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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동상] 동상도 동상 나름...

잠용(潛蓉) 2018. 3. 17. 08:07

[Why] 안중근 동상 철거, 왜 의정부시장 선거 공약이 됐나?
조선일보ㅣ이정구 기자ㅣ입력 2018.03.17. 03:03 댓글 273개


"기증 과정 불투명하다" 시민단체·市長 소송전
"순종 동상 철거하라" 대구선 역사 논쟁 가열
"시장 당선되면 안중근 의사 동상 철거하겠습니다."

경기 의정부시 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구진영(31)씨는 지난 11일 의정부역 앞 안중근 의사 동상 철거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의정부시가 중국 민간단체로부터 기증받아 지난해 8월 설치한 이 동상은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위해 달려가며 총을 꺼내는 모습을 재현했는데, 남아 있는 안 의사 사진과 외모도 다르고 왼손 넷째손가락도 멀쩡한 모습이라 고증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씨는 "위인(偉人) 안중근 의사 동상을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도 "동상은 고증도 부실하고 시진핑 주석이 제작을 지시했다고 하다가 말을 바꾸는 등 기증 과정도 불투명한 불법 조형물이기 때문에 철거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의정부시청은 "중국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제작한 동상이라 우리에게 익숙한 안중근 의사 모습과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면서 "한·중 국제 교류 활성화를 위해 중국 민간 학술단체와 함께 의정부와 중국 하얼빈에 쌍둥이 동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동상 문제는 소송으로 번졌다. 구씨가 소속된 시민단체 버드나무포럼은 "중국 민간단체가 의정부시에 행사 개최 등 동상 기증 답례를 요구했는데 대가성이 의심스럽다"며 안병용 의정부시장을 김영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안 시장도 개인 자격으로 이 시민단체를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후보자 비방) 혐의로 맞고소했다.


비슷한 일이 대구광역시 앞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대구 달성공원에 설치된 5.4m 높이 조선 순종(純宗) 동상. 1909년 순종이 행차했던 달성공원 일대를 '순종어가길'로 조성하고 동상을 세웠다.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지역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안위를 지키는 데 급급했던 순종은 의병 항쟁을 잠재우기 위해 이토 히로부미와 함께 전국을 돌던 중 대구를 찾은 것"이라며 "일본에 순종(順從)한 임금 동상이 왜 필요한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정찬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 사무총장은 "군복 비슷한 제복을 입었던 순종을 화려한 제례복 입은 황제로 미화(美化)한 고증 실수는 차치하더라도 순종은 애초에 동상을 세워 기릴 위인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 앞에 있는 안중근 동상(왼쪽)과 대구 달성공원 앞 순종(純宗) 동상(오른쪽). 기증 절차 의혹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여 철거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대구 중구청


대구 중구청은 "순종의 행적을 되짚어보며 굴욕의 역사를 되새기는 다크투어(비극적인 역사 현장을 돌아보는 것)로 의미가 있다"며 "오해를 막기 위해 동상 옆에 당시 상황을 설명한 안내판을 설치하고 인근 벽화에는 프러시아식 제복을 입은 순종의 모습도 넣었다"고 말했다.


각 지역자치단체는 '동상·기념비·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에 관한 조례'로 동상 설치를 다루지만 심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위안부 소녀상,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처럼 찬반 논란이 종종 생겼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역 앞 슈즈트리(헌 신발 3만 켤레로 만든 조형물)를 9일 만에 철거한 뒤 서울시 소유 땅에 세워지는 동상과 조형물을 심의하는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심미성, 장소와의 연관성, 역사적 사실관계를 고려해 설치 가부(可否)를 결정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 세우려다 좌초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안건이 최근 접수돼 이번 달 회의에서 허가를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재조선일보 Why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