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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폐비닐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세요"

잠용(潛蓉) 2018. 3. 30. 11:54

[이슈 현장]

"폐비닐,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라니"

주민들 분노
헤럴드경제ㅣ2018.03.30. 10:20 댓글 129개


업체 수거거부… 아파트측 “종량제 봉투에”
주민 “과태료 물면 누가 책임지느냐” 황당
서울시는 ‘비닐류 분리수거 기존대로’ 안내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서울과 수도권 등 일부 아파트의 재활용 수거업체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비닐류 수거를 중단한다고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주민들에게 비닐류를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으라고 안내하자, 주민들은 “불법 행위를 하라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9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는 “비닐류 및 1회용 스티로폼 수거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여있었다. 안내문에는 “오는 4월 1일부터 비닐류는 재활용품이 아니므로 일반쓰레기로 분류해 종량제 봉투에 버려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서울 도봉구, 은평구 등 다른 아파트에도 “더 이상 비닐류는 수거하지 않겠다”는 안내문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한 아파트단지에 붙여진 비닐류 재활용 금지 안내문.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갑작스러운 비닐류 재활용품 거부 통보에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은평구 아파트 주민 이모(42ㆍ여) 씨는 “비닐봉지가 환경에 안 좋다고 분리수거 해야 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재활용품이 아니라는 게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비닐 봉지 분리수거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시민들에게 비닐류 재활용을 강조해왔던 터라 주민들은 더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현행 법상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비닐을 넣는 것은 위법행위다.


폐기물 관리법에 따르면 폐기물을 분리수거하지 않고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경우 자치구 조례에 따라 최대 3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2015년부터 쓰레기 종량제 봉투 안에 종이나 비닐이 들어있으면 봉투 수거가 거부되거나 과태료 대상이 된다고 안내해왔다. 서울시 자원관리과 담당자는 “현행법상 깨끗한 비닐을 종량제 봉투에 넣는 것은 불법”이고 말했다.



[사진=한 아파트단지에 붙여진 비닐류 재활용 금지 안내문.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결국 아파트 관리소에서 ‘비닐류를 수거해 가지 않으니 종량제 봉투에 담으라’고 통보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불법 행위를 안내하고 있는 꼴이 된 것이다.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경기도 고양시 아파트 주민 나모(56ㆍ여) 씨는 “비닐류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렸다가 자치구에서 단속 나와 과태료를 물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꼬집었다. 서울 도봉구 아파트 주민 김모(36ㆍ여) 씨는 “과자 봉지, 라면 봉지 등 비닐류가 얼마나 많은데 종량제 봉투에 어떻게 다 넣느냐”며 “종량제 봉투에 넣으면 소각되거나 아니면 땅에 묻힌다는 건데 환경 오염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측에서는 재활용수거 업체에서 수익성 악화로 비닐류를 수거를 안 해간다고 통보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은평구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계약을 맺은 업체에서 더 이상 분리수거를 해가지 않는다고 해서 안내문을 붙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재활용품을 가져가기로 한 업체에서 이를 거부한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며 아파트 관리소가 일방적으로 업체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아파트 관리직원은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계약업체에 항의도 하지않고 손 놓는 경우가 많아 답답하다”며 “결국 폐비닐을 안 가져가면 별도 폐기물업체를 찾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주민들만 손해를 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사진=서울시가 30일 배포한 ‘재활용품 분리배출 안내문’. 기존 방침대로 비닐류는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내용. 사진제공=서울시]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30일 기존 분리배출 기준대로 비닐을 재활용하라는 지침을 자치구에 내리기로 결정했다. 재활용품 분리배출 안내문에 따르면 색상, 재활용 마크에 관계없이 비닐류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단 음식물 등 이물질이 묻은 경우 깨끗이 씻어서 배출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즉 이물질만 없다면 모든 비닐류는 원래대로 재활용 하라는 지침이다. 결국 ‘비닐류를 분리수거 하지 않겠다’는 일부 아파트의 안내문은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활용 분리배출 거부하겠다는 아파트 안내문을 전부 내리게 할 것”이라며 “앞으로 재활용업체와 아파트관리소 등과 논의를 거쳐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