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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남북통일

김여정 '종전선언 반응' 놓고 韓美 충돌

잠용(潛蓉) 2021. 9. 28. 07:19

김여정 '종전선언 반응' 놓고 韓美 충돌
조선일보ㅣ이용수 기자 입력 2021. 09. 28. 04:33 댓글 27개

 

▲ 김여정 부부장 / 조선일보 자료

통합국방협의체서 韓美 시각차
한국 "北 호응 맞춰 한미동맹간 긴밀한 공조가 요구되는 시점"
미국 "北 수차례 미사일 발사.. 국제사회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북한의 신형 미사일 연속 발사와 종전 선언 언급 이후 처음 열린 한미 간 안보 협의에서 양국이 엇갈린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국은 “북한이 종전 선언에 호응하고 있다”고 했고,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의 위협”이라고 했다. 북한의 말에 주목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북한의 행동을 주시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까지 거론한 김여정의 진의를 가늠할 시금석으로 평가되는 남북 간 통신선 복원은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국방부 김만기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20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 선언을 제안했고, 북한도 호응하는 반응을 보였다”며 “한미 동맹 간 더욱 긴밀한 공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 선언 제안에 대해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했고 다음 날엔 자신들이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와 4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실장이 ‘동맹 간 긴밀한 공조’를 언급한 것은 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미 측의 협조를 기대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미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싯다르트 모한다스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는 “최근 북한의 수차례 미사일 발사는 동맹의 어려움”이라며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사회가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한국이 언급하지 않은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도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한미 동맹은 지난 CCPT(연합지휘소훈련)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동맹의 대비 태세를 확인했다”며 김여정이 트집 잡은 지난달 한미연합훈련 성과도 짚었다. 우방국끼리는 특정 사안을 두고 이견이 있더라도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발언에선 덕담을 주고받으며 의견의 일치를 강조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날은 한미가 전혀 다른 얘기를 한 것이다. 외교가에선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양측의 극명한 시각차를 보여준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문 대통령의 종전 선언 제안에 김여정이 긍정적 반응을 보임으로써 오랜 교착 상태를 깰 계기가 마련됐다는 판단인 데 비해, 바이든 행정부는 말뿐인 김여정 담화보다는 북한의 진짜 의도를 엿볼 수 있는 핵·미사일 ‘전력 질주’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진 북한’을 체감하려면 상응하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김여정이 시사한 관계 개선 의지를 행동으로 뒷받침하는 1차 조치가 단절된 남북 간 통신선의 복원이다. 남북 간에 실질적 협의가 이뤄지려면 연락 수단부터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부가 전날 통신선 복원을 공개 요구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우리 측의 오전 개시통화, 오후 마감통화에 모두 불응했다. 앞서 북한은 13개월간 단절됐던 통신선을 지난 7월 24일 돌연 복원했다가 한미연합훈련을 핑계로 2주 만에 다시 끊었다.

김여정의 담화를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과거 북한은 종전 선언 논의에 적극적이진 않아도 조건을 걸진 않았는데 이번에 김여정은 이른바 적대시 정책과 이중 기준 제거라는 조건을 붙였다”며 “표현은 누그러졌지만 실질적 내용은 후퇴했다”고 했다. 하지만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여정의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에 대해 “대화의 여지를 과거보다 능동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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