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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불교·죽음

[불경] '과거현재인과경' (過去現在因果經) (5)

잠용(潛蓉) 2013. 5. 22. 13:10

 

 ◇ <과거현재인과경> - 제 3권

 

그 때 백정왕은 왕사와 대신을 보내고 난 뒤에 곧 태자의 영락을 마하파사파제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태자가 입었던 영락인데, 차익에게 맡겼기에 돌아와서 당신에게 주게 된 것이오.’


마하파사파제는 영락을 보고 나서 갑절이나 더 슬퍼하면서 생각하였다. ‘사천하의 인민들이 아주 박복하구나 이 밝고 지혜로운 전륜성왕을 잃었으니 말이다.’


또 나머지의 꾸미개들을 보내어 야수다라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태자는 자기 몸을 꾸몄던 꾸미개들을 너에게 주도록 하였단다.’

 
야수다라는 이 물건들을 보자마자 기절하여 땅에 넘어져버렸으므로 왕은 또 사람을 파견하여 야수다라에게 칙명하여 스스로 아끼고 공경하게 하여서 태 안의 아이가 편안하지 못한 일이 없게 하였다.


그 때 왕사와 대신들은 발가 선인이 고행을 하는 숲 속에 이르러서 시종하던 사람들과 여러 의식의 장식들을 물리쳐 없애고서 곧 신선이 살고 있는 곳으로 나아가매 신선이 앉기를 청하므로 서로가 문안하고서 이에 왕사는 신선에게 말하였다.
‘저는 바로 백정왕의 스승인데, 이제 여기까지 온 까닭은 저 백정왕의 수족인 태자께서 나고ㆍ늙고ㆍ병들고 죽음의 고통을 싫어하여 집을 떠나 도를 배우러 이 숲을 따라서 지나 갔었는데 큰 신선께서는 못 보셨습니까?’

 

발가 선인은 왕사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요사이 여기에서 한 동자를 보았었는데,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상호가 완전히 갖추었습니다. 이 숲에 들어왔었기에 나와 함께 의론을 하면서 드디어 하룻밤을 묵고 갔었거니와 바로 그 분이 왕의 태자인 줄을 몰랐습니다. 우리들이 닦는 도가 비천하다 하여 여기서 북쪽으로 갔었는데, 저 신선인 아라라(阿羅邏)와 가란(迦爛)에게 나아갔을 것입니다.’

 

그 때에 왕사와 대신들은 이 말을 듣고 곧 빨리 그 신선의 처소에 나아가다가 중도에서 태자가 나무 아래에 단정히 앉아서 생각하고 있음을 멀리서 보았는데 상호의 광명이 해와 달보다 뛰어났는지라, 곧 말에서 내리며 시종들을 물리치고 모든 의식의 복장을 벗어버리고 태자에게 나아가 한쪽에 앉아서 서로 문안을 하고, 왕사는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왕께서 태자를 찾게 하시면서 드릴 말씀을 전하려 합니다.’


태자는 대답하였다.
‘부왕께서 당신을 보내시며 무슨 말씀을 하라 하셨습니까?’


왕사는 말하였다.
‘대왕은 오랫동안 태자께서 오래부터 집을 떠나시려 하였고 이 뜻은 돌리기 어렵다는 것도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태자에 대한 은혜와 애정이 깊어서 근심 걱정으로 타오르는 불이 언제나 자연히 훨훨 타고 계시는데, 태자께서 돌아오셔야만 꺼지실 것입니다. 원컨대 곧 수레를 돌려도 태자에게는 도의 일을 온전히 버리도록 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시는 곳이란 반드시 산이거나 숲만이 아닙니다.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며 안팎의 권속들은 모두가 다 근심과 괴로움의 큰 바다에 떨어져 있으니, 태자는 돌아가실 것을 생각하시며 그들을 구제하십시오.’


그 때에 태자는 왕사의 말을 듣고 깊숙하고도 묵직한 목소리로써 왕사에게 대답하였다.
‘제가 부왕께서 저에 대한 은정이 깊은 줄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다만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괴로움을 두려워하여 그 때문에 여기에 와서 끊어 없애려한 것입니다. 만약 은혜와 사랑을 마치는 날까지 만나고 모이게 하거나 또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이 없게 하였다면 저는 또 무엇하러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저는 이제 부왕을 어기고 멀리 하는 까닭은 장래에 화합을 하려 하기 위해서이므로 부왕의 근심 걱정하는 큰 불이 지금은 비록 훨훨 탄다 하더라도 저와 부왕은 오직 금생에 있는 이 한 고통만이 남아 있으며 장차 오는 세상에서는 저절로 영원히 이런 근심은 끊어질 것입니다. 만일 당신의 말씀대로 저를 궁중에서 살면서 도의 일을 닦게 한다 하면 마치 칠보의 집 안에 불꽃을 가득히 채움과 같거늘 어떤 사람이 이 집에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독이 섞인 밥과 같아서 설령 굶주린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마침내 먹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미 나라를 버리고 집을 떠나서 도를 닦고 있거늘 어떻게 나에게 다시 궁성에 돌아가서 도를 배우고 닦게 하겠습니까? 세간 사람들은 큰 고통 속에 있으면서도 조그마한 즐거움을 위해서 오히려 빠져서 잠깐도 버릴 수가 없거든 하물며 저는 이 극히 조용한 곳에서 모든 근심과 괴로움이 없거늘 잘 버리고서는 도로 나쁜 데에 나아가겠습니까? 옛날의 여러 왕들은 산에 들어가서 도를 닦다가 중도에서 돌아가 애욕을 받은 일이 없었습니다. 부왕께서 만약 반드시 저를 돌아오게 하려 하신다면 곧 이는 선왕(先王)들의 법을 어기는 것입니다.’

 

그 때에 왕사는 태자에게 아뢰었다.
‘진실로 태자께서 지금의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그러나 여러 신선이며 성인들도 한 분은 말하기를, (미래에는 결정코 과보가 있다)라고 하였고, 한 분은 말하기를, (결정코 이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두 신선이며 성인들도 오히려 미래 세상 안에서 반드시 있다 없다 함을 알지 못하셨거든 태자는 어찌하여 현재의 안락을 버리고 미래의 정해 있지 않은 과보를 구하려 하십니까? 나고 죽음의 과보는 오히려 정녕코 있느냐 없느냐를 알 수 없거늘 어떻게 해탈의 과보를 구하려 하십니까? 오직 원컨대 태자께서는 곧 궁중으로 돌아가십시다.’

 

그러자 태자는 대답하였다.
‘저 두 신선이 미래의 과보를 설명하면서 한 분은 (있다)하고 한분은 (없다)하니, 모두 이는 의심을 하며 결정적인 설명이 아니거니와 나는 이제 마침내 그들의 가르침을 닦거나 따르지를 않을 것이므로 이것으로

써 힐난하지 마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과보를 바라거나 그리워 하여 여기에 온 것이 아니며 눈으로 보게 된, 나고 늙고ㆍ병들고ㆍ죽음을 반드시 겪어야 하겠기에 해탈을 구하고 이 괴로움을 면하기 위해서 일뿐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오래지 않아 내가 도를 이룸을 보게 될 것이며, 나의 이 뜻과 소원은 마침내 돌릴 수 없으리라. 돌아가서 부왕에 여쭙되 이와 같이 말씀하여 주십시오.’

 
그 때에 태자는 이런 말을 하여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왕사며 대신들과 작별하고 북쪽으로 가면서 아라라와 가란 선인들의 처소로 나아갔다.


때에 왕사와 대신들은 태자가 떠나감을 보고 슬피 울며 괴로워하였나니, 첫째는 태자와 정이 깊었음을 생각하였음이요, 둘째는 왕의 사자로서 명을 받아 태자의 처소에까지 왔으면서도 그의 뜻을 움직이지 못하였는지라 길 곁을 이리저리 거닐면서 스스로 돌아갈 수가 없었으므로 서로가 함께 의논하였다.
‘이미 왕의 사자가 되어서 성과가 없이 이제 빈 손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어떻게 대답을 올리겠소? 우리들을 따라온 다섯 사람을 머물러 두어야겠습니다. 그들은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마음과 뜻이 부드럽고 성품 됨이 성실하고 정직하며 성바지(성격)도 강한 이들이니 은밀히 엿보고 살피며 그의 나아가고 머무름을 보살피게 하십시다.’


이런 말을 하여 마치고 그 곁을 돌아보며 교진여(憍陳如) 등 다섯 사람을 보면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여기에 머무를 수 있겠느냐?’


다섯 사람은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나아가고 머무르는 행동을 은밀히 엿보며 살피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작별을 하며 태자의 처소로 나아가자 왕자와 대신은 궁성으로 돌아왔다.


그 때 태자는 저 아라라와 가란 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나아가다가 항하(恒河)를 건너 왕사성을 지나는 길에 성에 들어갔더니, 여러 인민들이 태자의 얼굴 모습과 상호가 특수함으로 보고 기뻐하여 사랑하고 공경하면서 온 나라가 모두 달려 와서 쳐다보며 이렇게 떠들썩하게 지껄이는지라 빈비사라왕(頻毘婆羅王)이 듣고 왕은 곧 놀라며 물었다.
‘이것이 바로 무슨 소리들이냐?’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백정왕의 태자 살바 실달타는 옛날에 여러 관상쟁이들이 그는 전륜왕의 자리를 얻어서 온 천하의 왕 노릇을 하리라고 예언하였고 또 다시 그가 만약 집을 떠나면 반드시 일체 종지를 성취하리라고 예언하였는데, 그 사람이 지금 이 성에 들어왔으므로 밖의 여러 인민들이 다투어 달려가서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떠들썩하게 지껄이는 것입니다.’


때에 빈비사라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온몸을 뛰놀면서 곧 한 사람에게 칙명하여 가서 태자가 있는 곳을 살피게 하였으므로, 사자는 칙명을 받고 태자를 찾아 나가서는 반다바(般茶婆)산의 한 바위 위에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하고 있음을 보고는 때에 사자는 곧 돌아와서 대왕에게 자세히 아뢰었으므로 왕은 곧 수레를 차리어 여러 대신이며 백성들과 함께 태자의 처소에 나아가서 반다바산에 이르러 멀리서 태자를 보니 상호의 광명이 해와 달보다 뛰어났는지라 곧 말에서 내려 몸의 장식과 여러 시종들을 물리치고 나아가 앉아서 태자에게 문안하였다.


‘네 가지 요소가 모두 고르고 온화하십니까?(기체후 만강하십니까?와 같은 인삿말) 제가 태자를 보매 마음이 매우 기쁩니다만 그러나 한 가지 슬픔이 있습니다. 태자는 본래 이는 해[태양]의 성바지로서 오랜 세상을 서로 이으면서 전륜왕이 되었으며, 태자도 지금 전륜왕의 상호가 모두가 완전히 갖추어 계시거늘 어찌하여 버리시고 깊은 산속에 들어와서 모래와 흙을 밟고 깔며 이렇게 멀리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제가 이것을 보고서 슬퍼합니다. 태자께서 만약 부왕께서 지금 계시기 때문에 전륜성왕의 자리를 가지려 하시지 않으시면 장차 저의 나라를 반씩 나누어 다스립시다. 만약 적다고 생각되시면 저는 나라를 다 버리고 신하로써 태자를 섬기겠습니다. 만약 또 저의 이 나라도 가지시지 않겠으면 네 가지 군사를 드릴 터이니, 몸소 다른 나라를 쳐서 가지십시오. 태자께서 하고 싶은 바라면 어기지를 아니하겠습니다.’


그 때에 태자는 빈비사라왕의 이 말을 듣고 깊이 그의 뜻에 감동하여 곧 왕에게 대답하였다.
‘왕의 성바지는 본래 밝은 달[明月]이신지라 성품이 자연히 높고 시원하며 비루한 일을 하지 아니하고 하는 일들은 맑고 훌륭하지 않음이 없으신데 이제 하시는 말씀만은 기특하시다고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왕을 자세히 살피건대 속의 뜻이 지극히 간절하므로 앞보다 뒤가 갑절이나 되십니다. 왕은 이제 곧 몸과 목숨과 재물에 대한 세 가지 굳건한 법을 닦으실 것이요, 또한 굳건하지 못한 법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권장하지 마셔야 합니다. 나는 이제 전륜왕의 자리를 버렸거늘 또한 무슨 일로 왕의 나라를 가져야 합니까? 왕은 착한 마음으로써 나라를 버리어 나에게 주겠다는 것도 오히려 갖지 않겠거든 무엇 때문에 군사로써 남의 나라를 쳐서 가지겠습니까? 나는 이제 부모를 작별하여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나라를 버리게 된 까닭은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괴로움을 끊기 위해서요, 다섯 가지 욕심의 즐거움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세간에 다섯 가지의 욕심은 큰 불더미와 같아서 모든 중생들을 불사르며 스스로 뛰어 나올 수 없게 하거늘 어찌하여 나에게 탐내고 집착하기를 권하십니까? 내가 이제 여기까지 온 까닭은 두 신선인 아라라와 가란이 바로 해탈을 구하는 가장 으뜸 되는 길잡이라 하기에 그 곳에 나아가서 해탈의 도를 구하려 한 것이요, 오래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겠습니다. 나는 왕의 처음에 하신 말씀과 기쁜 마음으로 나에게 주신 것을 어겼으나 싫어하거나 원망을 하지 마십시오. 왕은 이제 바른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릴 것이며 인민들을 그릇되게 하지 마십시오.’


이런 말을 하여 마치고 태자는 곧 일어나서 왕과 작별하였다.
때에 빈비사라왕은 태자가 떠나감을 보고 깊이 크게 실망하여 탄식하며 합장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처음 태자를 보자 마음이 크게 뛰놀더니, 태자가 떠나니 갑절이나 슬픔과 괴로움이 생깁니다. 당신은 이제 큰 해탈을 위하여 떠나가시겠다면 감히 만류하지는 않겠습니다. 오직 원컨대 태자께서는 기대하신 바를

빨리 이루십시오. 만약 도가 이루어지시면 먼저 저를 제도하여 주십시오.’  태자는 이에 작별하고 떠나갔으며, 때에 왕은 받들어 보내며 길곁에 서서 보이는 데까지 바라보다가 보이지 않자 비로소 돌아왔다.


그 때 태자는 곧 나아가 그 아라라 선인의 처소에 이르렀는데, 때에 여러 하늘들은 신선에게 말하였다.
‘살바 실달께서 국토를 버리고 부모를 이별하고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여 일체 중생들의 괴로움을 뽑아 주려고 이제 이미 오셔서 여기에 이르려고 합니다.’ 때에 그 신선은 이미 하늘의 말을 듣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는데 얼마 안 되어 멀리서 태자가 보이므로 곧 나가서 받들어 영접하면서 찬찬(찬양)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함께 기거하는 곳으로 돌아와 태자를 청하여 앉혔다. 이 때에 신선이 태자의 얼굴 모습을 보았더니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지고 모든 감관이 편하고 조용하였으므로 기이 애정과 공경심을 내면서 태자에게 물었다. ‘길을 오시느라고 고달프시지는 않습니까? 태자께서 처음 탄생하심과 집을 떠나서 또 여기까지 오시게 됨을 나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능히 불더미에서 몸소 깨치고서 나오셨고 또 큰 코끼리가 덫 가운데서 스스로 벗어남과 같습니다. 옛날의 여러 왕들은 한창일 때에는 다섯 가지 욕심을 마음껏 받다가 감관이 늙어짐에 이르면 그런 후에야 곧 나라와 즐거움의 도구를 버리고 집을 떠나서 도를 배웠으므로 이는 기특할 거리가 못되었거니와 태자께서는 이제 이 한창인 나이에 다섯 가지 욕심을 능히 버리고 멀리 여기까지 오셨으니, 참으로 특수하십니다. 부지런히 힘써 나아가시어 속히 저 (깨달음의) 언덕을 건너셔야 하시리다.’


태자는 듣고 대답하였다.
‘저는 당신의 말씀을 들으니 매우 기쁩니다. 당신은 저를 위하여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을 끊는 법을 말씀하시면 저는 이제 즐거이 듣겠습니다.’


신선은 대답하였다.
‘장하고 장하십니다.’


그리고는 곧 설명하였다.
‘중생들의 시초는 명초(冥初’)에서 시작되었나니, 명초로부터 아만(我慢)이 일어나고 아만으로부터 어리석은 마음이 나고 어리석은 마음으로부터 염애(梁愛)가 일어나고 염애로부터 다섯 가지 미세한 티끌의 기운[五微塵氣]이 나고 다섯 가지 미세한 티끌의 기운으로부터 5대(大)가 나고 5대로부터 탐냄과 성냄 등의 모든 번뇌가 나서 이에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을 헤매면서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나니, 이제 태자를 위하여 간략히 말하였을 뿐입니다.’


그 때에 태자는 곧 물었다.
‘저는 지금 이미 당신이 말씀하신 나고 죽음의 근본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시 어떠한 방편으로 끊을 수 있습니까?’


신선은 대답하였다.
‘만약 이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근본을 끊으려 하면, 먼저 집을 떠나서 계행을 닦아 지니고 겸손하고 낮추어서 욕됨을 참으며 비[空]고 한가한 데 머물러서 선정을 닦아 익히되 욕심세계의 악하고 선하지 못한 법을 여의고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는 초선(初禪)을 얻으며, 각관(覺觀)을 없애고 정(定)에서 생기는 기쁜 마음[喜心]으로 제2 선(再禪)을 얻으며, 기쁜 마음을 버리고 바른 생각으로 즐거움[樂]의 뿌리를 갖추어 제3선(三禪)을 얻으며, 괴로움과 즐거움을 버리고 청정한 기억으로 평정[捨]의 뿌리에 들면서 제4선(四禪)을 얻어 생각이 없는 과보[無想報]를 얻습니다. 특별히 어떤 스승은 이와 같은 것을 말하여 해탈(解脫)이라 이름을 하는데, 선정으로부터 깨치고 나서 그런 뒤라야 해탈의 자리가 아닌 줄 압니다. 빛깔[色]이란 생각을 떠나서 ‘공’한 곳에 들며 대경(對境)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스러져서 의식[識]이란 곳에 들며 한량없는 의식이란 생각이 스러져서 오직 한 의식이라 하는것만 자세히 살피어 무소유처(無所有處)에 들며 갖가지의 생각을 떠나서 비상 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 드나니, 이 곳을 마지막의 해탈[完議解脫]이라 하며, 이것이 모든 배우는 이들의 저 언덕[彼岸]입니다. 태자께서 만약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근심을 끊고자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은 행을 닦아야 합니다.’


그때에 태자는 신선의 말을 듣고 마음이 기쁘거나 즐겁지 않는지라 곧 생각하였다.
‘그의 아는 바와 소견은 마지막이 아니며 이는 영원히 모든 번뇌를 끊는 것이 아니로다.’

 

그리고는 곧 말하였다.
‘저는 지금 당신이 말씀하신 법 가운데는 아직 이해하지 못할 곳이 있으므로 이에 묻고자 합니다.’


신선이 대답하였다.
‘공경하면서 물는 뜻을 좇겠습니다.’


그러자 곧 물었다.
생각도 생각 아님도 아닌 곳에는 내가 있습니까 내가 없습니까? 만약 내가 없다고 하면 생각도 생각 아님도 아니라고 말씀해서는 안 되며, 만약 내가 있다고 하면 나에게는 앎이 있습니까 나에게는 앎이 없습니까? 나에게 앎이 없다고 하면 곧 나무와 돌과 같을 것이요, 나에게 만약 앎이 있다고 하면 곧 반연(攀緣; 어떤 원인으로 그런 결과가 생기는 일)함이 있을 것입니다. 이미 반연이 있으면 물듦과 집착이 있으며 물듦과 집착이 있기 때문에 해탈이 아닙니다. 당신은 거친 번뇌는 다하였으나 미세한 번뇌가 아직 존재함을 스스로 모릅니다. 그 때문에 마지막이라 생각되나 미세한 번뇌는 더욱 자라나서 다시 내려와 태어남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저 언덕을 건넌 것이 아닌 줄 아십시오. 만약 나와 나라는 생각을 없애서 온갖 것을 다하여 버리면 이것이 곧 참 해탈이라 하는 것입니다.’

 

신선은 잠잠하며 마음 속으로 생각하였다.
‘태자의 말하는 바가 매우 미묘하구나.’


그 때 태자는 다시 신선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이 얼마에 집을 떠나셨으며, 맑은 행을 닦아 온 지가 또 몇 년이나 되십니까?’


신선은 대답하였다.
‘나는 나이 열여섯 살에 집을 떠났었고, 맑은 행을 닦아 온 지는 104년입니다.’

 
태자는 듣고 나서 생각하였다.
집을 떠난 지가 이렇게 오래되었지만 얻은 법은 겨우 이렇구나.’


때에 태자는 훌륭한 법을 구하기 위하여 곧 자리에서 일어나면 신선과 작별을 하자, 그 때에 신선은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오랫동안 오면서 이런 고행을 익혀서 얻게 된 결과는 바로 이런 것뿐인데, 당신은 바로 왕의 성바지로서 어떻게 고행을 닦을 수 있겠습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당신이 닦으신 것과 같은 것은 고행이 되지 않습니다. 따로 가장 괴롭고 행하기 어려운 도가 있습니다.’

신선은 이미 태자의 지혜로움을 보고 또 뜻이 굳건해서 이지러지지 않았음을 자세히 살피고는 틀림없이 일체 종지를 이룰 것을 알고서 태자에게 아뢰었다.
‘당신이 만약 도가 이루어지면, 원컨대 먼저 나를 제도하여 주십시오.’


이에 태자는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십시다.’


다음에 가란이 살고 있는 곳에 닿아서 논의하고 문답하였으나 역시 그와 같았으므로, 태자는 곧 길을 떠나갔다. 때에 두 신선은 태자가 떠나감을 보고 저마다 생각하였다.
‘태자의 지혜야말로 깊숙하고 미묘하며 기특한지라 이에 헤아리기가 어렵구나.’

 

그리고는 합장하고 받들어 보내면서 보이지를 않자 곧 돌아왔다. 그때 태자는 아라라와 가란 등 두 신선을 조복한 뒤에 곧 가자산(迦闍山)의 고행하는 숲 속으로 나아갔는데, 이는 교진여 등 다섯 사람이 머무르고 있던 곳이었으므로 곧 이련선하(尼連禪河) 곁에서 고요히 앉아 생각하였다.
‘중생들의 근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6년의 고행을 하여야 그들을 제도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고행으로 들어가자, 이에 여러 하늘들은 깨와 쌀을 바쳤다. 태자는 바르고 참된 도를 닦기 위하여 마음을 깨끗이 하고 계율을 지키면서 하루에 한 톨의 깨와 한 낟알의 쌀을 먹으면서도 만약 구걸하는 이가 있으면 역시 보시하였다.


그 때 가전연 등 다섯 사람은 태자를 보매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하고 고행을 닦으면서 혹은 하루에 한 톨의 깨를 먹기도 하고 혹은 하루에 한 톨의 쌀을 먹기도 하고 혹은 2일 내지 7일 동안에 한 톨의 깨와 쌀을 먹기도 하였다. 때에 교진여 등도 고행을 닦으면서 태자에게 시봉하며 그 곁을 떠나지 아니하였는데, 이것을 보고 나서 한 사람을 파견하여 돌아와 왕사와 대신에게 알리며 태자의 하는 일을 자세히 말하게 하였다. 그 때 왕사와 대신은 함께 궁전 문에 돌아왔는데, 얼굴 모습이 근심에 야위었고 몸의 형상이 시들부들함이 마치 어떤 사람이 그의 어버이를 잃고 장례를 치른 뒤에 억지로 참으며 돌아옴과 같았다.


때에 문지기는 왕에게 아뢰었다.
‘스승과 대신이 지금 문 밖에 있습니다.’


왕은 듣고 기가 막혀서 소리도 못 내고 몸과 머리만을 겨우 움직이는지라, 때에 문지기는 왕의 이런 뜻을 알고 곧 앞에 나가게 하였는데, 왕은 서로 만나자 슬퍼서 말도 못하다가 이렇게 하기를 한참하고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
‘태자야말로 이미 나의 생명인데, 그대들은 지금 혼자만이 여기에 돌아왔구료, 나의 생명은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왕사는 대답하였다.
‘저는 왕의 칙명을 받들고 태자를 찾아서 발가 선인이 사는 곳에 이르러서는 태자를 찾았더니 선인이 저에게 태자의 계신 데를 말하였고 아울러 태자가 하시던 말들을 하여 주었으므로 저는 곧 앞으로 나아가다가 중도에서 우연히 태자를 만났습니다. 나무 아래 단정히 앉아 생각을 하는데 상호의 광명이 해와 달보다 뛰어났었으므로 곧 태자를 향하여 대왕과 마하파사파제며 야수다라의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뜻을 자세히 말씀하였더니, 태자는 깊고도 묵직한 소리로써 대답하였다. (제가 어찌 부왕과 친척들의 은정이 깊은 줄을 모르겠습니까만 다만 나면 죽고 사랑하면 이별하게 되는 괴로움을 두려워하여 끊어 없애려고 일부러 여기에 왔을 뿐입니다) 하면서, 이렇게 갖가지로 말을 하는데 뜻이 굳어서 마치 수미산을 움직일 수 없음과 같았습니다. 저를 버리고 떠나가기를 마치 지푸라기 버리듯 하였으므로, 그때에 곧 다섯 사람을 선택하여 따르고 시중하면서 계신 데를 살피게 하였었는데, 보냈던 사람 가운데의 한 사람이 돌아와서 말하기를, (태자께서는 아라라와 가란 선인들의 처소에 나아가다가 항하(恒河)를 지나면서는 하늘의 신통력으로써 물을 건너게 되었으며, 왕사성에 이르자 빈비사라왕이 태자에게 나아가 방편과 비유로 말하면서, 집을 떠나지 말고 나라를 나누어 함께 다스리거나 전부 다 주겠다고 하기도 하였고 아울러 군사를 내주어 다른 나라를 치게 하려고 까지도 하였지만, 태자는 역시 모두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시 또 앞으로 나아가 선인의 처소에 도달하여서는 그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어 그들의 마음을 항복케 하였으며, 또 가자산(伽闍山)의 고행하는 숲 속에 이르러 이련선하 주위에서 고요히 앉아 생각을 하며 하루에 한 톨의 깨와 한 톨의 쌀을 잡수고 있습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그 때 백정왕은 왕사와 대신인 그 사자들이 말하는 이와 같은 말을 듣고 마음이 크게 슬퍼지고 괴로워지며 온몸이 벌벌 떨리며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서는지라 왕자와 대신에게 말하였다.
‘태자는 드디어 전륜왕의 자리와 부모며 친척들의 은혜와 사랑의 즐거움을 버리고 멀리 깊은 산에 있으면서 이런 고행을 닦으니, 나는 이제 박복하여 살면서도 이러한 값진 보배 아들을 잃었구나.’

 
왕은 즉시 또 사자들이 말하던 바를 그대로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에게 전하였다. 때에 백정왕은 곧 5백 수레를 차리고,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 역시 서로가 함께 4백의 수레를 마련하여 온갖 생활 물품을 모두 다 갖추어 놓고서는 곧 차익을 불러서 말하였다.
‘너는 태자를 보내어 멀리 깊은 산에 방치하였는지라. 이제 또 너에게 이천의 수레에 양식을 싣게 하여 태자에게 보내는 것이니 때를 따라 공양을 하되 모자라고 적음이 없게 할 것이며 다 되거든 다시 와서 청하여라.’


차익은 칙명을 받고 곧 천의 수레를 거느리고 빨리 떠나가서 태자에게 이르렀더니, 태자의 형상이 여위고 가죽과 뼈가 서로 맞붙어서 핏줄이 모두 나타난 것이 마치 바라사화(婆羅奢花)와 같음을 보고는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면서 땅에 기절하였다가 한참 만에 일어나서 눈물을 머금고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태자를 생각하며 밤낮으로 잊지를 못하십니다. 이제 일부러 저를 보내며 이천의 수레를 거느리어 생활거리를 실어 주시면서 태자에게 올리도록 하셨습니다.’


때에 태자는 차익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부모를 어기고 국토까지 버리며 멀리 여기까지 왔음은 지극한 도룰 구하기 위해서인데, 어떻게 다시 이런 야식을 받겠느냐?’


그때에 차익은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태자께서는 이제 이와 같은 공양을 받지 않으려 하니, 나는 달리 한 사람을 구하여 이천의 수레를 거느리고 왕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나는 여기에 머무르면서 태자를 받들어 섬겨야겠다.’ 그리고는 곧 한 사람을 차출하여 수레를 거느리고 떠나가게 하고는 이에 차익은 은밀히 태자를 모시며 아침과 저녁에 떠나지를 않았다.


그 때 태자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하루에 한 톨의 깨와 한 톨의 쌀을 먹거나 7일 동안에 한톨의 깨와 쌀을 먹기도 하므로 몸은 야위어서 마치 마른 나무와 같다. 고행을 닦아서 6년이 다 찼는데 해탈을 하지 못하였으니 짐짓 그릇된 길인 줄 알겠구나. 옛날 염부나무 아래 있으면서 생각하던 법보다 못하다. 욕심을 떠나고 고요한 이것이 가장 참되고 바르구나. 이제 내가 만약 또 이 파리한 몸으로써 도를 얻는다면 저 외도들은 저절로 굶주림이 바로 열반의 원인이구나 라고 말할 것이므로, 나는 이제 뼈의 마디마디에 나라연(那羅延; 힘이 센  인도의 신)의 힘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는 도의 결과를 취득하지 않으리라. 나는 음식을 받아 먹은 연후에 도를 이루어야 하겠다.’

그리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이련선하에 이르러 물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였는데 목욕하기를 마쳤으나 몸이 야위었는지라 스스로는 나올 수가 없자 천신이 내려와서 나뭇가지를 눌러 주었으므로 더위잡고서 못을 나올 수 있었다.


때에 그 숲의 바깥에 한 소를 치는 난다바라(難陀波羅; Sujetta)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때에 정거천이 내려와서 권하였다. ‘태자께서 지금 숲 속에 계시니 그대는 공양을 하여라.’


여인은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는데 때에 땅 속에서 저절로 천 잎사귀의 연꽃이 나면서 꽃 위에 젖죽[乳糜]이 생겼으므로 여인은 이를 보고 기이한 마음을 내며, 곧 젖죽을 가지고 태자의 처소에 이르러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받들어 올렸다. 태자(太子)는 곧 그 여인의 보시를 받으면서 주원(呪願)하였다.
‘이제 보시를 하는 음식은 먹는 이에게 기력이 찰 수 있게 하려 함이니, 보시하는 이는 담력을 얻고 기쁨을 얻어서 안락하며 병이 없이 끝까지 오래 살게 될 것이며 지혜가 두루 갖추어지리라.’

 
그리고 태자는 또 말하였다.
‘나는 일체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이 음식을 받는다.’


주원하기를 마치고 곧 받아서 먹자, 몸이 빛이 나고 기력이 가득 차서 깨달음[菩提]을 지닐 수 있었다. 그 때 다섯 사람은 이런 일을 보고서 놀라고 괴이히 여기며 물러나는 것이라 하면서 저마다 살던 데로 돌아가 버렸으므로, 보살은 혼자 가서 필바라(畢波羅) 나무에 나아가 스스로 발원하였다. ‘저 나무 아래 앉아서 나의 도가 이룩되지 않으면 반드시 끝끝내 일어나지 않으리라.’


보살의 덕이 무거운지라 땅이 견뎌 내지를 못하여 때에 걸음걸음마다 땅이 진동을 하며 큰 음성을 하며 큰 음성을 내었는데, 그 때에 눈이 먼 용이 땅의 진동하는 음향을 듣고 마음이 크게 기뻐지며 두 눈이 떠지면서 밝아졌으므로, ‘일찍이 먼저의 부처님에게서 이런 상서로운 감응이 있음을 보았다’는 생각을 하고는 땅으로부터 솟아 나와서 보살의 발에 예배를 하였는데, 때에 5백의 콩새가 허공을 날며 보살을 오른편으로 돌았고 여러 빛깔의 상서로운 구름과 향기 바람이 따르면서 비치고 떨치는지라. 그 때에 눈먼 용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보살의 발로써 밟으신 곳은
땅이 모두 여섯 가지로 진동하면서
크고도 깊고 먼 음성을 냈으므로
저는 듣고 눈이 떠져 밝아졌나이다.

 

또 공중을 보건대
콩새가 보살님을 돌고 있으며
상서로운 구름이 아주 곱게 비추고
향기 바람이 매우 맑고 시원하옵니다.

 

보살의 상서로운 이런 형상이야말로
모두가 과거의 부처님과 같으므로
이로써 보살께서는 반드시
바른 깨달음[正覺]을 이룩한 줄 알겠나이다.

 

이에 보살은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과거의 부처님들은 무엇을 자리로 삼으셔서 위 없는 도를 이루셨을까?’


그러다가 곧 저절로 풀로써 자리를 삼은 줄 알게 되었는데, 석제환인이 변화로 범인(凡人)이 되어서 깨끗하고 부드러운 풀을 가지고 있자, 보살이 물었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대답하였다.
‘길상(吉相)입니다.’


그러자 보살은 듣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나는 불길한 것을 깨뜨리고 길하고 상서로움을 이루리라’ 하였다, 보살은 또 말하였다.

‘그대의 손 안의 풀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에 길상은 곧 풀을 보살에게 주면서 발원하였다.
‘보살께서 도가 이루어지시면, 먼저 저를 제도하여 주소서.’

 
보살은 받고 나서 아래에 깔아 자리를 삼고 풀의 위에서 가부(跏趺; 책상다리)하고 앉되 과거 부처님이 앉으셨던 법대로 하면서 서원하였다.
‘바른 깨달음을 이룩하지 않고서는 이 자리를 일어나시지 않으셨으니, 저도 역시 그와 같이 하겠습니다.’


이 맹세를 할 때에, 하늘ㆍ용ㆍ귀신들은 모두가 다 기뻐하였고, 맑고 시원한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오는데 날짐승 길짐승은 울음이 없고 나무조차 한들거리지 않았으며, 떠다니는 구름과 나는 티끌은 모두 다 맑고 깨끗하였으므로 이는 보살이 반드시 도를 이루게 될 조짐인 줄 알았다.


그 때 보살이 나무 아래 있으면서 맹세를 할 때에 하늘이며 용의 8부가 모두 다 기뻐하며 공중에서 뛰놀면서 찬탄을 하였는데, 이 때 제 6천의 악마왕 궁전이 저절로 동요하는지라 이에 악마왕은 마음이 크게 괴로워지고 정신이 조급하여지며 말과 입맛[聲味]까지 마음대로 못하고서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瞿曇; 싯다르타를 말함)이 지금 나무 아래 있으면서 다섯 가지 욕심을 버리고 단정히 앉아 생각을 하는데 오래지 않아서 바른 깨달음의 도를 이루게 되겠구나. 그 도가 만약 이루어지면 널리 일체 중생을 제도하여 나의 지경을 뛰어넘으리니, 도가 아직 이루어지기 전에 가서 무너뜨리고 어지럽히리라 하였다.’


그 때 악마의 아들 살타(薩陀)는 아버지가 지쳐서 파리해짐을 보고 나가서 말하였다.
‘잘 모르겠사오니, 부왕께서는 무엇 때문에 근심을 하십니까?’


그러자 악마왕은 대답하였다.
‘사문 구담이 지금 나무 아래에 앉아 있다. 그 도가 장차 이루어지면 나를 뛰어 넘으리니, 그래서 지금 무너뜨리려고 한다.’


악마의 아들은 곧 앞에서 아버지에게 간하였다.
‘보살이야말로 깨끗하여 3계(界)를 뛰어나셨으며 신통과 지혜가 환히 밝지 않음이 없습니다. 하늘이며 용의 9부들이 모두 함께 찬양을 하는데 이는 부왕으로서는 그를 꺾어서 굴복 받을 수가 없으리니, 악을 지어서 스스로 환난을 초래하지 마십시오.’


악마에게 셋 딸이 있었는데, 용모와 거동이 극히 단정하여 요염하도록 아름답고 약삭빨라서 사람들을 잘 홀릴 수 있었으며 천녀들 중에서는 맨 첫째이었고 유명한 향을 풍기며 좋은 영락을 차고 있었나니, 첫째의 이름은 염욕(梁欲)이요, 둘째의 이름은 능열인(能悅人)이요, 셋째의 이름은 가애락(可愛樂)이었다. 셋 딸이 함께 나와서 그의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잘 모르겠사오나, 지금 무엇 때문에 근심을 하십니까?’


아버지는 곧 마음을 그대로 쏟아 넣으며 딸들에게 말하였다.
‘세간에서 지금 사문 구담이 몸에 법(法)의 갑옷을 입고 자재(自在)의 활을 잡고서 지혜의 화살을 쏘아 중생들을 항복시켜서 나의 경계를 무너뜨리려 하는데, 내가 만약 그보다 못하면 중생들은 그를 믿고 모두가 귀의하여 나의 땅은 곧 비어버릴 것이기에 근심할 뿐이다. 아직 도가 이루어지기 전에 가서 꺾어 부러뜨려서 그 교량을 파괴하려 한다.’


이에 악마왕은 손에 강한 활을 잡고 또 다섯 활을 가지고 남녀 권속들과 함께 그 필바라 나무 아래 가서는 모니(牟尼)를 보았는데, 고요하여 움직이지 아니하고 나고 죽는 3유(有)의 바다를 건너려 하고 있었다. 그 때 악마왕은 왼손으로 활을 잡고 오른손으로 화살을 고루면서 보살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찰리(刹利) 성바지로서 죽음을 매우 두려워 할 만한데 어찌 빨리 일어나지 아니하는가? 응당 그대는 전륜왕의 업을 닦고 집 떠난 법을 버리며 보시하는 힘이나 익혀서 하늘에 나는 안락을 얻어야 할 것이니, 이 길이 첫째며 먼저 것보다 훌륭하다. 그대는 바로 찰리의 전륜왕 성바지이면서 걸사(乞士)가 된다는 이것이야말로 해야 할 짓이 아니다. 이제 만약 일어나지 아니하고 편안히 앉기만을 좋아하며 본래의 맹세를 버리지 아니하면 나는 시험삼아 그대를 쏘리라. 한 번 날카로운 화살을 쏘기만 하면 고행하는 신선도 나의 이 화살 소리를 듣고 놀라 두려워하여 마음이 흐리멍덩해지며 정신을 잃지 않음이 없거늘, 하물며 그대 구담이 이 독화살을 견뎌낼 수야 있겠느냐? 그대가 (셋 세는 동안) 빨리만 일어나면 안전할 수 있으리라.’


널리 이런 말을 하여 보살을 두렵게 하였지만 보살은 기쁨이 가득 차 놀라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지라 악마왕은 즉시 활을 당겨 화살을 쏘고는 아울러 천녀들도 나아가게 하였다. 보살은 그 때에 눈으로 화살을 보지도 아니하였는데 화살은 공중에 머물렀다가 그 살촉이 아래로 향하면서 변화하여 연꽃으로 되었다.

이 때 세 천녀들은 보살에게 말하였다.
‘어진이께서는 덕망이 지극하여 하늘과 사람들이 공경하는 바라 응당 공양하고 모셔야 하옵니다. 저희들은 지금 나이가 한창인 때라 천녀들이 단정하지만 우리들보다 뛰어나는 이가 없으므로 하늘께서 이제 저희들을 보내어 공양을 하며 밤에 자고 눕고 하게 하셨으니 원컨대 좌우에서 모시게 하옵소서.’

 
보살은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조그마한 선을 심어서 하늘에 몸을 얻어서는 무상함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요염한 짓을 하는데, 몸뚱이는 비록 아름답다 하더라도 마음이 단정하지 못하고 음탕하며 착하지 않으니 죽어서는 반드시 세 가지의 나쁜 갈래[三惡途]에 떨어져서 날짐승 길짐승의 몸을 받아 그를 면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리라. 너희들은 이제 정해진 뜻[定意]을 어지럽히려 하는데 깨끗한 마음씨가 아니로다. 지금 곧 떠나가라. 나는 필요하지 않도다.’

그러자 세 천녀들이 늙은 할미로 변화되었는데, 머리가 희며 얼굴이 쭈그러지고 이가 빠져서 침을 흘리며 살이 없어 뼈가 불거지고 배의 크기가 북만 하며 지팡이를 짚고서 느리게 걸으며, 스스로가 회복시키지 못하였다. 악마왕은 이와 같이 굳건함을 보고서 생각하였다.
‘내가 옛날 일찍이 설산(雪山) 가운데서 이 마혜수라(摩醯首羅)를 쏘자, 곧 두려워하며 그 선심(善心)이 물러나던데, 이제는 구담을 움직일 수가 없구나. 이미 이 화살과 나의 세 딸로써 움직이지 못하였으니, 그리워하거나 성을 내게 하려면 다시 다른 방편을 써야겠구나.’

 
그리고는 곧 부드러운 말로써 보살을 꾀며 말하였다.
‘그대가 만약 인간에서 즐거움 받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면, 이제 곧 하늘 궁전으로 올라갑시다. 내가 하늘의 지위와 다섯 가지 욕심 거리를 내놓아 모두 그대에게 주겠습니다.’


보살은 말하였다.
‘그대는 과거 세상에서 조그마한 보시의 인연을 닦아서 이제 그것 때문에 자재천왕(自在天王)이 되었거니와 이 복은 기한이 있으므로 반드시 도로 내려와 태어날 것이니, 세 가지 길[三途]에 빠져서 구제되기가 매우 어려우리라. 이런 허물 때문에 나는 필요하지 아니하노라.’


악마는 보살에게 말하였다.
‘나의 과보는 그대가 알고 있지만, 그대의 과보는 누가 또 알겠소?’


보살은 대답하였다.
‘나의 과보야말로 오직 이 땅만이 아느니라.’


이 말을 마치자, 때에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더니 이에 지신(地神)이 칠보의 병을 가지고 속에 연꽃을 가득 채워서 땅으로부터 솟아나오며 악마에게 말하였다.
‘보살은 옛날에 머리와 눈과 골수며 뇌를 남들에게 보시하셨는지라 흘린 피가 대지를 적셨으며 나라와 성이며 아내ㆍ아들ㆍ코끼리ㆍ말ㆍ값진 보배 등을 보시하여 헤아릴 수 없었던 것은 위 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므로 당신은 이제 보살을 괴롭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악마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이 두려워지며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섰는데, 때에 그 지신은 보살의 발에 예배하고 꽃을 공양하고는 홀연히 없어져버렸다.


그 때 악마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강한 활과 날카로운 화살이며 아울러 세 딸로써 하였고 또 방편으로 온화한 말을 하며 꾀었지만 이 구담의 마음을 무너뜨리거나 어지럽힐 수가 없었다. 이제는 다시 여러 가지의 방편을 마련하여 널리 군사들을 모으고 힘으로써 협박하리라.’


이런 생각을 할 때에 그의 모든 군사들은 홀연히 나타나 허공에 가득히 찼는데 형상과 모습이 저마다 달랐나니, 혹은 창을 잡기도 하고 칼을 쥐기도 하고 머리에 큰 나무를 이기도 하고 손에 금방망이를 가지기도 하여 갖가지의 싸움 도구를 모두가 다 갖추었었는데, 혹은 돼지ㆍ물고기ㆍ당나귀ㆍ말ㆍ사자와 용의 머리며 곰ㆍ호랑이ㆍ물소 등 여러 길짐승의 머리이기도 하고, 혹은 한 몸에 머리가 많기도 하고, 혹은 얼굴에 눈이 하나뿐이기도 하고, 혹은 여러 개의 눈이 있기도 하고, 혹은 큰 배에 긴 몸이 있기도 하고 혹은 깡말라서 배가 없기도 하고, 혹은 긴 다리에 무릎이 크기도 하였다. 혹은 큰 다리에 장딴지가 통통하기도 하며 혹은 손발톱이 길고 어금니가 날카롭기도 하며, 혹은 머리가 가슴의 앞에 있기도 하며, 혹은 발은 둘인데 몸뚱이가 많기도 하며, 혹은 큰 얼굴 옆에 얼굴이 있기도 하며, 혹은 빛깔이 회색인 흙과 같기도 하며, 혹은 몸에서 불길을 뿜기도 하며, 혹은 코끼리의 몸에 산을 짊어지고 있기도 하며, 혹은 머리칼을 풀어 헤치고 발가숭이기도 하며, 혹은 또 얼굴빛이 반은 붉고 반은 희기도 하며, 혹은 입술이 땅까지 드리워 있기도 하며, 혹은 옷을 걷어 올려서 얼굴을 덮기도 하며, 혹은 몸에 호랑이 가죽을 입기도 하며, 혹은 사자에 뱀의 가죽이기도 하며, 혹은 뱀이 온몸을 감았기도 하며, 혹은 머리 위에 불이 훨훨 타기도 하며, 혹은 눈을 부릅뜨고 팔을 걷어붙이기도 하며, 혹은 옆으로 가면서 뛰기도 하며, 혹은 공중에서 빙빙 돌기도 하며 혹은 달려가면서 으르렁거리기도 하였다.


이러한 여러 악한 형상을 지닌 것들이 헤아릴 수 없이 보살을 에워싸고는 혹은 또 보살의 몸을 찢으려하기도 하고, 혹은 사방에서 연기가 일어나며 불길이 하늘을 찌르기도 하고 혹은 미친 듯이 지르는 소리에 산골짜기가 진동하기도 하였으며, 바람과 불과 연기며 먼지에 캄캄해져서 보이는 것이 없게 하고 네 개의 큰 바닷물을 한꺼번에 끓어오르게 하였다.

 

그러자 법을 보호하는 천인들과 여러 용과 귀신들은 모두 악마들을 괘씸히 여기어 성을 더욱더 내자 털구멍에서 피가 흘렀으며, 정거천들은 이 악마가 보살을 괴롭게 하는 것을 보고 자비한 마음으로써 불쌍히 여기어 내려와서 허공을 메우며 악마의 군사들을 보았더니 한량없고 그지없이 보살을 에워싸고서 크고 나쁜 소리를 내어 천지를 진동시키는 데도 보살의 마음은 안정되어 얼굴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이 마치 사자가 사슴 떼 속에 있음과 같았으므로, 모두가 다 찬탄하였다.
‘아아, 기특하며 전에 없던 일이로다. 보살은 정녕코 바른 깨달음을 이루실 것이다.’  (계속)

 


불교 명상곡 - '홀로 피는 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