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5당 원내대표 회동]
여야 대선 공통공약부터 추진... '협치' 실질성과 낼지 주목
경향신문ㅣ정환보 기자ㅣ입력 2017.05.19. 21:47 수정 2017.05.19. 23:34 댓글 57개
↑ 상석 없는 원탁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오찬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전병헌 정무수석, 정의당 노회찬·국민의당 김동철·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정우택·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서성일 기자
‘여·야·정 협의체’ 순항할까?
새 정부 출범 열흘째인 19일 여·야·정 협치에 시동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제안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앞으로 주요 국정 현안과 개혁과제를 다루는 공식 협치 기구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5당 체제’에서 대통령과 여당 홀로 국정을 이끌 수 없다는 배경에서 출발한 ‘여·야·정 협의체’는 여야 공통 대선공약 중심으로 개혁과제를 속도감 있게 처리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제도화된 협치 기구 자체가 초유의 실험인 데다, 여야 대립이 격화할 경우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 문 대통령이 먼저 제안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운영 제안에 대해 5당 원내대표의 동의가 있었고 실무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현안이 있든 없든 정례적으로 만나자”고 제안했고, 야당도 “초당적 협력의 틀을 만들자”(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옳은 방향을 잡은 것 같다”(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 즉각 환영했다.
여·야·정 협의체는 대선 때 나온 공통 공약을 선별·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은 브리핑에서 “청와대 사회수석실과 곧 출범할 국정기획자문회의에서 5당 대선후보들의 공통 공약을 검토해 국회에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검찰·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 저출산 대책을 위한 아동수당·육아휴직 강화, 기초연금 인상 등이 우선 추진된다.
협의체 구성은 과거 ‘최고위급 당·정·청 협의회’와 유사한 형태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여당이 전적으로 입법 책임을 맡았다면, 앞으로는 협의체에 참여하는 5당 원내대표 모두가 입법을 뒷받침한다.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회의를 주재하며, 정부에서는 부총리·해당 부처 장관, 국회는 각 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청와대는 정책실장·해당 부문 수석비서관 등이 회의 참석 대상이다.
■ 첫 협치실험 순항할까?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87%에 달했다. 문 대통령의 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이처럼 높다는 점은 야권의 협조와 원활한 협치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찮다. 우선 역대 정권에서 성공 사례가 없다. 과거 정권은 여소야대의 난국을 3당 합당(노태우 정부), 공동정부 구성(김대중 정부) 등 권력 분점 방식으로 돌파했다. 지난해 총선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여야 원내대표들과 협치를 약속했지만 말뿐이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여·야·정 협의체가 시도됐지만, 대선을 치르는 과도기여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야당의 경우, ‘성공적 국정 운영·개혁과제 완수’가 목표인 청와대·더불어민주당과는 지향점이 명백히 다르다. 외교·안보 이슈나 이념지향이 강한 현안으로 여야 전선이 명확히 나뉘는 일이 벌어지면, 야당의 집단적 저항도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협치가 본격화되더라도 성패는 결국 청와대·여당이 권한을 얼마나 양보하고 야당을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을 공산이 크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여야 지도부 일일이 맞이한 대통령... '국빈급 영접' 눈길
SBSㅣ정영태 기자ㅣ입력 2017.05.19. 20:45 수정 2017.05.19. 22:40 댓글 372개
<앵커> 오늘(19일) 회동은 장소나 예우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여야 지도부에 대해 국빈급 영접에 가까운 대접을 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주로 국빈을 영접하는 상춘재에서 또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나가서 참석자들을 일일이 맞이했습니다. 정영태 기자입니다.
<기자> 회동 장소인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 먼저 나와 기다린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습니다.
[김동철/국민의당 원내대표 : 아이고 이리 나와 계시면…]
[문재인 대통령 : 아니 여기가 장소가 워낙 좋은 곳이어서…] 뜰 앞에 내려와 맞는 건 국빈 영접 때나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상춘재가) 외부에서 소중한 분들, 국빈 이런분들 모실 때 많이 사용했던 곳인데 지난 정부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과거 여야 지도부가 대통령을 기다리던 것과 달라진 모습입니다. 청와대 방문객이 가슴에 달던 이름표도 과감히 생략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습니다.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했고, 가끔 뼈있는 농담이 오갔습니다.
[정우택/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어제 제가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부르지 않아서 혹시 대통령께서 레이저를 쏘신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만은…]
[전병헌/청와대 정무수석 : 걱정하시는데…우리 대통령님은 레이저는 장착이 안 돼 있습니다.] 야당은 협치 분위기 속에서도 견제는 잊지 않았습니다.
[주호영/바른정당 원내대표 : 개혁은 필요하지만 혹시 그것이 개혁 독선이 아닌지 를 한번씩 되돌아 봐 주시기를…]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손수 만든 인삼정과를 후식으로 내놨고, 협치를 뜻하는 조각보에 싸서 방문에 감사하는 손편지와 함께 선물했습니다. (영상취재 : 문왕곤·서진호, 영상편집 : 위원양)
[정영태 기자jyt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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