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글씨 대신 안중근체로... "이런 게 역사 바로세우기"
오마이뉴스ㅣ박소희 입력 2021. 08. 25. 07:39 수정 2021. 08. 25. 09:36 댓글 180개
▲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 공동취재사진
[스팟인터뷰] 대전현충원 현판 교체 지적했던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소희 기자] 대전광역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글씨가 있다. 정문 위에 걸린 또렷한 세 글자, '현충문'이다. 원래 이 현판은 1985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대전현충원 준공을 기념해 쓴 글씨로 만들어져 있었다. 현충원 한 쪽에는 '전두환체'로 쓰인 헌시비도 세워졌다. 하지만 5.18관련 단체 등 시민사회계에선 12.12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민주화운동 때 수많은 시민을 희생시킨 혐의로 법정에 선 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까지 박탈당한 전두환씨의 흔적을 현충원에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꾸준히 문제 제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분당을·재선)도 그 중 하나다. 그는 2019년 국가보훈처로부터 "대전현충원의 전두환씨 친필 현판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공식 답변을 받아냈다. 이후 보훈처는 "국립묘지가 갖는 국가정체성과 국민통합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지속적으로 이견이 많았던 시설물을 교체하여 대전현충원과 국가유공자의 영예를 높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5월 29일, 마침내 현충문의 현판이 내려졌다. 보훈처는 이 자리에 '안중근체'로 만들어진 새 현판을 달았다. 안중근의사기념관·저작권위원회가 안중근 의사의 자필 저서 <장부가>에서 발췌해 개발한 글씨체다. 헌시비도 같은 글씨체로 교체했다. (관련 기사 : 대전현충원 '전두환 친필' 현판 철거... '안중근체'로 교체 http://omn.kr/1nrk2)
▲ 철거되는 전두환 친필 현판 국립대전현충원에 설치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 친필 현판이 2020년 5월 29일 오후 철거되고 있다. /ⓒ 연합뉴스
▲ 국립대전현충원은 2020년 5월 29일 오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안중근체 현판으로 교체했다. 사진은 새로운 현판 제막식. /ⓒ 대전현충원
▲ 지난 21일 대전 현충원을 방문한 김병욱 민주당 의원. /ⓒ 김병욱의원실제공
김병욱 의원은 지난 21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와 함께 홍범도 장군과 천안함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대전현충원을 방문했다. 참배 후 그는 페이스북에 "대전현충원 현판이 교체된 것 아시나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23일 그에게 전화와 서면으로 현판 교체에 관한 소회를 물었다.
"현충원에 '내란죄 수괴' 글씨? 그보다 잘못된 게 있나?"
- 8월 21일 페이스북에 대전현충원 현판 교체에 관한 소감을 남겼다. 2019년 정부로부터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공식 답변을 받은 뒤 논의가 급물살을 탔는데, 문제 제기한 계기가 있었나?
"국가보훈처도 소관하는 국회 정무위 소속으로 독립과 호국, 민주유공자의 생활과 예우 등에 관심이 있어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는데 의원실로 제보가 들어왔다. '현충원의 현판과 헌시비 글씨가 전두환 친필이라는데 확인 가능합니까?'라고. 바로 보훈처에 확인해보니 현판과 헌시비를 전두환씨가 쓴 것이 맞더라. 현충원이 국가의 얼과 정신을 기리는 곳 아닌가? 그런데 전두환씨는 대통령을 지내긴 했지만 내란죄의 수괴로 국가원수 예우가 박탈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의 글씨를 두는 것은 현충원을 통해 국가에 헌신한 영웅들을 예우한다는 정신에도 맞지 않고 국민정서에도 어긋난다는 생각에 보훈처 국정감사 때 정식으로 교체를 요청했다. 이런 게 작지만 의미 있는 '역사 바로세우기'다."
- 왜 전두환씨 글씨로 현충원 현판과 헌시비를 만들었던 것인가?
"1985년 대전현충원 준공기념으로 당시 대통령인 전두환씨가 썼다더라."
- 어떤 점이 가장 문제라고 여겼나?
"현충원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만들어준 분들이 계신 곳이다. 충의와 충절, 그리고 기개가 살아있던 분들의 장소다. 그런데 전두환씨는 정말 이런 정신과 상반되는 인물 아닌가? 그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전씨가 쓴 글씨를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유족과 국민들이 현충원을 방문하자마자 처음 대한다? 그보다 잘못된 부분이 있을까? 사실 이후에도 현판 교체 확정까지 다소 시일이 걸렸다."
-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걱정스럽기도 했을 것 같은데...
"교체 이야기가 나온 뒤 정말 현판이 바뀌는 데까지 약 8개월 정도 소요됐다. 그 기간동안 보훈처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많은 독립운동가, 서예가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이번에는 정말 우리 얼과 정신을 숭고히 하는 글씨,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씨'이길 바랐다. 그 결과 안중근 의사 서거 110주기에 만들어진, 대한독립군 참모중장의 기개와 힘이 느껴지는 안중근체로 정해졌다. 글자를 찾아서 서체로 만들기까지 진짜 고생했다고 들었다."
"독립군 기개 느껴지는 안중근체, 국민들도 공감할 글씨"
- 우여곡절 끝에 달라진 현충원 현판을 직접 눈으로 본 순간,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하다...
"참배를 위해 방문하신 분들도 현판이 안중근 의사 친필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뭉클하실 텐데, 저는 더 뭉클함과 뿌듯함이 크지 않았겠나. 국감에서 질의한 뒤 현판과 헌시비를 바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죄송함을 덜어냈다'는 마음이었다. 실제로 봤을 때는 뿌듯하기도 하고, 자신을 희생해 우리를 지켜 주신 영웅들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현판 교체 이야기가 오가던 2019년은 안중근 의사 서거110주기였다. 그분의 정신이 오롯이 담긴 친필 현판을 계기로 보훈의 가치가 바로 선다면, 병역에 대한 자부심과 국가에 대한 봉사와 희생이 더욱 가치 있게 기억될 것이라고 본다.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과거를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에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 이외에도 고민 중인 '역사 바로세우기' 과제가 있다면?
"우리나라 보훈체계는 전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 ▲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 ▲ 민주주의 확립과 발전을 위해 희생하신 민주유공자 등 시간과 공간에 따라 많은 부분이 얽혀 있다. 이 보훈체계를 잘 정리하는 일이 정무위 간사로서 제가 맡겨진 가장 크고 무거운 소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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