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김기춘·김성우·최성준, '언론통제' 혐의로 고발당해
노컷뉴스ㅣ2016-11-21 16:34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성우 전 홍보수석,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자료사진, 청와대 제공)
언론노조 "KBS 인사·보도개입, 세계일보 사장 교체 등 언론자유 침해"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성우 전 대통령 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언론통제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개혁시민연대·자유언론실천재단 등 4개 언론시민단체는 21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성우 전 홍보수석,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을 고발했다. 이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비선실세 비리와 대통령과 청와대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언론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다.
◇ 고발 취지 살펴보니…
언론시민단체의 고발 취지는 총 4가지다. 우선, 박 대통령과 김 전 비서실장은 세계일보 조한규 사장을 부당하게 해임하는 방식으로 통일교재단 및 세계일보로 하여금 정당한 인사권 행사를 방해하고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했다. 또한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 전 홍보수석, 최 위원장은 공모하여, KBS 사장 인사권 행사 과정에 관여했고 KBS이사회 이사들의 사장 추천권 행사 등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해 직권남용죄를 저질렀다.
박 대통령, 김 전 비서실장, 최 위원장은 KBS 방송편성에 부당하게 개입해 방송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했다.
아울러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진행된 통일교재단 계열사 세무조사와 세계일보 기자 미행 등에 대해서는 '부당행사' 의혹이 나오고 있다. 언론시민단체는 이 4가지 혐의 및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청와대가 언론 어떻게 통제했는지 반드시 밝혀서 단죄해야"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김영한 비망록'으로 인해 언론장악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십상시 보도와 관련해 본때를 보여주고 발본색원하라는 박 대통령의 워딩이 공개됐고, 11월 17일 저희는 '김영한 비망록' 관련 기자회견에서 KBS이사회 및 사장 선임에 대해 청와대가 개입해, KBS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감시하고 인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박 대통령, 김 전 비서실장, 김 전 홍보수석, 최 위원장 4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21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언론노조를 비롯한 4개 언론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성우 전 홍보수석,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언론통제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사진=김수정 기자)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성재호 본부장은 "지난 17일 저희는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을 통해, 청와대와 김 전 비서실장이 어떻게 KBS를 통제하고 장악하려 했는지 그 유력한 정황에 대해 기자회견 통해 전했다. 노조가 제안한 사장추천위원회를, 바로 그 다음날 청와대 수석들이 거부하라고 결정하고 그걸 방통위원장과 상의토록 지시하는 메모가 나온다. 새로운 (KBS이사회) 이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BH, 즉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메모도 적혀 있다"고 말했다.
성 본부장은 "이길영 전 이사장은 최근 저희 노조와의 통화에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사표 이야기를 먼저 꺼내서 사표 내고 왔다고 밝혔다. 왜 방통위원장이 KBS 이사장 사표를 종용하나. 그 후 바로 이틀 만에 새로운 KBS 이사장이 결정된다. 마치 짜 놓았다는 듯이. 그 이사장이 구성한 게 현재 이사회와 고대영의 KBS"라며 "박근혜 정권은 KBS 지배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저희는 반드시 이 부분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성 본부장은 "공영언론을 포함한 언론에 대한 장악과 통제 정황이 드러난 박 대통령, 김 전 비서실장, 김 전 홍보수석, 최 위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려고 한다"며 "검찰이 철저히 파헤쳐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영방송을 어떻게 통제했는지 밝혀내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은 "김영한 비망록에서 박근혜 정권의 구체적인 언론통제 실상이 드러나고 있는데, 가장 충격적인 것은 최성준 방통위원장의 역할이다. 공영방송 이사회에 낙하산 인사 꽂았고, 전횡을 일삼토록 방치했다"며 "(언론 문제 관련해) 방통위의 역할을 요구할 때마다 '방통위는 공영방송에 개입할 법적 권한과 근거가 없다'고 했다. 겉으로는 권한이 없다고 하면서, 뒤로는 공작 정치에 적극 가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이 최 위원장 옆에서 오랜 기간 부위원장으로 근무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도 있다. 최 위원장은 스스로도 인정한 '방송 문외한'이었다. 청와대가 최 위원장에게 허원제 씨를 바로 옆에 붙여 컨트롤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부연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런 사실들은 처음 드러난 게 아니다. 언론시민단체는 이정현 녹취록, 백종문 녹취록 등 증거를 가지고 (언론통제 관련) 수사를 요구했지만 검찰은 제대로 수사 않고 면죄부를 줬다. 검찰은 불법행위를 알면서도 눈감아 준 것을 이유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한다고 한다. 지금 검찰이 언론통제와 관련해 하고 있는 행태가 우병우와 뭐가 다른가. 이래서는 검찰이 언론통제를 은폐하는 데 가담해 왔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엄벌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TV조선은 작고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기록을 입수, 이른바 '김영한 비망록'을 보도한 바 있다. 김영한 비망록에는 △안대희, 문창극 씨가 총리 후보자에서 연속 낙마하자 김 전 비서실장이 '언론중재위 제소,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불이익을 줄 것을 지시한 것 △박 대통령 역시 '비선실세 의혹' 보도를 한 '시사저널'과 '일요신문'에 대해 "끝까지 밝혀내야, 본때를 보여야, 열정과 근성으로 발본색원"을 주문한 것 △호의적인 보도에는 포상적 개념으로 금전적 지원을 할 것 등의 내용이 나타나 있었다.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 등 박 대통령의 실세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대주주인 통일교재단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했으며, 통일교재단의 고위 인사를 통한 회유와 압박으로 세계일보 회장 및 사장을 교체하고 해당 보도를 한 기자를 미행했다는 정황과 증언이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지난 17일에는 언론노조가 기자회견을 열어 '김영한 비망록'에 포함된 'KBS 통제 정황 메모'를 공개했다. 청와대가 △길환영 전 사장 해임 후 사장 선임 일정을 지속적으로 체크했고 △KBS 이사장 선정 과정에 개입했으며 △새노조에 대한 감시를 한 흔적이 있고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망언 관련 KBS 보도 및 '추적 60분-천안함 편' 재판 결과에 대한 대응을 주문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청와대가 KBS 보도통제"… 언론노조 폭로
노컷뉴스ㅣ2016-11-17 14:53
↑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성재호 본부장이 김영한 비망록 내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우파 이사 성향 확인' '이사장 선정과정 BH 개입' 등 김영한 비망록 메모 공개
청와대가 공영방송 KBS를 통제해 온 정황이 또 다시 드러났다. 청와대는 KBS 이사와 사장 등 주요 인사에 개입함으로써 KBS를 장악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7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KBS 연구동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 내용 가운데 KBS 관련 내용들을 공개했다. 2014년 6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넉 달 간 KBS 관련 메모는 18차례 등장했는데, 이를 통해 청와대가 KBS 이사, 사장 등 주요 인사에 개입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 KBS이사회와 사장 선임 개입 정황
6월 15일 메모에는 '6월 18일 (수) KBS정기이사회-사장 임명 논의(7/10까지는)', 'KBS 이길영 이사장', '※선, 배수, 움직일 수', '학교 동기생'이라고 적혀 있다. 6월 16일 메모에는 '홍보/미래 KBS 상황, 파악, plan 작성'이라는 내용이, 6월 17일 메모에는 'KBS노조, 16개 직능단체', '사장선임절차 제의, 공영방송 영·독·일, 수용 곤란', '사추위(김인규 사장)-여야 안분', '방통위원장과 상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6월 19일에는 'KBS이사회 개최 법-47장. 7/10', '6.23~30 공모', 6월 22일에는 'KBS이사회'라고 쓰여 있다.
당시 KBS는 사장이 공석인 상태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보도와 인사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해임됐던 까닭이다. 김 전 수석 메모를 보면 6월 15일부터 19일까지 4차례 거쳐 KBS 사장 선임 일정을 확인하고 KBS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계획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 '김영한 비망록' 2014년 6월 17일자 메모. 당시 내부 구성원들과 언론시민단체에서 요구했던 '사추위'(사장추천위원회)가 적혀 있고 그 위에 '수용 곤란'이라고 쓰여 있다. 실제로 KBS이사회는 길환영 사장 후임을 뽑는 인선에서 사추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청와대의 뜻이 실현된 경우도 있다. 6월 17일 메모에는 '사장선임절차 제의'에 대해 '수용 곤란'이라고 쓰여져 있는데, 실제로 KBS이사회는 내부 구성원들과 언론시민사회 및 KBS 야권 추천 이사들이 요구한 '사장추천위원회 및 특별다수제(제적 인원의 3분의 2 동의를 얻어 결정을 내리는 것)'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장 선임 이후에도 청와대의 KBS 관련 메모는 계속됐다. 7월 1일에는 '사장 선출 관련', 7월 3일에는 'KBS 6명-조대현 7', 7월 4일에는 'KBS 이사 우파 이사-성향 확인 요'라고 쓰여 있다. 7월11일에는 '부처-정상화, 공공기관 개혁 : 면종복배', 'KBS이사, 길사장' 이라고, 10월15일에는 'KBS 이사장 선정 과정 BH 개입'이라 적혀 있다.
7월 3일 메모에는 당시 사장 후보였던 조대현 씨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KBS이사회가 최종 사장 후보를 압축한 시점은 7월 9일이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성재호 본부장은 "추정이긴 하지만, 메모 있고 6일 후에 면접대상자 6명을 대상으로 면접 심사와 표결을 거쳐 오후 8시께 표결 절차를 논의한 후 바로 표결에 들어갔다"며 "6이라는 숫자는 당시 사장 후보 6명을, 7이라는 숫자는 조대현 후보가 최대 7표까지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쓴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면접을 통해 KBS 사장을 1명으로 압축하는 역할을 맡는 KBS이사회에 대한 개입도 확인할 수 있다. 총 11명으로 구성된 KBS이사회는 여권과 야권에서 각각 7명, 4명을 추천한다. KBS 이사 중 우파 이사(여당 추천 이사)들의 성향 확인이 필요하다는 7월 4일 메모와 KBS 이사장 선정 과정에 BH가 개입했다는 10월 15일 메모는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언급을 그대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 '김영한 비망록' 2014년 7월 11일자 메모. '면종복배'라는 부분이 'KBS이사'와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특히 7월 11일 메모 중 '면종복배'라는 부분이 'KBS이사'와 연결되어 있는데, 성 본부장은 이를 두고 "(여권 추천) 이사 2명의 반란으로 조대현 씨가 사장으로 선정된 것에 대한 메모로 보인다. 공공기관 가운데 KBS 이사들을 대표적인 '면종복배'(앞에서는 복종하는 척하나 뒤에서는 칼을 숨기고 있다는 의미)하는 사람들로 꼽은 것"이라고 전했다. 10월 15일 메모에서는 'BH(청와대)' 개입을 통해 KBS 이사장을 청와대 입맛대로 바꾸려고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길환영 사장 해임과 조대현 사장 선임 당시 이사장이었던 이길영 이사장은 2014년 8월 27일 건강상의 이유로 갑작스레 사임하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틀 만에 새로운 인물이 이사장으로 내정된다. 백범 김구 선생을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했던 사람"으로 표현하고, "친일파 청산은 소련의 지령"이라고 해 논란을 일으켰던 뉴라이트 성향 이인호 전 서울대 명예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인호 전 교수는 9월 2일 대통령 임명을 받아 이사가 된 후, 9월 5일 이사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이길영 전 이사장은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먼저 사퇴 요구를 받았고 그래서 사표를 제출했다고 새노조 측에 최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 '김영한 비망록' 2014년 7월 4일 메모와 같은해 10월 15일 메모. 'KBS 우파 이사 성향 확인 요', 'KBS 이사장 선정 과정 BH 개입'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 프로그램 개입, 노조 감시 흔적도
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KBS 프로그램과 회사, 정권에 비판적인 노조를 감시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도 있다.
6월 20일 메모 '2012년 KBS 파업사건-법원 무죄선고- 노조 강성화 가속'에서는 새노조에 대한 동향을 체크한 것을 유추할 수 있고, 6월 26일 메모 'KBS 추적60분 천안함 관련 판결 - 항소'에서는 방통위가 '추적60분-천안함 편'에 내린 중징계 처분은 위법하다는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라는 청와대의 대응 계획이 나타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등 부적절한 발언이 드러나 총리직에서 낙마한 문창극 후보 관련 KBS 보도에 대해 언급한 부분(7월 2일 메모, 9월 5일 메모), 세월호 국조특위에서 세월호 당시 대통령 행적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한 KBS 보도를 언급한 부분(8월 14일 메모)도 존재한다. 성 본부장은 "세월호 사태 이후 결과적으로 사장이 물러났고, 누군가는 이걸 억누르고 통제해야 되는데 예상치 못하게 야권 추천 이사들이 표를 준 후보가 사장으로 선정되는 (청와대로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던 게 아닌가?
↑ '김영한 비망록' 2014년 8월 28일 메모와 9월 5일 메모.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등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낙마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관련 KBS 보도가 언급돼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더구나 국무총리 후보자였던 문창극 씨가 (KBS) 보도로 낙마돼서 급해진 게 아닌가"라며 "2015년에 KBS를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사장을 뽑기 위한 전초 작업을 했던 것들이 메모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빠르면 내일(18일),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직권남용'(비판 언론 불이익 지시) 혐의로, 김성우 전 홍보수석을 '방송법 위반'(공영방송 이사 선임 개입)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공영방송 KBS의 '공정방송' 어디로 가고 있나?
노컷뉴스ㅣ2016-11-10 11:39
↑ KBS 신관 (사진=김수정 기자)
꿈쩍 않는 보도책임자들, 노조 농성장 침탈, 이사회 안건 상정 무산… 첩첩산중
방송법 제44조(공사의 공적 책임)는 가장 첫 번째 항목에서 "공사(KBS)는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공재인 전파를 쓰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가장 핵심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대목으로, 노조, 기자·PD협회 등 내부 구성원들뿐 아니라 언론·사회시민단체와 정치권까지 KBS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사회 각 분야에서 이권을 취득하고 영향력을 행사한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난 지 2달이 넘었지만, KBS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내부에서는 나라를 뒤흔든 사안의 중요성을 미리 감지하지 못하고 소극적 보도를 지시했던 보도 책임자들의 사퇴와 적극적인 보도 요구를 하고 있으나 번번이 막히는 실정이다.
◇ '사퇴'한다더니 하루 만에 말 바꾼 보도본부장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노조)는 보도책임자들의 잘못된 판단과 지시 때문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잘 해내지 못했다며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지난달 31일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김인영 보도본부장이 "경과가 어떻든 어떤 이유를 대든 보도책임자로서 제 책임"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 때문에 향후 KBS 보도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인영 보도본부장은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지난 1일, KBS 측은 "보도본부 수장으로서 책임을 가장 크게 느낀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면서도 "새노조가 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사퇴에만 초점을 맞춰 성명서를 낸 것은 진의를 크게 왜곡시킨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지환 통합뉴스룸 국장(보도국장) 역시 2일 "저와 관련해서도 한겨레 관련 '취재건의를 거부했다'며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는데 솔직히 한 달 열흘 전 그 당시 이런 관계였다고 상상조차 못했다"고만 밝힌 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인영 본부장과 정지환 국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KBS 기자들의 바람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KBS기자협회는 보도책임자들이 참석하는 '긴급 기자총회'를 준비했으나, 본부장과 국장 모두 불참 의사를 밝혀 결국 일정이 취소됐다. 보도책임자들이 자사 보도 비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기자들과의 소통 노력도 하지 않는 상황. 자연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다루는 방송 방향도 이전보다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정수영 간사는 "최순실 국정농단 실체를 추적하는 추적취재와 대통령, 청와대, 새누리당, 야당, 시민사회 등 중요 포스트들이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움직이는지 분석하는 취재 2가지를 눈여겨 봐야 하는데, 현재 후자 쪽에서 '정권 비호'와 '여야 공방 물타기' 행태가 목격되고 있다. '대통령 감싸기' 쪽으로 프레임을 짜서 현 정권에게 위기 모면할 시간을 벌어주려고 하는 기미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 총회 장소 폐쇄, 천막 철거 시도… 노조 활동 '방해'도 여전
↑ KBS는 '공정방송'을 가장 소리 높여 외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노조 활동을 수차례 방해해 왔다. 위쪽부터 지난 1일 폐쇄된 KBS 본관 민주광장, 지난 9일 KBS 신관 천막 철거 도중 몸싸움하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
가장 앞장서서 '공정방송'을 촉구하는 노조를 방해하는 행위도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새노조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최순실 보도참사와 인사제도 개악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사측이 일찍이 출입구를 폐쇄하고 셔터를 내려버려 결국 신관 로비로 장소를 옮겨야 했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새노조가 8일 '최순실 보도참사 책임자 사퇴', '인사개악·무능경영 고대영 심판'을 내걸고 농성에 돌입하기 위해 KBS 신관에 천막을 치려고 하자, KBS 시큐리티 소속 경비원들이 이를 저지해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튿날인 9일에도 사측의 천막 철거 시도는 계속됐다. 9일 오전 KBS 청경들은 신관에 설치된 천막을 걷어냈고, 이 과정에서 또 다시 새노조와 충돌해야 했다.
◇ 이사들조차 '공정방송' 하자는데… 결국 '무산'
KBS이사회에서도 사측에 '공정보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결국 '소수의 목소리'로 그쳤다.
KBS 야권이사 4인(전영일·권태선·김서중·장주영)은 9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공정보도 실현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결의안을 상정하고자 했다.
이들은 △이사회는 KBS가 행하는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할 책임이 있고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 관련 늑장 보도로 KBS뉴스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KBS 보도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각종 조치들을 요구하고 있고 △시청자와 시민들도 KBS 보도 공정성을 비판하고 있으며 △시사저널·한국기자협회·시사인 등 각종 설문조사에서 KBS의 영향력·신뢰도가 계속 저하되고 있고 △이 같은 흐름은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떨어뜨려 KBS의 존립과 발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락으로 떨어진 KBS 보도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제라도 시청자의 편에 서서 방송법에 정한 공적책임과 국민의 알 권리에 충실한 보도를 해 나가야 한다"며 "취재 및 보도거부와 부실 보도에 대한 원인을 밝혀 책임있는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는 등 공정보도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권이사들이 반대해 해당 안건은 이사회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야권이사들은 같은 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다수이사들은 우리가 낙종 그 자체만을 문제 삼는 것처럼 주장하거나, 낙종이 마치 보도국이 신중한 보도를 하려다 놓친 것인 양 호도하면서 의안 상정조차 거부했다"며 "한 이사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비판하는 민심조차 선동되거나 조작된 민심 또는 국민들의 비이성적 광기의 히스테리 따위로 주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KBS 구성원 95.8% "언론 역할 제대로 못하고 있다"
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입력 2016.11.22 10:55 댓글 121개
새노조, 고대영 사장 1년 평가.. 경영 점수 100점 만점에 14.2점
21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보 (사진=KBS본부 노보 캡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노조)가 내부 구성원들에게 '고대영 사장 취임 1년 평가'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5.8%가 KBS가 현재 공영방송과 언론 본연의 역할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새노조가 21일 노보를 통해 밝힌 설문결과에 따르면,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KBS가 공영방송과 언론 본연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5.8%(1367명)가 부정적 응답(그렇지 않다 237명, 매우 그렇지 않다 1130명)을 내놨다. 긍정적 응답(매우 그렇다 4명, 그렇다 6명)은 10명으로 0.7%에 그쳤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KBS 뉴스 등 방송'에 대해 응답자의 94.9%(1353명)가 부정적(잘못하고 있다 227명, 매우 잘못하고 있다 1126명)으로 평가했다. 긍정적 응답(매우 잘하고 있다 5명, 잘하고 있다 10명)은 15명으로 1%를 기록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KBS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사내외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크냐는 질문에는 사장 및 임원 간부를 꼽은 응답자가 91%나 됐다. 구체적으로 고대영 사장을 지목한 응답자는 1048명이었고 본부장·국장 등 책임자를 꼽은 응답자는 250명이었다. 평기자&평PD라고 답한 사람은 15명, KBS 전 직원이라는 응답자는 107명이었다.
(그래프=KBS본부 노보 캡처)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평가한 점수는 평균 12.5점이었고, 교양·예능·드라마 등 기타 프로그램을 평가한 점수는 평균 31.6점이었다. 또, 재임 1년 동안 고대영 사장 '경영'에 대한 평가는 평균 14.2점이었다. 이는 모두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새노조는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5일 간 팀장급 이하 KBS 구성원 46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수는 총 1425명으로 30.6%였고, 이 중 새노조 소속은 57%였다. KBS에는 새노조 외에도 KBS노동조합을 비롯해 여러 개의 노조가 있다.
새노조는 이번 결과를 두고 "한마디로 낙제점도 아까울 만큼 점수가 바닥을 쳤다. 10점 평가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여 계산한 결과, 뉴스와 시사프로그램 부문의 평가는 12점에 불과했고, 경영 평가도 14점에 그쳤다. 그나마 교양과 예능, 드라마 등의 프로그램 평가에서 32점을 얻었지만 이마저도 낙제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새노조는 '고대영 사장 취임 1년 평가'를 진행한 데 이어, 단체협약에 의거해 KBS 전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본부장 신임투표를 벌인다. 본부장 신임투표 대상은 김성수 방송본부장, 박병열 제작기술본부장, 김인영 보도본부장, 박희성 시청자본부장, 조인석 제작본부장, 김대회 전략기획실장 등 6명이다.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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