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특검에 넘긴 6대 과제... '뇌물죄·직무유기·입시비리'
이데일리ㅣ조용석ㅣ입력 2016.12.12 05:01 댓글 94개
↑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할 박영수 특별검사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특검팀 회의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뇌물죄 등 6가지 의혹규명 모두 특검에 넘겨
끝내 소환 못한 우병우·김기춘... 특검 몫
"대통령 대면조사 문제로 시간 허비해"
[이데일리 조용석 유현욱 기자] 그동안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해 온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 등 마무리하지 못한 의혹을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수사팀에 넘기고 이미 기소한 피의자들에 대한 재판에 역량을 총집중할 방침이다. 특검은 검찰에게 넘겨받은 증거를 토대로 사건을 파악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다.
◇ 뇌물죄 등 6가지 의혹 모두 특검으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제3자 뇌물죄 △우병우 직무유기 및 김기춘 직권남용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및 청와대 문서유출 △정유라 입시 및 학사비리 △대통령 불법 시술 및 특혜 △최씨의 대기업 홍보 관련 이권 개입 및 재단 자금 부당 집행 등 6가지 혐의에 대한 수사 기록 및 증거를 특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월 27일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된 후 약 한 달 반 동안 수사한 결과물이다. 특별수사본부는 수사는 마무리하지만 공소유지를 위해 본부를 해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중요한 기록은 ‘제3자 뇌물죄’와 관련된 부분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및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공범으로 보고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진 못했다.
검찰은 그간 뇌물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낸 기업을 중심으로 수사를 벌였다. 특히 최씨의 딸에게 승마경비 등을 추가 지원한 삼성그룹, 추가 자금 지원 요청을 받은 롯데·SK그룹을 중심으로 고강도 수사를 벌였으나 결국 뇌물죄를 적용해 추가기소하거나 공소장 변경에는 실패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가 필요해 수사기록 및 증거자료를 특검에 인계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박 대통령에게 적용된 직권남용, 강요 등은 혐의입증이 쉽지 않은 데다 형량도 높지 않다. 반면 뇌물죄는 형량이 무거울 뿐 아니라 ‘중대한 범죄’이기에 헌재의 탄핵심판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검은 특별수사본부에서 넘겨받은 관련 자료를 토대로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끝내 소환 못한 우병우·김기춘… 결국 특검 몫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및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직권남용과 관련된 수사 기록 및 증거자료도 모두 특검이 넘겨받아 추가수사를 벌인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최씨의 국정농단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의 자택과 청와대 특별감찰반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이긴 했으나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2014년 10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요구한 김 전 실장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했다. 특검은 우 전 수석과 김 전 실장을 모두 소환하지 못한 특별수사본부와 달리 이들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을 소환조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특검 수사를 앞두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답변 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의료법 위반 의혹을 받는 김영재 원장과 김상만 대통령 자문의에 대한 수사도 특검 몫이 됐다. 이들은 박 대통령을 상대로 진료·처방 검진했음에도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했다는 의료법위반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유라씨 부정입학 및 학사비리와 관련해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등을 소환조사 하는 등 수사를 벌이긴 했으나 아직 기소한 이들은 없다. 역시 특검이 검찰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이미 검찰이 기소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및 청와대 문서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이 인계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보강 수사를 하면서 추가 혐의를 발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지시를 받고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했다는 조원동 전 경제수석과 관련된 증거도 특검이 주의 깊게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별수사본부가 최씨 기소 이후 대통령 대면조사를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한 측면이 있다”며 “특검이 해야 할 숙제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용석 chojuri@edaily.co.kr]
검찰, "태블릿PC 주인은 최순실... 독일서 직원에 문자 보낼 때 써"
중앙일보ㅣ오이석.송승환ㅣ입력 2016.12.12 02:06 수정 2016.12.12 06:20 댓글 191개
정호성, 최순실과 e메일 공유... 발송 뒤 "보냈습니다"
최씨에게 237회 메시지 전송 대기업 회장 독대, 포레카 인수 등
안종범 수첩서 대통령 지시 확인
국회 탄핵가결 이후 최순실 사태 수사결과 발표
↑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
“둘은 G메일(구글 e메일) 계정 하나를 공유해 사용했다. 그(정호성)는 (최순실을) 선생님이라 불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가 11일 밝힌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씨와 정호성(47·구속) 전 부속비서관의 관계다. 최씨 국정 농단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정 전 비서관이 사용한 G메일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함께 썼다.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 문건을 e메일로 보내면 최씨가 공유한 아이디로 같은 e메일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렇게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2012년 11월 20일부터 박 대통령 취임 약 2년 뒤인 2014년 12월 9일까지 대선 관련 자료, 취임 준비 자료, 청와대와 국정 운영 문건 수백 개를 최씨가 검토하도록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를 ‘선생님’이라 부르고, e메일을 보내고 난 뒤에는 항상 문자 메시지로 ‘보냈습니다’라고 통보했다. 이런 메시지를 237회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실제로 건네진 것으로 확인한 문건은 180개(2012년 30개, 2013년 138개, 2014년 2개, 2015년 4개, 올해 6개)다. 그중 50개는 지난 10월 24일 JTBC가 제출한 태블릿PC에서, 119개는 같은 달 26일 이뤄진 최씨 주거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외장하드디스크에서 유출이 확인됐다. 그 안에는 현 정부 초기의 장·차관과 감사원장 인선 자료부터 외교 기밀 문서, 국정 운영 자료와 부처 업무보고까지 다양한 자료가 들어 있었다.
검찰은 이 가운데 47개를 공무상 비밀을 담은 문서로 판단했다. 또 박 대통령 취임 후 2013년 6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1년6개월간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은 전화통화 895회, 문자 메시지 1197회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상황에 대해 최씨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의견을 들었음을 의미한다. 검찰이 정 전 비서관에게서 압수한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9대에서 나온 기록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검찰은 그중 스마트폰 1대와 폴더형 휴대전화 1대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 그리고 정 전 비서관의 통화 및 대화를 녹음한 파일 236개를 복원했다. 224개는 박 대통령 취임 전에, 12개는 취임 후에 녹음된 것으로 박 대통령이 등장하는 파일은 모두 11개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취임식과 취임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씨와 정 전 비서관과 함께 셋이 대화하는 내용이 담긴 것도 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지시나 최씨의 의견을 꼼꼼하게 챙기기 위해 녹음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수사의 결정적 증거가 된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수사팀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30쪽(15장)짜리의 얇은 수첩을 사용했다. 검찰이 확보한 것은 모두 17권 510쪽이다. 안 전 수석은 이 수첩에 2015년 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청와대 생활 22개월을 자세히 기록했다. 그는 청와대 회의나 티타임 내용은 날짜별로 수첩의 앞면부터 기재했다. 그리고 대통령 지시사항은 수첩의 마지막 쪽에서부터 따로 기록했다. 지난해 7월 박 대통령의 대기업 회장들 독대 관련 지시사항, 포스코 광고계열사 포레카 인수 문제, 최씨의 지인 회사를 현대자동차의 납품사가 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 등이 그곳에 적혀 있었다.
이와 함께 검찰은 “10월 24일 JTBC가 검찰에 제출한 태블릿PC는 최씨가 사용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2012년 7월과 2013년 7∼8월 독일에 머물렀다. 이때 태블릿PC에 국제전화로밍과 관련한 안내 문자가 저장됐다. 최씨는 독일에서 이 태블릿PC로 사무실 직원에게 ‘잘 도착했어’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조카 장시호(37·구속)씨의 빌라가 있던 제주도 서귀포시 인근에서 태블릿PC로 인터넷에 접속한 흔적도 확인됐다. 태블릿PC에는 정 전 비서관의 ‘보냈습니다’ 문자도 저장돼 있었다.
[오이석·송승환 기자 oh.iseok@joongang.co.kr]
[고 김영한 수첩]
'신부 뒷조사·조계사 조치' 메모...
靑, 천주교·불교까지 사찰했나?
서울신문ㅣ입력 2016.12.12 03:36 댓글 467개
민변, 故김영한 메모 분석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도 언급… 국정원·경찰, 종교계 조사 정황
윤창중 성추행 폭로 사이트 등… 민간인 대상 사찰 암시 의혹도
◇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청와대 회의 노트에서 종교계와 민간인에 대한 사찰을 시사하는 메모가 나왔다.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발표한 김 전 수석 노트 분석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이 재직한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종교계 등의 동향에 대한 청와대 내부 논의 내용이 노트에 담겨 있다.
종교계 동향에 대해서는 "신부-뒷조사/ 경찰, 국정원 Team(팀) 구성→6급 국장급"이라고 쓰인 2014년 8월 7일자 메모가 들어 있다. 이 메모 앞에 쓰인 ‘장’은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추정된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청와대가 천주교 신부에 대한 뒷조사를 경찰과 국가정보원 팀에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언급한 부분도 있다. 종북 논란을 빚은 신은미·황선씨의 전국 순회 토크 콘서트에 대해 11월 25일자 ‘조계사-황선 장소 제공-개입 조사 후 조치(자승)’ 메모가 발견됐다. 신씨 등은 북한에서 체류한 경험을 나누는 행사를 기획해 논란을 빚었다.
정권에 불리한 발언을 한 민간인에 대한 사찰을 암시하는 대목도 있다. 10월 9일자에는 ‘장’이라는 표시 옆에 ‘미시USA-노○○/해외 국익 훼손 불순분자’라는 문구가 있다. 미시USA는 2013년 당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폭로된 커뮤니티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미국에 방문했을 때 성금을 모아 세월호 7시간을 지적하는 광고도 실었다. 이어지는 메모에는 ‘VISA(비자) 거부 등 입국 차단 등 응징 필요’, ‘법무부 출입국 당국-국정원 연계’라고 언급된다. 민변 관계자는 “실제 한 보수단체가 입국 거부 청원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황교안 받치는 두 축... 극우 세력·보수 기독교 '박근혜 아바타'
박혁진 기자 입력 2016.12.12 14:14 댓글 1009개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총리의 강점과 약점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이던 2007년, 검사장 인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당시 성남지청장)는 물을 먹었다. 2006년에 이어 두 해 연속이었다. 황 총리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던 2006년, 중앙지검 1~3차장 중 유일하게 승진하지 못했다. 그는 이듬해 성남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겨 ‘와신상담’했다. 하지만 2007년 인사에서도 검사장이 되지 못했다. 황 총리와 사시 23회 동기였던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2006년 이미 검사장으로 승진해 법무부 법무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칠 때였다. 한 전 총장은 황 총리와 사시 기수는 같지만 나이는 두 살 어렸다. 황 총리는 두 해 연속 인사에서 미끄러지자 사표를 내기로 결심했다. 그런 그를 검찰에 붙잡아 뒀던 것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성호였다. 김성호 전 장관은 ‘공안검사 황교안’을 아깝게 여겨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그를 붙잡아 뒀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성남지청장을 거쳐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이례적 인사였지만 그는 1년 더 검찰에 몸을 담았다. 그 사이 정권이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탄압받은 공안검사라는 피해자 이미지가 덧입혀지며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래서 황 총리는 지금도 주변에 김 전 장관을 ‘은인’으로 표현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시사저널 박은숙
‘검사 황교안’보단 ‘크리스천’으로 기억돼
2007년 김 전 장관의 만류로 사의를 거둬들이면서 황 총리의 공직생활도 변하기 시작했다. 사실 ‘검사 황교안’은 검찰 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단순히 그가 공안검사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공안검사로서 굵직한 사건들을 많이 수사했다. 황 총리는 KAL기 폭파범 김현희 사건, 국정원 X파일 사건,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을 수사했다. X파일 사건은 그가 검사로서 체면을 구긴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황 총리는 2002년 서울지검 공안2부장에 있으면서 정형근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폭로로 제기된 ‘김대중 정부 국정원의 도청 의혹’ 사건을 맡았다. 그는 주임검사로서 1년 동안 사건을 수사하며 대부분의 피의자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3년 뒤 이 사건은 이른바 ‘국정원 X파일 사건’이란 이름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황 총리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이 사건을 지휘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합류하면서 3년 전과 전혀 다른 수사결과가 나왔다. 수사팀에서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국정원의 도청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2005년 당시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은 이를 문제 삼아 국감에서 X파일 사건 수사 책임자였던 황교안 2차장을 교체할 것을 주장했다. 2015년 6월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황교안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당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고, 그에 따른 결과가 나왔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2002년 수사 때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면 불법감청 기기들을 증거로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압수수색도 없이 무혐의로 결론 내는 등 허점 많은 수사였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평소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성격인 데다, 내세울 만한 이렇다 할 수사 결과물이 없던 ‘검사 황교안’은 검찰 내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그와 일해 봤던 검찰 직원들은 ‘검사 황교안’보다는 ‘크리스천 황교안’을 먼저 기억한다. 황 총리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어느 근무지를 가든 매주 수요일 점심마다 기독교인들을 모아 ‘신우회’를 했다”며 “그것 말고는 크게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황 총리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야간신학대학을 다니며 신학과정을 이수했고, 목동의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한 바 있다. 37세였던 1997년에는 종교 관련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검사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란 이름으로 낸 책에는 종교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들이 담겨 있다. 책의 부제는 ‘기독교인들이 알아야 할 법률상식’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교회 내 근로기준법 문제나 종교인 과세 문제도 일부 다뤘다. 황 총리는 이후에도 《종교 활동과 분쟁의 법률지식》 《교회와 법이야기》 등을 출간했다.
보수 + 기독교 = 탄탄한 정치적 기반
공안검사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며 보수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점과 독실한 종교인이라는 점은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혹은 정치인으로서 어느 정도의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황 총리는 법무부 장관 재직 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반대했다. 그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하며 정권과 각을 세웠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옷을 벗기는 데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황 총리는 채 전 총장과 관련한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총장 감찰을 지시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황 총리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도 이끌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황 총리는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보수 성향을 띠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황 총리를 ‘대한민국을 종북으로부터 지키는 수호자’라고 칭찬한 표현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황 총리의 또 다른 지지기반은 기독교, 보다 정확히 말하면 보수화 성향을 나타내는 대형교회다. 보수 성향의 대형교회가 황 총리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기독교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교회 내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 대형교회의 가려운 부분들을 황 총리가 긁어주고 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한다고 봐야 한다. 이는 그가 2012년 출간한 《교회가 알아야 할 법이야기》에서 잘 드러난다. 황 총리는 이 책에서 ‘교회를 노동법상의 사용자로, 교회 직원을 노동법상의 근로자로 보는 것은 심히 부당한 결론이다’ ‘목회자의 사례비는 일반 급여와 그 성격이 현저히 다르고, 그 원천이 된 성도들의 헌금에 대해 이미 성도들이 세금을 납부한 것일 뿐 아니라, 종교 자유의 보장을 위해서도 소득세 비과세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고 썼다. 이는 보수 대형교회의 근로기준법 및 종교인 소득신고에 대한 입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때문인지 모르지만 기독교계는 황교안 총리가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논란에 휩싸여 어려움을 겪을 때 ‘황교안 지키기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기독교인들 카카오톡에는 ‘황교안 지키기 기도문’이 급속도로 퍼졌었는데, 그 내용 중 일부는 이렇다.
‘황교안 총리 후보 지명자를 기도해야 합니다. 그는 자랑스러운 기독인입니다. 어릴 때부터 XX교회를 다녔고, 그 바쁜 공직생활(검사) 중에도 야간신학대학을 나온 전도사입니다. 황교안 후보는 현재 안티 기독교 분자들과 불교인, 종북좌파들의 극렬한 반대를 받고 있습니다. 황 후보자는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내는 일에 다니엘과 같이 쓰임 받는 하나님의 일꾼입니다. 우리의 기도가 그에겐 천군만마와 같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 기독교는 정치적 보수 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주장을 펼친다. 특히 정치적 보수 세력과는 북한 문제를 교집합으로 해서 강한 결속력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정치적 기반은 단순히 ‘총리 황교안’을 넘어서 대선후보로 나설 때도 강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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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2월14일 국정원(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X파일관련 수사를 벌였던 서울지검 2차장 황교안 검사가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극우 이미지 강해 확장성은 한계
황 총리는 한편에서는 ‘보수의 아이콘’이라고 칭송받지만, 이는 그가 대중정치인으로서 확장성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황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이념적 지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단순히 박근혜 정부에서 그가 주도했던 일뿐만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역사관에서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난다. 그간 행적이나 사상을 볼 때 황 총리를 박 대통령의 ‘아바타’ 정도로 인식하는 대중이 다수다. 박 대통령이 12월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인해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이것은 황 총리에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가 헌법재판소 심리 기간 중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면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보수 세력 중 일부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보수 기독교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황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동시에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종교 편향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총리 후보가 됐을 때 불교계에서는 종교 편향을 이유로 총리 지명을 반대했다.
‘검사 황교안’은 검찰 내에서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가까웠다. 하지만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는 ‘물 만난 고기’가 됐다. 이명박 정부 때는 ‘기독교’란 코드로 정권과 통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보수’의 수호자로 대통령의 마음을 샀다. 참여정부에서 두 번이나 검사장 승진에서 미끄러졌던 그는 보수 정권 9년을 거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올랐다. 황 총리가 2011년 검사복을 벗을 때만 해도 국무총리는 물론이고 법무부 장관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 검찰 직원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공직자가 됐다. 극우 보수 세력에서는 어느새 황 총리를 대선 주자 반열에 올리고 있다. 그는 고건 전 총리처럼 최소한의 역할만 하며 안정적 국정운영을 할 수도 있고, 보다 주도적 운영을 통해 존재감을 더욱 드러낼 수도 있는 위치에 왔다. 과연 그의 선택지는 무엇일까?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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