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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민주화

[YS서거] '서민에게 가까웠던 서민 대통령'

잠용(潛蓉) 2015. 11. 23. 14:07

[YS서거] 이웃사촌·동네 이발소 주인이 지켜본 YS
연합뉴스 | 2015/11/22 16:36  

 


↑ 김영삼 전 대통령 자택 근처 이발소 주인 함경섭씨<YS 서거> 김영삼 전 대통령 자택 근처 이발소 주인 함경섭씨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김영삼 전(前)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 근처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함경섭(70)씨는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워낙 운동을 좋아하셔서 주민들이 그분과 대화하고 싶으면 아침에 공원을 찾으면 됐다"며 "항상 주민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대화도 나누고 소탈하셨다"고 회고했다. /2015.11.22 srchae@yna.co.kr

 

"눈비 와도 매일 공원서 운동…먼저 인사하는 소탈한 분"
"금융실명제 등 功 많은데, IMF위기 등 過 부각돼 안타까워"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서슬 퍼런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이끈 거물 정치인이었지만, 이웃들은 그를 마음씨 좋고 소탈한 어른으로 기억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69년부터 터를 잡고 격량의 현대사를 보낸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 주변 이웃들은 22일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저마다 개인적인 인연을 떠올렸다. 상도동 자택으로 들어가는 골목 초입에 자리 잡은 '무궁화 이용원' 주인 함경섭(70) 씨는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운동을 무척 좋아하셔서 그분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면 자택 뒤에 있는 노량진 근린공원을 찾아가면 됐다"고 떠올렸다.
          

함씨는 "김 전 대통령은 편찮으시기 전까지 매일 아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운동을 하셨다"면서 "전직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주민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악수를 청하고 대화를 나누는 소탈하신 분이었다"고 기억했다. 1983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이발소를 운영했다는 그는 김 전 대통령의 머리를 직접 잘라본 적은 없지만, 김 전 대통령의 비서와 경호원들이 자주 이발하러 찾아왔다고 했다.

 

 

↑ 김영삼 전 대통령 상도동 자택 근처 이발소<YS 서거> 김영삼 전 대통령 상도동 자택 근처 이발소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김영삼 전(前)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22일 상도동 자택 근처 이발소의 모습. 김 전 대통령의 비서와 경호원들이 이 이발소를 자주 찾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5.11.22 srchae@yna.co.kr

 

함씨는 "비서나 경호원들이 이발소에서 대통령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면서 "요즘도 김기수 비서실장 같은 분들은 종종 온다"고 소개했다. 함씨는 1993년 김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간 뒤 마을 주민을 초청했을 때 대표로 뽑혀 청와대를 방문했다고 했다. 함씨는 "당시 주민들이 관광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청와대에 갔는데, 우리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던 비서와 경호원들이 많이 보여 우리 동네처럼 친숙하고 편했다"고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떠올렸다. 또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 옆집에 사는 이상규(72) 씨는 김 전 대통령을 "성품이 온화하셨고 우스갯소리도 잘하시는 격의 없으신 분"이라고 기억했다. 상도동에서 60년간 산 토박이라는 이씨 역시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현충원에서 중앙대 후문까지 조깅을 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했다고 소개했다.

 

 

↑ 김영삼 전 대통령 상도동 자택 옆집 주민 이상규씨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김영삼 전(前)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 바로 옆집 주민인 이상규(72)씨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언젠가 가실줄은 알았지만 충격이었다"며 "존경하는 어른이 돌아가셨고 또 옆집 사는 사람으로서 애석한 마음에 조기를 달았다"고 말했다. /2015.11.22 srchae@yna.co.kr

 

이씨는 "몸이 불편해 조깅이 어려워진 이후로는 자택 뒤 공원까지 가셔서 배드민턴을 자주 하셨다"면서 "2년 전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까진 운동을 나가면 자주 마주쳤고 인사도 먼저 건네시곤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늘따라 일찍 눈이 떠져 새벽 5시쯤 뉴스를 켰는데,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들려 크게 충격을 받았다"면서 김 전 대통령이 운동하던 공원에 올라가 사람들에게 서거 소식을 알리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씨는 "주민들 모두 김 전 대통령이 연세가 있으셔서 언젠간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서거 소식을 들으니 참 애석해했다"고 전했다. 평소 김 전 대통령을 존경했다는 이씨는 이날 아침 조기를 내걸었다. 상도동에는 이씨 집을 포함해 조기를 내 건 집이 3곳 눈에 띄었다. 이씨는 금융실명제 시행, 하나회 척결 등 김 전 대통령의 공(功)이 많은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등 과(過)가 많이 부각되는 것 같다며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그런 시기였는데 김 대통령 잘못으로만 비취는 것 같아 아쉽다"며 씁쓸해했다. [srchae@yna.co.kr]


상도동 주민들 "민주화 거목과 한동네 자부심 컸는데"
연합뉴스 | 2015/11/22 12:03

 

 

↑ 조기 게양된 김영삼 전 대통령 자택 골목(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 전 대통령의 자택 앞 집에 조기가 게양되어 있다. 2015.11.22 mon@yna.co.kr

 

"동네 오가다 아이들에게 용돈도 줘"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한 소식이 전해진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 앞은 취재진 20여명과 자택을 경비하는 의경 등을 제외하고는 조용한 모습이었다. 김 전 대통령이 1969년부터 지내온 2층 양옥 건물 자택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대문 옆에 걸린 '金永三'이라고 쓰인 문패로 이곳이 김 전 대통령의 자택임을 알 수 있었다. 한산한 상도동이었지만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분위기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김 전 대통령 자택 바로 건너편 집에는 그를 추모하는 의미로 조기가 게양돼 있었다. 

 

이곳 상도동 자택은 '상도동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정치와 민주화 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성지'였다. 김 전 대통령은 동료 정치인들과 주요 현안을 논의할 때 상도동 자택을 이용했다. 1980년대 초 오랜 시간 가택연금을 당하다가 23일간의 단식투쟁을 시작한 곳도 상도동 자택이었다. 이따금 지나다니는 인근 주민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김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바라보고는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김모(70·여)씨는 "김 전 대통령이 가택연금을 당했던 시절부터 상도동에 살았다"며 "당시에는 동네가 경찰로 가득 차 무척 삼엄해 다니기도 무서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같은 교회에 다녔는데 대통령에 출마할 때마다 내 일처럼 나서서 '뽑아달라'고 주위에 권유하기도 했다"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새벽에 들었는데 무척 슬프다"고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상도동 토박이라는 현기영(60)씨는 "자택 인근 경비가 무척 삼엄해 지나다니는 게 쉽지 않아 근처에 자주 가 본 적은 없다"면서도 "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던 그의 노력은 높이 평가한다"고 말하고 발길을 재촉했다. 이 지역에 8년째 살고 있다는 정승호(44·자영업)씨는 "고인께서 살았던 지역이라 덕분에 조용하고 치안도 좋았다"며 "동네에 오며 가며 보는 아이들에게 용돈도 주는 인간적인 모습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 자택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식료품 가게에는 주인 오석구(67)씨가 침통한 표정으로 TV 뉴스 속보를 주시하고 있었다. 30년 넘게 이 가게를 운영한 오씨는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된 날 동네는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다"며 "너무 기쁜 마음에 직접 꽹과리를 들고 동네잔치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기억했다. 오씨는 "향년 88세로 돌아가셨는데 요즘은 의술이 좋아져 100살도 넘게 살고 그러지 않느냐"며 "더 오래 사셔서 많은 일을 하셨어야 하는 분인데 애통할 뿐이다"라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이태희(77)씨는 "고집불통이라 할 정도로 뚝심과 집념이 대단하셨던 분"이라며 "최근 정치적인 실책이 두드러졌지만 하나회 청산이나 금융실명제를 도입하고 민주화를 위해 긴 시간 단식하는 등 업적도 재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자택 뒤편 노량진근린공원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운동하러 나온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은 김 전 대통령이 조깅을 즐겨 하던 곳이었다. 상도동에서 40년 넘게 살았다는 하동연(73)씨는 "민주화를 위해 공헌하고 대통령까지 하신 분과 같은 동네에 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고 살았다"며 "대통령이 되고도 고향 같은 상도동에 특혜를 주는 등의 일은 일절 없는 공명정대하셨던 분"이라고 감회에 젖었다.

 

근린공원 안에 있는 4면 규모 배드민턴장에는 배드민턴 클럽 회원 20여명이 셔틀콕을 주고받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곳은 김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자주 들러 배드민턴을 하던 곳이었다. 20년째 이 배드민턴장에 다닌다는 B(70·여)씨는 "김 전 대통령이 아침 일찍 나와 배드민턴을 치는 모습을 자주 봤고 같이 배드민턴을 친 적도 있었다"며 "항상 과묵했지만 배드민턴을 할 때는 무척 즐거워했다"고 증언했다. B씨는 "거동이 어려워지시고 나서는 한동안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며 "그래도 가끔 경호원을 대동하고 배드민턴장에 찾아와 구석에 앉아 회원들이 배드민턴을 치는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가기도 했다"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