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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대선분석] '노풍(老風)이 선거판 뒤집었다… '일등공신'

잠용(潛蓉) 2012. 12. 21. 07:35

SNS로 무장한 5060

"4시 모여 투표" "진보가 당선되면 세금폭탄"

[매일경제] 2012년 12월 20일(목) 오후 05:55

 

 

막 연 박근혜 시대…  판 뒤집은 老風 일등공신

 

"한 달 전부터 이메일로 동창들 간에 투표 독려가 시작됐습니다. 선거 당일에도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으로 열심히 투표를 독려했습니다."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김영우 씨(가명ㆍ73)는 평소에 고교 동창들과 이메일로 안부와 글을 활발하게 주고받는다. 김씨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는 얘기를 휴대전화 메시지나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로 전파했다"면서 노년층의 열띤 투표 독려 분위기를 전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5060세대도 스마트폰 등 IT 기기와 인터넷을 활용한 실시간 투표 독려가 대중화된 것. 이들 세대 결집은 10년 전에 비해 600만명이 늘어난 표의 힘과 결합, 결국 정권심판론이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이라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성형외과 의사 조 모씨(57)는 "오후 2시쯤부터 동료 성형외과 의사들과 만들어 놓은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 쉼 없이 메시지들이 오갔다. 투표율이 높아 진보 정당에 유리하니 꼭 투표하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동창회, 동호회 커뮤니티 등에서도 5060세대의 투표 독려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대학교수 김 모씨(60)는 "특별히 지지하는 후보가 없어서 투표를 안 하려고 했는데 평소 산을 좋아해 가입한 산악인 커뮤니티에서 인터넷과 문자를 통해 투표를 강하게 독려해 결국 투표했다"고 말했다.

동네 노인정이나 피트니스클럽 등에 형성된 지역 커뮤니티들도 5060의 높은 투표율에 한몫했다.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배 모씨(73)는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추운 날씨에 투표를 포기하려 했다. 투표소가 집에서 10분 이상 걸어가야 하는 곳에 위치해 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네 노인정에서 투표소까지 대형 밴을 대절해 노인들을 한꺼번에 투표소까지 실어다 준 덕에 무사히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주부 최 모씨(62)는 이웃 주민들 권유로 투표를 한 사례다. 최씨는 "투표할 마음이 없었는데 같은 골프연습장을 다니는 동네 아줌마들이 진보 정당 후보가 당선되면 '종합부동산세 같은 세금 폭탄을 또 맞게 될 것'이라고 겁을 줘서 투표했다"며 "속칭 강남3구나 목동 쪽 사람들에게는 진보 정당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사실 세대 간 대결 양상이 극명하게 나타난 첫 사례는 2002년 대선이었다. 젊은층은 진보 계열 후보를 지지하고, 중장년층은 보수 계열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지역 대결 위주였던 대한민국 선거 판을 바꿨다.

당시에는 2030세대 유권자 비율이 48.3%로 전체 유권자 중 절반을 차지했다. 선거 판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반면 50대 이상 유권자 비율은 29.3%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 만에 2030 유권자 수는 약 140만명 줄어들고 5060 유권자 수가 600만여 명 늘었다. 자연스럽게 전체 유권자 대비 해당 세대 비율도 2030은 38.5%, 5060은 39.6%로 역전됐다. 여기에다 5060세대의 높은 투표율이 결합해 이들 세대의 대선 영향력이 더 커졌다. 특히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이 75%에 육박하는 60대 이상 유권자 수와 투표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런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대한민국 선거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세대는 항상 50대였지만 지난 4ㆍ11 총선에서는 60대가 처음으로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며 "방송3사 출구조사를 토대로 한 세대 투표율에서는 50대가 10%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왔지만 선관위가 실제 집계를 하면 60대 투표율도 50대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한편 정치 분야 전문가들은 투표 참여 독려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 이유로 △사실상 양자 대결로 형성된 대선 구도 △승패를 알 수 없는 초박빙 판세 △노년층 결집이 가능한 사회적인 수단 발달 등을 들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보면 5060세대에 대한 문재인 민주당 후보 메시지가 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문 후보 메시지는 이른바 산토끼에 해당하는 40대 이상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허진재 이사는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5060세대의 선거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은 맞다"며 "그러나 이들이 보수화라는 한 방향으로 몰려 가거나 보수 계열 후보만을 무작정 지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은표 기자 / 장재웅 기자]

 

젊은층 "너와 입장 달라" 대선후 SNS '친구' 끊기 사태
[조선일보] 2012.12.22 03:03

 

대선 지지후보 다르다는 이유로 언쟁 벌이다가 '친구'에서 삭제
박근혜 후보 대통령 당선 뒤 "친구 끊어달라"는 글 넘쳐
"20~30대, 자신과 의견 다를 때 귀 닫으려는 성향 있어…"
 


"트위터로 가볍게 만난 사이라지만 실망이에요. 박근혜 지지한다니까 5명이 언팔(unfollow·트위터 연결을 끊는 것)하네요."(트위터 아이디 @ap****) "오늘 블락(block·차단) 및 언팔이 세 개가 있는데 이유가 박근혜 당선된 거 축하한다 해서…."(트위터 아이디 @5b****) 대선이 끝나면서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 이른바 '친구 끊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SNS상에 지지 후보를 밝혔다가 '트친(트위터 친구)', '페친(페이스북 친구)'을 끊는 일이 속출한 것이다. 20~30대 이용자가 많은 SNS에서는 원래 문재인 지지 의견이 다수인 만큼, 문재인 패배로 마음이 상한 지지자들이 박근혜 지지자들을 친구에서 끊는 사례가 훨씬 많았다. [이옥진 기자]

 


▲ 자료: 조선일보


대학원생 박모(25)씨는 21일 페이스북 뉴스피드(친구들의 글이 올라오는 페이지)에 매일 올라오던 친구 3명의 소식이 뜨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확인한 결과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페이스북에서 논쟁을 벌인 친구 3명이 자신을 친구에서 삭제한 것이다. 박씨 친구 A씨는 당선이 확정된 19일 밤 "울분이 터진다.

 

오늘 대한민국은 망했다"라는 글을 올렸고, 박씨는 "네가 좋아하는 민주주의란 건 결과에 승복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댓글을 달았다. 다른 친구 B씨는 "20대가 투표 안 해서 박이 됐다"는 글을 올렸고, 박씨는 "20대가 전부 문재인 찍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희의 착각"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두 사람 모두 다음 날 박씨를 친구 목록에서 빼버렸다. 박씨는 "생각이 다르다고 온라인 친구 관계까지 끊다니 어이가 없다"면서 "학교 가면 다시 볼 사이인데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는 대학생 엄모(25)씨는 20일 오전 "박근혜 후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트위터 친구 1명으로부터 욕설 메시지를 받았고, 4명으로부터 언팔을 당했다. 엄씨는 "언팔 당한 뒤 황급히 글을 지웠다"며 "정치 성향이 다르다고 이러는 건 유감"이라고 했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 게시판에 20일 오후 '고딩 동창에게 페북(페이스북) 친삭(친구삭제) 당했다'라는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왜 20대가 박근혜를 지지하면 ×새끼인지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축하드립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페이스북 친구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선 투표가 끝난 20~21일 트위터상에는 '박근혜(문재인) 지지자면 알아서 스스로 언팔해 달라'는 글도 넘쳤다. 언팔·블락을 당한 사람들의 하소연도 이어졌다. "어이없음 내가 박근혜 대통령님 글 올리고 나서 블락 쇄도. 자기랑 다른 의견이라서 블락하시나요?"(트위터 아이디 @hon****) "문재인 지지하는 글 올리니까 언팔 막 하네. 맘대로 해라"(트위터 아이디 @Ha****) 등이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는 "SNS의 주 이용자층인 젊은 세대의 경우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 무작정 귀를 닫으려는 성향이 있다"며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SNS 주류 담론에 어긋나는 의견을 아예 외면해서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