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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애청곡

[유성기 가요] '장모님전 상서' (이규남) & '장모님전 항의' (김용환)

잠용(潛蓉) 2016. 7. 14. 08:00


 


'丈母님전 上書' (1938)
작사 노다지/ 작곡 석일송/ 노래 이규남

 

< 1 >

장가 들면 마누라가 제일 좋다고 하더니
처갓집의 장모님이 더욱 좋았소
장모님 장모님 우리 장모님

우리~ 장모님~


요다음 가거들랑

송아지 한 마리 잡어주 
송아지 한 마리 잡어주~

 

< 2 >

처갓집에 가는 것이 좋은 줄은 알지만
사위 대접 잘하는 데 아주 놀랬소
장모님 장모님 우리 장모님

우리~ 장모님~


요다음 또 갈 테니

암탉 한 마리 잡어주
암탉 한 마리 잡어주~

 

< 3 >

요것도 좀 먹어 보게, 요지가지로 권하던
고추장도 장조림도 아주 맛났소
장모님 장모님 우리 장모님

우리~ 장모님~

 

요다음 또 갈 때도

생선저냐를 부쳐주
생선저냐를 부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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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지가지 : 요렇게 조렇게 갖가지로, 여러가지

* 생선저냐 : 얇게 저민 생선이나 소고기에 밀가루를 바르고

달걀을 입혀 기름에 지진 음식.

 


- 유행가 시대(41) -

'장모님전 상서' 對 '장모님전 항의'


◇ 똑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유행가 두 곡이 표현하는 내용에 있어서는 재미있게도 정반대인 경우가 있다. 발매된 음반회사마저도 같은 두 곡은 바로 '장모님전 상서'와 '장모님전 항의'. '장모님전 상서'는 1938년 12월 신보로 빅타레코드에서 나왔고, '장모님전 항의'는 두해 늦은 1940년 4월 신보로 역시 빅타에서 나왔다. 먼저 노다지 작사, 석일송 작곡에 이규남이 부른 '장모님전 상서'의 노랫말을 살펴보자. 대접을 극진히 하는 장모에게 사위가 올리는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든가?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속담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가사 내용이 정겹기만 하다.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근사근하게 노래를 하는 이규남은 마치 스스로 사위 입장이 되기라도 한 듯 탁월한 곡 해석력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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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전 상서" / 이규남

(작사 노다지/ 작곡 석일송)

 

< 1 >

장가 들면 마누라가 제일 좋다고 하더니
처갓집에 장모님이 더욱 좋았소
장모님 장모님 우리 장모님 우리 장모님
요다음 가거들랑 송아지 한 마리 잡아 주

송아지 한 마리 잡아 주.

 

< 2 >

처갓집에 가는 것이 좋은 줄은 알지만
사위 대접 잘하는 데 아주 놀랬소
장모님 장모님 우리 장모님 우리 장모님
요다음 또 갈 테니 암탉 한 마리 잡아 주

암탉 한 마리 잡아 주.

 

요것도 좀 먹어 보게 요지가지로 권하던
고추장도 장조림도 아주 맛났소
장모님 장모님 우리 장모님 우리 장모님
요다음 또 갈 때도 생선저냐를 부쳐 주

생선저냐를 부쳐 주.


3절에 나오는 '저냐'라는 말은 생선이나 고기를 얇게 저며 밀가루, 달걀 옷을 입혀 지진 것으로 지짐이나 전과 같은 말이다. 온갖 음식을 권하며 극진히 대접하는 장모와 적당하게 응석을 부리며 살갑게 구는 사위의 모습으로 흐뭇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장모님전 상서'라면, '장모님전 항의'는 겉으로 데릴사위라 하면서도 사실상 머슴으로 취급하며 영악하게 부려먹기만 하는 장모와 이에 대해 항의하는 어리숙한 사위의 모습을 묘사하여 절로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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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전 항의 : 김용환

(작사 김성집/ 작곡 김양촌)

 

< 1 >

장모님 장모님 갓 서른에 첫 본 선이

열두 살짜리 따님이라
노총각 타는 속은 귀신도 몰라 줍디다
언제나 다 자라서 찰떡 치고 국수 삶고 잔치하나요?
장모님, 왜 그러냐? 장모님, 우째 그래?
정말정말 정말정말 속상해서 못 살겠어요~

응~ 못 살겠어요.

 

< 2 >

장모님 장모님 데릴사위 좋단 말에

모르고 한번 속았어요
머슴 꾼 슬픈 속은 하늘도 몰라 줍디다
언제나 다 자라서 사모 쓰고 관대 띠고 잔치하나요?
장모님, 왜 그러냐? 장모님, 우째 그래?
정말정말 정말정말 애가 타서 못 살겠어요~

응~ 못 살겠어요.

 

< 3 >

장모님 장모님 손톱 발톱 다 닳도록

짝도 없이 일만 하며
자랄 때 기다리다 제물에 늙으랍니까?
언제나 다 자라서 연지 찍고 곤지 찍고 잔치하나요?
장모님, 왜 그러냐? 장모님, 우째 그래?
정말정말 정말정말 화가 나서 못 살겠어요~

응~ 못 살겠어요.


'눈깔 먼 노다지'가 바로 '금 따는 콩밭'을 떠오르게 하는 것처럼 '장모님전 항의' 역시 김유정의 소설 '봄봄'을 연상시킬 만큼 해학적인 표현이 재미있다. 비록 일제 말기에 경직된 사회 분위기 탓에 곡종이 가요곡으로 표기되어 있기는 하지만 누가 보아도 쉽게 느낄 수 있는 만요 계통이다. 고음으로 울리는 토속적인 음색이 특징적인 김용환은 앞서 빅타로 이적한 뒤 발표한 '낙화유수호텔' '눈깔 먼 노다지' 등과 이 '장모님전 항의'로 만요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장모님전 항의'의 가사를 지은 사람은 김성집으로 바로 '눈깔 먼 노다지'의 작사자이다. 작곡은 김양촌이 맡았는데 1940년 이후 빅타에서만 활동한 흔적이 보이는 것을 보면 기존 작곡가가 사용한 별도의 예명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모님전 상서'를 작곡한 석일송의 경우 이미 김용환의 예명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북한에서는 월북한 작곡가 이면상으로 보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가수 이규남이 월북한 이후 '장모님전 상서'를 거의 도맡아 대신 부른 이가 김정구였던 것을 보면 역시 석일송은 김용환의 예명일 가능성이 보다 높은 것 같다. 김정구가 별다른 관계도 없는 이규남의 노래를 대신 부르게 된 것은 '장모님전 상서'가 바로 자신의 형 김용환이 작곡한 노래이기 때문은 아닐는지. 물론 아직은 추정일 뿐이다. [글 : 이준희]


 이준희-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양사학과를 수료하였으나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때문에 전공을 바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음악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펴낸 책으로는 [사의 찬미(외)](2006), [일제침략전쟁에 동원된 유행가,‘군국가요’다시보기](2003) 등이 있으며 현재는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