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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셔틀콕 퀸' 안세영,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 쾌거

잠용(潛蓉) 2024. 8. 5. 20:28

[파리올림픽]  '셔틀콕 퀸' 안세영,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 쾌거
이데일리ㅣ이석무 2024. 8. 5. 18:49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를 상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를 상대로 득점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셔틀콕 퀸’ 안세영(22·삼성생명)이 대한민국 선수로는 28년 만에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빛 스매싱을 날렸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를 세트스코어 2-0(21-13 21-16)으로 눌렀다.

한국 여자 단식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것은 1996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이다. 우리나라 셔틀콕 전체로도 2008 베이징 대회 이용대-이효정의 혼합 복식 이래 16년 만에 나온 금메달이다. 파리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수확한 11번째 금메달이다. 금메달이 양궁(5개), 사격(3개), 펜싱(2개)에 집중된 가운데 새로운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컸다.

안세영은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 도전이었다. 첫 올림픽이었던 도쿄올림픽에선 대회 1번 시드였던 천위페이(중국)에게 패하고 8강에서 탈락했다. 당시 19살로 배드민턴 종목 최연소 선수였던 안세영은 경기에서 패한 뒤 눈물을 쏟았다. “후회 없이 준비했는데 이 정도의 성과가 나왔다.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칼을 갈았다.

도쿄에서 흘린 아쉬움의 눈물은 3년 뒤 파리에서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다. 결전의 땅 파리로 출국하기 직전 “(귀국할 때는) 즐겁고 재미있게 들어오고 싶다. 샴페인을 흔들면서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는데 그 바람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안세영은 앞서 8강전과 4강전에서 먼저 1세트를 내준 뒤 2, 3세트를 따내며 역전드라마를 썼다. 반면 이날 결승전에선 1세트부터 적극적인 공격으로 우위를 점했다. 과감한 스매싱과 드롭샷으로 허빙자오를 흔들었다. 수비가 약한 허빙자오는 안세영의 다양한 공격에 범실을 쏟아냈다. 1세트는 21-13 안세영의 완승.

2세트도 안세영의 흐름이었다. 안세영은 체력의 우위를 앞세워 끊임없이 랠리 싸움을 벌였다. 허빙자오는 시간이 흐를수록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세트 중반 들어 점수차를 5~6점 차로 벌린 안세영은 결국 허빙자오에 16점만 내주고 21점에 먼저 도달해 값진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20-16에서 허빙자오의 셔틀콕이 라인을 벗어나 마지막 골드메달 포인트로 연결되는 순간 안세영은 차분하게 영광의 순간을 즐겼다. 패한 허빙자오에게 찾아가 위로를 전한 뒤 코트 위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나서야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안세영은 명실상부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이다. 현재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식, 여자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앞서 열린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선 한국 단식 선수로서 처음 우승하는 역사도 썼다. 안세영은 지난해 한 해 동안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 10차례, 준우승 3차례를 달성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올해의 여자 선수상도 수상하는 등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사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았다.안세영은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 당시 무릎을 다쳤다. 아픈 무릎 때문에 경기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마다 무릎에 테이핑을 잔뜩 하고 코트에 나왔다. 하지만 부상도 안세영의 투혼을 막을 수 없었다. 무릎 상태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월등한 체력과 강한 투지로 코트를 지배했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여제 안세영의 ‘파리 대관식’...  28년 만에 단식 금메달
조선일보 l 파리 김영준 기자2024. 8. 5. 18:47

▲ 안세영이 5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와 맞붙었다. 득점 후 환호하는 안세영./스포츠 조선

안세영(22·삼성생명)이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종목에서 한국에 28년 만에 금메달을 안겼다. 여자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과 벌인 2024 파리 올림픽 결승전에서 2대0(21-13 21-16)로 승리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에 이어 28년 만에 한국의 단식 종목 금메달. 배드민턴 전체 종목으로 따지면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이후 16년 만이다.

8강전과 4강전에서 모두 1게임을 먼저 내주고 시작했던 안세영은 결승전에선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몸을 날려 상대 공격을 걷어내는 ‘질식 수비’와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송곳 스매시로 1게임을 8점 차로 승리했다. 2게임에선 4점 차로 앞서다가 11-11 동점을 허용했지만, 다시 분위기를 가져와 손쉽게 경기를 끝냈다.

안세영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그랜드슬램’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랜드슬램은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을 모두 제패하는 것을 뜻한다. 작년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그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면서 “올림픽 금메달이 사실상 마지막 퍼즐”라고 했다. 올해 4월 아시아선수권에서 허빙자오에게 패배했으나, 올림픽 결승에서 복수에 성공했다. 올림픽 직전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내고 싶다”고 한 각오대로 모든 걸 쏟아부으며 금빛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의 금메달 도전에 가장 큰 변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입었던 무릎 부상이었다. 그는 당시 라이벌 천위페이(중국)와 벌인 여자단식 결승전 도중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고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승리해내는 투혼을 보였다. 그러나 그때 입은 부상이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충분한 휴식과 재활을 거쳤어야 했는데, 완전히 낫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대회 출전을 강행했다. 올림픽 랭킹 포인트를 쌓아 조금이라도 금메달에 유리한 1번 시드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지도자와 가족들은 무리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안세영 본인 욕심이 컸다고 한다.

안세영은 무릎 부상을 안고도 국제대회에 나가 우승 등 좋은 성적을 여러 차례 냈다. 하지만 반대로 통증이 심해져 정상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안세영이 정작 올림픽에서 정상 컨디션을 보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자 안세영이 직접 본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좋아질 수 없는 부상이다. 올림픽에 초점을 두고 통증에 적응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에서 무릎 상태가 100% 회복되지 못했고, 80% 수준으로 경기를 뛰었다고 한다.

안세영은 2017년 12월, 만 15세 나이로 성인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며 ‘천재 소녀’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다음해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2강에서 탈락해 눈물을 훔쳤다. 메달을 기대했던 2021년 도쿄 올림픽 때도 8강에서 미끄러졌다. 그 이후 안세영은 세계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여자단식 ‘4대 천왕’ 수식어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 천위페이 등 강적들을 쉽게 뛰어넘지 못했었다. ‘수비형’ 선수였던 안세영은 고된 레슬링 훈련 등을 자체하며 체력을 길렀고, 공격력도 장착해 전천후 선수로 거듭났다.


그에겐 지난해가 분기점이었다. 그동안 쉽게 이기지 못했던 라이벌들을 연달아 격파하기 시작했고, 세계선수권 등 주요 대회들을 휩쓸며 세계 랭킹 1위로 거듭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과 개인전 결승에서 모두 천위페이를 제압하고 2관왕에 오르며 독보적인 세계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부상까지 이겨내며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약속대로 올림픽을 ‘낭만 있게’ 끝냈다.

안세영은 이제 방수현을 넘는 한국 여자 배드민턴의 전설이 됐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모두 석권한 건 방수현도 이루지 못했던 일이다. 방수현의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은 1993년 대회 은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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