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甲甲'한 한국사회, 과연 '移民'이 탈출구?
세계일보 | 김현주 | 입력 2016.03.27. 05:01
좀더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과 달리,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은 상당히 불안합니다.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날 선 공방에만 몰두한 채 민생은 들여다보지 않고 있으며, 경제는 불황의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 구조와 날로 △악화되는 소득 불평등 △열악한 노동환경 △값비싼 주거비용까지 사방이 걱정거리로 가득 찬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체적으로든, 막연하게든 한번쯤 이민(移民)을 떠올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불안하고 여유가 없다는 것이며, 희망이나 기대심리가 사라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물론 이민은 상당한 준비와 결심을 필요로 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사회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데요. 이민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갑갑한 한국사회, 이민에서 탈출구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0명 중 8명이 한번쯤은 이민에 대해서 생각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70% 가량 이민을 떠나려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 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민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6.5%만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싶고 73.5%는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와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요즘 같아선 대한민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응답은 소폭 상승했다. 전체 10명 중 6명 정도가 이 땅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으로, 2030세대 젊은 층과 진보·중도 성향 응답자의 부정적인 태도가 뚜렷했다.
◆ 대한민국에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 이유
이 땅에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 데는 삶의 여유가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77.4%·중복응답)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진 나라에서 살고 싶은 마음(68.1%)과 지나치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65.6%)도 상당했다. 삶의 여유와 복지제도 완비, 경쟁사회로부터의 탈출을 원하는 목소리가 작년보다 모두 증가한 것도 눈에 띄는 결과다. 전세계 정치·경제 등 주요 흐름을 주도하는 선진국에서 살아보고 싶고(15.2%) 훨씬 부유한 나라에서 살고 싶으며(14.2%), 사회제도가 새로운 나라에서도 살아보고 싶어서(12.3%)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대륙은 △오세아니아(89.4%·중복응답) △북아메리카(86.7%) △유럽(86.3%)이었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국가는 △호주(50.1%·중복응답) △뉴질랜드(49.8%) △캐나다(48.8%) △미국(38.1%) △스위스(35.5%) 순이었다. 반면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이유로는 내 가족과 조상들이 살아온 나라이자(47.5%·중복응답), 대한민국만큼 살기 좋은 나라가 없다(44.5%)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한 △뚜렷한 4계절과 자연환경(42.3%) △한식에 대한 선호(36.2%) △한국인들의 따뜻한 정(32.1%) 때문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지의 여부보다 좀더 현실적인 고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민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해 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76.9%가 이민을 고려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우리네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이 땅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결과로, 지난해 같은 조사와 별 차이는 없었다. 그저 막연하게 한번쯤 이민을 생각해 본 경우는 젊은 층일수록 많았으며, 구체적으로 이민을 고려한 응답자는 40대에서 가장 많은 특징도 찾아볼 수 있다. 이민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다는 응답은 전체 23.1%로, 적은 수준에 그쳤다.
◆ 과도한 경쟁, 소득 불평등… 복합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불만 ↑
이민을 고려하거나 떠올리는 배경 속에는 복지정책이 더 잘 갖춰진 국가에서 살고 싶고(35%·중복응답), 팍팍하지 않은 좀더 여유로운 삶을 기대하는(34.6%) 마음이 크게 담겨 있었다.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소득 불평등 문제(34.1%)와 지나치게 과열된 한국사회의 경쟁구조(33.7%)가 이민을 생각해 보게 된 중요한 계기였다. 국가가 국민들을 위한다거나 보호해준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33.7%)는 점도 큰 이유였다.
이민을 가고 싶은 대륙은 △오세아니아(84.9%·중복응답) △북아메리카(84.8%) △유럽(76.6%) 순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은 국가는 △호주(57.5%·중복응답) △캐나다(57.1%) △뉴질랜드(52.1%) △미국(43.3%)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대륙 및 국가와 비슷했다. 다만 향후 이민계획의 수립여부에 대해서는 이민 고려자의 2%만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41.4%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포기한 상태라고 응답했으며, 56.7%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이민을 고려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이민을 고민할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57.6%·중복응답)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다. 구체적인 이유로 언어나 음식 문제로 고생할 게 뻔하고(48.5%), 다른 나라도 사는 것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는(43.3%) 의견이 많았다. 미우나 고우나 결국 내 나라이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37.2%)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 이민을 고려해봤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한국사회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사람들의 이민 결심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 질문에 전체 85.9%가 개인의 사정과 환경에 따라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특히 2030세대가 이민 결심에 대해 보다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의견은 단 6%에 그쳤다.
◆ 호주나 캐나다 등으로 이민 가고 싶다
한국사회에서 이민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있는 원인을 묻는 질문에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가장 많이 동의하는 이민 고려의 원인은 한국사회의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전체 84.4%·동의율)과 점차 심각해지는 소득 불평등 구조(83.2%)였다. 이와 더불어 과도한 학업부담과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려는 욕구(83%)와 한국사회의 각박하고 여유 없는 삶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82.3 %), 일자리 부족과 비정규직 문제 등 열악한 노동환경(80.9%)을 이민 고려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뚜렷했다.
특히 △소득불평등 구조(15년 78%→16년 83.2%) △각박한 삶(15년 76%→16년 82.3%) △열악한 노동환경(15년 75%→16년 80.9%)을 이민 고려의 원인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서 느끼는 서민들의 고통이 커졌다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그밖에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76.4%) △국내의 열악한 복지제도(75%) △과도한 업무량과 노동시간 요구(73.4%)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없는 환경(71.2%) △청년 실업 문제(69.1%) △값비싼 주거비용(68.3%) △심각한 정치적·사회적 갈등(63.6%) 등을 이민을 고려하는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했다.
◆ 현실적인 걸림돌은?
이민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걸림돌로 작용한 점은 언어 및 의사소통 문제(65.5%·중복응답)가 첫손에 꼽혔다. 성별 및 연령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소통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클 것으로 바라봤다. 물론 이민 준비 비용(53.4%)과 낯선 환경 및 문화적 차이(53.2%)를 현실적인 걸림돌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민 준비에 따른 경제적 문제는 연령이 낮을수록, 문화적 차이는 연령이 높을수록 보다 큰 벽으로 느끼는 모습이었다. 다음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33%) △일자리 문제(32.9%) △인종차별 문제(27.6%)가 이민을 준비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현주 기자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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