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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청와대

[공주대 부설 특수교 기공식] 눈시울 붉힌 文 "내가 직접 가겠다"

잠용(潛蓉) 2022. 1. 2. 14:43

대통령관련 행사도 아닌데...
눈시울 붉힌 文 "내가 직접 가겠다"

머니투데이ㅣ정진우 기자 입력 2022. 01. 02. 11:34 댓글 1182개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1.12.29. /공주=뉴시스 김진아 기자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 '文대통령이 공주대 특수학교 기공식에 간 이유'
[the300] 청와대가 지난해 12월29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국립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기공식에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배경과 뒷얘기를 전하며 다음 정부에서 '발달장애 정책'을 더욱 발전시켜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30회'를 통해 '대통령의 시선이 만들고 키운 발달장애 정책'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 기공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올해 수많은 행사를 다녔지만 가장 따뜻하고 훈훈한 일정이다'고 말했는데, 청와대로 복귀하자마자 소집된 티타임에서도 '오늘 특수학교 기공식은 참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가야 할 곳이 바로 이런 곳이다'고 그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고 적었다.

박 수석은 "사실 공주대 기공식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것은 청와대 일정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았다. 준공식도 아닌 기공식은 대통령 임석 행사의 기준이 아니었다"며 "참모회의는 당연히 대통령뿐 아니라 김정숙 여사의 참석 행사 대상도 아니라고 판단했고 대통령 축사 대독 내지는 SNS 메시지 발표로 그 의미를 국민께 전달하는 것으로 실무 의견을 조율하고 대통령께 일정 보고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며 "문 대통령은 '공주대학교 특수학교 설립은 국립대학교에 부설로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첫 출발이니 제가 직접 가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게 하여 대통령의 참석과 김정숙 여사의 동행이 직접 결정되었는데, 이 작은 일 자체가 발달장애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서 열린 개관식에 발달장애인들이 참석해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발달장애 진단부터 교육과 취업, 의료 서비스까지 전 생애에 걸친 맞춤형 지원이 담긴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18.9.12 /뉴스1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이처럼 발달장애 정책에 관심이 많은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018년 9월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이후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으로 명칭 변경)이 발표됐는데, 박 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에서 발달장애에 대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발달장애인들은 다른 장애인들보다 살아가기가 훨씬 힘이 든다. 부모님들도 참으로 힘이 든다"며 "그래도 부모님들은 내가 아이들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서 끝까지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한다. 그런 아픈 마음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보여줬는지에 대한 반성의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이에 대해 "언론 기사를 찾아보면 대통령은 이 부분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잠시 울먹인 것으로 돼 있는데 대통령의 평소 '시선'과 '공감'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또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그때 '지난 어린이날 대통령님께서 저하고 저 영빈관 앞의 마당에 서 있었을 때 발달장애인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웠으면 좋겠다는 특별한 말씀을 주셨고, 그 말씀에 따라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마련했다'는 말을 했다"며 "개별 발달장애인에만 초점을 맞춰 발달장애인의 영유아 시기부터 청소년기, 청년기, 중장년까지 생애주기별 필요 서비스를 분석해 맞춤형으로 만든 최초의 종합대책이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특히 2018년12월3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이 내린 지시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장애인 영역을 재분류하고 내용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기존의 장애인 정책 영역에서 발달장애인을 독립적인 정책영역으로 구분해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기공식에서 시삽하기 앞서 박솔이 공주대 특수교육과 학생과 대화하고 있다. 2021.12.29. /공주=뉴시스 김진아 기자

박 수석은 이밖에 발달장애 종합대책 발표 행사에 기획재정부 예산실 공무원들이 참석했던 일화도 공개했다. 박 수석은 "당시 이 업무를 담당했던 복지부 공무원은 '그해 여름 내내 예산 확보에 매달렸는데 주말에도 편한 옷차림으로 기재부 3층 테이블에서 기재부 관련 예산 담당들과 매주 만나다보니 서로를 불쌍히 여기며 친해지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가끔은 기프티콘까지 주고 받으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는 얘길 했다"며 "이날 초대받은 기재부 공무원들에게도 큰 보람과 의미가 있었다고 했는데 이들은 '많은 예산 사업을 검토하며 예산을 편성하고 수립해 왔지만 정책대상자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의미있는 경험을 하게 해 주셔서 참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전했다"고 했다.

당시 보건복지부의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은 2018년 85억원에서 2019년 427억원으로 5배 이상 대폭 증가했고 2020년에는 916억원, 2021년에는 1512억원에 달했다. 박 수석은 "'발달장애인법'은 2014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그전까지는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법이 별도로 없었고 '장애인복지법' 안에서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다루어져 왔다"며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공약을 하기도 했고 국회의원 당시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발달장애인법'의 통과를 독려하기도 했지만, '발달장애인법' 제정 이후에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한 종합 정책들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는데 대통령 취임 후 비로소 종합대책을 만들게 된 것을 매우 기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학교가는 길'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4년 전 엄마들의 '무릎 호소'로 지어진 서진학교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한 영화이다"며 "문 대통령은 이 영화가 청와대 직원 대상 영화관람 프로그램인 '좋은 영화들'에 포함되기를 추천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주요 정책들을 다루는 청와대 참모들의 가슴에 따뜻한 공감이 심어져야 정책이 바뀌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대통령의 기대가 담긴 일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발달장애 정책'이 문재인 대통령의 '시선'과 '공감'을 디딤돌 삼아 비약적으로 발전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며 "다음 정부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로 더욱 발전시켜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