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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북한 장사정포 단숨에 파괴한다… 한국군의 ‘괴물 자주포’ 성능은?

잠용(潛蓉) 2023. 7. 2. 11:28

[박수찬의 軍] 북한 장사정포 단숨에 파괴한다… 한국군의 ‘괴물 자주포’ 성능은?
세계일보ㅣ박수찬 2023. 7. 2. 06:05 수정 2023. 7. 2. 08:56

휴전선 북쪽에 배치된 북한군 장사정포 등의 포병전력은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군에 큰 타격을 가할 위협적 존재로 꼽힌다. 북한군이 운용중인 다양한 야포와 다연장로켓은 수도권 방어를 위해 한강 북쪽에 배치된 한미 연합군을 기습 공격, 초토화할 능력을 갖췄다. 민간 거주지역을 포격, 주민들을 공포와 혼란에 빠뜨리는 것도 가능하다.

▲ 국산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이를 저지하고자 한국군은 K9 자주포를 대량 생산하는 한편 대포병레이더 등을 배치, 북한 포병 제압 임무를 맡기고 있다. 
K9은 ‘명품 무기’라 불릴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먼 거리에서 북한 포병을 정밀타격할 필요성이 늘어나면서 성능개량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발사속도, 사거리 등을 높인 개량형이 등장할 예정이다.

◆ 자동화·타격능력 강화
방위사업청은 지난 26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K9자주포 2차 성능개량(블록-1) 사업을 업체 주관 연구개발로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체계개발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2조3600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지난 2018년에 이어 K9의 성능을 또다시 높이는데 중점을 둔다. 

다만 성능개량 범위를 축소하면서 블록-1·2로 사업 범위를 구분, 기술적 리스크와 비용 증가를 억제하는 진화적 개발 방식을 채택했다. K9은 개발 이후 성능개량을 거쳐 2018년 K9A1으로 바뀌었다. K9A1은 보조동력장치(APU)가 있어서 주엔진을 가동하지 않아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조종수 잠망경은 열상형으로 주야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사격통제장치도 일부 개량되어 탄약관리 등이 용이해졌다.

▲ K9 자주포가 지상에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번에 2차 개량이 이뤄지면 K9은 K9A2 블록-1으로 바뀌게 된다. K9A2 블록-1은 포탑의 송탄과 장전을 자동화해 운용인원을 줄이고 포격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한다. 블록-1은 포탄과 장약의 적재, 이송, 장전, 사격에 이르는 단계를 자동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포탄을 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 분당 9발을 쏠 수 있는 발사속도를 갖추게 된다. 

포와 포탑은 전기구동방식으로 작동한다. 포탄을 포신에 장전하는 장치는 기존의 유압식에서 전기 구동장치로 바뀌고, 포신의 폐쇄기도 전기를 이용해 자동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155㎜ 포의 사격 절차를 기존의 유압 방식에서 전기로 제어하는 체계로 전환하게 된다. 자동화 기술이 새롭게 반영되는 포탑은 승무원과 정비 인력의 운용 편의성을 높인다. 포탑에 설치된 각각의 장비들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면서 고장 여부를 진단, 사전에 경고를 해준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 시점에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도 운용자의 조종 패널에 나타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예방정비를 할 수 있게 한다. 승무원이 K9A2에서 벗어난 곳에서 자주포 방열·장전·사격을 하는 원격제어 체계도 도입될 전망이다. 자주포와 운용인력을 분리, 적의 대포병사격으로 자주포가 파괴되어도 승무원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 K9 자주포가 가상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원격 제어는 상황에 따라 유선이나 무선으로 진행한다. 승무원은 원격제어에 필요한 장비를 갖고 자주포를 제어할 수 있으며, 사격지휘차에서도 원격제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기술이 적용되면 승무원은 기존의 5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다. 비상 상황에서는 2명으로도 운용할 수 있다. 이같은 요소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21년 9월에 마친 고반응 화포 자동화 기술에 반영되어 있다. 사전에 핵심기술을 개발한 덕분에 2027년까지 K9A2 블록-1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포신에 대한 성능개량도 이뤄진다. 강선 및 크롬 도금을 새롭게 실시해 포신 수명이 1000발에서 1500발로 늘어난다. 둔감형 장약을 사용해 안전성도 높인다. 사거리도 40㎞에서 54㎞로 늘어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M777 곡사포나 PZH2000 자주포가 쉴 새 없는 포격으로 포신수명이 급속히 단축되는 등의 문제가 드러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이외에도 냉방장치, 자동소화장치, 승무원 무선헬멧과 사주경계시 승무원의 생존성 보장을 위해 원격사격체계(RCWS)도 적용할 예정이다.

▲ 육군 K9 자주포가 훈련을 앞두고 집결지에서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무인·AI·스텔스 기술도 적용되나?
블록-1 사업이 마무리되면 이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지닌 K9A2 블록-2가 2030년대에 등장한다. 현재는 체계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시험하는 단계다.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고 판단되면, 본격적인 체계개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블록-2의 핵심은 사거리다. K9은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고, 북한군 포병을 제압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신형 자주포 개발을 본격화하는 것을 감안하면, K9도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미국은 사거리 70㎞급 58구경장 포신을 장착한 자주포를 만들고 있으며, 독일은 사거리 76㎞의 60구경장 포신을 차륜형 자주포에 탑재해 사격시험을 하고 세계 시장에 제안하고 있다. 러시아도 무인포탑을 적용한 사거리 70㎞의 2S35 자주포를 개발했다. 

한국의 K9A2 블록-2도 이에 맞춰 주포는 기존보다 길이가 늘어난 58구경장 포신을 사용한다. 포신이 길면 포탄은 정확하고도 멀리 날아간다. 길이가 길어지면 포신이 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사거리는 70㎞를 넘어서게 된다. 풍산 등에서 개발중인 램제트탄을 사용하면 100㎞ 이상의 거리도 날아간다. 분당 발사속도는 10발에 달한다. 이를 통해 한국 육군 군단 포병의 종심타격능력을 끌어올리게 된다. 무인기술도 대폭 적용된다. 이미 2020년부터 ‘K9 자주포 원격 무인화 적용기술 응용연구’를 통해 K9에 무인기술을 적용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 K9 자주포가 표적을 향해 포탄을 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원격 무인화 기술이 적용되면 K9A2 블럭-2는 근거리에서 운용하는 원격통신장치, 차량 제어용 통합자율주행처리기, 구동제어기 등을 사용한다. 통신이 단절되면 자동으로 복귀한다. 이를 위해서는 카메라를 비롯한 센서를 통합 운용하는 기술과 더불어 고용량 데이터 전달 및 처리 기술이 추가되어야 한다. 장애물회피 및 경로주행 등을 포함한 자율주행기술도 필수다. K9A2 블록-2가 완전히 전력화되면, K9의 작전은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주둔지를 출발한 K9 부대는 전술진지에 전개한다. 이후 1개 중대는 원격으로 전환, 자율주행기술을 통해 사격 위치로 무인 이동한다. 다른 중대들은 승무원이 조종해서 전개한다. 원격제어로 이동한 K9은 자율주행기술을 이용해 사격 위치로 전개한다. 포탄 장전·사격은 무인 기술로 진행한다. 다른 곳으로 전개한 K9은 승무원이 자주포와 떨어진 곳으로 이동, 원격제어로 포탄을 쏜다. 2040년 이후를 염두에 둔 K9을 뛰어넘는 차세대 자주포 개발도 거론된다.

본격적으로 소요가 제기되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 기술 사전 확보 등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하이브리드나 전기, 수소를 동력으로 사용해 소음을 낮춰 적에게 포착될 위험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갑은 방호력이 뛰어나면서도 무게는 가벼운 신소재를 적용한다. 임무를 접수한 이후 사격에 이르는 과정을 신속하게 실시할 수 있는 무인포탑과 인공지능(AI) 기반 사격통제체계도 개발해야 한다. 유·무인 복합체계와 더불어 드론처럼 군집운용이 가능한 기술 개발도 요구되고 있다. 

 

▲ K9 자주포가 사전에 설정된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사거리도 130㎞를 넘어설 수 있도록 신형 포탄을 개발하거나, 레일건 또는 레이저포를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때 궤도형 자주포는 탈냉전 시대에는 적합치 않은 장비로 분류되기도 했다.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는 차륜형 자주포가 더 유용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대규모 전면전에서 궤도형 자주포가 유용하며, 첨단 기술을 적용하면 미래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신형 152㎜ 자주포를 개발하는 등 포병전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K9의 성능을 높이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한반도에서 남북간 포병전력의 균형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K9에 대한 성능개량 작업은 북한 포병의 위협을 억제하면서 향후 차세대 자주포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미리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