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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불교·죽음

[불경] '과거현재인과경' (過去現在因果經) (3)

잠용(潛蓉) 2013. 5. 21. 19:18


◇ <과거현재인과경> - 제 2권

 

‘그 때 태자의 나이 열 살이 되자, 여러 석가 성바지 가운데 5백 동자들도 모두 나이가 같았었으니, 태자의 종제인 제바달다(提婆達多)와 다음의 난다(難陀)며 다음의 순다라난다(孫陀羅難陀) 등에게는 혹은 서른 가지의 모습과 서른 한 가지의 모습이 있기도 하였고 혹은 또 서른 두 가지 모습이 있기는 하였으나 모습이 분명하지 않기도 하였는데 저마다 재주를 익혔고 큰 힘들이 있었다.’


그 때 제바달다 등의 5백 동자들은 이 이름이 시방에 사무침을 듣고서 서로가 함께 말하였다.
‘태자께서 비록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글과 의론을 잘 알고 힘이 세다 하더라도 어찌 우리들을 이기겠느냐? 태자와 같이 그 용맹과 씩씩함을 겨루어 보고 싶구나.’

 

그 때에 부왕은 또 나라 안에서 활쏘기를 잘하는 이를 불러와 태자를 가르치게 하였으므로 후원에 가서 쇠북[鐵鼓]을 쏘려고 하자 제바달다 등 5백의 동자들도 모두가 따라갔었다. 이 때 스승이 곧 하나의 작은 활을 태자에게 주므로 태자는 웃음을 머금으면서 물었다.
‘이것을 나에게 주어서 무엇을 하게 하려 하십니까?’

 

활 쏘기 스승은 대답하였다.
‘태자께서 이 쇠북을 쏘도록 하겠습니다.’


태자는 또 말하였다.
‘이 활의 힘은 약합니다. 다시 이와 같은 일곱 개의 활을 구하셔서 가지고 오십시오.’


스승은 곧 주자 태자는 일곱 곱의 활을 잡고서 하나의 화살을 쏘매, 일곱의 쇠북을 꿰뚫는지라, 때에 그 활쏘기의 스승은 나아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태자께서는 저절로 활 쏘는 재주를 알고 계십니다. 하나의 화살의 힘으로써 일곱의 북을 쏘아 꿰뚫으신데, 염부제 안에서는 겨룰 수 있는 이가 없겠습니다. 어떻게 저를 스승이 되게 하십니까?’


그 때에 백정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나의 아들이 총명하여 글과 이론이며 산수 등은 사방에서 모두 알거니와 그 활쏘기 재주만은 사방의 인민들이 아직 모르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는 즉시 태자와 제바달다 등 5백 동자들에게 칙명하고 또 다시 북을 쳐서 나라 곳곳에 알리게 하였다.
‘태자 살바(薩婆) 실달다(悉達多)은 지금부터 7일 후에 뒷동산에 나가서 무예를 시합하려 하노니, 여러 인민들 중에서 용맹한 힘을 지닌 이는 모두 여기에 나올지니라.’ 하였으므로, 제 7일이 되자 제바달다는 6만의 권속들과 함께 맨 먼저 성에 나오는데 때에 한 마리 큰 코끼리가 성문에 서 있었는지라, 이 여러 군사들은 모두 감히 나아가지 못하므로 제바달다는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여기에 서서 나아가지를 못합니까?’

 

여러 사람이 대답하였다.
‘한 마리 큰 코끼리가 문을 가로막아 서 있으므로 온 대중(大衆)들이 두려워하여 그 때문에 감히 나아가지를 못합니다.’

제바달다는 이 말을 듣고 혼자 코끼리에게 나아가서 손으로 머리를 차자 바로 땅에 거꾸러지는지라 이에 군사들은 차례로 지나가게 되었다. 그 때 난다는 권속들과 함께 역시 성으로 나가려 하는데, 그 군사들이 느린 걸음으로 점차 나아가는지라 난다는 물었다.
‘무엇 때문에 가는 것이그렇게 느리오?’

 

사람들은 대답하였다.

‘제바달다가 손으로 하나의 코끼리를 치매 거꾸러져서 성문에 있는지라 가는 이들의 길이 막히어서 그 때문에 느립니다.’

 

난다가 즉시 나아가 코끼리 처소에 닿아서는 발가락으로 코끼리를 잡아서 길 가로 던져 놓으니, 수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 때 태자는 십만의 권속들에게 앞뒤에서 둘러싸여 비로소 성문에 나가다가 길 가에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을 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이 사람들은 무엇을 구경하고 있느냐?’

 

시종이 대답하였다.
‘제바달다가 손으로 하나의 코끼리를 쳐 거꾸러뜨려서 성문에 두었으므로 사람의 가는 길이 방해가 되었는데, 난다가 다음에 나오다가 발가락으로 여기에 집어 던져두었으므로, 그 때문에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태자는 생각하였다.
‘지금이 바로 힘을 나타낼 때로구나.’ 태자는 곧 손으로 코끼리를 집어서 성 밖으로 던져 놓고 돌아와서 손으로 받되 다친 데가 없게 하였는데, 코끼리는 또 도로 소생하여 괴로워하는 바가 없었으므로, 때에 여러 인민들은 전에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였고, 왕도 이를 듣고 나서 깊이 기이하게 여겼다.


이렇게 하여 태자와 제바달다와 난다 등이며 사방의 인민들은 모두 다 와 모여 그 동산 안에 있었다. 그 때 그 동산은 갖가지로 장엄하여 금의 북ㆍ은의 북ㆍ놋쇠의 북과 돌ㆍ구리ㆍ쇠의 북 등 각각 일곱 개가 있었는데, 그 때에 제바달다가 맨 처음 쏘아 세 개의 금의 북을 꿰뚫었고, 다음에 난다도 역시 세 개의 북을 꿰뚫었으므로 와 있는 대중들은 모두 다 감탄하였다. 그 때 뭇 신하들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제바달다와 난다가 모두 쏘아 마쳤으니 이번의 차례는 바로 태자이십니다. 오직 원컨대 태자께서는 이 여러 북을 쏘십시요.’


이렇게 세 번을 청하자, 태자는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소. 만약 나에게 여러 북을 쏘게 하려면 이 활로서는 힘이 약하니, 다시 센 것을 청구합니다.’

 

여러 신하는 대답하였다.
‘태자의 조부이신 왕에게 하나의 좋은 활이 있었는데, 지금은 왕의 창고에 있습니다.’

 

태자는 말하였다.
‘곧 가져 오십시요.’


활을 가져오자, 태자는 곧 끌어 당겨 하나의 화살을 쏘매 여러 북들을 꿰뚫고 나갔으며, 연후에 땅으로 들어가자 샘물이 흘러나오고 또한 대철위산(大鐵囲山)을 뚫고 지나갔다. 그 때 제바달다와 난다는 함께 서로 씨름을 하였는데 두 사람의 힘이 대등하여서 역시 이기는 이가 없는 것을 태자는 또 나아가서 손으로 두 아우를 잡고 땅에 넘어뜨렸으나 인자한 힘을 썼기 때문에 다치거나 아프지 않게 하였으므로, 그 때 사방에서 온 인민들은 태자에게 이러한 힘이 있음을 보고서 큰소리로 외쳤다.
‘백정왕의 태자야말로 지혜만이 일체 인민들에게서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 힘이 용감하고 씩씩함도 같은 이가 없습니다.’ 그리고는 탄복하지 않는 이가 없어서 더욱 더 공경심을 내었다.

 

그 때 백정왕은 곧 여러 대신들을 모아 놓고 함께 의논하였다.
‘태자는 이제 나이 이미 장대해져서 지혜롭고 용맹스러워 모두가 다 갖추어졌으니, 이제야말로 마땅히 사해(四海)의 바닷물로 태자의 정수리에 부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아래의 다른 작은 나라 왕들에게 칙명하였다.
‘이후 2월 8일에는 태자의 정수리에 물을 부을 터이니 모두 모여야 하오.’


2월 8일이 되자, 모든 다른 나라 왕과 신선이며 바라문 등이 모두 다 구름처럼 모여서 비단 버너기ㆍ일산을 달며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며 종을 울리고 북을 치면서 여러 가지 풍악을 잡히며 칠보의 그릇에 사해의 물을 담아서 여러 신선들이 저마다 정수리에 이어다가 바라문들에게 주었으며, 이렇게 하며 여러 신하들까지 두루 모두가 정수리에 이어 와서 왕에게 전하여 주었으므로 때에 왕은 곧 태자의 정수리에 붓고 칠보의 도장[印]을 맡기면서 또 큰 북을 치며 높은 소리로 외쳤다.
‘지금 살바 실달을 세워서 태자를 삼았노라.’


그 때에 허공에서 하늘ㆍ용ㆍ야차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따위가 하늘의 풍악을 잡히면서 다 같은 말소리로 찬탄하였다.
‘거룩하십니다.’


가비라패도국(迦毘羅斾兜國)에서 태자를 세우는 때에 다른 여덟 나라[八國]의 왕도 역시 이 날에 똑같이 태자를 세웠다. 그 때 태자는 왕에게 나가서 유람할 것을 아뢰므로 왕은 즉시 허락하고, 때에 왕은 태자와 여러 신하들과 함께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면서 나라의 지경을 순찰하고 다녔으며, 다음에 또 앞으로 나아가다가 왕의 전답이 있는 곳에 이르러 휴식을 하며 염부나무 아래서 밭을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였다.

 

그 때 정거천은 변화로 흙덩이 벌레가 되어서 까마귀가 따르며 쪼아 먹게 하였는데, 태자는 보고 자비심을 일으키면서 ‘중생이란 불쌍하구나. 서로서로가 삼키고 먹으니 말이다’ 하고, 즉시 생각을 하여 욕심 세계의 애욕을 여의었고 이렇게 하여 4선(禪)의 자리를 얻기까지에 이르는데, 햇빛이 빛나자 나무가 그를 위하여 가지를 굽혀 따르면서 태자를 가리워 주었다.


그 때 백정왕은 사방을 헤매며 태자를 묻고 찾으므로 시종하던 사람이 대답하였다. ‘태자는 지금 염부나무 아래 계시옵니다.’ 때에 왕과 여러 신하들과 함께 그 나무 아래로 나아가는데 아직 닿기 전에 멀리서 태자가 단정히 앉아서 생각함을 보고 또 그 나무가 굽어서 그의 몸을 그늘지게 함을 보고는 깊이 기특하게 여겼다.
때에 왕은 나아가서 태자의 손을 붙잡고 물었다.
‘너는 지금 무엇 때문에 여기에 앉아 있느냐?’


태자는 대답하였다.
‘여러 중생들을 자세히 살피매, 서로가 잡아먹으니 매우 불쌍하기 짝이 없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근심 고통을 하면서 그가 집 떠날 것을 염려하여 ‘급히 혼인을 시켜서 그의 뜻을 기쁘게 해야겠구나’ 하고, 곧 외쳤다.
‘함께 나라로 돌아가자.’

 

그러자 태자가 대답하였다.
‘여기에 머물러 있게 하소서.’

 

왕은 그의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저 아시타가 옛날에 말하더니, 태자가 이제 그 말과 같아지겠구나.’
왕은 곧 눈물을 흘리면서 거듭 부르며 말하였다.
‘나라로 돌아가자.’
태자는 부왕이 이렇게까지 함을 보고 곧 따라서 있던 곳으로 돌아왔었는데, 왕은 근심 걱정을 하며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을까 두려워 하여 다시 기녀들을 불러 재미있게 즐기게 하였다.


그 때 태자 나이 열일곱 살이 되었으므로, 왕은 신하들을 모아놓고 함께 의논하였다.
‘태자가 이제는 나이 이미 장대하였으니, 그를 위하여 혼인할 곳을 찾도록 하여야겠소.’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한 석가 성바지의 바라문이 있사온데 이름은 마하나마(摩訶那摩)이옵니다. 그 사람에게는 야수다라(耶輸陀羅)라는 딸이 있사온데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총명하여 슬기로우며 어질고 재주가 있어 남보다 뛰어났고 예의가 다 갖추어졌습니다. 이와 같은 덕이 있으므로 태자의 비(妃)가 될 만합니다.’


왕은 곧 대답하였다.
‘만약 그대들의 말과 같다면 곧 그를 위하여 받아들이겠다.’

 

왕은 궁전 안으로 돌아와서는 곧 궁중에서 총명하고 지혜 있는 오래된 여인에게 신칙하였다.
‘너는 마하나마 장자의 집에 나아거서 그 딸의 용모와 거동이며 예의가 어떠한가를 살펴보면서 거기에 머물러 있기를 만 이레 동안 하라.’


왕의 칙명을 받고 곧 그 장자의 집에 나아가서 이레 동안 자세히 그 딸을 살피고 돌아와 왕에게 대답하였다.

‘제가 그 여인을 자세히 살폈사온데, 용모가 단정하고 위의와 동작이 같은 이가 없습니다.’


왕은 그의 말을 듣고 매우 크게 기뻐하면서 즉시 사람을 보내어 마하나마에게 말하게 하였다.
‘태자의 나이 장대하였으므로 그를 위하여 비를 들이려 합니다. 여러 신하들이 다 말하기를 그대의 따님이 착하고 아름다워서 여기에 천거될 만하다 하니, 이제 허락하였으면 합니다.’


마하나마는 왕의 사신에게 대답하였다.
‘삼가 칙명을 받들겠습니다.’
왕은 즉시 신하들에게 길일(吉日)을 가려서 수레 만 개를 보내어 가서 영접하여 궁중에 닿은 뒤 태자의 혼인 예식을 완전히 갖추었었다.


또 다시 여러 기녀들을 불러서 밤낮으로 재미있게 즐기게 하였는데, 그 때에 태자는 언제나 그 비와 함께 가고 서고 앉고 누워서 일찍이 함께 하지 않음이 없었으나, 처음부터 자연히 세속의 뜻은 없었으므로 고요한 밤중에는 오직 선관(禪觀)만을 닦았다.


때에 왕은 날마다 여러 채녀들에게 물었다.
‘태자는 비와 함께 하며 서로가 접근하더냐?’

 

채녀는 대답하였다.
‘태자(太子)에게는 부부로서의 길이 있었음을 못 보았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근심 걱정을 하고 언짢아 하면서 더욱 기녀들을 불리어 재미있게 즐기도록 하였는데 이렇게 때를 지내면서도 오히려 접근하지 않았으므로 때에 왕은 사내 구실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깊이 의심하였다. 그 때 태자는 여러 기녀들의 노래하고 읊음을 들으면서 동산과 숲에 꽃과 열매가 한창이었고 흐르는 샘물이 맑고 시원하였으므로, 태자는 갑자기 나가서 유람을 하려고 하여 곧 기녀(妓女)를 보내어 나아가 왕에게 아뢰게 하였다.
‘궁중에만 있은 지가 오래였으므로 잠깐 동산 숲에 나가서 유희를 하고 싶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기쁨을 내면서 생각하였다.
‘태자는 바로 궁중에 있으면서 부부로서의 예를 행하기를 좋아하지 아니하여 그 때문에 동산 숲에 나가려 하는구나.’  곧 허락을 하고는 여러 신하들에게 칙명하여 동산 누각을 정돈하고 다스리며 지나갈 길을 모두 깨끗하게 하였으므로, 태자는 왕에게 나아가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사직하며 떠나갔다.

 

때에 왕은 곧 한 분의 오래된 신하로서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말을 잘하는 이에게 칙명하여 태자를 따라가게 하였는데, 그 때에 태자는 여러 관속들에게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면서 성의 동쪽 문으로 나아가는데 나라 안의 인민들은 태자가 나온다 함을 듣고 남녀가 길을 채워서 구경하는 이가 마치 구름과 같았다. 때에 정거천(淨居天)2) 은 변화로 노인이 되어서 머리가 희고 등이 굽었으며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걸어갔으므로, 태자는 시종하는 이에게 물었다. ‘이는 무엇 하는 사람인가?’

2) 색계의 제4 선천(禪天)에 사는 선인을 말한다. 불환과를 증득한 성인이 태어나는 하늘로 여기에는 무번천(無煩天)ㆍ무열천(無熱天)ㆍ선현천(善現天)ㆍ선견천(善見天)ㆍ색구경천(色究竟天)의 다섯 하늘이 있다. 5정거천이라고도 한다.

시종하는 이는 대답하였다.
‘이는 노인이옵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무엇을 노인이라 하느냐?’

 

대답하였다.
‘이 사람은 옛날에 일찍이 젖먹이 어린아이, 소년을 겪었고 변천하면서 머무르지 아니하여 마침내 감관이 성숙함에 이르러서 형상이 변하고 빛깔이 쇠약하여져서 음식도 소화되지 아니하고 기력이 허약하여지며 앉고 일어나는 데에도 고통이 심하여지는데 남아 있는 목숨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노인이라 합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오직 이 사람만이 늙느냐, 모두가 다 그러하느냐?’


시종하는 이는 대답하였다.
일체가 모두 다 당연히 이와 같습니다.’


그 때 태자는 이런 말을 듣고 나서 크게 괴로워하면서 생각하였다.
해와 달은 흐르며 가고 때는 변하고 해는 바뀌어서 늙음이 다가옴은 마치 번개와 같거늘 몸의 편안만 더욱 믿고 있다. 나는 비록 부귀하다 하더라도 어찌 혼자 면하겠느냐. 어찌하여 세상 사람들은 두려워하지도 아니할까?’


태자는 본래부터 세상에 있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다가 또 이런 일을 듣고서는 더욱 싫증을 내면서 곧 수레를 돌려 돌아와서 근심하며 언짢아하였다. 때에 왕은 듣고 나서 마음에 애달파하면서 그가 도를 배울까 두려워하여 다시 기녀들을 불리고 재미있게 즐기도록 하였다. 그 때 태자는 다시 얼마를 지나서 왕에게 나가 유람할 것을 아뢰자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근심하면서 생각하였다.
‘태자가 먼저 나가다가 노인을 만나서는 근심하고 언짢아하였는데, 이제 어찌하여 또 나가겠다 하는가?’

 

왕은 태자를 사랑하는지라 차마 어기지 못하여 머뭇거리면서 허락을 하고는 곧 여러 신하들을 모아 놓고 함께 의논하였다.
‘태자가 전번에는 성의 동쪽 문으로 나가다가 노인을 만나보고 돌아와서는 곧 좋아하지 아니하였는데 이제 또 나가서 유람하려 함을 나는 어쩔 수가 없어서 마침내 또 허락하였습니다.’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다시 바깥의 여러 관속들에게 엄히 칙명하여 도로를 닦고 다스리며 비단 번기ㆍ일산을 걸며 꽃을 흩고 향을 사르며 모두를 화려하게 할 것이오며, 더러운 것이거나 깨끗하지 못한 것들이거나 늙은이며 병든 이가 길 가에 있지 못하게 하시옵소서.’

그 때 가비라성의 네 개 문 밖에는 각각 하나의 동산이 있었는데, 나무와 꽃과 열매며 목욕하는 못과 누각이며 갖가지로 장엄한 것은 모두가 다 다름이 없었다.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물었다.
‘밖의 여러 동산과 누각은 어느 것이 훌륭합니까?’


여러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바깥의 여러 동산과 누각들은 모두가 같아서 다름이 없음이 마치 도리천의 환희동산과 같습니다.’


왕은 또 칙명하였다.
‘태자가 먼저 이미 동쪽 문으로부터 나갔으니 이번에는 남쪽 문으로 나가게 하십시오.’

 

그 때에 태자는 백관들에게 인도하고 따르면서 성의 남쪽 문으로 나가는데, 때에 정거천은 변화로 병든 사람이 되어서 몸이 파리하고 배가 크며 헐떡거리고 신음을 하며 뼈가 녹고 살이 다되었으며 얼굴 모습이 누렇게 되어 온몸을 벌벌 떨면서 스스로가 부지할 수 없는지라 두 사람이 겨드랑이를 붙잡고 길의 곁에 있었으므로, 태자는 물었다. ‘이는 어떠한 사람인가?’

시종하는 이가 대답하였다.
‘이는 병든 사람이옵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무엇을 말하여 병들었다 하느냐?’

 

대답하였다.
‘대저 병이라 함은 모두가 즐기며 욕심 내고 음식에 절도가 없는 탓인데 네 가지 요소가 고르지 못하다가 점점 변하여 병이 되나니, 온 뼈마디가 고통스럽고 기력이 없어지며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잠자리가 편안하지 못하옵니다. 비록 몸과 손이 있기는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고 남의 힘을 빌려서야 연후에 앉고 일어납니다.’

그 때에 태자는 자비심을 일으켜 그 병든 사람을 보살피면서 스스로 근심 걱정을 하다가 또 다시 물었다.
‘이 사람 혼자만이 그러한가. 다른 이도 모두가 그러한가?’

 

대답하였다.
‘일체 인민이면 귀하거나 천함이 없이 똑같이 이런 병이 있습니다.’

태자는 듣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병의 괴로움이 널리 걸려야 한다면 어찌하여 세상 사람들은 즐거움에만 빠져서 두려워하지 아니할까?’

이렇게 생각하여 마치니, 깊이 두려움이 생기고 몸과 마음이 벌벌 떨리는데 마치 달의 그림자가 물결 이는 물에 나타남과 같았으므로 시종하는 이에게 말하였다.
‘이와 같이 몸이란 바로 큰 괴로움의 무더기로다. 세상 사람들은 그 가운데서 제멋대로 기뻐하기만 하며 어리석게 식견 없이 굴면서 깨달을 줄을 모르는구나. 이제 어떻게 저 동산에 가서 유람을 하며 즐겁게 놀기나 하겠느냐?’ 곧 수레를 돌려서 도로 왕궁으로 들어와서는 앉아서 스스로 생각을 하며 근심 걱정하면서 언짢아하였다.

 

왕은 시종하였던 이에게 물었다.
‘태자가 이번에 나가서는 즐거움이 있었더냐?’

시종한 이가 대답하였다.
‘처음 남쪽 문으로 나가시다가 병든 사람을 만났사온데, 이 때문에 언짢아하면서 즉시 수레를 돌려 들어와 버렸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근심 걱정을 하며 그가 집을 떠날까 염려하면서 때에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물었다.
‘태자가 전번에는 성의 동쪽 문으로 나가다가 늙은이를 만나고서 근심 걱정을 하며 언짢아하였는지라 이런 일 때문에 나는 그대들에게 칙명하여 깨끗이 길을 다스리고 늙고 병든 이가 길 곁에 있지 못하게 하였는데 어찌하여 이제 성의 남쪽 문을 나가면서도 또 병든 사람이 있게 하였으며, 태자가 그를 만나보게 하였는가?’


그러자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요사이 왕의 칙명을 받잡고 바깥 벼슬아치들에게 엄히 명령하여 여러 가지 더러운 것이거나 늙고 병든 이가 길 곁에 있지 못하게 하였으며, 서로가 검사하고 감추어서 감히 게으름이 없었는데 어떤 일로 갑자기 병든 사람이 있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저희들의 허물이 아닙니다.’


그 때에 왕은 여러 시종했던 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다 같이 병든 사람이 길에 있었다하니 어디로부터 이르는 것을 보았느냐?’


시종했던 이들이 대답하였다.
‘종적이 없었으며 어디서 왔는 줄도 모르옵니다.’


때에 왕은 깊이 태자에 대하여 망설이는 마음을 내며 그가 도(道)를 배울까 두려워하여 다시 기녀들을 불러서 그의 뜻을 기쁘게 하였고, 또다시 다섯 가지 욕심 중에서 그리고 집착하는 마음을 내게 하려 하였다. 그 때 우타이(優陀夷)라는 한 바라문의 아들이 있었는데, 총명하고 슬기로워서 극히 말 재주가 있었으므로, 때에 왕은 곧 청하여 궁중에 들게 하고서 말하였다.
‘태자는 지금 세간에 있으면서 다섯 가지 욕심 받기를 좋아하지 않고 그는 오래지 않아서 집을 떠나서 도를 배울까 두려우니, 네가 함께 벗이 되어서 자세히 세간에서의 다섯 가지 욕심의 즐거운 일들을 설명하여 그의 마음이 움직여서 집 떠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하라.’


때에 우타이는 대답하였다.
‘태자는 총명하여 같은 이가 없습니다. 알고 있는 글과 이론은 모두 다 깊고 넓어서, 이는 제가 이제까지 듣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어떻게 권유하고 설명을 하라고 시키십니까? 마치 연뿌리 속에 가는 섬유로써 수미산을 달려고 하는 것처럼 저도 그와 같아서 마침내 태자의 마음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대왕께서 이미 칙명으로 벗이 되게 하셨으니, 반드시 제가 아는 바와 소견을 다하기는 하겠습니다.’

 

때에 우타이는 왕의 칙명을 받고 나서 태자를 시종하며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데에 감히 멀리 떠나지를 않았다. 때에 왕은 또다시 여러 기녀로서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노래와 춤을 잘하여 남을 유혹할 수 있는 소녀들을 선발하여 갖가지를 꾸미어 빛나고 고움이 눈을 기쁘게(대왕의 눈에) 할 만큼 하고서 모두들 다 보내어 태자를 시중하게 하였다. 그 때 태자는 다시 얼마를 지나다가 왕에게 나가서 유람할 것을 여쭙자, 왕은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저 우타이가 이미 태자와 함께 벗이 되었으니 지금 혹시 나가 유람을 하더라도 전번보다는 나아서 다시는 세속을 싫어하거나 집 떠나기 좋아하는 마음은 없어지리라.’


곧 허락을 하고서는 때에 왕은 또 다시 여러 대신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태자가 이제 또 나가서 유람을 하려 하므로 나는 차마 어기지를 못하여 이미 또 허락을 하였소. 태자는 전번에 동쪽과 남쪽의 두 문을 나가다가 늙은 이와 병든 이를 보고 돌아와서 곧 근심 걱정을 하였으니, 이번에는 서쪽 문으로부터 나가게 하여야겠소. 나의 마음은 그가 돌아와서 또 언짢아할까 염려는 되나 그러나 우타이야 말로 바로 그의 좋은 벗이므로 이제 나갔다가 돌아와서는 다시는 그렇지 않기를 바라오. 그대들은 잘 길과 동산 숲이며 대(臺)와 누각을 닦고 다스리어 모두 엄히 정돈하게 하고 향과 꽃과 번기며 일산으로 전보다 수배를 더하며 다시는 늙고 병든 이거나 더러운 것이 길 곁에 있지 않게 하십시오.’


신하들은 칙명을 받고 곧 바깥 벼슬아치들에게 말하였다.
‘도로와 동산 숲을 엄히 다스려서 빛나고 고움이 보통보다 갑절 더하게 하라.’


왕은 또 먼저 여러 아름다운 기녀(妓女)들을 보내어 그 동산 안에 놓아두고, 또 다시 우타이에게 칙명하였다. ‘만약 길 곁에서 상서롭지 못한 일을 당하면, 방편을 써서 그의 마음을 달래고 기쁘게 해야 하리라.’

아울러 여러 신하들에게 칙명하였다.
‘태자를 따라 모시되, 모두가 자세히 살피게 하고 만약 불길함이 있으면 멀리 내쫓아 버려라.’


그 때 태자는 우타이와 함께 백관들이 인도하고 따르며 향을 사르고 꽃을 흩으며 뭇 풍악을 잡히면서 성의 서쪽 문으로 나갔는데, 때에 정거천은 생각하였다. ‘먼저는 늙고 병듦을 두 성문에서 나투면서 온 대중들이 모두 보았는지라 백정왕이 시종하던 이와 바깥 벼슬아치들을 책망받게 하였다. 태자의 지금의 나옴에는 왕의 칙령이 엄하고 험한데 내가 이제 죽음을 나타낸 것을 만약 모두가 보면 왕의 분노만 더하여 반드시 벌하고 죽이게 하되 그릇(잘못하여) 허물 없는 이들에게까지 미칠 것이니, 나는 오늘 나투는 일에는 오직 태자와 우타이 두 사람에게만 보이게 하여 그 밖의 관속들에게는 책망을 받지 않게 하리라’ 하고, 곧 내려와서 변화로 죽은 사람이 되어서는 네 사람이 상여를 메고 여러 향과 꽃을 시체 위에 흩뿌리면서 집안의 모두가 통곡(痛哭)을 하며 보내게 하였다.

 

그 때 태자는 우타이와 두 사람만이 보았으므로 태자는 물었다.

‘이는 어떠한 물건인데 꽃과 향으로 그 위를 장식하였고, 또 사람들이 울부짖으면서 전송을 하고 있는가?’

때에 우타이는 왕의 칙명 때문에 잠자코 대답을 하지 않자 이렇게 세 번을 물었는데, 정거천왕은 거룩한 힘으로써 우타이에게 모르는 결에 대답하게 하였다.
이는 죽은 사람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무엇을 죽음이라 합니까?’


우타이는 말하였다.
‘대저 죽음이라 함은 칼 같은 바람이 형상을 찢어버리면 신식(神識)이 떠나가는 것인데, 온몸의 모든 감관이 다시는 아는 바가 없어집니다. 이 사람은 세상에 있으면서 다섯 가지 욕심에 집착하여 돈과 재물을 아끼며 몹시 고생하면서 경영하여 오직 쌓고 모을 줄이나 알았을 뿐 무상한 줄은 모르다가 이제 하루아침에 버리고 죽은 것입니다. 또 부모와 친척 권속들의 사랑과 염려를 받다가 목숨이 끝난 뒤에는 마치 풀과 나무 같아서 은정과 이쁘고 미움에 다시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죽으면 진실로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태자는 듣고 나서 크게 두려워하며 또 우타이에게 물었다.
‘오직 이 사람만이 죽습니까, 다른 이도 당연히 그러합니까?’

 

곧 대답하였다. ‘온갖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으레 이렇게 되는 것이며 귀하거나 천하다거나 하여 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태자의 평소의 성품은 편안하고 고요하여 움직이기 어려웠지만 이미 이 말을 듣고서는 어찌하지 못하면서 곧 작은 소리로써 우타이에게 말하였다.
‘세간에서는 이러한 죽음의 괴로움이 있었거늘 어찌하여 그(세상) 안에서 방일한 마음을 행하여 마치 나무와 돌처럼 두려워할 줄 몰랐던가?’


그리고는 곧 마부에게 명하였다.

‘수레를 돌려서 돌아가야 하겠다.’


마부는 대답하였다.
‘전번에 두 문을 나가서도 아직 동산에 이르기 전에 중도에서 돌아갔으므로, 대왕에게서 갚은 꾸지람을 받게 하셨거늘 이제 어찌 감히 또 그러하겠나이까?’


때에 우타이는 마부에게 말하였다.
‘네가 말한 바와 같이, 돌아가지 않아야겠다.’


곧 다시 나아가서 그 동산 안에 이르자 향과 꽃과 번기 일산이며 뭇 풍악을 잡히는데 뭇 기녀들의 단정함은 마치 여러 하늘의 채녀들과 같아서 다름이 없었고 태자의 앞에서 저마다 다투어 노래하고 춤추면서 멋진 태도로써 그의 뜻을 기쁘게 하여 태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 하였으나, 움직일 수 없었으며, 곧 동산 안에 머물러서 나무 사이 그늘에 쉬면서 그의 시종들을 물리치고 단정히 앉아서 옛날 일찍이 염부나무 아래 있으면서 욕심 세계를 멀리 여의어 제4 선정을 얻기까지에 이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 우타이는 태자에게 이르러 이런 말을 하였다.
‘대왕께서는 칙명으로 태자와 함께 벗이 되게 하였습니다. 혹시 득실(得失)이 있으면서 서로가 깨우쳐 주는 벗의 법에 그 요긴한 것이 셋이 있습니다. 첫째는 과실이 있음을 보면 곧 서로가 간하여 알게 하고, 둘째 좋은 일이 있음을 보면 깊이 따라 기뻐하며, 셋째는 괴로운 재난이 있을 제에 서로가 버리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이제 정성된 말을 드릴 터이니, 원컨대 책망하지 마십시오. 옛날의 모든 왕과 지금 현재의 왕들도 모두가 다 다섯 가지 욕심을 받은 연후에야 집을 떠났거늘 태자는 어째서 영영 끊고 돌아보지 않습니까? 또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는 마땅히 사람으로서의 행을 따라야 되며 나라를 버리고서 도를 배우는 이는 없습니다. 오직 원컨대, 태자께서는 다섯 가지 욕심을 받아서 아들이 있게 하시고 왕의 후사를 끊지 않게 하십시오.’

 

그 때에 태자는 대답하였다.
‘진실로 말씀한 바와 같소. 다만 나는 나라를 버리기 위하여 그런 것이 아니며, 또다시 다섯 가지 욕심이 좋지 않다고 말은 하지 않습니다. 늙고ㆍ병들고ㆍ나고ㆍ죽음의 괴로움을 두려워한 까닭에 다섯 가지 욕심에 감히 애착하지 아니합니다. 그대는 아까 말한 바, 옛날 여러 왕들은 먼저 다섯 가지 욕심을 겪었고 그런 뒤에 집을 떠났다 하였거니와 이 여러 왕들은 이제 어디에 있겠습니까? 애욕 때문에 혹은 지옥에 있기도 하고, 혹은 아귀에 있기도 하고, 혹은 축생에 있기도 하며, 혹은 인간과 천상에 있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굴러다님[輸轉]의 괴로움이 있기 때문에 이로써 나는 늙고 병듦의 괴로움과 나고 죽음의 법을 여의려고 할 뿐입니다. 그대는 어째서 나에게 그것을 받게 합니까?’


때에 우타이는 비록 말 재주를 다하여 태자에게 권장하였으나 돌리게 할 수는 없었으므로, 곧 물러나 앉았다가 있던 데로 돌아오자 태자는 이에 수레를 차리도록 칙명하여 궁중으로 돌아가게 하는지라 여러 기녀들과 우타이는 근심하고 슬퍼하며 얼굴 모습조차 찡그림이 마치 사람이 새로 사랑하던 친척을 잃는 것과 같았는데, 태자는 궁중에 돌아와서 몹시 슬퍼함이 보통보다 갑절이었다.


때에 백정왕은 우타이를 불러서 물었다.
‘태자가 이번에 나가서는 즐거움이 있었더냐?’


우타이는 말하였다.
‘성을 나가다가 멀지 않는 데서 죽은 사람을 만났는데, 또한 그가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겠습니다. 태자는 저와 함께 동시에 그것을 보았는데, 태자께서 묻기를, ‘이는 어떠한 사람이냐?’ 하기에 저도 모르는 결에 ‘이것은 죽은 사람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때에 왕은 또 여러 시종했던 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모두 성의 서쪽 문 밖에서 죽은 사람이 있던 것을 보았더냐?’


시종했던 이들은 대답하였다.
‘저희들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정신이 탁 틔어지며 생각하였다.
‘태자와 우타이 두 사람만이 보았다 하니, 이는 바로 하늘의 힘이요, 신하들의 허물이 아니로다. 반드시 아사타(아사타)의 말과 같아지겠구나.’ 그리고는 크게 괴로워하고 다시 기녀를 불리어 즐기게 하며 날마다 사람을 보내어 태자를 위로하면서 말하였다.

‘나라는 바로 너의 소유인데 무엇 때문에 근심 걱정을 하면서 언짢아하느냐?’


왕은 또 여러 기녀들에게 엄히 칙명하였다.
‘태자의 뜻을 기쁘게 하기를 밤낮으로 쉬지 말라.’


이 때 백정왕은 비록 하늘의 힘이었고 사람의 일이 아닌 줄 알면서도 태자를 사랑하고 중히 여겨서 말을 않을 수가 없었으며,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태자가 전번에 이미 서쪽의 성문으로 나갔으니, 이제는 오직 북쪽 문만이 아직 나가지 않았으므로 그는 반드시 오래지 않아서 다시 나가 유람을 하려 하리라. 다시 그 바깥 동산숲을 장엄하여 갑절 빛나고 곱게 하며, 여러 가지 뜻에 맞지 않은 일이 없게 하여야 하겠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을 자세히 신하들에게 칙명하였다.


때에 왕은 또 다시 마음으로 원하였다. ‘태자가 혹시 성의 북쪽 문으로 나갈 때에는 오직 원하옵나니, 여러 하늘이시여, 다시는 상서롭지 못한 일을 나타내어 또 저의 아들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게 하소서.’ 하고 드디어 마부에게 칙명하였다.
‘태자가 만약 나가게 되면 말을 타게 하여 사방으로 있게 하여야 하리라.’


이 때에 태자는 왕에게 나가서 유람할 것을 여쭙자 왕은 차마 어기지 못하였으므로, 곧 우타이와 다른 관속들에게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면서 성의 북쪽 문으로 나가서 저 동산에 이르매, 태자는 말에서 내리어 나무에서 머물러 쉬면서 시종들을 물리쳐 버리고 단정히 앉아 생각을 하되 세간의 늙고, 병들고, 죽음의 고통을 깊이 생각하였다.


때에 정거천은 변화로 비구가 되어 법복에 바루를 가지고 손에는 석장(錫杖)을 짚고서 땅을 보면서 가다가 태자의 앞에 서자 태자가 그를 본 뒤에 곧 물었다.
‘당신은 바로 어떠한 사람입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비구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무엇을 말하여 비구라 합니까?’


‘능히 번뇌의 도둑을 깨뜨리고 후생의 몸을 받지 않나니, 그 때문에 비구라 합니다. 세간은 모두가 다 무상하고 위험하고 무르지만 내가 닦고 배우는 것은 번뇌 없는 거룩한 도(道)인지라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닿임ㆍ법에 집착하지 아니하고 영원히 함이 없음[無爲]을 얻어 해탈의 언덕에 도달합니다.’

 

이 말을 하여 마치고 태자의 앞에서 신통력을 나타내어 허공을 날아서 떠나갔다. 이러할 때에 여러 시종하던 관속들은 모두 다 보게 되었는데, 태자는 이미 이 비구를 보았고, 또 널리 집을 떠난 공덕을 말함을 듣고서 그가 옛날부터 품고 있던 세속을 싫어하는 실정에 일치하였으므로 문득 스스로 외쳤다.
‘장하고 장하구나, 천상과 인간 가운데서 오직 이것만이 훌륭한 것이로다. 나는 결정코 이런 도를 닦고 배워야겠다.’ 이렇게 말을 하여 마치고 곧 말을 찾아 타고 궁성으로 돌아왔다.

 

때에 태자는 마음에 기쁨과 경하함이 생겨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먼저 늙음과 병듦과 죽음의 고통이 있음을 보고 밤낮 언제나 두려워하며 이 때문에 시달림을 받았더니, 이제야 비구를 만나 보고서 나의 뜻을 깨쳤고 해탈의 길을 보았노라.’


그리고는 곧 스스로 방편을 생각하며 집을 떠날 인연을 찾았다. 그 때 백정왕은 우타이에게 물었다.
‘태자가 이번에 나가서는 즐거움이 있었더냐?’


때에 우타이는 왕에게 대답하였다.
‘태자가 아까 나갈 때 지나는 길에서는 상서롭지 못한 일은 없었고, 동산 안에 이르러서 태자가 혼자 나무 아래 있었사온데, 멀리서 보았더니, 한 사람이 머리칼과 수염을 깎아 없애버리고 물들인 옷을 입고는 태자의 앞에 와서 함께 말을 하다가 말하기를 마치고서 허공을 날아 돌아갔사오나, 끝내 또한 무엇을 말하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태자는 이로 인하여 수레를 차리고 돌아왔사온데, 그러할 때에는 얼굴 모습이 기뻐하더니 궁중으로 돌아와서는 곧 근심 걱정을 하였습니다.’ (계속)

 


불교 명상곡 - '홀로 피는 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