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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

잠용(潛蓉) 2018. 3. 24. 20:22

 

 

국립 중앙박물관 (용산)에서 9월 8일부터 11월 22일 까지

겸재 25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 겸재 250주년 전시회 도록 표지.

 

겸재의 사공도 시품첩(司空圖詩品帖) 중 호방(豪放)을 표지로 올렸다.

망망대해 가운데 발을 담그고 앉았으니 그 어디에도 걸릴 것 없이

호방(豪放)하다 이런 이야기다.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 올해가 2009년이니 겸재 죽은지 250년이다)

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졌고, 봄 가을로 간송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진본 그림을 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중앙박물관에는 ‘간송’에서 보지 못하던 그림도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계상정거도다.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

 

 

 

종이에 먹, 25.3 x 39.8 cm, 국립 중앙박물관 소장

 

계상정거(溪上靜居)의 글자를 풀면 ‘냇가에서 조용히 지낸다’는 뜻이니

퇴계 이황 선생이 (*)도산서당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광경을 그린 그림이다.

 

뒤로 도산(陶山), 앞에는 낙천(洛川-곧 낙동강 상류)이 흐르며,

앞 오른쪽으로 천연대(天然臺), 왼쪽에 천광운영대(天光雲影臺) 인데

서당 안에는 퇴계 선생이 서안을 앞에 두고 정좌하고 있다.

 

 

(*)도산서원은 퇴계선생이 돌아가신 후 세운 것이고

선생이 살아 계실 때 지은 작은 서당이 도산서당이다.

현재 서원은 위 서당 뒤로 확장한 것이다.

 

 

이 그림-계상정거도에 내가 관심이 가는 것은

바로 1천원 짜리 지폐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진: 1천원 권에 들어 있는 계상정거도.

다 알겠지만 앞면에는 퇴계 선생 초상이 있다.

 

화질 선명하게 하려고 일부러 빳다 돈(빳빳한 새 돈) 구해서 스캔 했는데,

돈 사진 인터넷 올렸다가 괜히 걸릴지 몰라, 복사라는 글씨를 적어 넣었다.

 

 

가짜-위작(僞作) 시비

 

그런데 이 계상정거도가 1천원 짜리에 들어가게 되니

바로 시비가 붙기 시작하는데 곧 이 그림이 가짜라는 것,

겸재가 그린 것이 아니라 누가 모사한 것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이동천 이라는 분이 제기한 위작(僞作) 주장의 골자다.

 

첫째 필획이 느리고 무기력하다.

둘째 사물 묘사가 어설프고 유기적이지 못하다.

셋째 표구 부분까지 그림을 그린 건 위조 수준이 얼마나 졸렬한지 보여준다.

넷째 실경 서취병과 그림 속 서취병의 형태가 다르다.

 

이런 등등의 이야기인데

 

이동천 씨가 필획이 졸렬하다느니 어설프다 느니 하며

예로 든 것 중 하나가 아래 천연대 부분이다.

 

 

 

내 안목으로야 솔직히 졸렬한지 아닌지 잘 모르지만

전문가가 그렇다면 그렇게 알아 들어야지 어떻게 하겠나?

 

 

표구 부분까지 그렸다는 것은 다음 부분이다.

 

 

 

오른 쪽 끝은 사실 표구 부분인데 거기까지 먹이 번져 있다.

이건 먼저 화첩을 꾸민 후 다음에 그림을 그린 때문인데

겸재 정도의 기량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했겠느냐는 것이다.

 

 

서취병 형태- 산봉우리 형태 문제

 

 

 

위 도산서당 바로 위 봉우리가 도산(陶山)인데 봉우리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동천 씨에 의하면 이건 졸렬한 솜씨를 가진 사람이 그림을 밑 부분부터

그려나가다가, 위에 가서는 자리가 없어 할 수 없이 잘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산 왼쪽 서취병도 실제 모습과 다르다 이런 이야기다.

 

이상 위작(僞作)이라는 주장을 읽어 보았다.

그림에 대한 나의 안목이 전문가와 시비를 벌리기에는 턱도 없지만,

위작시비 논리의 형식 면만 보면 좀 무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어쨌든 내 보기에는 그림 좋기만 한데

 

이동천 씨의 논리는

“겸재의 솜씨는 최고다. 그런데 계상정거도는 형편 없다.

따라서 가짜다” 이런 식의  흐름-논리 전개다.

 

문제는 대가(大家)의 작품이라고 다 훌륭하냐 하면 그건 아니다.

 

피카소 그림 중에도 ‘뭐 이런 걸 다’ 하는 기분이 드는 것도 있다.

이번 겸재전시회에도 ‘참 별 볼일 없군’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는데, 그 옆에 해설이 다음과 같이 붙어 있다.

 

“근경의 다리와 원경의 폭포가 중경의 경관과 조화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강약의 조절이 안 되어 과도하고 산만한 한계를 보인다.

 

정선의 그림은 당시에 매우 인기가 있었고

정선 역시 이러한 수요에 적극 응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종종 많은 주문에 맞추느라 도식적인 필치와 거친 화법을

보이기도 하며 때로는 주문에 밀려 대필(代筆)을 시키기도 하였다.

이러한 제작 상황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운운”

 

이리저리 돌려서 좋게 이야기 했지만 대가의 작품이라고

반드시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물며 겸재는 주문을 사양하지 않고 다 받아들여 생산한 물량이

엄청났으니 그 중에는 별 볼일 없는 것이 끼여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계상정거도의 예술적 완성도를 시비 건다면 몰라도

그림이 좋지 않다는 것이 곧 가짜라는 증명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서취병의 형태 문제에 대하여는 아무리 겸재가

실경-진경산수를 그렸다고 하더라도 서양식 원근법에 입각하여

그린 것은 아니니 만큼 역시 가짜라는 증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출처 : 구룡초부
글쓴이 : 구룡초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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