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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설화

[불교설화] '태자귀'(胎子鬼)의 슬픈 이야기"

잠용(潛蓉) 2013. 3. 1. 17:31

엄마 엄마’ 부르며 구천(九泉)을 헤매는
가련한 '태자귀' (胎子鬼) 이야기…

 


(법철스님 정업드라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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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母子)의 인연 따라 이 세상에 왔다가...

태자귀는 태자귀(太子鬼)라고 쓰며 또는 탱자귀(撑子鬼),동자신(童子神), 또는 태주(太主)라고도 부르는데 아기(小兒)가 죽거나,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날 날을 고대하다 어머니의 고의적 임신중절이나 또는 유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아기의 영혼을 불교에서 일컫는 말이다.

나는 지금부터 태자귀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하는데, 지금도 내 귓가에는 이 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원통하게 죽임을 당하고 버려진 무수한 아기들(태자귀, 동자신)의 울음소리가 ‘응애 응애…‘ 엄마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태자귀 즉 아기의 영혼은 전생에서 인연 따라 모자간의 연(緣)을 맺으려고 불교에서 말하는 육도윤회(六道輪廻)의 환생 가운데 가장 어려운 인도환생(人道還生)을 지음받고 탄생코자 했던 고귀한 영혼들이다. 아기는 아직 세상의 광명을 보지 못한체 엄마의 태중에 있으면서 엄마의 마음 속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느끼며 인식하고 있다. 즉, 태중에서도 아기는 엄마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기는 자신의 뜻이 아닌 엄마의 사정에 의해 엄마로부터 억울한 죽임을 당하여 태자귀 신세가 되어 버린다. 죽임을 당한 아기는 미식가들이 돼지새끼 태저(胎猪) 등을 갖은 양념에 섞어 먹듯이, 태아의 시체를 보약으로 먹어치우기도 하고, 쓰레기처럼 버려져 들짐승, 날짐승의 먹이로 찢기우고, 또는 물 속에 던저져 고기밥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하고, 쓰레기 소각장에서 불태워지는 고통을 받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특히 임신중절로써, 태어날 몸을 상실한 아기의 영혼은 다시 인도환생을 하려고해도 어머니의 몰인정과 무참한 죽음이 마음에 각인되어 두렵고, 또한 태자귀는 천도(遷渡)조차 해주지 않아 ‘임자 없는 무주고혼(無主孤魂)’의 신세가 되어 눈비를 맞으면서 어머니를 원망하고 울면서 중음계(中陰界)를 떠도는 나그네로 떠돌아 다니게 된다.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노골적으로 드러내 놓고 태자귀를 애도하고 천도하지는 않지만, 이웃 일본에서는 사찰을 찾으면 거의 태자귀 즉 아기의 영혼을 위로하는 돌탑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찰 마당의 한구석에 작은 돌덩이들을 모아 탑처럼 만들고, 그 돌탑 옆 나뭇가지에는 오색 비단으로 만든 손바닥만한 아기 옷이 여기저기 걸려 있으며, 아기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 등도 함께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돌탑 앞에는 향을 피우고, 아기의 옷과 놀이기구, 과자 등을 차려놓고 합장하면서 고개 숙여 기도드리는 여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녀들은 회한의 눈물 속에서 불경을 낭송하고, 낭송이 끝나면 마치 자신의 아기에게 대화하듯 이렇게 독백을 한다.


“ 아가야, 이 죄많은 엄마를 용서해 다오...”
태자귀 즉 아기의 영혼은 어머니가 반드시 부처님 전에 영혼천도를 해주어야 한다. 아기의 원한은 저주로 바뀌고, 그 저주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소생, 즉 다른 자식들에게까지 불길한 먹구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태자귀의 원혼이 저주하는 집안은 그 자식들이 번창하지 못하게 된다.

 

태자귀는 악의로 만들기도 했다는데... 



항간에는 이러한 속설도 있다. 영험한 동자신을 얻어 명성과 돈을 잡아보려는 어떤 무녀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유괴하여 감금시켜 놓고 여러 날 먹을 것을 주지 않아 굶주리게 만든 후, 대나무 통에 먹을 것을 넣어 보여주면서 아이가 오로지 한 생각으로 대나무 통을 응시하며 집중할 때 돌연 뒤에서 칼로 목을 쳐서 죽인다고 한다. 이로써 아이의 영혼은 대나무 통에 깃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다음 무녀는 대나무 통을 흔들고 아이를 부르면 대나무 통에 깃들인 태자귀가 슬픈 목소리로 대답하고, 그 때부터 무녀는 태자귀를 신점을 치는데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필자 생각에는 무속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허위 날조하여 무녀를 욕보이려는 음모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무녀들은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영험한 신점(神占)을 치기 위해서는 태자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바꿔 말해 동자신을 모르는 무녀는 무녀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 삽화(揷話)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일제시대 경상북도 영덕에 사는 30대 후반의 미인 무녀는 신령스러운 신점으로 유명했는데, 일설에는 사기꾼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영덕경찰서 일본인 서장은 무녀가 사기를 친다는 소문을 듣고 그 진위여부를 알기 위해 직접 서장실로 무녀를 불러 시험해 보려고 생각했다.시험을 해서 사기로 혹세무민을 한다고 판단될 때에는 무녀를 구속시켜 단죄하려는 계산에서였다. 경찰서장은 서장실에서 부하 민완형사를 동석시켜 무녀의 영력(靈力)을 시험시켰다. 서장의 사전지시로 동석한 형사는 피의자를 심문하듯 사납게 무녀에게 다그쳤다.

“당신이 사기를 치지 않고 진짜 능력이 있다면, 서장님의 최근 상황에 대해 어서 말해봐요!”


무녀는 서장의 얼굴을 무섭도록 신기로 충만한 눈으로 노려보더니 이내 피식 웃고 말하지 않았다. 서장은 더욱 위엄을 부리며 허음! 큰 기침으로 재촉했고, 형사는 더 사납게 다그쳤다.

“이봐요, 말을 못하는 것을 보니 그 동안 사기쳐 온 것 아니오?”

무녀는 굽히지 않고 당당히 말했다.
“제가 다 말씀드려도 서장님께서 괜찮겠어요?”

서장이 화를 내며 대꾸했다.
“주저하지 말고 무슨 말이든 해봐요. 만약에 허튼소리를 하면 각오해야 할거요.”
“히히히... 말을 하라시면 합지요. 우리 영험한 동자님이 무슨 말이든 못하리까...”

 

무녀는 기분 나쁘게 웃으며 서장을 힐끗 노려보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에다 대고 태자귀를 주문처럼 연거푸 불렀다.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어서 이리 나오너라”

그러자 허공에서 “휘유, 휘유”하는 휘파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더니 이내 가까이 다가왔다. 트랜스 상태에 신이 지핀 무녀의 입에서는 조금전 무녀의 음성과는 전혀 다른 아이의 천진난만한 음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동자는 말했다.

 

“엄마, 저 아저씨는 부인 말고, 강씨 성의 젊은 첩이 또 있는데, 돈도 많이 갖다 준다.
그런데 큰일 났어. 저 아저씨, 첩 때문에 석달 후면 관직에서 쫓겨나게 생겼어….
어쩌지…. 엄마 저 아저씨 울게 생겼어.”

무아지경에서 무녀의 입을 통해 나온 동자의 목소리는 경찰서장의 마음 속을 뒤흔들었다.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더니 생땀까지 흘렸다. 서장은 놀란 얼굴로 두 손을 홰홰 저으며 버럭 성을 내어 말했다.
“무슨 미친 소리야. 있지도 않은 거짓말을 잘 하는구먼. 소문대로 사기꾼이야. 이봐, 박형사 당장 경찰서에서 내쫓아 버리게! 원, 재수가 없으니 별소리를 다 듣는구먼.”

 

형사는 서장의 백짓장같은 얼굴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피식 웃고, 무녀를 황급히 경찰서에서 내보냈다. 그날 밤, 심야에 평상복을 입고 빵모자를 쓴 한 남자가 무녀집을 찾아와 주위를 살피더니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쏜살같이 안으로 들어가 무녀에게 이렇게 애걸복걸했다고 한다.

“제발 첩 때문에 관직에서 쫓겨나지 않는 비법 좀 가르쳐 주시오. 무슨 일이든 다 하리다.”


이규경(李圭景)이 지은 <오주연문장전산고 五洲衍文長箋散稿>"의 "태자귀 변증설(太子鬼辨證說)"에는, “세상에 태자귀가 있는데, 어린아이의 죽은 혼이 무녀에게 붙어 인간의 길흉화복을 알려준다고 했다. 태자귀의 소리는 휘파람 소리나 말채찍소리 같아서 범인들은 알 수 없지만 무녀는 태자귀의 소리를 알아들어 인간의 길흉화복을 알려준다고 한다” 라고 기록했다.어찌 이규경의 사례뿐일까?

 우리의 눈에는 열파(熱波), 전파(電波), 전기(電氣), 냄새 등과 같이 보이지는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여 작용하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영계의 존재가 엄연히 존재하고 작용한다는 것을 의심해서는 안된다-

 

아기 영혼의 천도(遷渡)만이 해원상생(解怨相生)하는 길



이 글을 읽는 사람 가운데, 과거 자신과 아기 영혼과의 슬픈 사연이 있다면, 이제라도 가까운 산사(山寺)를 찾아가 부처님께 향을 피워 아기 영혼을 부르고 찾으시라. 우주의 시방세계(十方世界)는 광대무변하지만, 모두가 서로 통하게 되어 있다. 친화력이 강한 엄마의 정으로 아기 영혼을 부르면, 그 아기 영혼은 제 엄마의 소리를 듣고 광속(光速)으로 날아올 것이다.

 

엄마는 아기에게 진심으로 속죄하고 화해하며 아기의 영혼을 위로하고 인도환생(人道還生)할 수 있도록 천도해 주고, 나아가 생사의 고통이 없는 부처님의 세계로 미련없이 훨훨 떠날 수 있도록 지성으로 천도기도를 드릴 것을 권한다. 아기를 위한 천도의 기도는 어찌 엄마 혼자만의 책임일까? 아빠 되는 인연도 천도기도를 드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승에서 맺지 못한 슬픈 인연을 천도를 통해 승화시킬 수 있다면, 그 공덕으로 태자귀와 부모와 가족은 무량(無量)한 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경세(警世)의 목탁을 치며 외친다.
“아기와 슬프게 이별해야만 했던 부모여, 매월 초하루를 아기 영혼의 천도일로 정하고 불전(佛殿)에 향을 피워 기도하는 마음을 갖으시라. 오직 이 길만이 현세와 내세에 받을 인과(因果)의 업고(業苦)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원상생(解寃相生: 원한을 풀고 같이 살아남)의 유일한 길임을 명심할지어다.” 지금도 나의 귓가에는 이 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 버려진 무수한 아기들, 태자귀, 동자신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붓을 놓는다. 아아, 고해(苦海)의 중생(衆生)이여, 고귀한 영혼, 고귀한 생명, 고귀한 인연을,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가더라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2002,4.25. 아침 치악산 기슭에서-法徹 合掌)

 

* 일본사찰 이미지: bklove's blog, 기타는 관련 사이트에서 인용했다. 

* 이 이야기는 2002년 11월 6일, ITV "위험한 초대" 프로에서 <태자귀>로 제작 방영되었다. (아래 VOD)

 

(정수년 해금독주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법철스님 정업(定業) 드라마 1부, "태자귀" (胎子鬼)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