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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남북통일

[전문가 의견] '북한의 4차 핵실험에 관하여' - 김연철 교수

잠용(潛蓉) 2016. 1. 9. 18:43

북한의 4차 핵실험에 관하여
한겨레ㅣ2016-01-08 15:18 수정 :2016-01-08 15:29 

 

<김연철 인제대 교수>

 

정보 실패와 관련하여
작년 12월 2일 미국 북한연구자들의 웹사이트인 38North에 Jeffreey Lewis의 기고문이 실렸다. 풍계리에 지금까지 핵실험을 했던 곳이 아닌 제4의 장소에 터널공사를 하는 상업위성(군사위성이 아니라)사진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핵실험 준비를 한다고 예측했다. 38North는 이후 풍계리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소개했고, 우리 언론들도 이를 출처로 핵실험 가능성을 보도했다.


민간전문가들도 주시하는데, 정부가 이런 정보를 소홀히 다룬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소한 김정은이 수소폭탄도 가질 수 있다고 말한 시점인 12월 10일, 이 발언 때문에 중국이 반응하고 이 과정에서 모란봉 악단이 갑작스럽게 귀국할 때는 어느 정도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경보단계를 격상시킬 필요가 있었다. 사전통보를 했느냐 안했느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래봤자 하루 전이고 몇시간 전이었다. 그것은 외교적인 문제지, 위성감시의 기술적 차원과 다르다. 핵실험 관련해서 지금까지 3차례의 실험에서 사전탐지-중단경고를 반복했는데, 왜 이번에는 그것이 불가능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핵폭발의 위력과 관련하여
핵실험의 목적은 단지 위력실험에만 있지 않다. 실험목표는 다양할 수 있고, 단지 위력실험이 아니라 소형화와 같은 기술적 문제라면 얼마든지 폭발위력을 조정할 수 있다. 현재 확인 된 것은 지역별 지진관측소에서 확인한 인공지진의 강도 뿐이다. 지질, 파장의 특성, 위성자료, 공중에서 채집한 물질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려면 최소한 2~3달은 걸린다.


3차 핵실험의 경우 우리 국방부는 지진파 4.9에 위력은 6~7 kt으로 봤으나, 중국 전문가는 실험장 주변의 암석, 수분 함량, 동공 존재 등을 고려할 때 12kt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3.5kt을 제시하기도 했다. 외국의 전문가들이 왜 폭발위력을 최소 얼마에서 최대 얼마까지 꽤 넓게 잡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기술적 평가는 오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수소폭탄이냐 아니냐 강화형이냐 아니냐 등의 논의와 무관하게 북한의 핵능력이 강화되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의 대응방식과 관련하여
외신들의 보도는 대체로 균형이 잡혀 있다. 몇가지 주목되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소개해 본다.


1) Gurdian에 실린 Aidan Foster-Carter의 기고문
전략적 인내 정책은 실패했고, 핵실험-제재-추가실험-제재강화의 악순환으로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유일한 출구는 외교적 해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 CNN,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에 다양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소개하고 있지만 Bruce Bettet이나 David Albright와 같은 이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학자들은 대체로 “전쟁은 어렵고, 제재는 효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3) 외신은 중국의 대응에 대해서도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 언론들이 가능하면 중국 전문가들의 질을 고려해서 중국의 태도를 소개해 주었으면 좋겠다. 공통적인 것은 중국의 딜레마다. 북한의 핵보유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몰아붙이기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중국의 딜레마와 관련한 설명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북한에 대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다만 영향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국의 레버리지”라는 말이 있다.)


4) 그리고 CNN에 트럼프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고 묻자 트럼프는 “중국이 해결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중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무역제재, 관세를 올리거나 무역을 축소해야 한다. 그러면 중국은 아마도 2분도 못버틸 것이다. ” 그리고 트럼프는 말했다. “남한은 돈먹는 기계다. 남한은 자신들을 지켜주는 미국을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 고 대답했다.


(그냥 웃자. 다만 트럼프는 현재 공화당에서 30%대 중반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언론은 트럼프의 장기 1위를 공화당의 재앙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원의 다수가 트럼프를 지지하는지, 그래서 이대로 흘러가면 힐러리 클린턴이 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은 아마도 한국정치 분석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안보리의 제재와 관련하여


1) 지금도 catch-all 제도를 시행하는데, 왜 효과가 없을까?
과거 민감리스트 방식(즉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와 군사적으로 민감한 물질의 리스트를 중심으로 제재)에서 북한의 핵실험이후 Catch-all(북한과의 모든 무역물품에 대해 용도 판정을 하는 방식)방식으로 전환했다.
중요한 것은 용도판정을 해당국가가 한다는 점이다. 한미일 3국은 무역자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용도판정이고 뭐고 할 게 없다. 문제는 중국인데, 용도판정을 대부분 군사용이 아니라 산업용이나 일반무역용으로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북중 경협을 허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엔안보리의 제재결의안이 정상적인 북중경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중국은 해석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2) 세컨드 보이콧 조항과 관련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이란에 적용했던 방식인데, 해당국가와 거래하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제3국 기업까지 금융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이 조항은 대부분의 생산공장을 해외에 갖고 있고, 수출국가도 다양한 글로벌 기업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꼼짝 마라다. 어떤 기업이 북한과 거래하겠는가? 그런데 현재 유일하게 북한과 거래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당연히 세컨드 보이콧 조항을 결의안에 포함하는 것을 반대할 것이다. 북한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 기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융개입 근거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2000년대 중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사례도 경험했기 때문에)


그리고 북한 인력을 활용하는 중국의 음식, 유흥업은 해당 사항이 없고, 단둥이나 기타 접경지역에서 하는 의류 임가공이나 노동집약 업종들도 대부분 OEM 방식이고 영세해서 아마도 거의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단둥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한국의 땡처리 상품들도 소매 방식이라 제재를 하기가 무척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북중 무역은 이미 국제사회의 제재라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적응해 왔다. 은행거래를 피하고 현금거래하고 위안화로 결제하고 등등 여러가지 장치들이 이미 가동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원칙적으로 북핵문제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제재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목소리를 이미 내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필자: 김연철 인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