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위성에 잡힌 메마른 아랄해... '옷 탐욕'이 낳은 대재앙
중앙일보ㅣ천권필 입력 2020.06.17. 05:02 수정 2020.06.17. 06:47 댓글 386개
[디지털스페셜]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무서운 흉기, 옷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라는 말 자주 들어보셨죠? 패스트푸드를 먹듯이 옷도 일회용품처럼 쉽게 사고 버리는 요즘 풍조를 일컫는 말인데요. 입고 있는 옷을 자세히 보세요. 브랜드뿐 아니라 소재, 세탁법까지 자세히 적혀 있어요. 그런데 한 가지 알려주지 않는 게 있다고 합니다. 바로 ‘물’이죠. 우리가 입는 옷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물을 써야 하는지, 그리고 옷을 많이 만들수록 지구 곳곳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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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한장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물이…
패스트패션이 유행하면서 전 세계 옷 소비량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질 좋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보다 싸면서 유행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옷을 원하기 때문이죠.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컴퍼니가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의류 생산량은 2000년에서 2014년 사이에 두 배로 늘었습니다. 1년에 만들어지는 옷은 1000억 벌이 넘습니다. 소비자들이 매년 사는 옷도 평균 60% 증가했고요. 이렇게 많은 옷을 만들려면 그만큼 많은 면이 필요하겠죠? 그러려면 목화(면화)를 더 많이 키워야 할 테고 말이죠.
문제는 목화를 재배하려면 쌀·밀 같은 작물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500㎜(강수량 기준)의 물을 먹어야 하얀 목화솜을 피울 수 있다고 합니다. 면을 가공하고 염색하는 등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물이 쓰입니다. 농약 같은 화학제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수질을 오염시키기도 하죠.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1kg의 면을 생산하려면 욕조 40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물(8500L)이 필요합니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양 밖에 안되는데도 말이죠. 면 티셔츠 한장을 만들기 위해서도 2700L의 물을 써야 합니다. 이 정도면 한 사람이 3년 동안 식수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양입니다.
목화 재배 욕심에… 사라진 아랄해
▲ 사막화된 아랄해 위에 버려진 배들이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 면화를 재배하는 모습. WWF
▲ 1964년 NASA 위성으로 촬영한 아랄해의 모습. 미 항공우주국(NASA)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는 목화(면화)를 키우느라 사막화가 일어나고는 합니다. 목화밭에 물을 대기 위해 강제로 물줄기를 돌리다 보니 강 하류 지역이 메마르게 되는 것이죠. 대표적인 곳이 아랄해입니다. 아랄해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사이에 있는 함수호(鹹水湖·염분이 많아 물맛이 짠 호수)입니다. 그리스어로 '섬들의 바다'라는 뜻인데, 50년 전만 해도 면적이 남한의 절반이 넘었을 정도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였죠. 그런데 1960년대부터 아랄해가 점점 마르기 시작했어요. 면화 재배를 위해 아랄해로 들어오던 두 개의 강(아무 다랴, 시를 다랴)을 다른 곳으로 돌렸기 때문인데요. 덕분에 우즈베키스탄은 세계적인 면화 생산국이 됐지만, 아랄해는 이전의 10분의 1 정도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찍은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아랄해가 점점 말라붙어 가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죠.
▲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아랄해가 말라가는 모습. /미 항공우주국(NASA)
호수가 사막화되면서 염분이 증가했고 아랄해는 '죽은 바다'로 변해갔습니다. 주변 경작지에서 들어온 비료와 농약은 호수를 더 오염시켰고, 아랄해에 살던 물고기를 거의 전멸시켰습니다. 바람이 불면 말라붙은 호수 바닥의 소금과 모래가 섞인 '소금 먼지'가 날려 주민들의 건강까지 위협할 정도가 됐습니다. 지난 3월에도 위성 사진에도 찍힐 정도로 대규모 모래폭풍이 아랄해 일대를 휩쓸었죠. 요즘 들어 아랄해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지구 최악의 환경재앙'이라 불리는 아랄해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이런 옷은 어떨까?
▲ 버려진 옷감을 재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의류. /코오롱 래코드
이렇게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로 인해 착한 옷 소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옷을 안 입고 살 수는 없기 때문에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죠. 홀가먼트 의류도 그중 하나인데요. 홀가먼트는 실 한 가닥으로 옷 한 벌을 통으로 직조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마치 3D 프린팅 기술처럼 하나의 실로 옷 한 벌을 완성하기 때문에 실과 섬유 원단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버려지는 소재 혹은 옷감을 활용해 디자인적으로 재해석한 ‘다시 입는 옷’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버려진 옷을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옷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브랜드도 생겨나고 있죠.
이 밖에 형제·자매간에 안 입는 옷을 주거나 학교에서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주는 것도 착한 옷 소비의 한 방법입니다. 작아지거나 큰 옷을 수선해서 다시 입을 수도 있고요. 17일은 세계 사막화방지의 날입니다. 지구가 점점 사막화·황폐화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옷 소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건 어떨까요? 꼭 새 옷을 입지 않더라도 '패피(패션피플)'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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