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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설화

[명시감상] 구르몽의 '낙엽'(Les feuilles mortes)

잠용(潛蓉) 2012. 10. 26. 21:40

 


‘낙엽’(La Feuille Mortes, 1892)
레미 데 구르몽(Rémy de Gourmont 1858~1915, 프랑스)

 


 

“시몬, 나뭇잎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그래도)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Roger Williams(Piano) - ‘Autumn Leaves’(1955)

 

낙엽 / 레미드 구르몽 낭송:김정환

 


“프랑스 상징주의 문학의 대표작
구르몽의 ‘낙엽’(La Feuille Mortes)”

 

[이해와 감상]

구르몽의 시 <낙엽>은 그가 32세 때인 1892년에 출판된시집 <시몬 La Simone>에 수록된 시이다. 그의 인상주의 문학이 무르익어 갈 무렵이었다. 이 시집은 타이틀에서 보듯이 그가 사랑한 ‘시몬’이란 여인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채워져 있다.

구르몽의 시에는 그의 독특한 감성과 상상으로 이룩된 ‘시몬’이란 한 여성에 대한 깊고 뜨거운 애정이 잠겨 있다. 그리고 반복 기법에서 오는 효과가 이 시에 묘한 매력을 더해 주고 있다. 가령, <낙엽>에서는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가 후렴처럼 반복되어 있고, <눈>에서는 각 연의 서술어가 매연마다 거듭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시의 주제는 마지막 연에 들어있다고 하겠다.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그렇다, 죽음은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시인은 한잎 두잎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이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영혼처럼 울 수밖에” 없는 낙엽들을 보았다.

그리고,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하고 매 연마다 반복해서 묻고있는 것은, 자기는 그 소리가 몹시 듣기 싫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강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시인은 “낙엽은 버림받아 땅 위에 흩어져 있”고,“발로 밟으면 낙엽은 (죽은) 영혼처럼 운다”고 썼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낙엽은 때가 되면 떨어져 죽게 되고, 비록 자신은 죽지만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해 죽는다는,즉 생명의 영원성 다시 말해 윤회사상도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잠용)

[작가 구르몽 Remy de Gourmont]


레미 데 구르몽 (Rémy de Gourmont, 1858. 4. 4~1915. 9. 27)은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 문학 평론가이다. 상징파의 잡지〈메르키르 드 프랑스〉를 창간하였으며, 비평과 미학에 커다란 공적을 남겼다. 노르망디의 명문귀족 출신으로 태어났지만 그러나 26세 때 결핵의 일종인 낭창에 걸려 얼굴이 추해지자, 문밖 출입이 어려워 고독한 생애를 보냈다. 그는 상징주의의 이론가일 뿐 아니라, 자유로운 입장에서 세련된 취미와 학식을 가지고 시· 소설· 평론을 다수 썼다. 그의 대표적인 상징시인 위의 <낙엽>은 전 세계에서 널리 애송되고 있는 대표작이다. 소설로는 《룩셈부르크의 하룻밤》, 평론집으로 《프랑스어의 미학》, 《문학 산책》등이 있다.

구르몽은 1858년 4월 4일 프랑스 바조슈 앙울므(Bazoches-au-Houlme)에서 출생한 프랑스의 소설가·시인· 극작가· 철학자이다. 프랑스 상징주의 운동기의 대표적인 지성적 비평가였다. 그의 수많은 작품 중 대부분이 영어로 번역되어 상징주의 미학의 모델을 널리 퍼뜨렸다. 그뒤 캉에서 법률을 공부한 뒤 1881년에 국립도서관에 일자리를 얻어 폭넓은 교양과 학식을 쌓았다. 그러나 1891년에 〈메르퀴르 드 프랑스 Mercure de France〉라는 잡지에 비애국적인 기사를 발표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그가 남긴 50권의 저서는 주로 수필집인데 그 내용은 18세기의 회의주의 철학자들과 비교될 만큼 광범위하고 논조도 매우 비슷하다. 그의 저서는 ① 당시의 사건과 인물에 대한 시사해설서인 〈에필로그 Epilogues 1903~13>, ② 문학과 철학에 대한 수필집 <문학산책 Promenades litteraires 1904~27>과 <철학산책 Promenades philosophiques 1905~09>, ③ 문체· 언어· 미학에 대한 연구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구르몽은 “모든 진실은 상대성을 갖는다”고 생각했으며, 평론가로서의 장점은 순전히 미학적인 기준에 따라 문학평론을 쓴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20세기 시인인 에즈라 파운드와 T. S. 엘리엇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식스틴:정신적 삶의 이야기 Sixtine:Roman de la vie cerebrale 1890>와 <디오메데스의 말들 Les Chevaux de Diomede 1897>· <한 여인의 꿈 Le songe d'une femme 1899>· <순결한 마음 Un Coeur virginal 1907>을 비롯한 소설들은 등장 인물을 실제 인간보다 지나치게 지성적으로 그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동생인 장 드 구르몽(1877~1928)도 <메르퀴르 드 프랑스>에 기고했으며, 몇 편의 시와 <황금양털 La Toison d'or 1908>이라는 소설 1편을 남겼다. 구르몽은 1915년 9월 27일 파리에서 사망했다.

 

(글: http://www.seelotus.com/gojeon/oe-kuk/poetry/nak-yeob.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