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현역 절반 물갈이한다더니..
새 얼굴은커녕 불출마 선언 與의 절반
조선일보ㅣ이슬비 기자 입력 2020.01.02. 03:25 댓글 490개
▲ 자유한국당 의원, 고문단, 당직자들이 1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을 참배한 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계 용퇴로 당 쇄신" 지적에도 친박 인사들이 핵심 지도부 포진
자유한국당은 4월 총선에 대비해 현역 의원 30% 공천 배제(컷오프) 방침을 발표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별다른 후속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1일 "당 총선기획단이 '현역 의원 30% 공천 컷오프'를 발표했으니 이것이 확실한 혁신 방안"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30% 컷오프만 하면 이것저것 잔수를 안 써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당은 지역구 의원 91명 중 하위 30명에게 공천을 주지 않고, 이를 통해 현역 108명 중 절반 이상을 새 인물로 교체하겠다는 방침이다. 황 대표는 "국민이 원하는 후보가 누군지 보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당은 현역 컷오프 방안을 지난 11월 말 내놨다. 이후 입시·채용·병역·국적 등 4대 비리 전력자 제외 등의 기준을 내놓았을 뿐,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현재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김무성·김세연·김영우·김도읍·김성찬·유민봉·윤상직 의원 등 7명에 불과하다. 2일 선언할 여상규 의원까지 포함하면 8명이 된다.
한국당 내에선 "재창당 수준의 인적 쇄신을 하려면 친박계 인사들의 용퇴가 우선"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현재 당 핵심 지도부가 친박 인사들로 채워진 만큼 반발 기류가 강하다. "컷오프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수도권 험지 의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단행된 당협위원장 '물갈이' 과정에서도 당초 '영남·웰빙 다선(多選)'으로 지적받던 의원들은 상당수 살아남아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불출마를 선언한 7명 중 대구·경북 지역 의원은 한 명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총선 준비가 뒤처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 129명 중 40%에 달하는 최대 50여명을 교체하겠다고 발표했고,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은 16명이다. 인재 영입도 1·2차에 이어 2일 3차 추가 영입을 발표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곧 2차 인재 영입 명단도 발표할 것"이라며 "그동안 1500명가량을 추천받았다"고 했다. [ⓒ 조선일보 & chosun.com]
"저녁 7시에 쪽지 봐라"... 황교안도 몰랐던 김도읍 불출마
중앙일보ㅣ김기정 입력 2020.01.02. 05:01 수정 2020.01.02. 08:09 댓글 1061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도읍 의원(재선)이 느닷없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그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31일 저녁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총선 압승을 위한 당의 쇄신에 밀알이 되고자 한다"며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당 간사인 김 의원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막지 못했다는 것을 불출마 이유로 들었다. 그는 "내년 총선 압승으로 (공수처법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저녁 7시에 쪽지 봐라"… 황교안도 몰랐다
▲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지난해 11월 21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전 김도읍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의원실 소속 보좌진도 당일 오후 5시쯤 알게 됐다고 한다. 한 보좌관이 부산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떠나는 김 의원을 배웅하러 갔는데, 그 자리에서 김 의원이 쪽지를 하나 건넸다고 한다. 김 의원은 보좌관에게 "저녁 7시가 되면 쪽지를 열어보라"고 당부한 뒤 "쪽지에 적힌 내용을 기자들에게 그대로 발송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의원실 직원들이 거듭 만류했지만 김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불출마 선언이 담긴 문자는 이날 오후 7시 58분에 발송됐다.
김 의원은 황 대표에게도 불출마 소식을 미리 전하지 않았다. 소식을 전해 들은 황 대표는 "(불출마를) 알았으면 말릴 걸 알고 나에게 미리 말을 안 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1일 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김 의원의 불출마를) 언제 전해 들었느냐"는 질문에 "본인의 뜻을 존중했다. (언제 들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김 의원과 가깝게 지낸 한 초선 의원은 "소식을 듣자마자 놀라 전화도 하고 문자메시지까지 남겨 취소를 권유했지만,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답이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최근 "정치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는 취지의 말을 종종 했다. 선거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24일 밤, 국회의사당 7층 하늘정원에서 기자와 마주친 그는 "배지를 달고서 앞만 보고 열심히 일했지만, 보람이 없다"며 "국회의원을 계속할 욕심 같은 건 없다"고 말했다.
불출마 둘러싸고 해석 분분
▲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질의 하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은 추경호 의원과 함께 황 대표의 '쌍두마차'로 불린다. 지난해 8월 황 대표의 두 번째 비서실장을 맡았다가 넉 달이 지난 지난달 초 "황 대표의 쇄신에 보탬이 되겠다"며 다른 당직자들과 함께 일괄 사퇴했다. 김 의원은 같은 달 원내대표 경선 당시엔 투표 전날 "김선동 의원(재선)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며 초재선 의원한테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 이에 "황심(黃心)이 김선동한테 있는 거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김 의원의 불출마를 둘러싼 해석은 다양하다. 그가 "쇄신의 밀알이 되겠다"고 밝힌 만큼 차기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황 대표 운신의 폭을 더욱 넓혀준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일종의 '읍참마속'처럼, 최측근의 불출마로 '황교안식 물갈이'의 명분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불출마 선언을 한 그가 곧 창당할 비례 위성정당으로 당적을 옮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위성정당의 경우 현역 의원이 대거 포함돼야 투표란의 앞 순위에 배치될 수 있다. 반면 선거법·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원내지도부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기정·한영익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여상규와 ·한선교까지...
한국당 연쇄 불출마, 黃 체제엔 다른 목소리 (종합)
아시아경제ㅣ김혜민 입력 2020.01.02. 11:33 댓글 1395개
▲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국회에서 충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있다. /윤동주 기자 doso7@
'한국당 중진' 여상규·한선교, 총선 불출마 선언
"공수처 통과 참담" 김도읍 법사위 간사에 이어 여상규 위원장도 불출마
'황교안 체제' 시각은 엇갈려..여상규 "사퇴 결심해야" vs 한선교 "힘 실어줘야"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자유한국당 현역의원들의 불출마가 잇따르고 있다. 2일에는 한선교 의원(4선ㆍ경기 용인시병), 여상규 의원(3선ㆍ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 등 중진의원들이 연달아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여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치와 협치, 그리고 국익을 포기한 국회에 더 이상 제가 설 자리는 없다"며 21대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틀전에는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재선ㆍ부산 북강서을)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통과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이 통과된 이후 법사위원장과 법사위 간사가 연쇄 불출마를 선언한 셈이다. 여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과정에서 겪은 여야 간 극심한 갈등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여 의원은 "국익을 무시한 채 오직 당파적 이익만을 쫓기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마다 않는 작금의 정치현실, 나아가 오직 내 편만 국민이라 간주하는 극심한 편가르기에 환멸을 느꼈다"며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과 공수처법처럼 정권과 특정 정파만을 위한 악법이 날치기 처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법사위원장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여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과정에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작심한 듯 비판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막아냈어야 했다. 대한민국에 말도 안되는 악법들이 날치기 통과되는 현장에서 한국당은 매우 무기력했다"며 "당 지도부는 몸으로 막아내야 할 국회의원들에게 전혀 용기를 못 줬다. 내가 책임지겠다고 한 당 지도부가 없었다"고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나아가 '자유진영' 통합을 위해선 황교안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사퇴까지도 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의원은 "당 대표를 포함해 한국당 전 의원들까지도 자리에 연연해선 안 된다고 본다"며 "모든 가진 것을 내려놓고 순수하게 다시 모여 빅텐트를 쳐야한다. 거기서 당명, 진로도 다 결정해 하나가 될때 총선승리도 장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불출마 선언을 하는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황교안 체제' 초대 사무총장을 역임한 한 의원도 이날 "시간적으로나 능력으로나, 당 사정으로나 출마하지 않는 것이 맞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저의 이 작은 결심이 요즘 국회의 불편한 모습을 보면서 한국당이 왜 변하지 않느냐고 질타한 국민들의 요구에 조금이나마 답을 하는 모습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 의원은 여 의원과 달리 황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한국당 주변에서 10개월여 진행된 황 체제에 대한 여러가지 비난과 비판, 터무니 없는 말도 많다"며 "황 체제 첫번째 사무총장으로서 힘을 더해주기 위해서도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불출마가 이어지는 상황을 기회 삼아 당으로 복귀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탄핵되고 감옥에 가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정말 죄송하다. 저를 용서해달라"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로써 한국당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김무성ㆍ김세연ㆍ김영우ㆍ김성찬ㆍ김도읍ㆍ윤상직ㆍ유민봉 의원을 포함해 총 9명으로 늘어났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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