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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애청곡

[그리운 가곡] '달밤'(1946) - 대우합창단 노래

잠용(潛蓉) 2012. 10. 29. 20:02



"달 밤” (1946)
金泰午 작사/ 羅運榮 작곡/ 노래 대우합창단

 

< 1 > 

燈 불을 끄고 자려 하니

휘영청 窓門이 밝으오.


門을 열고 내어다 보니

달은 어여쁜 仙女 같이
내 뜰 위에 찾아오다.


달아 달아, 내 사랑아,

내 그대와 함께
이 한밤을 이 한밤을

얘기하고 싶구나.


< 2 >
어디서 흐르는 短簫 소리

凄凉타 달 밝은 밤이오.


솔 바람이 선선한 이 밤에

달은 외로운 길손 같이
또 어디로 가려는고?


달아 달아, 내 사랑아,

내 그대와 함께
이 한밤을 이 한밤을

同行하고 싶구나.




◆  이 곡은 나운영교수가1947년에 작곡한 서정가곡으로 성악가인 아내에게 바친 사랑의 선물이라 한다. 가사와 곡의 일체성이 자연스런 감정 속에 절묘하게 표현되었고 가락 자체에 기악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 그의 작품으로는 보편적인 경향을 따라 작곡된 것으로 멜로디가 우리의 전통 정서에 잘조화되며 선율의 변화가 풍부하다. 노래 부르기에 다소 힘든 음정의 도약도 있지만 그것이 어쩌면 더욱 생동감을 주는지도 모른다. 여린박으로 시작하여 감상자의 심리적인 효과를 노린 그의 개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두산백과)
 다행히 대우합창단의 아름다운 혼성합창곡이 있어 이번 추석을 맞이하여 여러분들과 함께너무도 잘편곡되고 너무도 잘 부른이 합창곡을 감상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선조들의 말씀대로 넉넉하고 뜻있는 한가위 추석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잠용)


('달밤' - 대우합창단 노래)


 

“자작곡 ‘달밤’ 해설”/ 나 운영

 

“그리 많지 않은 나의 가곡 중에서 1939년작인 「가려나」(김안서 작시)가 처녀작이라면 「달밤」은 출세작이요, 「접동새」(김소월 작시)는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려나」전에도 「아 가을인가」라는 곡을 중앙고보 3학년 때 쓴 일이 있지만 이것은 가곡이라기보다는 서정소곡이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 줄 생각되고, 「가려나」가 동아일보 신춘문예 현상모집에 당선됨으로써 드디어 작곡 전공의 길이 활짝 열리게 되었고, 문제의 「달밤」바로 전의 것이 1946년 8월14일에 작곡된 「박쥐」(유치환 작시)요, 「달밤」바로 후의 것이 1947년 1월 23일에 작곡된 「가는 길」(김소월 작시)이다.

1945년 6월에 내가 결혼하자마자 해방을 맞이하게 되었고, 9월부터 당시 임영신 여사가 설립한 중앙여자대학(중앙대학교의 전신)에 교수로 발탁되었는데 이 대학의 부학장인 시인 김태오 선생에게서 시집 『초원』을 받아 보니 그 중 「달밤」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 구상 끝에 1946년 8월 16일에 완성해서 19일에 JODK (경성중앙방송국)의 방송을 통해서 첫선을 보이게 되었는데 독창자는 나의 아내인 유경손이요, 피아노 반주는 나였으니 그야말로 부창부수(婦唱夫隨)가 된 셈이다.

그런데 김태오 선생은 일찍이 홍난파 선생에게 바이올린 레슨까지 받았던 분인지라 남달리 음악을 깊이 이해하여 -비록 연령차이는 많았지만- 서로 합작하여 좋은 작품을 만들어보기로 약속까지 하여맨 처음에 쓴 것이 「삼천리 반도강산 새날은 밝아..」로 시작되는 국민가요 「건국의 노래」요, 두번째 쓴 것이 「달밤」이요, 세번째 쓴 것이 「중앙대학교 교가」이다. 이 중에서 「달밤」은 시 자체가 매우 로맨틱해서 우리의 신혼시절의 감정이 이에 잘 표현된 것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이때만 해도 우리 나라의 가곡은 대체로 창가나 서정소곡의 범주를 채 벗어나지 못했을 때인데 우선 음역이 넓고, 높은 음을 길게 뽑는 대목이 들어 있어 마치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詠唱) 같은 느낌을 주는 매우 로맨틱한 가곡이 탄생했으니 당장 크게 히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달밤」이 오늘날처럼 애창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이 곡을 누구보다도 먼저 인정해 주신 분은 이관옥 선생이시다. 그래서 선생의 추천으로 전국 중등학생 음악경연대회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부 주최)의 지정곡으로 선정되었는데 그당시 창덕여고 황영금 학생(현 연세대 교수)이 이 곡을 불러 1등을 차지하기도 했으니 이것이 첫째 에피소드이다. 그 후부터 소프라노나 테너는 누구나 「달밤」을 자기들의 레퍼터리에 넣고 즐겨 부르게 되었는데 이 밖에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즉 화상을 입고 두문불출하던 이인범선생의 「재기 독창회」가 열렸을 때 제일 마지막 프로에서 「달밤」을 불렀는데 3창 · 4창까지 앵콜을 받아그야말로 열광적인 호평을 받게된 후로는 더욱더 널리 애창될 수 밖에....

「달밤」은 흔히들 느리게 부르는데 그래야만 로맨틱하게 들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나 이 곡은 <4분음표=88>로 즉 보통 빠르기 (모데라토)로 불러야만 피아노 반주의 8분음표의 리듬과 잘 어울린다. 그리고 피아노 반주의 왼손에 나오는 대위법적 선율(대선율)을 의식하면서 노래를 하거나 들어야만 제멋과 맛을 느낄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정한 속도로, 기계적으로 부를 것이 아니라 「점점 빠르게-그 다음에는 점점 느리게」 즉 「템포 디 루바토」로 연주해야만 로맨틱한 정감이 살아난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연주가들의 연주를 실연 또는 디스크나 방송을 통해서 들어왔다. 그런데 사람마다 다르게 연주하는 것이 늘 불만이다. 물론 연주가마다 해석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하나의 표준에서 그다지 벗어나지는 말아야 하는데 그야말로 각인각색이니 문제가 아닌가? 모름지기 연주는 제2의 창작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곡을 살리는 것도 연주가요, 죽이는 것도 연주가이다. 다시 말해서 참된 연주가는 평범한 곡을 가지고도 훌륭한 곡을 만들어 놓는다.

달밤이나 달빛에 관한 명곡은 비교적 많다. 피아노곡이 원곡인 드뷔시의 「월광」을 관현악 편곡으로 듣는 것도 별미이고, 소위 「월광곡」으로 널리 알려진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14번」은 표제음악으로 듣지 말고 어디까지나 절대음악으로 전악장을 감상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또 가곡으로는 포레의 「두개의 노래」(작품 46번) 중의 둘째곡인 「달빛」이 유명하고, 슈만의 「리더 크라이스」(작품 39번) 중의 다섯번째곡인 「달밤」도 유명하며, 슈베르트는 달에 관한 가곡을 많이 남겼다. 이처럼 달밤이나 달빛에 관한 곡이 많은데도 김태오 작시의 「달밤」이 작곡된 지 벌써 40여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즐겨 불려지는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첫째는 시가 좋고, 둘째도 시가 좋기 때문이리라.”

“달아 내 사랑아
내 그대와 함께
이 한밤을 얘기하고 싶구나

달아 내 사랑아
내 그대와 함께
이 한밤을 동행하고 싶구나.”


<1989. 9월호 월간 새농민>

 


달밤 - 선명회합창단 /윤학원 지휘


백남옥 -달밤


달밤 - 소프라노 황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