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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이광재] "秋·尹 갈등, 盧라면 틀림없이 직접 만나 말했을 것"

잠용(潛蓉) 2020. 12. 6. 17:08

이광재 "秋·尹 갈등, 盧라면 틀림없이 직접 만나 뭐라 했을 것"
중앙일보ㅣ심새롬 입력 2020.12.06. 05:01 수정 2020.12.06. 06:41 댓글 906개

 

 

□ 이광재(55)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간 『노무현이 옳았다』를 “정책을 강조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책 제목으로 ‘(너는) 정치하십시오, (나는) 정책 하겠습니다’ 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책 출간에 쏠린 시선은 저자 의도와 반대로 이광재표 정책보다 그의 정치적 행보에 집중돼있다. 이재명·이낙연 양강 구도에 기시감을 느끼는 여권에서 ‘제3 후보론’이 나오고 있어서다. 최근 홍영표 의원은 이 의원을 잠재적 제3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했다. 이 의원은 “나는 자리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꿈을 함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면서도 “이제껏 정책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정치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졌다.

 

Q : 책 출간 의도는?
A : 부제인 ‘미처 만들지 못한 나라’가 사실상 제목이다. 유배 10년을 끝내고 돌아와 정치를 다시 하면서 ‘나는 어디에서 출발하게 될 건가’라고 스스로 물었다. ‘노무현이 옳았다’는 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행적이 옳았다, 글렀다는 게 아니라 노무현의 사상적 측면이 옳았고, 내가 답을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다.

 

▲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로 출간한 책 '노무현이 옳았다' 표지 모습. 이 의원은 "올해 초부터 집필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준비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재 의원실 제공.


Q : 복지·민주주의뿐 아니라 정보기술(IT)·교육·외교·경제 등 내용이 광범위하다...
A : 국회 상임위(기획재정위원회)에서 누가 ‘이광재가 10년 동안 놀지 않았구나’ 이런 얘기를 하더라. (웃음) 그간 청와대에도 있었고, 국회에도 있었고, 도지사도 했다. 또 10년 동안 방랑이라면 방랑, 공부라면 공부를 했고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 세계 많은 나라도 가봤다. 여시재에서는 학자·공무원·기업인·언론인·외국인 등을 만났다. (책을 통해) 국가설계가 필요하다는 담론을 던지고 싶었다.

Q : 여시재와는 여전히 교류하나?
A : 21대 총선에 출마하고 난 뒤로 못 한다. 이사직도 그만뒀고 이젠 공식적 연이 없다. 이 의원은 여시재 원장이던 지난해 5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꿈이 없다. 시대정신이 없다. 3·1절 복권 대상에서 제외됐을 때 기뻐했다”고 정치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그해 말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되자 21대 국회에 입성해 민주당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자신을 “권력의 정점에서 차가운 바닥에 떨어져 본 롤러코스터 같은 삶”이라고 표현했다.

Q :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A : 21대 국회에 처음 와서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법안과 예산으로 만드는 일에 힘을 쏟았다. 지금부터는 그 정책이 정치가 돼야 한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정치를 할 생각이다. 그래야 정책이 현실이 된다.

 

▲ 이 의원은 인터뷰에서 "정치는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건데,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은 안하고 권력투쟁만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여운하 기자


Q : ‘제3 후보론’에 대한 호응인가?
A : ‘대권’이란 말을 싫어한다. 과거엔 호기로운 시절이 있었다. 2010년 최연소(45세) 도지사가 됐을 때 안희정·김부겸·김영춘·김두관·송영길 등에게 연락해 모이자고 한 뒤 ‘다음 대통령 선거 경선에 일제히 다 나가자’고 말했다.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만들자. 우리 중 누가 되어도 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거 아니냐’는 제안이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 보다는 나라의 기운 자체를 바꾸는 게 더 의미 있다. 그런 면에서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나는 부족함이 많다는 걸 잘 안다.

Q :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 유죄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A : 너무 가슴 아프다. 김 지사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들어올 때 내가 일종의 신원보증인 역할을 했다. 그가 대통령 선거에 나오면 정말 아낌없이 도울 생각이었다. 본인에게 출마 권유도 여러 번 했다.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도 몇 차례나 얘기했는데…. 이 의원은 원조 친노로 꼽힌다. 한때 ‘좌희정·우광재‘로 불리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 『노무현이 옳았다』는 1988년 봄 23살의 이광재가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나를 역사발전의 도구로 써 주세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첫마디를 소개하며 이 의원은 자신도 ‘역사발전의 도구’가 되겠다고 책에서 밝혔다.

Q :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다...
A : 노 대통령은 틀림없이 뭐라고 했을 거다. 아마도 당사자에게 직접. 어쨌든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고 법무부 장관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도) 마음은 속이 많이 타지 않을까. (다만) 문 대통령 스타일 자체가 법의 영역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국회에서 (공수처법을) 조금 빨리 했으면 훨씬 좋았을 거다. 국회가 공수처 논의를 빨리 끝내고 다음 담론으로 가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국민의힘이 추천했던 김경수 전 검사 같은 사람으로 (공수처장을) 합의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옛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은 국민의힘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 중 한명이었다. 2018년 자신과 동명이인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특검 조사를 받을 때 변호를 맡는 등 현 여권과도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 이광재 의원이 지난 7월 국회 본회의에서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관해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유배 10년을 마치고 국회에 돌아왔다. 조광조도 (나처럼) 유배생활을 10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Q : 민주당은 왜 독주한다는 지적을 받을까?
A : 적을 만들어서 내부를 단합하는 건 가장 쉬운 정치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을 때 청와대에 ‘야권의 김성식 의원, 김세연 의원 이런 분들을 장관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잘 안 됐다. 연정, 협치를 할 기회였는데 굉장히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Q : 정권이 열성 지지층 ‘문파’만 바라본다는 지적도 있다...
A : 노 대통령 당선 직후 노사모가 모여 일제히 외친 말이 “견제, 견제, 견제”였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그 뒤에 노 대통령이 겪는 아픔을 보면서 ‘세력을 단단하게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지금은 압도적 의석을 가졌으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조금 더 큰 미래로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 의원은 2시간 인터뷰 내내 “꿈”을 얘기했다. “정치가는 지위보다 꿈을 좇는 사람”이라며 “꿈을 크게 갖고, 덜 싸우고, 모여서 공부를 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고 말했다.

 

▲ 이광재 의원은 "처가가 부산"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시장을 하고 싶어했었기 때문에 4.7 재보선을 앞두고 애정은 부산에 더 간다"고 말했다. /여운하 기자.

 

Q :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눈에 띄는 의원은?
A : 박용진, 박주민 의원도 좋은 자원이고 충청의 강훈식 의원, 부산의 전재수 의원 같은 71~73년생들이 좋은 자원이 될 거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경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19살 어린 나를 보좌관으로 썼던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해 나도 이제는 후배를 도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유심히 관찰 중이다.

Q : 4·7 재보궐 공약 아이디어라면?
A : 부산 바다가 보이는 곳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야구장(AT&T 파크)보다 아름다운 랜드마크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것도 ‘(롯데) 자이언츠 야구장’이 되겠다. 야구장 한쪽 면을 호텔로 만들어 경기장과 바다를 객실에서 다 볼 수 있으면 어떨까? 이 의원은 만나고 싶은 야당 정치인으로 김종철 정의당 대표와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꼽았다. 꼭 하고 싶은 말을 묻자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는, 역사를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 통합의 나라, 삶의 질 1등 국가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몽상가 같다”는 일각의 평에 “몽상가는 좋은 것”이라며 “기존 지도를 가지고는 새로운 대륙을 못 찾는다”는 답을 했다.

[심새롬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