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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불교·죽음

[불경]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 '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

잠용(潛蓉) 2013. 5. 21. 06:44

‘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
(부처님이 들려주신 자신의 전생 이야기)

 

(雲甫金基昶 畵伯 '牧牛吹笛圖')

 

◇ <과거현재인과경> 해설

 

송나라 때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번역한 4권짜리 경전이다.

<열장지진(閱藏知津)>에 의하면 서역의 축대력(竺大力)과 강맹상(康孟詳)이 공동번역한 <수행본기경>, 월지국의 지겸(支謙)이 번역한 <태자서응본기경>, 서진의 섭도진(攝道眞)이 번역한 <보살본기경> 등과 같은 경으로 무두 <과거현재인과경>의 다른 번역이라고 한다. 이 경전은 부처님이 전생에 선혜선인(善慧仙人)일 때 연등 부처님에게 머리를 풀어 진흙탕에 깔아 지나가게 함으로써 수기를 받음을 비롯하여 최후 대가섭을 교화하기까지를 4권으로 나누어 기록한 경이다.


다시 말해 선혜선인의 출가와 보광여래의 예언을 시작으로 하여 도솔천에 재생한 일.이 세상으로의 탄생. 아시타선인의 점상. 삼시전에 대한 이야기. 모후의 생천.학예를 닦은 일. 데바닷타 등과 무예를 겨룬 일. 태자가 됨.사색.결혼.사문유관.출가. 왕궁의 슬픔.태자를 찾아 나섬. 빔비사라왕과의 만남. 두 스승에게 도를 물음. 6년고행. 항마성도. 범천의 권청. 녹야원에서의 귀의. 사리불과 목련의 귀의. 대가섭을 교화함에 이르러 끝을 맺고 있다.


특히 문장이 유려하고 때로는 대승적인 사상도 나타나고 있다. 원래 이 경은 부처님 자신이 설한 형식을 갖춘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기이지만,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과거의 종자인연은 무량겁을 지날지라도 마침내 멸하지 아니함을 알아야 한다.'고 설하여 과거의 종자인연으로부터 현재의 과보를 얻는다고 강조한 데서 '과거현재인과경'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경은 중생이 받고 있는 현재의 과보가 천차만별한 것은 다 전생의 업인이라고 설한 점으로 달리 <선약인과경>이라고도 한다. 이 경전의 영향으로 중국의 당나라 시대 이래, <회인과경(繪因果經)>이라 하여 하단에 경문을 쓰고 상단에 부처님 전기에 관한 그림을 그린 특수한 예술이 성립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경전이 널리 유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가지 비유를 들어 가며 설명을 한 경우가 많다. 12분교의 하나인 <아바다나(avadana, 譬喩)> 나 <자타카(Jataka, 本生經)> 등이 그것으로, 이들은 보통 부처님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가 비유로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백유경>은 그러한 전생에 관한 이야기를 비유로 든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상생활과 결부시켜 가며 비유를 듦으로써 대중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고 있다.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극히 낮은 비유로써 때로는 불교에 이끌어 들이며, 때로는 불교를 이해시키는 편리로 경장 가운데서 비우 98종을 뽑아 모은 경전인 것이다.


달리 <백구비유경> <백구비유집경> <백비경> 등으로도 불리며 모두 순수한 비유의 이야기만 모은 경전으로서, 불교 비유문학 중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인도에서 유명한 고전 설화집인 <카타사릿사가라>(Kathasaritsagara)> 속에 이 경전과 같은 종류의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http://cafe.daum.net/gangmisa]

 


불교 명상곡 - '홀로 피는 연꽃'

 

◇ <과거현재인과경> - 제 1권

- 송(宋)나라 때 천축국(天竺國)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한역

- 김성구 국역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대숲[竹林]에 머무르셨는데, 이 여러 비구들은 아침에 옷을 입고 바루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여 머무르던 곳으로 다시 돌아와서 먹기를 마치고 손을 씻고 양치질 하고는 저마다 옷과 바루를 거두고 강당에 모여서 모두가 함께 과거의 인연을 말하고자 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은 세간을 벗어난 깨끗한 하늘 귀로[天耳通]써 여러 비구들의 말하는 소리를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 위에 이르시어 대중 가운데 앉으시고는 비구들에게 이렇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함께 모여서 무슨 법을 말하려고 하였느냐?”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밥을 먹고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한 뒤에 일부러 함께 여기에 모여서 각각 과거의 인연을 말씀하심을 듣고자 합니다.”


이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과거 인연을 듣고 싶으면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서 잘 생각하여라.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리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즐거이 듣겠습니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에 그 때 선혜(善慧; 부처님 자신의 법명)라는 한 신선이 있었는데 깨끗이 밝은 행을 닦고 일체종지(一切種智)를 구하고 큰 지혜를 성취하기 위하여 즐거이 나고 죽는 데에 있으면서 다섯 갈래[五道]에 두루하며 한 번의 몸이 죽고 무너지면 다시 한 몸을 받는 등 나고 죽음이 한량없었나니, 마치 천하의 초목을 다 베어서 산가지를 만들어 그의 옛날 몸을 헤아려도 다할 수 없음과 같았다.

 
무릇 하늘과 땅이 시작하여 마지막까지 다한 것을 1겁(劫)이라 하는데, 그런 천지가 이루어졌다가 무너짐을 겪은 것이야말로 측량할 수 없었다. 그 까닭은 중생들이 애욕에 빠지고 헷갈려서 괴로움의 바다에서 잠기어 헤매고 있음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이니 자비심을 일으키어 구제하려 하였다. 또 생각하기를 ‘지금 모든 중생들이 나고 죽는 데에 빠져서 스스로 나오지를 못하나니, 모두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탓이요, 빛깔[色]ㆍ소리[聲]ㆍ냄새[香]ㆍ맛[味]ㆍ닿임[觸]ㆍ법(法)에 좋아하고 집착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정녕코 이런 병을 끊어야겠다’ 하여 비록 여러 갈래에 나면서도 이런 생각을 잊지 않았다. 모든 중생들에게 원수거나 친한 이를 평등히 여기면서 보시(布施)로써 가난한 이를 거두어 주고 지계(持戒)로써 무너뜨림을 거두어 주고 인욕(忍辱)으로써 성냄을 거두어 주고 정진(精進)으로써 게으름을 거두어 주고 선정(禪定)으로써 어지러운 뜻을 거두어 주며 지혜(智慧)로써 어리석음을 거두어 주었다. 이렇게 하기를 오랫동안 하면서 더욱 중생들을 이롭게 하며 널리 일체를 위하여 귀의하게 하였다.


그러면서도 모든 여래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즐거이 법을 듣고 싶어하고 또한 남에게 말하였으며, 언제나 네 가지 일로써 뭇 승가(僧伽)를 받들어들이며, 부처님ㆍ가르침ㆍ승가[三寶]를 존중하고 수호하였나니, 이렇게 한 모든 행이야말로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 때 등조(燈照)라는 왕이 있었고 성의 이름은 제파바지(提播婆底)이었는데, 그 나라의 인민들은 수명이 8만 살이었고 편안하고 고요하며 풍족하고 안락하여 극히 성왕하였으며, 하고 싶은 것은 자재로워서 마치 모든 천상과 같았다. 그때 그 국왕은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어 인민을 그르치지 않았고 살육과 매를 치는 고통이 없었으며, 모든 인민 보기를 마치 외아들처럼 여겼다.


그때 등조왕은 처음 태자를 탄생하였는데 단정 엄숙하기가 견줄 데 없고 거룩한 덕이 완전히 갖추어져서 서른 두 가지 몸매와 여든 가지의 잘 생긴 모습이 있었으며 처음 탄생하는 날에는 사방이 다 밝아져서 해와 달과 구슬이며 불이 쓸데가 없어졌으므로 왕은 태자에게 이러한 상서로움이 있음을 보고 곧 여러 신하들을 불러 함께 모여 의논하였다.
‘태자가 처음 나자 이런 기특함이 있는데, 태자에게 어떠한 이름을 지어 주어야겠는가?’

여러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태자의 이름을 보광(普光)이라 하여야 하오리다.’


또 관상쟁이를 불러서 관상을 보게 하자, 관상쟁이는 대답하였다.
‘이제 태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만약 집에 계시면 전륜왕이 되어서 사천하를 거느리겠으며, 만약 집을 떠나면 천상과 인간의 어른이 되어서 살바야(薩婆若)1)가 되겠습니다.’

1) 범어로는 sarvajña. 줄여서는 살운(薩雲), 살운(薩云), 일체지(一切智)라 번역. 불과(佛果)에서 일체 법을 증득하는 지혜를 말한다.


왕과 부인이며 후궁 채녀들은 관상쟁이의 말을 듣고 이 태자에게서 깊이 사랑하는 생각을 내었으며, 또한 그를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며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면서 찬탄하였다.


이 때 태자는 후궁에 있으면서 부인과 채녀들에게 갖가지의 법을 말하였으며, 태자의 나이 2만 9천살이 되자 전륜왕의 위를 버리고 그 부모에게 여쭈어 출가하기를 구하였으나 들어주지 않으므로 세 번까지 청하여도 오히려 허락을 하지 아니하였으나 태자는 자비로 뜻이 구제에만 있었으므로 그 조그마한 위반을 참고 큰 것을 따르려고 즉시 산 숲의 나무 아래로 나아가서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법복을 입고 부지런히 고행(苦行)을 닦은 지 만 6천 년이 되어서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룩하고 여러 하늘과 사람이며 8부중(部衆)들을 위하여 법의 바퀴를 굴렸으니 이 바퀴의 미묘함이야 말로 일체 세간의 하늘ㆍ사람ㆍ악마ㆍ범천으로서는 굴리지 못할 바이며, 3승의 법으로써 중생을 교화하여 이익되게 한 바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 때 부왕과 그 부인이며 후궁 채녀 들은 태자 보광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룩하였다 함을 듣고 마음에 크게 기뻐하며 날뛰기를 한량없이 하였다. 그 때 여러 신하와 국내 인민들이며 바라문들은 태자의 도가 이루어졌음을 듣고 마음에 저마다 생각하기를 ‘태자 보광께서 전륜왕위를 버리고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법복을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아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셨다 한다. 우리도 이제 집을 떠나야겠구나’라는 이런 생각을 한 뒤에 모두가 다 보광불(普光佛)에게 나아갔다.


그 때 보광여래께서는 곧 그들의 마음을 자세히 살피고 그의 인연들을 따라서 그들에게 법을 말씀하시니, 대신과 바라문 등 4천 인이 아라한이 되었고 나라 안의 인민과 그 밖의 사방에서 와 모인 대중들 8만 인이 역시 집착이 없는 법의 지혜[無着法忍]를 얻었다.


그 때 보광여래는 8만 4천의 아라한들과 함게 나라 지경에 나아가 노닐고 다니면서 교화하셨는데, 부왕은 듣고 마음에 크게 기뻐하면서 즉시 나라 안에 칙령하여 도로를 편편히 다스리고 향수를 땅에 뿌리며 여러 가지 비단 보배의 당기ㆍ번기ㆍ일산을 걸고 뭇 이름 있는 꽃을 흩게 하였나니 이렇게 장엄하기를 12요자나(踰闍那)까지 하고, 또 다시 북을 치며 나라 안에 명령하였다.
‘모든 꽃을 지닌 이는 사사로 팔 수 없으며 모두 왕에게 보낼 것이니라.’

아울러서 인민들에게 칙령하였다.
‘나보다 먼저 부처님께 공양할 수 없게 하라’


그리고는 곧 대신을 보내어서 풍악을 잡히고 향을 지피며 꽃을 흩으면서 가서 그 보광 여래를 칭하게 하였다. 그 때 선혜선인(善慧仙人; 부처님)은 산중에 있으면서 다섯 가지의 기이한 꿈을 꾸었는데, 첫째 꿈은 큰 바다에서 누워 있음이요, 둘째 꿈은 수미산을 베고 있음이요, 셋째 꿈은 바다 가운데의 일체 중생들이 그의 몸 안으로 들어옴이요, 넷째 꿈은 손으로 해를 붙잡고 있음이요, 다섯째 꿈은 손으로 달을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이 꿈을 꾸고 나서 크게 놀라 깨어서는 생각하였다.
‘나의 지금 꿈이야말로 작은 일이 아니로다.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성 안에 들어가서 여러 지혜로운 이에게 물어야겠구나.’

 
그리고는 사슴 갖옷을 입고 손에 물병과 지팡이며 우산을 가지고서 성읍으로 들어가는데, 지나가는 외도가 살고 있고, 5백 인에 우두머리가 있었으므로, 선혜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꿈꾸었던 것을 묻고, 아울러 그들이 닦는 바의 일을 자세히 살펴야겠다.’

 
곧 여러 사람들과 같이 도의 이치를 강론하여 그 다른 소견을 깨뜨려 주자, 때에 5백 인은 곧 굴복하고 제자 되기를 바라며 선혜에게 깊은 공경을 내면서 저마다 은전(銀錢) 한 푼씩을 올렸다. 다시 5백의 외도들은 선혜의 변재와 총명을 보고서 역시 따라 기뻐하였는데, 이때에 여러 외도들을 함께 의논하여 말하였다.
‘지금 보광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셨다.’

선혜 선인은 이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서면서, 마음이 크게 기뻐서 날뛰기를 한량없이 하고는 곧 외도들과 작별하고 떠나가므로, 외도들은 물었다.
‘스승께서는 어디에 가십니까?’


대답하였다.
‘나는 이제 보광불에게 가서 공양을 베풀어야 하겠노라.’
외도들이 말하였다.
‘스승께서 만약 가신다면 따라가게 하옵소서.’
선혜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제 일이 있어서 먼저 가야 하겠다.’

그 때 선혜가 5백 은전을 가지고 길을 따라 떠나자, 여러 외도들은 슬피 사모하고 괴로워하면서 사직하고 돌아왔다. 선혜는 앞으로 나아가다 왕가(王家)의 사람들이 도로를 펀펀하게 다스리고 향수를 땅에 뿌리며 당기ㆍ번기ㆍ일산을 벌려 세우면서 갖가지로 장엄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무슨 일 때문에 이런 일을 하십니까?’

그러자 왕가 사람은 대답하였다.
‘세상에 부처님이 나오셨는데 명호가 보광불이십니다. 이제 등조왕께서 청하셨으므로 성에 들어오시는데, 그 때문에 바쁘게 도로를 장엄하는 것입니다.’
하므로 선혜는 다시 거기 길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에 유명한 꽃들이 있는 줄을 아십니까?’
그러자 대답하였다.
‘도사여, 등조 대왕께서 북을 치고 국내에 영을 내리면서, ‘유명한 꽃은 모두 팔지를 말고 다 왕에게 보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선혜는 듣고 마음에 크게 괴로워 하였으나 뜻에 오히려 그만두지 않고 애를 쓰며 꽃 있는 처소를 찾다가 얼마 안 되어 왕가의 하인을 만났으니, 몰래 일곱 송이의 푸른 연꽃을 가지고 지나는데 왕의 금령을 무서워 하며 병 속에 감춰 둔 것이 선혜의 지극한 정성에 감동하여 그 연꽃이 병 밖으로 솟아 나왔었다.
선혜는 멀리서 보고 곧 쫓아가 부르면서 말하였다.
‘아가씨, 잠깐 멈추십시오. 이 꽃을 팔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하인은 듣고 마음에 크게 놀라면서 생각하였다.
‘꽃을 아주 은밀히 감추었는데, 이 남자는 누구길래 나의 꽃을 보고 사기를 청할까?’ 생각하고 그 병을 돌아봤더니 과연 꽃이 밖으로 드러나 있었기에 기이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답하였다.
‘남자여, 이 푸른 연꽃은 궁전 안에 보내야 하며, 부처님께 올리려 하는 것이므로 팔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선혜는 또 말하였다.
‘청컨대, 5백 은전으로 다섯 송이만 삽시다.’


하인은 의심을 하면서 다시 생각하였다. ‘이 꽃의 값어치는 몇 전에 불과한데, 이 남자는 은전 5백으로 다섯 송이를 사겠다고 하는구나.’ 그리고는 곧 물었다.
‘이 꽃을 가져다 무엇에 쓰려고 하십니까?’


그러자 선혜는 대답하였다.
‘이제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등조 대왕이 청하여 성에 들어오신다 하기에 일부러 이 꽃을 구하여 공양을 하려 합니다. 아가씨는 아셔야 합니다. 모든 부처님ㆍ여래는 만나기 어려움이 마치 우담바라 꽃[優曇鉢花]이 때에 한 번 나타남과 같습니다.’


그러자 하인은 또 물었다.
‘여래께 공양을 하여 무엇을 구하려고 합니까?’
선혜는 대답하였다.
‘일체종치(一切種智)를 성취하여 한량없이 고통받는 중생들을 제도하고 해탈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 때 하인은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이제 이 남자는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사슴 갖옷을 입어 겨우 몸만을 가렸으나 정성을 다하며 돈을 아끼지 않는구나.’ 그러면서 곧 말하였다.
‘제가 이제 이 꽃을 드릴 터이니, 제가 날 적마다 언제나 당신의 아내가 되기를 원합니다.’


선혜는 대답하였다.
‘나는 맑은 행을 닦고 함이 없는 도[無爲道]를 구하는 터이므로 서로가 나고 죽는 인연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하인은 바로 말하였다.
‘만약 나의 이 소원을 따르지 않겠다면 꽃을 드릴 수 없습니다.’
선혜는 또 말하였다.

‘그대가 만약 정녕코 나에게 꽃을 주지 않겠다면 그대의 소원을 따르겠소. 그러나 나는 보시를 좋아하여 남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므로, 만약에 어떤 이가 와서 나에게 머리와 눈과 골수와 뇌며 아내와 아들을 구하려 할 경우, 당신은 못하게 하거나 나의 보시하려는 마음을 무너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자 하인은 대답하였다.
‘거룩하고 거룩하십니다. 공경하며 하라는 명을 따르겠습니다. 지금 저는 여자인지라 연약하여 나아가지를 못하므로 이 두 송이 꽃까지 맡기오니, 부처님께 바치시면서 저와 날 적마다 이 소원을 잃지 않게 하며, 잘났거나 못났거나 간에 떨어지지 않으리니 반드시 마음 속에 간직하여 부처님께서 알게 하십시오.’


그 때 등조왕은 그 여러 아들들과 뭇 관속들이며, 바라문들과 함께 좋은 향과 꽃이며 갖가지 공양 거리를 가지고 나가서 보광 여래를 받들어 영접하였으며, 온 나라 인민들도 모두가 따랐다. 이 때 선혜의 5백 제자들은 함께 서로 말하였다.
‘오늘 국왕과 여러 신하며 백성들이 모두 다 보광불께 나아가고 큰 스승께서도 지금쯤은 이미 가셨을 터이니 우리들도 거기에 가서 예배 공경합시다.’


이런 말들을 하고서 모두가 함께 가다가 길에서 멀지 않은 데서 선혜를 만났다. 스승과 제자들이 서로 만나자 기뻐하기를 한량없이 하다가 같이 보광불께 나아가서 등조왕을 보았더니, 이미 부처님의 앞에 이르러서 맨 처음에 공양하고 예배를 하였으며 이렇게 차례로 여러 대신들까지 역시 저마다 예배 공경하면서 아울러 이름 있는 꽃을 흩었는데, 꽃은 모두 땅에 떨어져 버렸다.


그때에 선혜는 5백의 제자들과 함께 여러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공양하여 마치는 것을 본 뒤에 여래의 상호를 자세히 살피면서 또 여러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또한 일체 종지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꽃 다섯 송이를 뿌렸더니 모두가 공중에 머무르면서 꽃받침[花臺]으로 변화하였으며, 뒤에 두 송이를 흩뿌리자 역시 공중에 머무르면서 부처님의 양곁을 둘러쌌다.


그 때 국왕과 권속들이며 일체 신민과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며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 이 기이한 것을 보고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였다. 이에 보광 여래는 걸림이 없는 지혜로써 선혜를 칭찬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야, 너는 이 행 때문에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지나면 부처가 되리니, 명호는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이라 하리라.’


선혜에게 수기(授記)하실 적에 한량없는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 뭇 아름다운 꽃을 흩뿌려서 공중에 가득 채우고도 서원을 세우기를, ‘선혜께서 장래 부처님의 도를 이루실 때에 저희들 모두 그의 권속이 되게 하소서’라고 하였다. 이 때에 보광 여래는 곧 수기하시기를, ‘너희들은 모두 장차 그 나라에 나게 되리라’고 하셨다.


그 때 여래는 수기를 하신 뒤에 아직도 선혜가 신선의 상투를 하고 사슴 갖옷을 입고 있음을 보시고, 여래는 이 옷과 거동을 버리게 하시려고 곧 땅을 변화시켜 진창을 만드시니, 선혜는 부처님께서 여기를 가셔야 하는데 땅이 곤죽이었는지라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어떻게 천 개의 바퀴살이 계신 발로써 여기를 밟고 지나가게 하겠는가?’ 그리고는 곧 가죽 옷을 벗어서 땅에 깔았으나 진흙이 묻지 않도록 하는 데 부족하였으므로 이에 또 머리칼을 풀어서 역시 덮었다. 그러자 여래는 곧 밟으시고 건너시면서 그대로 수기를 하셨다.
‘너는 뒤에 부처가 되어서 5탁악세(濁惡世)에서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제도시키는 데에 어렵게 여기지 않음이 반드시 나와 같으리라.’


이 때 선혜는 이 수기를 듣고 기뻐 날뛰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즉시 온갖 법이 (공)함을 깨닫고 생사 없는 법의 지혜[無生忍]를 얻고서는 몸이 허공에 오르며 땅에서 7다라수(多羅樹)를 떨어져서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이제야 세간의 길잡이를 뵈었더니
저에게 지혜 눈이 열리게 하셨고
저를 위해 깨끗한 법 말씀하시니
일체의 집착을 떠났습니다.

 

이제야 천상 인간의 어른을 만났더니
저에게 남[生]이 없음을 얻게 하셨습니다.
원컨대 장래에 과위(果位) 얻어서
역시 양족존(兩足尊)과 같게 하소서.

 

이 때 선혜는 이 게송을 말하여 마치고 공중으로부터 내려와 부처님의 앞에 닿으면서 온몸을 땅에 대고 부처님께 아뢰었느니라.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저를 가엾이 여기셔서 저의 출가를 허락하시옵소서.’
보광 여래는 대답하였다.
‘장하도다. 잘 왔구나, 비구야.’

그러자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며 바로 사문이 되었다. 그 때 두 명의 가난한 노인이 저마다 친속 1백 인과 함께 부처님의 상호와 거룩한 덕이 엄숙하고 빛남을 보고서 스스로 가난하여 공양할 수 없음을 슬퍼하였다. 이 때 여래는 그 마음들의 지극함을 가엾이 여기시어 곧 앞의 땅을 변화로 여러 쓰레기가 있게 하여 두 가난한 사람에게 땅이 깨끗하지 못함을 보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곧 뿌리고 쓸게 하시고는 보광 여래께서 수기하시기를 ‘너희들은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지나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면, 그 때에 첫째가는 성문 제자가 되리라.’

 
그 때 보광 여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수기하신 뒤에 8만 4천의 비구들과 등조왕이며 아울러 바라문과 신민(臣民)들에게 앞뒤에서 둘러싸여 제파바지성으로 들어오셨다. 때에 등조왕은 그의 권속들과 함께 네 가지로써 보광 여래와 8만 4천 비구들에게 공양하기를 4만 년 동안 그의 권속과 부인의 권속들, 각 8만 4천 인과 함께 같이 부처님의 법에 출가하여 도를 닦아서 다라니(陀羅尼)와 모든 법의 삼매(三昧)를 얻었다. 선혜 비구도 역시 보광 여래를 따라 가서 왕의 공양을 받기를 4만 년 동안을 하고 모든 법 중에서 깊은 삼매를 얻고 중생들을 교화하였음이 헤아릴 수 없었다.


그 때 선혜 비구는 보광 여래에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옛날에 깊은 산중에 있으면서 다섯 가지의 기특한 꿈을 꾸었습니다. 첫째의 꿈은 큰 바다에 누워 있는 것이오며, 둘째의 꿈은 수미산을 베고 있는 것이오며, 셋째의 꿈은 바다 가운데의 온갖 중생들이 저의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오며, 넷째의 꿈은 손으로 해를 붙잡는 것이오며, 다섯째의 꿈은 손으로 달을 붙잡은 것이었습니다. 오직 세존이시여, 저에게 이 꿈의 형상을 풀이하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그 때에 보광 여래는 대답하셨다.
‘장하구나, 네가 만약 이 꿈의 이치를 알고자 하면 너에게 말을 하겠노라. 꿈에 큰 바다에 누워 있는 것은 너의 몸이 즉시 나고 죽는 큰 바다의 가운데에 있다 함이요, 꿈에 수미산을 베고 있는 것은 나고 죽는 데서 뛰어나와 열반을 얻는 형상이요, 꿈에 큰 바다 가운데의 온갖 중생들이 몸 안으로 들어온 것은 장차 나고 죽는 큰 바다에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귀의할 곳이 됨이요, 꿈에 손으로 해를 붙잡은 것은 지혜의 광명이 널리 법계를 비춤이요, 꿈에 손으로 달을 붙잡는 것은 방편과 지혜로써 나고 죽는 데에 들어서 맑고 시원한 법으로써 중생들을 교화하여 뜨거운 번뇌를 여의게 하는 것이니라. 이 꿈의 인연이야말로 바로 너의 장래에 부처를 이루는 형상이니라.’ 그러자 선혜는 듣고 나서 기뻐 날뛰며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 때 보광 여래는 다시 얼마를 지나시다가 열반에 드셨는데, 선혜 비구는 바른 법을 보호하고 지니기를 2만 년 동안이나 하면서 3승(乘)의 법으로써 중생을 교화하였나니, 이익을 받은 이가 헤아릴 수 없었다.


그 때 선혜 비구는 거기에서 목숨을 마치자, 곧 올라가 나서 4천왕이 되어 3승의 법으로써 여러 하늘들을 교화하였으며, 그 하늘의 수명이 다하자 내려와 인간에 태어나서 전륜성왕이 되어 사천하를 다스리고 7보가 완전히 갖추었었나니, 첫째가 금륜보(金輪寶)요, 둘째는 백상보(白象寶)요, 셋째는 감마보(紺馬寶)요, 넷째는 신주보(神珠寶)요, 다섯째는 옥녀보(玉女寶)요, 여섯째는 주장신보(主臧臣寶)요, 일곱째는 주병신보(主兵臣寶)가 그것이며, 천의 아들이 갖추 있어서 모두 용맹하고 씩씩하며 능히 적을 항복 받고 바른 법으로써 다스리며 모든 근심 걱정이 없고 언제나 열 가지 선으로써 인민들을 교화하였다.


여기에서 목숨이 끝나자 도리천에 나가 거기의 천주가 되었다가 목숨이 끝나자 내려와 태어나서 전륜성왕이 되었으며, 그 수명이 끝나자 내지 제7 범천에 났나니, 올라가서는 천왕이 되고 내려와서는 성왕이 되기를 각각 서른여섯 번을 하였는데, 그 사이에 혹은 신선이 되기도 하고, 혹은 외도 6사(師)가 되기도 하고 혹은 바라문이 되기도 하고, 혹은 작은 왕이 되기도 하면서 이렇게 변화하여 나타난 것이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그 때 선혜 보살은 공과 행이 가득차서 자리는 10지(地)에 올랐고 일생보처(一生補處)에 있으면서 일체종지에 가까웠었는데, 도솔천에 나서 이름이 성선백(聖善白)이었다. 여러 천주들을 위하여 일생보처의 행을 말하였고, 또한 시방 국토에 갖가지 몸을 나타내면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따라 알맞게 법을 말하다가 때와 운수가 다가와서 내려가 부처가 되어야 하겠는지라, 곧 다섯 가지의 일을 자세히 살폈다.


첫째는 모든 중생들의 성숙되었는가 아직 성숙되지 못하였는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요, 둘째는 때가 이르렀는가 아직 이르지 않았는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요, 셋째는 모든 국토에서 어느 나라가 중앙에 있는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요, 넷째는 모든 성바지[姓氏]에서 어느 성바지가 귀하고 왕성한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며, 다섯째는 과거의 인연에 누가 가장 참되고 바르며 부모가 되기에 알맞은가를 자세히 살피는 것이었다.


다섯 가지의 일에 자세히 살피기를 마치고 곧 생각하기를 ‘이제 모든 중생들은 다 이는 내가 처음에 마음을 낸 이래로 성숙된 이들이라 깨끗하고 미묘한 법을 받아낼 수 있겠으며, 3천 대천 세계에서 이 염부제(閻浮提)의 가비라패도국(迦毘羅旆兜國)만이 가장 중앙에 있으며, 여러 성바지에서 석가(釋哥)가 제일이요, 감자(甘蔗)의 자손이 전륜성왕의 후손이며, 백정왕(白淨王)의 과거 인연을 살피건대 부부가 참되고 발라서 부모가 될 만하겠으며, 또 마야[摩耶] 부인의 수명이 길고 짦음을 살펴도 태자를 배서 열 달을 다 채우고 태자가 탄생하면 태어난 지 7일 만에 그 어머니의 목숨이 끝나겠구나’라고 하였다.


이렇게 자세히 살피고 또 생각하기를 ‘내가 이제 만약 문득 내려가서 태어나면 여러 천인들을 널리 이롭게 할 수는 없겠구나’ 하고, 이에 하늘 궁전에서 다섯 가지의 형상을 나타내어 여려 천자들에게 모두가 다 보살은 때와 운수가 응당 내려가서 부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 알게 하였나니, 첫째는 보살의 눈이 깜짝거림을 나타내는 것이요, 둘째는 머리 위의 꽃이 이울러지는 것이요, 셋째는 옷에 먼지와 때가 끼는 것이요, 넷째는 겨드랑이 밑에 땀이 나는 것이며, 다섯째는 본래의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 때 여러 하늘들은 갑자기 보살에게 이런 이상이 있음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놀라고 두려워 하였는지라,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 피가 흐리는 것이 마치 비오듯 하였으므로 서로가 말하였다.
‘보살은 오래지 않아서 우리들을 버리겠구나.’


그 때 보살은 또 다섯 가지의 상서로움을 나타내었나니, 첫째는 큰 광명을 내쏟아서 3천 대천 세계를 널리 비추었음이요, 둘째는 대지를 열여덟 가지 모양으로 움직였으므로 수미산과 바닷물과 모든 하늘 궁정들이 모두 다 몹시 흔들렸음이요, 셋째는 악마의 궁전 집들이 숨고 가리워져서 나타나지 아니하였음이요, 넷째는 해와 달이며 별들의 광명이 없어졌음이요, 다섯째는 하늘이며 용과 8부(部)들의 몸이 모두가 진동하여 어찌 하지를 못한 것들이었다.


이 때 도솔천의 여러 하늘들은 보살의 몸에 이미 다섯 가지 형상이 있음을 보았고 또 다시 바깥의 다섯 가지 있기 드문 일들을 보고서 모두가 다 모여서는 보살에게 도착하여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존자여, 우리들은 오늘 이 여러 형상들을 보고 온몸이 몹시 떨려서 자연히 편안하지를 못합니다. 오직 원컨대 우리들에게 이 인연을 풀이하소서.’


그러자 보살은 곧 여러 하늘들에게 대답하였다.

‘선남자들이여, 알아야 하시리라. 모든 행은 모두 다 무상한지라 나도 이제 오래지 않아서 이 하늘 궁전을 버리고 염부제에 태어날 것입니다.’


이 때 하늘들은 이 말을 듣고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면서 마음으로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 하였으므로 온몸에 피가 나타난 것이 마치 바라사화(波羅奢花)와 같았으며, 어떤 이는 뒹굴며 땅에서 기절하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무상의 고통을 깊이 한탄하는 이도 있었다. 그 때에 한 천자가 있다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보살이야말로 여기에 계시면서
저희들의 법의 눈[法眼]을 열어 주시었는데
이제는 저희들을 멀리하여 버리시니
소경이 길잡이를 여윈 것과 같습니다.

 

또 다시 물을 건너려 할 제
갑자기 교량과 배를 잃음과 같으며
또한 젖먹이의 어린아이가
사랑하는 제 어머니를 잃은 것과 같습니다.

 

저희들도 역시 그와 같아서
귀의할 바 처소를 잃게 되었나니
바야흐로 나고 죽는 흐름에 떠다니며
마침내 뛰어 나올 인연이 없으리다.

 

저희들은 오랜 세월 동안을
어리석음의 화살을 맞게 될 텐데
이미 크신 의왕(醫王)을 잃어버리면
누가 저희들을 구하오니까?

 

무명의 평상에 머물러 누워서

길이 애욕의 바다에 빠질 텐데
영원히 존자의 가르침이 끊어지면
뛰어 나올 기약을 만나지 못하리다.

 

그 때 보살은 천자들이 슬피 울면서 괴로워함을 보고 또 그리움을 말하는 게송을 듣고는, 곧 인자한 음성으로써 말하였다.
‘선남자들이여, 무릇 사람이 남을 받고서 죽지 않는 이 없으며, 은혜와 사랑이 합하고 모였다가 반드시 이별이 있습니다. 위로 아가니타천(阿迦膩咤天)에 이르고 아래로 아비지옥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의 온갖 중생들은 무상이란 큰 불에 데이지 않는 이가 없나니, 그러므로 그대들은 나 혼자에게 그리움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이제 그대들과 똑같이 모두가 다 나고 죽음의 훨훨 타는 불을 여의지 못했을 뿐더러 이에 온갖 가난과 가면과 귀함이며 천함까지라도 모두 면하거나 벗어나지를 못하였습니다.’ 이에 보살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변천하는 모든 법 떳떳치 않아
모두가 났다가는 없어지는 법
났다 없다 하는 법 없어지면
그 때가 고요하여 즐거우리라.

 

그 때 보살은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그 게송은 바로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같이 말씀한 것으로서, 모든 변천하는 것의 성품과 모양인 법은 다 이와 같습니다. 그대들은 이제 근심하거나 과로워하지 마십시요. 나는 나고 죽기를 한량없는 겁 동안 하며 오다가, 이제는 오직 이 한 번의 생(生)만이 있으므로 오래지 않아서 모든 변천하는 것을 떠날 수 있게 됩니다. 그대들은 아셔야 하리라. 지금이야 말로 바로 중생들을 제도 해탈해야 할 때이므로, 나는 내려가서 염부제의 가비라패도국(迦毘羅旆兜國) 감자(甘蔗) 후손 석가 성바지인 백정왕(白淨王)의 집에 태어나야 하겠습니다. 나는 거기에 태어났다가 부모를 멀리 떠나고 처자와 전륜의 왕위를 버리고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부지런히 고행(苦行)을 닦아서 악마를 항복 받고 일체 종지를 이룩하여 법 바퀴를 굴리리니 일체세간의 하늘ㆍ사람ㆍ악마와 범천으로서는 능히 굴리지 못할 바입니다.


또한 과거 부처님네의 행하신 법식에 의지하여 널리 온갖 하늘과 사람들을 이롭히고 큰 법의 당기를 세워 악마의 당기를 거꾸러뜨리며 번뇌의 바다를 말리고 여덟 가지 바른 길을 깨끗이 하며 모든 법의 도장[法印]으로써 중생들의 마음에 찍을 것이요, 큰 법의 모임을 베풀어서 여러 천인들을 청하리니 그대들은 그때에 역시 모두가 같이 이 모임에 있으면서 법의 음식을 받아먹으리다. 이런 인연 때문에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때에 보살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여기에서 오래지 않아
염부제에 내려가서는
가비라국의
백정왕의 궁전에 태어나야 하리라.

 

아버지와 어머니의 친족들을 작별하고
전륜왕의 자리를 버리고서
집을 떠나 도를 행하고 배워서
일체종지를 이룩하리라.

 

바른 법의 당기를 세워
번뇌의 바다를 능히 말리고
나쁜 길의 문을 닫고 막아
여덟 가지 바른 길을 깨끗이 열리라.

 

널리 모든 천상ㆍ인간을 이롭게 함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니
이런 인연 때문에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아야 하리.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