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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국민혁명

[탄핵정국] 안희정 "개헌에 합의만 하면 악마와도 연정한다" (?)

잠용(潛蓉) 2017. 3. 2. 18:08

안희정 "개혁 합의한다면 자유한국당과도 대연정" (종합)
뉴스1ㅣ박승주 기자ㅣ입력 2017.03.02 14:33 수정 2017.03.02 15:46 댓글 4369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2017.3.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후보되면 당에 연정추진 협의체 구성 요청"
"文, 정치적 리더십 분야에서 좋은 결과 못 보여"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대연정'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선주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일 개혁과제와 관련해 합의에 이를 수 있다면 자유한국당과도 연정이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안 지사는 자신이 경선을 통과해 민주당 후보가 되면 즉시 연정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을 당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그 누구라도 좋다. 자유한국당도 좋다"며 "개혁과제를 놓고 우리가 합의를 할 수 있다면 가장 넓은수의 다수파를 만들어달라고 정당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재벌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 증세 정책들은 패키지로 만들어야만 경제위기 타계책이 나온다"며 "후보가 됨과 동시에 추미애 대표에게 연정추진을 위한 전략회의 단위을 만들자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지사는 "민주당이 집권하면 연정추진협의체를 통해 대선 과정에서 우리 당이 내세운 약속과 각 정당의 약속을 놓고 어떤 범주까지 연정을 꾸리는 세력을 모을 수 있을지, 구체적 전략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과의 연정, 협치와 관련해서도 "우리당이 가진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 원내교섭단체 누구와도 협상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정책 협약 과정에서 연정이 구성된다면 당연히 내각 구성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과 관련해서는 "헌정질서는 마지막 보루로 우리 모두는 이에 승복해야 하고 절차에 따라서 결정이 나면 따라야 한다"면서 "이를 변경할 유일한 길은 민주주의 선거"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또 "정치인은 헌재 판결 이후에 인용이든 기각이든 슬픔을 느끼는 국민에 대해 위로하고 공감해야 하지만 헌법질서 존중이라는 마지막 결론은 넘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한다면 기소를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에는 "더이상 헌법과 법률 행위를 정치적 행위로 대신하거나 타협하는 행위는 끝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같은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보다 본인이 나은 점을 묻는 말에는 "현재 헌법 내에서 국가와 정부분야를 어떻게 이끌지 저와 견해와 방법이 달라 보인다"며 "문 전 대표는 새로운 리더십을 못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당이 어떻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묶어서 외연을 확대하고 당에 대한 동질감을 높일 것이냐는 정치적 리더십 분야에서 문 전 대표는 지금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회 개헌특위의 논의를 존중한다'는 그의 발언이 개헌을 매개로 한 '비문(非문재인) 연대'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누구를 반대하는 입장으로 정치하기 싫다. 제 소신으로 하는 거지 '문재인이 싫은 사람 다 모여라'는 것 싫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탄핵을 앞두고 '웬 개헌이냐'는 국민의 문제제기가 있지만 지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논의는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조만간 탄핵 심판이 끝나고 나면 문 전 대표도 개헌 논의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화법과 발언과 관련해 중도·보수층 껴안기 행보가 아니냐는 말에는 "기존의 전통적 진영과 관점에서 본다면 제 얘기는 양쪽 모두에게 비난받을 수 있다"면서도 "선거전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지지율이 다소 하락하는 것에는 "일직선으로 올라가서 대통령이 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콘크리트 거푸집도 쌓아놓고 밟는 것처럼 저도 단단해지라고 밟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대와 국민은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고 저의 도전에 희망을 보고 가파른 상승률을 보여준 것"이라며 "꿋꿋하게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 새로운 리더십을 위해 혼신의 힘 다해서 도전하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parksj@]


文-安 대연정 충돌... "한국당과도 가능" vs "적폐세력" (종합)
뉴스1ㅣ조소영 기자,박승주 기자ㅣ입력 2017.03.02 17:37 댓글 68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 News1 신웅수 기자


문재인, '정치적 리더십' 부족 지적에 "이해한다"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박승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일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안 지사는 개혁과제와 관련해 합의에 이를 수 있다면 자유한국당과도 연정이 가능하다는 뜻을 밝힌 반면 문 전 대표는 적폐세력과 손을 잡으면 적폐를 제대로 청산할 수 없다며 맞받았다. 안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자신이 경선을 통과해 민주당 후보가 되면 즉시 연정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을 당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그 누구라도 좋다. 자유한국당도 좋다"며 "개혁과제를 놓고 우리가 합의할 수 있다면 가장 넓은 수의 다수파를 만들어달라고 정당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한국당과의 연정, 협치와 관련해 "우리당이 가진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 원내교섭단체 누구와도 협상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정책 협약 과정에서 연정이 구성된다면 당연히 내각 구성도 공유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탄핵과 특검연장에 반대하는 세력과 지금 이 단계에서 함께 손잡겠다고,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겠냐"며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을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서울 구로구에서 열린 ICT 현장 리더들과의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적폐청산이 국민이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지상과제인데 적폐세력과 손을 잡는다면 어떻게 적폐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우리가 앞으로 통합과 분열 극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것은 탄핵이 끝나고 적폐들을 제대로 청산한 토대 위에서 우리가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또 안 지사가 '3년 임기단축을 포함해 국회 개헌특위의 논의를 존중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는 "개헌 얘기는 탄핵이 끝나고 난 이후에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를 향해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한 것에는 "경쟁하는 후보가 저를 상대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 "(외연 확대를 위한) 그런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parksj@]


감정의 골만 깊어가는 바른정당 vs 한국당

동아일보ㅣ2017.03.03 03:04 댓글 101개


'배신자 프레임' 발끈한 바른정당 "친박패권 앞잡이가 나라 결딴 내"
보수정당 재결합 가능성은 가물가물

보수 진영의 양축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연일 막말 공방을 주고받으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당 안팎에선 양측 간 감정의 골이 회복 불능 수준으로 깊어져 보수 대통합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는 2일 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겨냥해 “광장에서 막말을 쏟아내며 ‘도로 친박당’의 민낯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종구 김성태 의원도 각각 “친박 패권 앞잡이들이 국론을 분열해 나라를 결딴 내고 있다”, “대통령 치마폭에서 호가호위하고 최순실을 비호한 망나니 친박들은 태극기를 둘러선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한국당은 ‘배신자 프레임’으로 바른정당을 몰아세웠다. 윤상현 의원은 전날 바른정당 김무성 유승민 의원을 향해 “박 대통령과 보수당원을 배신한 두 사람이 3·1절 비바람에 탄핵 기각을 외치는 태극기 민심의 기대를 참혹하게 짓밟았다”고 했다. 양측의 발언 수위가 높아진 건 박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해서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민심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선명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여론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들을 더 극단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당은 이날 ‘바른정당의 공격에 가급적 대응하지 말자’는 방침을 세웠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지지율이 절반도 안 되는 상대의 전략에 말려 하향 평준화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지도부 의도와 달리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을 확산하기 위해 바른정당과 더 가파르게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여 결국 같은 뿌리의 두 정당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정의롭지 못한 정권 왜 안 달라지나... 그 뿌리 캐 봤죠"
중앙일보ㅣ신준봉.조문규ㅣ입력 2017.03.03 01:31 수정 2017.03.03 06:12 댓글 53개


(조해진 작 "빛의 호위" 표지)


새 소설집 『빛의 호위』 펴낸 조해진
동백림 사건, 유학생 간첩단 소재로 국가폭력 고발, 타인의 고통 보듬어
"사람을 살게 하는 건 진정한 유대"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이 분신자살한 몇 달 후인 1971년 늦봄. 착잡한 심정이던 재일동포 유학생 서군(君)은 청계천변의 한 레코드 상점을 찾는다. 정신이 쏙 빠질 만큼 아름다운 음악에 이끌려서다. 상점을 지키던 여고생 점원과 친해져 일요일 오후 국수도 함께 먹으러 간다. 하지만 시절을 잊게 하는 예술과 풋사랑의 지복(至福)은 오래 가지 못한다. 당시로는 금기인, 조총련과 접촉한 친구를 묵인했다는 죄로 이듬해 2월 사복차림 사내들에게 끌려가면서다.
 
소설가 조해진(41)씨의 새 소설집 『빛의 호위』(창비·사진)에 실린 단편 ‘사물과의 작별’의 내용 일부다. 소설은 서군과 여고생 점원과의 눈물겨운 러브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현대사에 웬만큼 관심 있는 독자라면 서군이 71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피해자인 서승·서준식 형제의 분신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소설의 국가 폭력 고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동쪽 伯의 숲’은 67년 동백림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윤이상·천상병 등이 고통을 당한, 이번에는 독일이 배경인 유학생 간첩단이다.


작품을 읽다 보면 제목 ‘동쪽 伯의 숲’이 동베를린을 한자 음차한 옛 표기 ‘동백림(東伯林)’을 풀어쓴 것이라는 점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조씨는 그간 집요하리만치 우리 안의 타자나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왔다. 그의 소설 인물사전을 채운 건 주로 탈북 유랑인(장편 『로기완을 만났다』), 노숙자나 동성애자(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같은 이들이었다. 나와 아무런 상관없는 타자의 아픔에 눈물 흘리는,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윤리적 기획을 소설 안에서 실천하다 보니 연대와 공감의 작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물론 이 모든 노력은 동시대의 비극이라는 시간적 테두리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 조씨가 이번 소설집에서는 과거의 비극에 눈을 돌렸다. 지난달 28일. 조씨는 “요즘 시대가 너무도 이상한 시대이다 보니 내 소설에 변화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정의롭지 못한 모습이 눈에 훤히 보였는데 바뀌지 않았고, 바꾸려던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 입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 나라,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생겨먹었나 궁금해져 과거 역사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사물과의 작별’ 같은 작품을 쓰게 됐다”는 얘기였다.



타인에 대한 공감과 유대의 소중함을 강조해온 소설가 조해진씨. 더 묵직하고 정교해진 소설집 『빛의 호위』를 출간했다. “타인과 유대를 맺는 순간이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그렇다고 조씨가 고발 대상을 원색 비난하는 건 아니다. 독자로 하여금 긴 우회로를 돌아 현실 각성에 이르도록 하는, 지극히 문학적인 방식이 여전히 그의 보루다. 대표적인 방법이 복잡한 플롯 설계다. 가령 표제작인 ‘빛의 호위’는 나치 치하 홀로코스트의 비극과 21세기 중동 분쟁의 애꿎은 희생자, 소설 화자의 초등학교 친구이자 다큐 사진가인 권은이 겪은 유년의 비극, 세 시간대를 부지런히 오간다. 미로처럼 꼬인 관계와 인연, 각자의 인간적 진실이 책을 앞뒤로 뒤적이며 집중해 읽을 때 비로소 강렬한 빛을 발한다.


맨 마지막에 실린 2015년작 ‘작은 사람들의 노래’는 조선소 안전사고 수습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용접공의 이야기다. 소설의 화자인 균은 보육원생 시절 자신들의 도덕적 허영을 위해 위문 공연을 오곤 했던 주부 성가대원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조씨는 뜻밖에 “세월호 사건의 지지부진한 뒷수습이 계기가 돼 쓴 작품”이라고 했다. 불과 1년 전쯤 발생한 참사의 아픔을 쉽게 망각하는 세태를 성가대원에 은근히 투영했다는 얘기였다. 결국 남는 건 유대와 공감이었다. 조씨는 “타인과 진정한 유대를 맺는 순간이 사람을 살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거리집회, 건강한 시민 많다는 증거... 하지만 폭력 나오면 정당성 잃어"

중앙일보ㅣ김성탁ㅣ입력 2017.03.03 02:21 수정 2017.03.03 06:13 댓글 52개


라몬 킹스칼리지런던 교수 인터뷰
헌재 탄핵 판결은 제도 따른 결정, 동의 않더라도 우선 수용해야
브렉시트도 세 번 국민투표 후 통과, 승복 후 투표로 바꾸는 게 민주주의
영국 40대 이하선 EU 잔류파 많아, 10년 후 또 투표하면 결과 다를 수도



영국 명문 킹스칼리지런던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1일 연구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결정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미국의 승복 문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왔고, 정치인들도 편을 갈라 참석했다. “광화문광장이 피로 물들 것”이라거나 “정치인들을 척살해야 한다”는 과격한 표현이 난무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면 불복하겠다는 의사도 표출되고 있어 국론 분열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와 유럽연합(EU)의 관계를 연구하는 영국 명문 킹스칼리지런던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유럽·국제학부 교수는 1일(현지시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헌재의 탄핵 판결은 민주주의 제도에 따른 결정이므로 설사 동의하지 않더라도 우선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에선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들이 토론과 투표 등을 거쳐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제도에 따른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주주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표에서 다수결 원칙을 두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라몬 교수는 이어 “일단 받아들인 뒤 그 결정을 그래도 바꾸고 싶다면 합법적 제도에 따라 변화를 추구하면 된다”며 “법적 절차를 밟거나 선거에서 투표로 의사를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한번 결정된 내용이라도 다시 바꿀 수 있는 게 바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답 내용이다.


Q : 브렉시트나 스코틀랜드 국민투표 등 여론이 극명하게 갈린 사안이 많았다. 영국인들은 원치 않은 결과여도 인정한 것인가?

A : “민주주의에선 결정을 일단 받아들이고 기다리면 기회가 또 온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통과됐는데, EU 가입 때부터 찬반 논란이 있었고 국민투표만 지난해가 세 번째였다. 40대 이하에선 EU 잔류파가 많았기 때문에 5년 후나, 10년 후에 또 국민투표를 통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도 부결됐지만 찬성 여론이 45%나 됐다. 독립파들은 투표 결과를 수용한 뒤 얼마 안 가 재투표 요구했고, 지금은 그때보다 독립 국민투표 주장이 더 거세졌다. 영국에선 결과를 인정하고, 다시 기회를 보되 그 기회는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모색하는 과정을 밟는다.”

Q : 영국에서도 거리집회가 열리긴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던데 정치 참여 열기가 부족한 건 아닌가?

A : “영국 사람들은 대규모 거리집회를 벌이는 일이 많지 않다. 그들이 열정적이지 않거나 정치 참여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심지어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 이라크에 파병한 것에 대해 지금도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지난해 7월 존 칠콧 경은 7년간의 이라크전 조사 결과 2003년 블레어 총리가 미국의 작전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해 이라크에 파병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만 거리가 아니라 의회나 정당 회의,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토론을 한다.”

Q : 탄핵 집회에선 살해 협박 등이 나오고 집회 참가자 간 충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A :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스웨덴·대만 등에서 거리집회가 많이 열리는데 그건 합법적이고 정치 참여 의지를 가진 건강한 시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화적이어야 한다. 협박을 하거나 폭력을 동원하는 순간 그 세력은 지지를 받지 못한다. 중간지대에 있는 이들은 폭력적 집단의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브렉시트에 반대하던 조 콕스 의원 살해범에 대해선 EU 잔류·탈퇴파 모두 비판했다. 폭력은 국민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Q : 브렉시트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빈방문 같은 민감한 사안들이 대부분 의회에서 치열한 토론의 대상이 되더라.

A : “영국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행동을 이해하는 핵심은 의회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는 국가들과는 달리 내각제인 영국에선 의회가 대부분의 갈등을 조정해낸다. 반면 내각제는 국민이 정책 결정에 별로 참여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는 결점이 있다.”



라몬 교수 「런던 아시아·태평양사회과학센터 공동소장도 맡고 있다. 런던정경대에서 국제관계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중국 등의 금융 지역주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저서 『북핵 위기와 북·미 관계』 한글판을 국내에서 발간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이정재의 시시각각] 나는 촛불인가, 태극기인가?
[중앙일보] 입력 2017.03.02 03:00 수정 2017.03.02 03:05 | 종합 30면 지면보기

 


국민에 선택 강요 말고 박근혜, 닉슨의 길을 가라
.나는 촛불인가, 태극기인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피할 수 없는 질문, 하지만 답이 쉽지 않은 질문, 그래서 애써 외면했던 질문과 마주한 건 순전히 친구 A 때문이다. 작은 금융사 대표인 A는 몇 주 전부터 주말에 태극기를 들었다고 했다. “촛불·태극기, 처음엔 관심 없었어. 그래도 심정은 ‘박근혜 퇴진’의 촛불 쪽이었지.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 촛불의 공격 방향이 기업으로 바뀌더니 반기업 정서가 극에 달하게 됐어. 나라가 이상해지고 있는 거야.”


평소 그는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 된다고 믿어 왔다. 작은 회사나마 열심히 꾸려가는 게 애국하는 거라고 말해왔다. 친구들과 만나면 일 얘기, 경제 얘기를 즐겼다. 하지만 지난주의 그는 달랐다. “연예·스포츠 스타는 큰돈 벌어도 괜찮고, 기업인이 큰돈 벌면 욕 먹는 세상이 정상인가”라고 물었다. “기업 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그래서 그는 태극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좋아서 나오는 사람은 반도 안 될 것”이라며 “그런데도 태극기만 들면 보수 꼴통으로 몰아가는 언론은 도대체 뭐냐”고 따졌다. 그러고는 마침내 물었다. 너는 뭐냐. 촛불이냐 태극기냐?


나는 그날 입을 다물었다. 내 안의 촛불과 태극기는 아직 정리가 필요했다. 토요일마다 광장에 나갔다. 촛불과 태극기 사이, 접점은 점점 멀어져 갔다. 서로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보고 듣기 때문이다. 어제 3·1절의 광장은 그런 단절의 절정이었다. 말은 험해지고 행동은 거칠어졌다. 파국은 불 보듯 뻔하다. 나라가 두 동강 날 것이다. 막아야 한다. 열쇠는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다. 탄핵 열차가 종착역에 다다를 때까지 열흘쯤 남았다. 그 열흘의 시간에 나라를 구할 사람은 박 대통령뿐이다. 결자해지, 조건 없는 즉각 퇴진이 답이다. 진솔한 사과 말이 한 줄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나라와 결혼했다’는 말을 입증할 절체절명의 열흘이다.


미국의 경험이 참고가 될 수 있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3명이 하원에서 탄핵됐다. 앤드루 존슨(1867년), 리처드 닉슨(1974년), 빌 클린턴(1998년)이다. 그러나 아무도 최종 탄핵까지는 가지 않았다. 존슨과 클린턴 탄핵안은 상원에서 부결됐다. ‘미 합중국 대통령을 탄핵하는 전례를 남길 수 없다’는 국민적 암묵지(暗默知)를 상원은 존중했다.


닉슨은 좀 다르다. 위증과 사법 방해를 놓고 여론이 1년8개월 동안 나날이 나빠졌다. 상원의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엔 닉슨이 국민의 암묵지를 따랐다. ‘미국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전례를 남길 수 없다’며 사임했다. 열흘 전인 1974년 7월 30일 밤까지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의 메모를 적었던 닉슨이었다. 억울했지만 사임이 더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미국은 대통령의 탄핵이 몰고 올 엄청난 분열의 후폭풍을 간발의 차이에서 멈춰 세웠다. 영국의 석학 폴 존슨은 『미국인의 역사』에서 닉슨을 높이 평가했다. 닉슨의 이런 결단과 비범한 통찰력이 그를 제퍼슨 이후 가장 존경받는 정계 원로로 남게 했다고 적었다.


박근혜의 길도 닉슨과 같아야 한다. 사즉생, 죽어야 산다. 쇠고랑을 차라면 차고, 감옥에 가라면 가야 한다. ‘꼼수 퇴진’ ‘꼼수 하야’ 소리가 일절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그것이 촛불이 태극기를 태우거나 태극기가 촛불을 끄지 않게 하는 일이다. 나는 그게 오늘 대한민국 국민의 암묵지라고 믿는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조사했더니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후 ‘나는 진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보수’는 줄었다. 그 결과 진보(26.1%)와 보수(26.2%)가 엇비슷해졌다. 여전히 두터운 건 중도(47.8%)다. 중도는 단순히 중간이나 양다리가 아니다. 사안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사드엔 찬성하지만, 박근혜는 퇴진하라’식이다. 그러니 촛불도 들고 태극기도 드는 것이다. A야. 그날 미뤘던 대답, 지금 하련다. 양념과 프라이드, 꼭 하나만 골라야겠니?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은 안 되겠니?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중국은 때리고, 성장은 멈추고, 국민은 갈렸다
[중앙일보] 입력 2017.03.02 02:42 수정 2017.03.02 09:55 | 종합 1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서 각각 열렸다. 제98주년 3·1절인 이날 탄핵에 찬성하는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손에 들린 태극기는 같지만 달랐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집회 참가자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노란 리본을 달았다. [사진 장진영·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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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주년 3·1절인 1일 서울 도심에서 하루 종일 태극기가 휘날렸다. 오후 2시 세종대로와 태평로에 모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의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3시간 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한 촛불집회에서도 태극기가 손에서 손으로 전달됐다. 이 태극기 위에는 노란 리본이 묶여 있었다. 같은 태극기였지만 다른 태극기였다.


탄핵 찬반 극심한 대치… “3·1절이 구한말 같다”
3·1절의 광장을 뒤덮은 태극기는 1919년 만세 운동과 15년 전 월드컵 응원 때와 달리 국민을 하나로 품지 못했다. 탄기국은 ‘3·1절 선언문’이라는 발표문에서 “일제보다 참혹한 불의로 무장한 세력이 단돈 1원도 받지 않은 대통령을 탄핵해 태극기를 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탄핵심판 사건의 대통령 측 대리인인 김평우(72)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막무가내 심리 결과에 복종하는 건 북한 인민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향한 이들의 행진에는 군가 ‘멸공의 횃불’이 울려 퍼졌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퇴진행동의 촛불집회는 빗속에서 진행됐다. 비옷을 입은 참가자들은 ‘세이(say) 탄핵’이라는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대통령 탄핵 인용 만세”를 외쳤다. 양측 이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광장을 휘감았다. 경찰은 차벽을 만들어 세종대로를 가르고 도로를 둘러 양측을 갈랐다. 3·1운동 정신이 궂은 날씨만큼이나 빛을 잃은 이날, 독립운동가 박건의 손자 박원식(78) 광복회 강남구지회장은 “광화문을 지나면서 양측 대립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홍현주의 손자이자 6·25 참전 국가유공자 홍의찬(86) 광복회 서대문구지회장은 “1919년의 희생으로 독립이 됐고 그 아름다운 날이 오늘이다. 왜 하필 오늘 구한말에 하던 짓들을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글=김승현·윤재영 기자 shyun@joongang.co.kr 사진=장진영·전민규 기자]


탄핵정국의 역설… 문화, 애국심을 다시 불러내다
[중앙일보] 입력 2017.03.03 01:52 | 종합 14면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적 울분이 “최소한 국가는 필요” 절박함 불러
위로부터 강요된 ‘국뽕’과는 달리 젊은 세대까지 자발적으로 참여

탄핵정국이 문화계의 풍경마저 바꾸고 있다. ‘애국심 콘텐트’의 부상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다. 얼마 전만 해도 국가주의나 애국심에 호소하는 영화나 공연 등에 대해 ‘국뽕(국가와 히로뽕(필로폰)의 합성어로 국가주의를 비꼬는 말)’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젊은 층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국정 시스템 마비, 정치 지도자 추락 등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이하면서 애국심 콘텐트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뮤지컬 ‘영웅’에 출연한 정성화(오른쪽)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객석 3층까지 관객을 채우며 흥행을 주도했다. 선 굵은 연기로 “안중근 의사가 살아 온 듯`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사진 안중근의사기념관, 에이콤] 


최근 예상 밖 흥행몰이에 성공한 뮤지컬 ‘영웅’이 대표적인 애국심 콘텐트로 꼽힌다.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해, 이토 히로부미 암살 100주년에 맞춰 2009년 10월 초연됐던 작품이다. 음악·연출·무대 등 완성도에서 호평을 받으며 초창기에는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너무 당연한 스토리 아닌가” “식상하고 고루하다”란 지적이 이어지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 3년간 공연은 간신히 손실을 면하는 수준이었다. 관객이 줄자 티켓 값을 5만원으로 내리는 극약 처방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1월 18일~2월 26일)은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유료 점유율 88%, 매출 65억원 등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흥행 성적을 냈다. 제작자 윤호진 대표는 “세종문화회관 3000석이 좁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흥행에 대해 성기완 계원예술대 교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러온 문화적 역설”이라고 평했다. 관객 반응도 비슷하다. “어떻게 지켜낸 대한민국인데… 올바른 민주주의가 이어지길 고대한다”(ID:아이가넷), “현 시국도 역사가 되지 않겠나. 후대들에게 부끄러운 역사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작성자 들판위의 나무) 등이다. 작품은 동일하나 이를 수용하고 해석하는 관객이 달라지며 흥행까지 성공한 셈이다. 정수연 한양대 겸임교수는 “특히 작품 속 재판장에서 안중근이 부르는 ‘누가 죄인인가’는 마치 현재 위정자를 향해 외치는 일침으로 들려 관객의 심장을 뻥 뚫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역사적 사건을 귀에 쏙쏙 들어오게 전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스타강사 설민석. [사진 tvN] 


애국심 콘텐트의 또 다른 아이콘은 한국사 인기강사 설민석(47)씨다. 지난해 말 MBC ‘무한도전’, 올 초 tvN ‘어쩌다 어른’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설민석 신드롬을 일으켰다. ‘어쩌다 어른’은 케이블 강연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 8%를 넘겼다. 설민석은 세종대왕의 애민정신, 이순신의 자기희생, 유관순의 민족정신 등 위인들의 감동 에피소드를 맛깔스럽게 전달했으며, 독도지킴이 안용복 등 숨겨졌던 역사적 인물을 발굴해 내기도 했다. 일각에선 “복잡하게 얽힌 역사적 사안을 선악의 단순 구도로만 해석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한국인이라는 게 부끄럽게 생각되는 요즘 시국에 민족적 자긍심을 세워준다”는 응원의 목소리가 더 높다.


현재 개봉 중인 영화 ‘눈길’은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사진 엣나인필름] 


.당초 “애국심이냐, 국뽕이냐”는 논란이 거셌던 건 영화였다. ‘국제시장’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강조한 ‘인천상륙작전’이 700만 관객을 넘으며 논쟁은 증폭됐다. 해방 이후 현대사에 대한 시각차가 날카롭게 충돌했다. 반면에 지난해 개봉한 ‘밀정’이나 현재 상영 중인 ‘눈길’, 올7월 개봉 예정인 ‘군함도’ 등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이념적이기보다는 민족적·인권적 접근을 택하며 ‘국뽕’ 논란을 피해 가고 있다. 정윤수 성공회대 교수는 “‘이게 나라냐’는 울분과 ‘최소한의 국가는 필요하다’란 절박함이 그간 평가절하됐던 애국주의·국가주의를 부활하게 만들었다”며 “위에서 찍어눌러 만들어진 과거의 ‘국뽕 콘텐트’와 달리 최근의 ‘애국심 콘텐트’는 소비자의 자발적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진화된 문화소비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탄핵정국의 역설 … 문화, 애국심을 다시 불러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