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칼럼· 기념일

[제주4.3추념식] 文대통령 "4·3 완전한 해결 약속… 공권력 폭력 깊이 사과

잠용(潛蓉) 2018. 4. 3. 11:45

[전문] 제70주년 4.3희생자추념식 문재인 대통령 추념사
제주의소리ㅣ2018년 04월 03일 화요일 10:03 




문재인 대통령 추념사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제주도민 여러분,

돌담 하나, 떨어진 동백꽃 한 송이, 통곡의 세월을 간직한 제주에서 “이 땅에 봄은 있느냐?” 여러분은 70년 동안 물었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께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습니다.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입니다. 여러분이 4.3을 잊지 않았고 여러분과 함께 아파한 분들이 있어, 오늘 우리는 침묵의 세월을 딛고 이렇게 모일 수 있었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4.3의 통한과 고통, 진실을 알려온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들께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70년 전 이곳 제주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희생당했습니다. 이념이란 것을 알지 못해도 도둑 없고, 거지 없고, 대문도 없이 함께 행복할 수 있었던 죄 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습니다. 1948년 11월 17일 제주도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중산간 마을을 중심으로 ‘초토화 작전’이 전개되었습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없으면 ‘도피자 가족’ 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습니다. 중산간 마을의 95% 이상이 불타 없어졌고, 마을 주민 전체가 학살당한 곳도 있습니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1, 3만 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념이 그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은 학살터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한꺼번에 가족을 잃고도 ‘폭도의 가족’이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숨죽이며 살아야 했습니다. 고통은 연좌제로 대물림되기도 했습니다. 군인이 되고, 공무원이 되어 나라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자식들의 열망을 제주의 부모들은 스스로 꺾어야만 했습니다.


4.3은 제주의 모든 곳에 서려 있는 고통이었지만, 제주는 살아남기 위해 기억을 지워야만 하는 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말 못할 세월 동안 제주도민들의 마음 속에서 진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4.3을 역사의 자리에 바로 세우기 위한 눈물어린 노력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1960년 4월 27일 관덕정 광장에서, “잊어라, 가만히 있어라” 강요하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 제주의 청년학생들이 일어섰습니다. 제주의 중고등학생 1천500명이 3.15 부정선거 규탄과 함께 4.3의 진실을 외쳤습니다. 그해, 4월의 봄은 얼마 못가 5.16 군부세력에 의해 꺾였지만, 진실을 알리려는 용기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4.3 단체들이 기억의 바깥에 있던 4.3을 끊임없이 불러냈습니다. 제주4.3연구소, 제주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등 많은 단체들이 4.3을 보듬었습니다. 4.3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 되었던 시절, 4.3의 고통을 작품에 새겨 넣어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분들도 있었습니다.


유신독재의 정점이던 1978년 발표한,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석범 작가의 ‘까마귀의 죽음’과

‘화산도’. 이산하 시인의 장편서사시 ‘한라산’. 3년간 50편의 ‘4.3연작’을 완성했던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 지다’. 4.3을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조성봉 감독의 ‘레드헌트’.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 임흥순 감독의 ‘비념’과 김동만 감독의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 故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는 세월’. 가수 안치환의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 때로는 체포와 투옥으로 이어졌던 예술인들의 노력은 4.3이 단지 과거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알려 주었습니다. 드디어 우리는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일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도민과 함께 오래도록 4.3의 아픔을 기억하고 알려준 분들이 있었기에 4.3은 깨어났습니다.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립니다.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의 승리가 진실로 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4.3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하고, 4.3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4.3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위령제에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께 사과했습니다. 저는 오늘 그 토대 위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합니다.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와 함께,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합니다.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유해 발굴 사업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해나가겠습니다. 유족들과 생존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습니다. 4.3의 완전한 해결이야말로 제주도민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평화와 인권의 확고한 밑받침이 될 것입니다.


제주도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지금 제주는 그 모든 아픔을 딛고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부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4.3 영령들 앞에서 평화와 상생은 이념이 아닌, 오직 진실 위에서만 바로 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있습니다. 좌와 우의 극렬한 대립이 참혹한 역사의 비극을 낳았지만 4.3 희생자들과 제주도민들은 이념이 만든 불신과 증오를 뛰어 넘어섰습니다. 고 오창기님은 4.3 당시 군경에게 총상을 입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해병대 3기’로 자원입대해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습니다. 아내와 부모, 장모와 처제를 모두 잃었던 고 김태생님은 애국의 혈서를 쓰고 군대에 지원했습니다.


4.3에서 ‘빨갱이’로 몰렸던 청년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조국을 지켰습니다. 이념은 단지 학살을 정당화하는 명분에 불과했습니다. 제주도민들은 화해와 용서로 이념이 만든 비극을 이겨냈습니다. 제주 하귀리에는 호국영령비와 4.3희생자 위령비를 한자리에 모아 위령단을 만들었습니다. “모두 희생자이기에 모두 용서한다는 뜻”으로 비를 세웠습니다. 2013년에는 가장 갈등이 컸던 4.3유족회와 제주경우회가 조건 없는 화해를 선언했습니다. 제주도민들이 시작한 화해의 손길은 이제 전 국민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습니다.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납니다.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도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받는 시대여야 합니다.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삶의 모든 곳에서 이념이 드리웠던 적대의 그늘을 걷어내고 인간의 존엄함을 꽃피울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갑시다. 그것이 오늘 제주의 오름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국민 여러분,

4.3의 진상규명은 지역을 넘어 불행한 과거를 반성하고 인류의 보편가치를 되찾는 일입니다. 4.3의 명예회복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가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제주는 깊은 상흔 속에서도 지난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쳐 왔습니다. 이제 그 가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해질 것입니다.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대통령인 제게 주어진 역사적인 책무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추념식이 4.3영령들과 희생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우리 국민들에겐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 되길 기원합니다.

여러분,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4월 3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문대통령 "4·3 완전 해결 약속... 국가폭력 의한 고통 깊이 사과"
연합뉴스ㅣ2018.04.03. 10:58 수정 2018.04.03. 11:19 댓글 1190개


현직 대통령으로 盧이어 두 번째 추념식 참석.."대통령으로서 사과" 명시
"4·3 진실은 역사의 사실" 선언.."희생자들 억울함 풀고 명예 회복하게 할 것"
"무고한 양민, 이념에 희생..평화·상생은 이념 아닌 진실 위에서만 설 수 있어"
"아직도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 보는 사람 있어..아픈 역사 직시해야"
"공정·정의로운 보수·진보가 정의로 경쟁하고 공정으로 평가받아야"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이상헌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저는 오늘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며 "더는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4·3희생자 추념일 추념사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4·3 추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참석 이후 12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는 4·3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하고 4·3위원회를 만들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4·3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위령제에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제주도민께 사과했다"며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며 "유해 발굴 사업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유족과 생존·희생자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며 "4·3의 완전한 해결이야말로 제주도민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평화와 인권의 확고한 밑받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4ㆍ3 70주년 추념사 하는 문 대통령 (제주=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ㆍ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ㆍ3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hkmpooh@yna.co.kr


▲ 문 대통령 내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제주=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ㆍ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ㆍ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모비를 참배하고 있다. /2018.4.3  hkmpooh@yna.co.kr


▲ 4ㆍ3 추념식 국기에 경례하는 문 대통령 (제주=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ㆍ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ㆍ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생존자 양경숙 씨, 양조훈 평화재단이사장, 이중흥 행불인협의회장, 최고령자 홍순 씨,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최고령자 현경아 씨, 양윤경 4ㆍ3유족회장. /2018.4.3 hkmpooh@yna.co.kr


이어 문 대통령은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고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고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난다"며 "이제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받는 시대여야 한다"며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삶의 모든 곳에서 이념이 드리웠던 적대의 그늘을 걷어내고 인간의 존엄함을 꽃피울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가자"며 "그것이 오늘 제주의 오름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여러분께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다.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이라며 "혼신의 힘을 다해 4·3의 통한과 고통, 진실을 알려온 생존·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께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70년 전 제주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희생당했고, 이념이란 것을 알지 못해도 도둑·거지·대문 없이 함께 행복할 수 있었던 죄 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당했다"며 "4·3은 제주의 모든 곳에 서려 있는 고통이었지만 제주는 살아남기 위해 기억을 지워야만 하는 섬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960년 4월 27일 관덕정 광장에서 '잊어라, 가만히 있어라' 강요하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 제주의 청년 학생들이 일어섰고, 수많은 4·3 단체들이 기억의 바깥에 있던 4·3을 끊임없이 불러냈다"며 "4·3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였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 되었던 시절 4·3의 고통을 작품에 새겨 넣어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분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신독재의 정점이던 1978년 발표한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석범 작가의 '까마귀의 죽음'과 '화산도', 이산하 시인의 장편서사시 '한라산', 3년간 50편의 '4·3연작'을 완성했던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 지다', 4.3을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조성봉 감독의 '레드헌트',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 임흥순 감독의 '비념'과 김동만 감독의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 고(故)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는 세월', 가수 안치환의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 등을 일일이 열거했다.


문 대통령은 "때로는 체포와 투옥으로 이어졌던 예술인들의 노력은 4·3이 단지 과거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알려줬다"며 "드디어 우리는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일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지금 제주는 그 모든 아픔을 딛고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부활하고 있다"며 "우리는 오늘 4·3 영령들 앞에서 평화와 상생은 이념이 아닌 오직 진실 위에서만 바로 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좌우의 극렬한 대립이 참혹한 역사의 비극을 낳았지만 4·3 희생자와 제주도민은 이념이 만든 불신과 증오를 뛰어 넘어섰다"며 "고 오창기님은 4·3 당시 군경에게 총상을 입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해병대 3기로 자원입대해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고, 아내·부모·장모·처제를 모두 잃었던 고 김태생님은 애국의 혈서를 쓰고 군대에 지원했다. 4·3에서 '빨갱이'로 몰렸던 청년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조국을 지켰다. 이념은 단지 학살을 정당화하는 명분에 불과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 하귀리에는 호국영령비와 4·3희생자 위령비를 한자리에 모아 위령단을 만들었다. '모두 희생자이기에 모두 용서한다는 뜻'으로 비를 세웠다"며 "제주도민이 시작한 화해의 손길은 이제 전 국민의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4·3의 진상규명은 지역을 넘어 불행한 과거를 반성하고 인류의 보편가치를 되찾는 일"이라며 "4·3의 명예회복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가는 우리의 미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는 깊은 상흔 속에서도 지난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쳐왔고, 이제 그 가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해질 것"이라며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며, 그것은 대통령인 제게 주어진 역사적인 책무"라고 밝혔다. [rhd@yna.co.kr, honeybee@yna.co.kr, kjpark@yna.co.kr]


제70주년 제주4.3추념식 엄수... 문재인 대통령 참석
헤드라인제주ㅣ2018.04.03 10:39:00       


국가기념일 정부주관 봉행... 유족 등 1만5천여명 운집
역대 대통령 2번째 참석...'잠들지 않는 남도' 첫 합창

국가공권력에 의해 수만의 무고한 양민이 희생된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 70주년을 맞은 3일 제주에서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념식이 엄수됐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한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이날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4.3유족과 도민, 추모객 등 1만50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봉행됐다. 2014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후 다섯번째 국가의례로 봉행되는 이날 추념식에는 정부대표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4.3추념행사에 대통령의 참석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참석 이후 두번째로, 12년만이다.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에는 처음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각 정당 지도부를 비롯해 국회의원 70여명 등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슬픔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내일로'를 주제로 한 이날 국가기념일 추념행사는 오전 9시 종교의례 및 제주도립제주합창단과 제주도립서귀포합단의 합창, 제주도립무용단의 진혼무 공연 등의 식전행사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오전 10시 제주 전역에 묵념의 사이렌이 울림과 동시에 본 행사가 시작됐다. 추념식은 △추모글 낭독 △헌화·분향 △행사 주제 '바람의 집' 낭독 △국민의례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인사말 △유족 추모편지 낭송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 △4·3평화합창단의 '잠들지 않는 남도' 합창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글 낭독에서는 4.3소설 '순이삼촌'의 현기영 선생이 '4.3 70주년에 평화를 기원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직접 낭독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 4.3유족 대표와 함께 위령제단에 헌화.분향을 했다.


▲ 3일 엄수된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헤드라인제주


▲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제주4.3위령제단에 헌화.분향을 하고 있다. <SBS방송화면 캡쳐>


4.3에 대한 역사가 기억되도록 헌신한 이들의 애국가 선창도 이어졌다. 장정언(최초 4.3피해조사 도의회 의장), 승문(4.3 당시 임시수용소에서 태어남), 고희순(초대 4.3희생자 유족부녀회장), 강혜명(4.3 홍보대사, 제주출신 소프라노), 김은희(유해발굴 기여) 등 10명이 애국가 선창을 했다. 양윤경 유족회장의 인사말과 가수 이은미의 추모노래 공연이 끝난 후에는 유족 이숙영씨(75)가 어머님을 그리는  편지글을 낭독해 장내는 숙연해졌다. 이숙영 유족은 4.3사건 당시 아버지(교장)는 총살당하고 큰 오빠(음악교사)는 행방불명됐는데, 이런 와중에 어머니는 한을 품고 돌아가는 사연을 지니고 있다. 추념식 마지막 순서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제주4.3의 대표적 노래인 '잠들지 않는 남도' 합창이 이뤄져 감동을 더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정부측의 요구로 이 노래가 식전 합창곡에서도 제외돼 큰 논란이 있었는데, 올해에는 공식 합창곡으로 지정돼 제주4?3유족합창단의 선창으로 노래가 울려퍼졌다. 이날 추념식에서는 국군 교향악단과 국방부 의장대가 4.3 생존희생자와 유족에 대해 예우를 갖추면서 행사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또 제주도로 이주한 가수 이효리씨가 행사 중간중간에 주제를 전달하는 내레이션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올해부터 4월3일은 국가기념일에 이어, 지방공휴일로도 선포됐는데, 올해 처음으로 오전 10시 제주도 전역에 1분간 추모 묵념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홍창빈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