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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민속·역사

[제사가 달라진다 2] 10명 중 9명 '제사의 간소화' 필요

잠용(潛蓉) 2013. 3. 31. 07:23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76호(12.09.26~10.09 일자) 기사입니다]

 

[제사가 달라진다] 제사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10명 중 9명 '제사의 간소화' 필요
[매경이코노미] 2012.10.04 09:13:05 | 최종수정 2012.10.04 09:18:07 


한국 사람들 10명 가운데 9명 정도가 제사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이 제사를 합사(合祀)했고 제사 음식과 횟수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매경이코노미가 추석을 맞아 성인 남녀 직장인 261명(남성 48%, 여성 52%)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20대 33%, 30대 52.5%, 40대 11.5%, 50대 2.6%, 60대 0.4%로 20~30대가 85%를 차지했다.

 

 

제사 의무감보다 조상에 대한 예의

 

‘ 제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63%가 ‘예’를, 37%가 ‘아니오’를 택했다. 의외로 제사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제사를 직접 지내거나 주관하지 않는 20~30대 응답자가 대부분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라고 대답한 사람들은 제사가 필요한 이유로 ‘조상에 대한 예의(45%)’를 압도적으로 꼽았다.

 

‘가족·친지 화합(30%)’ ‘자식으로서의 의무(16%)’가 그 다음을 차지했다. 제사를 의무감으로 지내기보다 조상에 대한 예의로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아울러 전통 계승을 위해 제사를 지낸다는 사람도 10명 중 1명(9.8%)꼴이었다. 반면 제사가 필요 없다고 답변한 사람들은 ‘허례허식(36%)’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신세대들이 앞으로 제사를 지속할 수 없다’고 답한 사람도 27%나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제사에 대한 인식도 10년 사이에 크게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9월 보건사회연구원이 서울과 6대 광역시 주민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례와 성묘의 실태 및 의식조사’에서는 ‘제사를 꼭 지내야 한다’는 응답률이 전체의 88%에 달했다. 당시 ‘제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7.3%뿐이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제사가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63%였다. 10년 전에 비해 25%포인트나 줄어들었다.

 

‘제사를 누가 준비하나’에 대한 답변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2000년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88%가 ‘장손이나 장남이 제사를 주관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이번 조사에서 ‘장남이 제사를 지낸다’는 응답은 65%에 그쳤다. 반면 ‘딸, 아들 상관없이 자녀가 함께 준비한다’는 응답은 18%를 넘어 제사에 있어 남녀 간 평등의식이 높아졌음을 보여줬다.

 

제사 합사한 가정 50% 이상

 

사람들은 명절과 기제사를 포함해 1년에 몇 번의 제사를 지낼까. ‘3~5회를 지낸다(45%)’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2번 지낸다’는 사람도 26%나 됐다. 그런가 하면 ‘아예 안 지낸다(17%)’는 답변이 3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3~5회가 가장 많다는 것은 설날, 추석 제사 외에 기제사는 1~3회 지낸다는 뜻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제사를 따로 지내지 않고 각각 합해서 지낸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기제사 1회라면 모든 제사를 합친 것, 기제사 3회라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합치고 증조부모를 합치고 고조부모를 합쳤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니면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제사를 각각 1회씩 지낸다는 말도 된다.

 

실제로 제사 횟수를 줄이고자 합사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사를 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51%)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가장 컸다. ‘따로따로 제사를 지내기 어렵다(51%)’ ‘부모님이나 어른께서 합하자고 제의했다(28%)’ 등이 주류였다. 제사를 지내는 범위도 ‘조부모까지 지내는 게 적당하다(56%)’는 의견이 다수다.

 

‘부모까지 지내야 한다’는 33%였고 ‘증조부모까지 모셔야 한다’는 의견은 11%로 가장 적었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이들에게는 다시 제사를 지내지 않는 대신 하는 행사가 있는지 질문했다. 그 결과 ‘가족끼리 식사(39%)’ ‘추도와 기도(32%)’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그냥 지내지 않는다’라는 대답도 29%나 돼 달라진 제사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반면 ‘1년에 6회 이상 제사를 지낸다’는 집안은 7%였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영일 씨(36) 가족도 기일이면 제사를 지내는 대신 가족끼리 외식을 한다. 김영일 씨의 아버지인 김흥선 씨(63)는 어느 날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선언하듯 말했다. “더 이상 옛날처럼 예를 올리지는 않겠다. 다만 그분들을 애틋하게 기리는 마음으로 형제들과 더욱 우애 있게 지내자. 그것이 조상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일 것이다.” 김영일 씨는 “지금은 저마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방법들을 탐색하고 서로 존중하는 시대라고 본다. ‘가족모임’은 우리가 우리 가족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 방식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요즘 직장인들은 과연 1년에 제사는 몇 번 지내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할까. 2회(44%), 1회(22%), 3~5회(20%)순이었다. 6회 이상을 고른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오히려 ‘안 지내는 게 낫다’를 택한 사람이 11%나 됐다. 제사 간소화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찬성했다. ‘제사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라고 묻는 질문에 ‘그렇다’를 택한 사람이 95%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제사에서 가장 간소화해야 할 부분은 음식(46%), 횟수(36%), 절차(18%)순으로 답변이 나왔다. 제사 음식을 줄이는 것만으로 제사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크게 줄 것으로 짐작되는 결과다. 제사 음식은 대부분 가족들이 모여 직접 준비하는 것(80%)으로 나타났다. 30년 이상 기제사를 지내온 이규정 씨(68)는 “요즘 식구가 많아야 5~6명 선이고 형제들 역시 떨어져 사는데 기제사 등 모든 제사를 꼬박꼬박 챙긴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나중에 자식들도 부담이 되고요.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제사를 합사해서 간소화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형식은 간소화해도 뜻은 살려야

 

제사를 간소화하더라도 제사의 뜻과 취지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한문으로 된 지방이나 축문도 한글화해 요즘 세대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아무리 전통을 계승하고 효를 실천한다고 하더라도 축문 내용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제사를 봉행한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국학원이나 국립민속박물관 등에서 내놓은 한글 표기 축문을 활용해볼 만하다.

 

제사 비용을 누가 어떻게 충당할지도 자식들 간에는 중요한 사안이다. ‘형제들이 함께 충당한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51%)을 차지한 가운데 ‘아들 딸 상관없이 낸다(24%)’ ‘항상 장남이 낸다(20%)’ ‘경제력이 있는 아들이 충당한다(5%)’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은 “아들 딸 구분 없이 모든 자녀가 돌아가며 제사를 모시는 자녀 윤회봉사나 딸이 친정 제사를 물려받는 외손봉사(外孫奉祀)의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손봉사란 딸이 친정의 조상 제사를 이어받아 자신의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으로, 조선 후기까지 지속됐던 전통 관습이다.

 

[김범진 기자 loyalkim@mk.co.kr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