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론 승리한지 세 달 만… 국민의힘, 또 당밖 주자로 갈등?
데일리안ㅣ2021.07.24 00:01 수정 2021.07.24 00:27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석열 놓고 이준석·중진 '설전'
4·7 서울시장 보선 국면 회자돼
안철수 두고 벌어졌던 당내 갈등
李 "잊지 않아…흔들림 없이 간다"
국민의힘이 자강론을 바탕으로 당내 후보를 통해 4·7 재보궐선거 승리를 거둔지 세 달여만에 또 다시 당 외부 주자로 인해 내부 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23일 국민의힘 안팎에선 당 외부에 있지만 야권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놓고 이준석 대표와 중진 의원들 사이에 설전이 이어졌다. 이준석 대표가 최근 들어 입당을 주저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의 행보를 향해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것을 두고 당내서 윤 전 총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권성동·장제원·정진석 의원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 도화선이 됐다.
정진석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요인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윤 전 총장이다. 윤 전 총장을 우리 당이 보호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우리를 위해 싸워줄 것인가"라며 "당내 주자에 대해서만 지지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등 쓸데없는 압박을 윤 전 총장에게 행사해서는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권성동 의원도 "요즘 이 대표의 발언을 보면 극히 우려스럽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위험하다고 평하는 것은 정치평론가나 여당 인사가 할 말이지, 정권교체의 운명을 짊어질 제1야당의 당대표가 공개적으로 할 말은 아아닌 것"이라 비판했다. 정진석·권성동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 선언 당시 좌우에 섰던 인사들로, 국민의힘 내에서 대표적인 친(親)윤 인사들로 거론된다. 장제원 의원 또한 전날 '이준석 리스크'를 거론하며 "현실화되는 것 같다 우려스럽다. 야권 주자의 가치를 떨어뜨려 자신의 가치를 높이지 말라"고 거들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국회의원 및 내빈들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경쟁 과정서
당내 일부 세력 '安 측면 지원' 논란
차기 대선서 비슷한 갈등 국면 우려
중진 의원들이 일제히 이 대표를 비난하면서, 결국 당 외부 주자를 감싸기 위해 당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모양새가 연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불과 세 달 전이었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선출 국면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합류를 거부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졌던 당내 갈등 양상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 보선을 앞두고 당 안팎에서는 "당내 일부 인사들이 당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원하지 않고 안철수 대표를 측면지원하고 있다"는 풍문이 공공연하게 돌며 갑론을박이 벌어진 바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과의 단일화 협상이 난관에 부딪혔던 3월 김무성 전 대표와 이재오 전 원내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당내 중진들이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단일화의 걸림돌'이라 지칭하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옹호하는 취지의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논란이 극대화되기도 했다. 결국 선거를 승리로 마친 이후에도 당 안팎서 관련 내용을 둘러싼 설전이 벌어지는 등 한동안 여진이 이어지며 후유증을 겪어야만 했다는 평가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방문, 가덕신공항 건설예정지를 둘러본 뒤 당 관계자들과 인시하고 있다. ⓒ 뉴시스
이준석 "이긴 선거였으니 웃고 지나가"
당내 인사들로부터 이준석 옹호론 고개
홍준표 "분별없이 흔들어… 잘못된 행동"
진중권 "일단 당대표 중심으로 뭉쳐야"
이준석 대표는 이날 중진 의원들의 비난에 4·7 재보선 당시를 회상하며 "서울시장 보선에서 '4번으로 나가면 이기고 2번으로 나가면 진다'와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당내 의원 다수는 부화뇌동했지만, 중심을 잡고 낚이지 않았던 당원들과 국민들이 주역이었던 승리"라며 "당 밖의 인사를 밀기 위해 오세훈 시장과의 개인적인 인연도 다 버리고 압박하다가 나중에 단일 후보가 확정된 뒤 유세차에 올라오려고 하셨던 분들, 이긴 선거였기 때문에 당원들과 국민들이 웃고 지나간 것이지 결코 잊지 않았다"고 맞받아쳤다. 또 "저 이준석은 당외주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야 한다느니 모셔와야 된다느니 꽃가마를 태워야 된다느니 하는 주장에 선명하게 반대하고 공정한 경선만을 이야기하면서 전당대회에서 선택받았다. 흔들림 없이 갈 것"이라 덧붙이며 비판에 개의치 않고 자강론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내 인사들로부터 이 대표를 옹호하는 취지의 메시지도 이어졌다. 홍준표 의원은 이 대표를 비판한 중진 의원원들을 겨냥해 "정당의 구성원이 사적 인연을 앞세워 공적 책무를 망각 하는 것은 올바른 정당인의 자세가 아니다. 지난 5년전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때도 갈팡질팡 똑 같은 현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일이 또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당원과 국민의 뜻으로 선출된 당대표를 분별없이 흔드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다소 미흡 하더라도 모두 한마음으로 당대표를 도와 정권 탈환에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김용태 최고위원도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막고 더불어민주당의 국민을 배제한 끼리끼리 정치를 끝내기 위해 우리는 치열하게 논쟁해야 하지만, 그 중심에는 국민과 당이 있어야 한다"며 "일부 대권 주자들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해 헤처모여식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율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며, 지금은 우리 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굳건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 말했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를 제1야당인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도 충분히 수긍할 만 하지만, 당대표를 중심으로 당내 분위기를 잡아줘야 할 중진 의원들의 '부화뇌동'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많은 상황"이라며 "실제 윤 전 총장이 입당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일부 세력이 '친윤'이라 불리는 자체에 대해 당원과 여타 후보들에게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라 언급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이 대표가 밖에 있는 주자들을 당 안으로 끌어들여 당내에서 경선을 치르려고 하는 것은 아주 지극히 온당한 판단"이라며 "윤 전 총장을 비판한 부분에 대해 중진들이 발끈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조언을 사적이나 비공식적으로 하며 일단 당대표 중심으로 뭉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온당할 것"이라 조언했다.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윤석열 "목숨 걸고 대권 도전... 아내도 정치할거면 이혼도장 찍고 하라해"
문화일보ㅣ이후민 기자 입력 2021. 07. 26. 11:40 수정 2021. 07. 26. 12:44 댓글 8086개
■ 대선주자 인터뷰
2시간 30분 ‘거침없는 발언’
“이 정권 한번 더 가면 회복불능
더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 생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권 도전은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며 “명예도, 인간관계도 다 버려야 한다. 절대 개인적인 명예나 영광의 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25일 문화일보와의 2시간 30분 동안 인터뷰에서 “대통령직이 얼마나 수행하기 어렵고, 말로가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대선 출마를 결정하기까지 굉장히 힘든 과정을 거쳤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국면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지만, 정작 지난 3월 검찰총장직을 전격 사퇴하고도 정치 참여를 결심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까지는 4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정치해야 한다고 말씀하는 분은 꽤 있었다”면서도 “제가 두 번의 가처분 소송을 통해 업무에 복귀했는데 중간에 정치한다고 나오는 게 말이 되냐. 제 성격상 7월 24일까지 임기를 마치고 나왔다면 정치를 못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되니까, 이건 나보고 나가라는 협박이 아니냐”며 “검찰의 기본적인 6개 수사권까지 다 없애버리겠다고 하니까 제가 앉아있을 수가 없어 깨끗하게 던지고 나왔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나오고 나서도 주변에서 ‘정치해라, 공부해라’ 하면서 외교 안보 자료도 보내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정치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냐”며 “누구에게 말은 안 했지만, 결정까지 힘든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가족의 반대도 만만찮았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제 아내는 정치할 거면 가정법원에 가서 이혼도장 찍고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깊은 고민을 했고 가족이 반대했지만 결국 정치 참여를 결심하게 된 것은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윤 전 총장은 강조했다. 그는 “하나의 계기라기보다, 친한 친구들로부터 ‘나라가 이렇게 되면 회복이 되겠냐. 이런 시스템으로 한 번 더 가면 그때는 회복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정권 연장을 저지해야 한다는 뜻에서 나선 것”이라며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다면 내가 뭐하러 나섰겠느냐”고도 말했다.
[이후민·조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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