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나경원 "난 호남의 딸" 립서비스... 개항문화거리 100미터 걷고 끝나
"눈으로 보면 모르나" 빈손으로 돌아온 한국당 목포 투어
오마이뉴스ㅣ2019.01.22 19:33 수정 2019.01.22 19:33
글/ 이영주(leekey) 사진/ 이희훈(leeheehoon)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손원랜드 게이트 진상조사 TF 소속 의원들이 22일 전남 목포시 원도심 역사문화거리를 방문해 살펴보고 있다. ⓒ 이희훈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손원랜드 게이트 진상조사 TF 소속 의원들이 22일 전남 목포시 원도심 역사문화거리 방문을 마치고 5.18 민중항쟁 목포사적지15호인 동아약국과 안철선생 가옥 옛터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자유한국당이 목포를 찾아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의 전국적 확산에 시동을 걸었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손혜원 랜드 게이트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는 22일 전남 목포를 찾아 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현장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점검은 개항문화거리를 걷는 것으로 그쳤고, 현장에서는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들어야 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방문단에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TF위원장인 한선교 의원, 정용기 정책위의장, 정양석 수석부대표, 이만희 원내부대변인, TF위원인 전희경 의원, 김현아 의원 등이 동행했다. 한국당은 여기에다 지역 정서를 감안해서인지 목포 출신인 주영순 전 국회의원, 권애영 담양함평영광장성 당협위원장, 하헌식 광주서구갑, 문상옥 광주서구을 당협위원장 등이 대동했다.
나경원 "난 호남의 딸,
할아버지 고향이 전남 영암"
▲ 목포에 도착한 나경원 원내대표 22일 오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손혜원 랜드 게이트 진상규명 TF’ 의원들과 함께 목포역에 도착하고 있다. ⓒ 이희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KTX를 타고 오후 1시 5분께 목포역에 도착했다. 이후 목포시청으로 이동해 김종식 목포시장과 티타임을 가졌다. 이날 목포시청에는 취재진 1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오후 1시 31분께 목포시청 2층 상황실로 이동한 자유한국당 방문단은 인사말을 시작으로 김종식 목포시장으로부터 현황설명을 들었다. 이날 보고회는 인사말까지만 기자들에게 공개됐고, 이후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호남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할아버지 고향이 영암으로 자신은 호남의 딸"이라며 "호남에 대해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다. 발전적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가 되도록 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기쁜 일로 찾아와야 하는데 현안이 있어서 왔다"며 "자유한국당의 올 들어 첫 번째 지방 방문지가 목포다. 인연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도시재생사업과 근대문화역사공원 사업은 매우 좋은 사업이다. 그러나 정착한 시민을 위한 사업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특정인과 특정인의 일가를 위한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사업지구 내 노른자위 땅 28%가 외지인 소유고, 18%는 손 의원 일가 소유"라면서 "사업 구역변경을 통해서 손 의원 일가 부동산이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업과 예산이 어떻게 수립되었고, 투기방지대책은 무엇인지 들을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한선교 의원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손혜원 의원에 대해 '문화에 미친 것'이라고 했는데, 손 의원은 '돈에 미친 것"이라며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목포가 손 의원 때문에 알려지게 됐다고 공을 높게 사는 여론도 있다고 들었지만, 손 의원이 공은 뒤로 하고 사를 취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서 "초권력적인 직권남용을 대해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근대역사문화 조성은 이 정권 들어 새롭게 추진되는 사업으로 지속 가능하려면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사적 이익이라는 동기에서 비롯된 부분을 밝혀내 제대로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김종식 목포시장이 22일 오후 전남 목포시청 상황실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손혜원 랜드 게이트 진상규명 TF’ 한선교 위원장과 의원들이 만나고 있다. ⓒ 이희훈
이후 발언에 나선 김종식 목포시장은 "목포는 과거 3대항 6대 도시였으며 근대선진문물이 목포를 통해서 들어왔다"면서 "근대 경제 교육 종교 문화 관련 시설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근대문화유산의 도시"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재청은 개별 건물 위주에서 공간 단위로 문화재를 등록해 수십 년 된 문화재 개념을 바꾸었다"면서 "기존의 소극적인 보존 관리에서 벗어나 도시재생까지 확장하는 이 사업을 통해 원도심과 목포를 살리는 지렛대로 삼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모처럼 가난한 목포에 대규모 사업이 생겼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성공하길 간절히 소망한다"면서 "대한민국 뉴딜 정책의 성공 모델을 목포에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움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특히, 김 시장은 "목포의 근대역사문화자산은 대한민국의 자산"이라면서 "투기세력을 차단하고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 또한 마련하겠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자유한국당 방문단은 목포시청에서 현황보고를 받은 뒤 예정보다 30여분 늦은 3시 30분께 역사문화거리로 이동했다. 이날 방문단이 둘러본 길은 창성장에서 안철약국까지 약 100여 미터였다.
주민들, 한국당 일행에 "여기가 투기할 곳이냐" 항의
"창성장은 25년간 비워졌던 곳, 고쳐놓으니 얼마나 좋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손원랜드 게이트 진상조사 TF 소속 의원들이 22일 전남 목포시 원도심 역사문화거리를 방문해 손혜원 조카가 운영하는 창성장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손원랜드 게이트 진상조사 TF 소속 의원들이 22일 전남 목포시 원도심 역사문화거리를 방문해 살펴보고 있다. ⓒ 이희훈
역사문화거리에는 한국당 일행이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많은 시민들이 나와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창성장 바로 앞 주택에서 40년 넘게 거주하고 있다는 이순의(67)씨는 "동네를 보면 알겠지만, 투기라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씨는 "창성장 건물은 25년 동안 비워 있으면서, 유리창이 깨지고 우범지대화 우려가 있어 통장에게 출입통제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귀신 나올 것 같은 우범건물에다 다 허물어진 집을 리모델링해 놓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냐"며 반문했다.
목포역 인근에서 산다는 정아무개(71)씨도 "돈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서울 등으로 이사가는데 누가 목포에 투자하겠냐"면서 "지역 정치인 누구도 목포에 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개항문화거리 내에서 거주한다는 최아무개(66)씨는 "이 동네는 4배가 오르기는커녕 세를 내놔도 나가지 않는 동네"라며 "창성장 앞 거리 가게 9곳 중 영업하는 곳은 단 3곳뿐"이라고 말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손원랜드 게이트 진상조사 TF 소속 의원들이 목포를 방문한 22일 전남 목포시 원도심 역사문화거리에 위치한 창성장의 모습. ⓒ 이희훈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손혜원랜드 게이트 진상조사 TF 소속 의원들이 22일 전남 목포시 원도심 역사문화거리를 방문해 갤러리로 리모델링한 상가로 들어서자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피켓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주민들이 난상토론을 벌이는 동안 한국당 일행이 도착했다. 주민들은 이들을 발견하자 쉬지 않고 큰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이런 일 아니면 한번이라도 와보지도 않고, 동네만 시끄럽게 합니까?"
"눈으로 보면 모릅니까? 이 동네가 투기할 만한 동네입니까?"
"나경원 의원님, 지금 말고 저녁 6시 이후에 와보세요. 그때는 불도 꺼지고 사람도 없는 좀비거리가 됩니다."
주민들의 외침이 이어지는 동안 한국당 일행은 거리를 걸었다. 논란이 된 창성장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다만, 손 의원의 조카가 운영하는 카페 옆집인 '문화예술협동조합 나무 숲'안으로 들어가 잠시 둘러봤다. 한국당 일행이 둘러보는 동안에도 주민들은 항의성 말을 이어갔다. 한 여성 주민은 "이 거리는 오는 대로 망해 나가고 있는데, 강남만 살리지 말고 이 동네를 살려주십시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손혜원 의원이 사들인 건물을 들러보세요, 그게 투기인지 두 눈으로 확인하세요"라며 소리치는 주민도 있었다. 옆에 있던 한 여성은 "손 의원이 리모델링해 놓은 건물을 둘러보라. 그 건물은 투기가 아닌 예술작품"이라고 외쳤다. 한국당 일행은 창성장에서 약 100여미터를 걸어 5.18사적지인 안철약국에서 현장 점검을 끝냈다. 이날 마무리 발언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했다.
"우리 역사 보존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찬성한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외지인들이 한꺼번에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 피해는 오롯이 지역주민의 몫이 된다. 제대로 (추진)되어야 하고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찾아서 저희가 걷어내겠다."
나 원내대표가 마무리 발언을 하는 동안에도 주민들의 항의는 이어졌다.
"여기 올 명분도 없는 사람들이 뭐 하러 왔습니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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