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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복지

[장애인의날] '장애등급·부양의무제 폐지하라' 서울도심 행진

잠용(潛蓉) 2016. 4. 20. 18:21

"장애등급·부양의무제 폐지하라" 장애인들 서울도심 행진 (종합)
연합뉴스 | 입력 2016.04.20. 16:50

 

'장애인의 날' 거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어야"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장애인의 날인 20일을 맞아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행진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0여 장애인단체의 모임인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소속 350여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1시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장애인을 장애 정도에 따라 구분해 등급을 부여하는 장애등급제를 '낙인의 사슬'로, 장애인을 부양하는 가족이 있으면 기초생활보장을 받을 수 없는 부양의무제를 '빈곤의 사슬'로 지칭하며 이 제도의 철폐를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20 장애인차별철폐 투쟁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2016.4.20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20 장애인차별철폐 투쟁 결의대회 참가자가 종각 방향으로 전동 휠체어를 타고 행진하던 중 경찰에 막혀 휠체어가 기울고 있다. /2016.4.20

 

이들은 "2012년 8월 21일부터 광화문광장 지하보도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며 1천340일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이를 공약하고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들은 이들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해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의 장애인복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0.49%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19%에 미치지 못한다고도 지적했다. 이 때문에 OECD 평균 장애인 빈곤율은 22.1%이지만 한국은 35.6%로 1.6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의 날'에 대해서도 "정부가 정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수많은 차별과 억압을 은폐하고 있어 거부한다"며 "모든 차별에 맞서는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2시30분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보신각, 조계사, 안국동로터리를 거쳐 종로구 견지동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까지 차로로 행진해 오후 4시30분께 정리집회를 열고 해산했다. 행진 과정에서 보다 많은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하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이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되거나 입건된 사람은 없었다. 집회·행진을 마친 이들은 이날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comma@yna.co.kr]


"장애인 관련 판결 제각각... 사법부 인권의식 결여 탓"
연합뉴스 | 입력 2016.04.20. 14:45 | 수정 2016.04.20. 14:45

 

장애우권익연구소 '장애인의 날' 맞아 연구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인 A(33·여)씨는 2010년 공원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강제로 성추행당했다. A씨의 사회성 지수는 약 7세 8개월 수준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범행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소극적인 저항을 했다는 점, 범행 일주일 후에 교회에서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다는 점을 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과 2심은 가해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인이라는 사정이 충분히 고려돼야 하며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는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환송했다. 이처럼 1·2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극명하게 갈리는 등 장애인 학대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에서 장애인 인권 의식이 결여된 경우가 많아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정규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은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공개한 연구보고서에서 "장애인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지 않은 채 눈에 보이는 상황만을 보고 가해자의 처벌을 면하게 해 주는 판결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 판례도 일례로 언급됐다. 이 사건 관련 광주지법 목포지원과 광주지법, 광주고등법원에서 진행된 18건의 판결을 검토한 결과 실형이 선고된 건은 5건에 불과했다. 살인미수죄와 횡령죄가 인정된 사건에서 가장 높은 징역 5년이 선고됐고, 그외 준사기, 근로기준법위반, 영리위반 등으로 기소된 4건에서 징역 6개월에서 2년의 선고가 나왔다.

 

선고형의 유형과 형량을 볼 때 살인미수, 폭행, 상해, 중감금 등 중한 범죄가 발각되거나 재범이거나 죄질이 매우 나쁜 경우,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밀린 임금마저 지급하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로기간과 상관없이 집행유예가 나왔다. 최 소장은 "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했다고 해도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된 점은 이 사건을 장애인학대사건이 아니라 단순히 임금체불사건으로 보는 법원의 인식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개별적인 사안에서 법을 적용해 내려지는 판결에서 장애인 인권 인식이 결여된다면 어떠한 법도 무용지물"이라며 "사법부가 한발 더 장애인의 입장에 다가가 합리적인 판결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장애인단체들과 공동으로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장애인학대와 인권침해예방을 위한 실천연구대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애인 학대관련 판례의 현황 및 실태' 뿐 아니라 '장애인 학대 발생 원인-염전 피해 장애인을 중심으로', '학대 피해 장애인 후견인의 실태 및 쟁점'을 주제로도 발표가 이어진다. srch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