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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복지

[헹복정부] 실컷 얻어쓰고 4년만 버티면 또다시 빚 탕감?

잠용(潛蓉) 2013. 3. 12. 13:35

2012년 8월 이전부터 장기 연체중인 경우…

대형 대부업체 빚도 50~70% 탕감
동아일보 | 입력 2013.03.12 03:19

 

■ 정부 가계빚 대책 Q&A

[동아일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1호'인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윤곽이 나왔다. 정부는 연체 상황에 따라 지원 방식을 세 가지로 달리할 계획이다. 6개월 이상의 장기 연체자에 대해서는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를 조정해준다. 은행은 물론이고 저축은행, 보험사, 캐피털·카드사, 상호금융, 대형 대부업체 등 최대한 많은 금융사를 참여시킨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또 단기 연체자에 대해서는 신용회복위원회의 기존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원한다. 연체 기록은 없지만 저축은행 등에서 연 20% 이상의 고(高)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에게는 10% 안팎의 전환대출로 이자를 줄여준다. 하지만 원금 감면 폭이나 신청 방법 등은 확정되지 않아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다. 일단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궁금증을 문답(Q & A)으로 풀어본다.

 

―장기 연체자에 대한 채무조정 지원 대상은?

"국민행복기금 공약이 나오기 전인 지난해 8월 이전에 연체한 사람들이 대상이다.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들이다. 공약이 나온 뒤 일부러 빚을 갚지 않은 사람들은 제외하려고 연체 시점을 못 박았다. 저소득·다중채무자 위주로 지원될 가능성이 높다. 채무액이나 소득에 따라 대상자가 좁혀질 수 있지만 이 역시 미정이다."

―원금 탕감 비율은?

"공약에서는 원금을 최대 50%(기초생활수급권자는 70%) 탕감하고 나머지를 장기 분할 상환하도록 했지만 원금 감면 폭이나 분할 상환 기간은 결정되지 않았다."

―채무 조정을 받으려면?

"채무자 본인이 신청해야 한다. 어디에 신청해야 하는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민행복기금 관리가 유력한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채무를 탕감해 주는 방식은?

"연체자 A 씨가 은행에 1000만 원의 빚을 졌다고 치자. 국민행복기금은 A 씨의 은행 빚을 80만 원에 인수한다. A 씨에게 1000만 원 받을 권리를 80만 원 주고 사들인다는 뜻이다. 기금은 A 씨에게 원금의 일부를 탕감해 주고 나머지를 장기간 나눠 갚게 하면서 A 씨의 채무불이행 기록을 삭제해 준다. 국민행복기금이 빚을 인수하는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예를 들어 원리금 기준 은행 8%, 보험사 4% 등 금융사별 회수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융사는 6개월 이상 연체된 빚은 회수가 쉽지 않다고 보고 상당 부분을 손실(상각) 처리해 크게 무리가 가는 수준은 아니다."

―국민행복기금이 빚을 매입하는 재원은?

"기존의 신용회복기금 잔액 8700억 원을 활용한다. 향후 채무조정 신청이 늘면 정부와 금융회사에서 출자를 받거나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늘린다."

―언제 신청할 수 있나?

"국민행복기금은 원칙적으로 이달 출범이 목표지만 개별 금융사와의 채권 매입 협상 등에 시일이 걸려 실제 채무조정은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기 연체자는 구제받을 길이 없나?

"현재 신용회복위원회가 단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채무조정을 하는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실시한다. 이 대상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자에서 최근 1년간 총 연체 기간이 1개월인 사람들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며칠간 연체했다가 갚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다."

―연체 기록이 없지만 고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다. 지원받을 길은 없나?

"현재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 저금리로 전환해 주는 '바꿔드림론'을 받을 수 있는 요건(신용등급 6∼10등급에 연소득이 4000만 원 이하이거나, 연소득이 2600만 원 이하)을 완화해 대상자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단, 나중에 저금리로 대출받을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지원 대상을 올해 2월 말을 기준으로 최근 6개월간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김유영·한우신 기자 abc@donga.com]

 

국민행복기금 `빚 탕감' 수혜 대상자 얼마나 될까?
연합뉴스 | 입력 2013.03.12 10:21 | 수정 2013.03.12 10:31

 

제도금융권 94만명…대부업체·캠코 합치면 최대 200만명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박근혜 정부가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운 가계부채 해소 방안의 윤곽이 드러남으로써 수혜 대상이 얼마나 될지 관심을 끈다. 정부는 수혜대상 규모를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대사면'의 대상자가 최소 40만여명에서 최대 2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소와 최대 추정치 차이가 무려 4배가량 된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 심각한 부담이 되는 가계부채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으로 채무를 조정할 대상으로 지난달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1억원 이하 채권으로 정했다.

 

은행, 카드·할부금융사, 저축은행, 상호금융사, 보험사 등의 연체채권이 우선 대상이다. 여기에다 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의 6개월 이상 연체채권과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사들인 상각채권(금융회사가 손실처리한 채권)도 포함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2일 은행연합회와 NICE 신용평가정보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15일을 기준으로 제도금융권에서만 6개월 이상 연체자가 모두 94만2천348명(연체잔액 15조6천560억원)인 것으로 집계했다.

 

금융기관별로는 은행 연체자가 21만1천332명(3조920억원)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은 신용카드사 17만5천315명(9천560억원), 보험사 5만7천379명(4천400억원), 협동조합 12만1천328명(7조5천110억원), 캐피탈사 18만8천866명(1조6천180억원), 저축은행 18만8천128명(2조380억원) 등 순이다. 여기에는 대부업체 연체채권이나 캠코의 상각채권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것을 모두 합치면 채무조정 대상자가 20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캠코에 넘어간 상각채권만 65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채무자들이 거의 마지막 순간에 의존하는 대부업체의 연체율이 매우 높아 해당자가 수십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런 통계에는 다중채무자가 중복으로 집계되고 채무조정 대상이 아닌 1억원 초과 연체자도 포함된다. 금융기관 여러 곳에서 빚진 다중채무자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실태를 아직 파악하지 못한 이유다.

 

따라서 실제 채무조정 대상자는 통계상의 연체자 숫자보다 상당 정도 적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다중채무 연체자 수는 중복으로 계산돼 과다계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다중채무자를 고려하면 `국민행복기금'으로 채무조정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40만명을 약간 웃돌 것이라고 주장한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 6개월 이상 연체한 고객이 20만여명에 달하고, 대부업체 등 비제도권 금융회사의 6개월 이상 연체자 가운데 제도권 금융기관과 중복되지 않은 연체자는 9만여명이라는 추론을 토대로 한 수치다. 매각이나 상각된 채권의 연체자도 수십만명에 이르지만 실제 채무 재조정이 가능한 대상은 14만명 정도라는 추산도 이런 관측의 근거다. [bingsoo@yna.co.kr]

 

“버티면 해결? 성실히 갚아온 사람은 뭐냐?”
동아일보 | 입력 2013.03.12 03:19 | 수정 2013.03.12 10:15

 

도덕적 해이-역차별 논란… “악용 막을 대책도 내놔야” 
[동아일보] 대구에서 꽃집을 운영 중인 김모 씨(45)는 최근 장사가 잘되지 않아 급하게 1000만 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이미 주택담보대출도 있어서 부담이 되지만 매달 아껴서 꼬박꼬박 원리금을 갚아 나가고 있다. 그는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으려고 매달 덜 쓰고 덜 먹으면서 어떻게든 빚을 갚고 있다"며 "정부에서 오랫동안 연체한 사람들의 빚을 탕감해 준다는데, 그동안 성실히 빚을 갚아 온 나 같은 사람은 바보가 된 것 같고 허탈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은 6개월 이상 장기연체를 일괄 정리해 채무자의 고통을 덜어 준다는 점에서 강력한 가계부채 대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빚을 갚지 않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만만치 않다. 여기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실히 빚을 갚아 온 다수의 채무자들에게 분노와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 '역차별'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기금 출범을 기다리며 일부러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2003년 신용카드 위기 때도 채무자 구제 대책을 앞두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연체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중채무로 고통을 받는 채무자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취지에는 적극 찬성한다. 다만 국민행복기금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도덕적 해이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경제학)는 "이자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 아니라 원금 일부를 탕감해 주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도덕적 해이 문제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체자의 원금을 탕감해 줘야 한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기존에 성실하게 돈을 갚던 사람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상환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밝힌 경우에만 지원해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원 대상과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정하고, 연체 기간에 따라 혜택을 차등 적용해야 악용될 소지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조건 장기 연체가 있다고 해서 지원해 주면 금융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며 "다중채무자의 소득 수준, 재산 등 이들에 대한 다양한 통계와 정보를 확보한 뒤 지원 대상을 보다 정교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여러 정부에서 추진했던 '농어촌 부채 탕감'도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농어촌 사회에 도덕적 해이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어촌의 경우 부채가 있어도 잘 갚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새 정부 출범 때마다 각종 탕감·경감 정책이 나와 '일단 버티자'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