 전공자’에게 답변의 기회를 넘기고 싶다”라고 답했다.

 

이 지지 모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개표 조작으로 당선되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를 찾아오라는 과제를 내 논란이 된 최우원 부산대 교수(철학과, 프랑스철학 전공)도 참여했다. 최우원 교수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지금 교과서는 교학사를 제외하면 종북 교과서다. 교학사 교과서도 솔직히 불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김일성은 가짜인 게 밝혀졌고, 광주 5·18도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북괴 특수군이 투입돼 일으킨 내란 폭동이라는 게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뉴스타운에 사진으로 다 드러났는데 왜 사실대로 가르치지 않느냐.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재자인 것처럼 가르친 빨갱이들은 총살시켜야 한다”라는 게 최 교수의 주장이다.
 
국정교과서가 역사 교사들에게 줄 모멸감
[시사IN 424호] 승인 2015.10.30  02:04:18
 
다양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수행해야 하는 주체가 교사라는 사실은 잊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마찬가지다. 늦은 밤까지 환한 교실이 자꾸 늘어난다. 요즘 아이들 문제로 맘고생이 심한 이 선생님 교실도 그중 하나다. 메신저가 살아 있는 것을 보고 뻔한 공치사 쪽지 하나를 날린다. “반 아이들이 많이 좋아졌어요. 힘내세요. 선생님.” 박 선생님은 몇 아이를 마주할 때마다 겁이 난다. 무기력하고 반항적인 아이는 작은 지적만 해도 땅이 꺼지는 한숨부터 쉬며 “휴~ 알았다고요”로 말을 받는다.

 

김 선생님은 교사들마다 골머리를 앓는 ‘소문난 아이’를 지켜보다 교사로서 한번 승부를 걸겠다며 담임을 자청했다. 그 덕에 아이는 눈에 띄게 좋아지는데 선생님은 자꾸 야위어간다. 감정의 기 싸움으로 팽팽했던 시간이 지나고 모두가 돌아간 교실에서 선생님들은 가만가만 한숨을 내쉰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람들의 감정노동이 위험수위를 넘나든다. 불평등과 모멸감이 일상화된 불신사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비수를 겨눈다. 더욱이 강제력이 없는 도덕적·교육적 권위는 그야말로 수시로 깨지는 질그릇이다. 

 

ⓒ박해성 그림
 

많은 이들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을 통탄하고 교사들의 철밥통을 질시한다. 충분히 공감할 만한 얘기다. 하지만 학교와 교육, 교사를 한꺼번에 싸잡는 비난은 위험하다. 대한민국 교사들은 전문가로서의 권위와 힘을 키워갈 기회를 박탈당한 불행한 존재다. 가르치는 자로서 가장 기본인,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지를 결정할 권리가 없다. 정부와 교육관청에서 바라보는 교사는 계몽 대상이거나 지침의 수행자이지, 교육 영혼과 철학을 지닌 전문가가 아니다.

 

우리 교육의 지향을 이야기할 때 입시 중심 교육의 획일성을 벗어난 자율성과 다양성, 창의성, 융합 교육과 역량 중심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정작 그것을 수행해야 하는 주체가 교사라는 사실은 잊는 듯하다. 그들의 생각, 조건과 역량이 어떤 상태인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지침이 내려가면 교사는 각본대로 이를 수행할 것이고 따라서 학생은 그렇게 성장할 거라고 믿고 싶은 막연한 기대만 넘칠 뿐이다. 

 

이번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이런 위험한 인식의 한 극점을 보여준다. 역사 교사 90% 이상이 국정교과서에 반대한다. 정치인이나 학자의 분노나 상처보다 역사 교사들의 마음에 생길 생채기는 훨씬 더 깊고 처절할 것이다. 동의할 수 없는 ‘국정교과서’를 들고, ‘눈 딱 감고’ 수능과 시험 대비 역사 수업을 진행할 때마다, 90% 교사들이 느낄 모멸감과 자괴감을 상상하면 자꾸 침이 마른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장학사였다. 비상대책팀의 일원으로 급파되어 단원고등학교에서 두 달여를 살았다. 이백몇십 명 아이와 선생님의 장례를 치렀다. 사람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앗아가는 기업의 탐욕, 방관한 정부와 국가의 무능, ‘가만히 있게’ 했던 한국 교육과 사회제도와 문화에 대한 칼끝 같은 분노로 매일매일 바르르 떨었다. 그러나 극단의 ‘인페르노’ 공간에서도 희망 한 자락은 있는 법이다. 내게는 ‘선생님’이었다. 선박직 승무원 100%, 일반인 승객 69%가 살았지만, 승선한 선생님들은 열네 명 가운데 단 두 명만이 살아남았다.

 

선생님들만은 끝까지 아이들 곁을 지켰다

선생님 대부분은 탈출하기 쉬운 위층에 있었지만 배가 기울자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대부분 배 아래쪽에서 시신이 수습되었다. 생존 학생들이 증언하는 선생님들의 마지막 모습은 차마 글로 담을 수 없다. 누군가는 본능적으로 살려고 뛰쳐나올 때, 교사들은 본능적으로 아이들을 살리겠다고 달려 내려갔다. ‘교육적 관계’의 최고는 아이들을 살리는 일이다. 삶과 죽음의 찰나에 내리는 섬광 같은 선택은 모든 관계의 집약적 표현이다. 기업과 국가는 사람을 버렸고, 선장과 승무원은 승객들을 버렸지만, 선생님들만은 끝까지 아이들 곁을 지켰다.

 

교육의 힘은 끝내는 교사의 힘이다. 아무리 못마땅해도 교사의 교육적 권위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판단과 선택의 권한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눈치를 살펴 미리 자기 검열하지 않고 역사에 대한, 삶과 가치에 대한 철학과 생각을 마음껏 언급하고 가르칠 수 있도록 믿어주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고질병인 획일성을 극복하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이다. 선생님을 믿지 않는 나라에 교육은 없다.

 

<글: 안순억/ 성남 운중초등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