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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불교·죽음

[불경] '과거현재인과경' (過去現在因果經) (6)

잠용(潛蓉) 2013. 5. 22. 16:59

 

이 여러 악마들은 서로가 몹시 재촉하면서 저마다 위력을 다하여 보살님을 꺾고 깨뜨리려고 하여 혹은 눈을 흘기며 이를 갈기도 하고, 혹은 도로 날면서 어지러히 던지기도 하였지만, 보살님은 그들 보기를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여겼다. 그러자 악마들은 더욱 분하게 여기어 다시 전력을 더하는지라, 보살님은 자비의 힘으로써 돌을 안은 이에게는 잘 들 수가 없게 하고 그 들었던 이에게는 내리지를 못하게 하며, 나는 칼과 춤추는 칼은 공중에 머물게 하고, 번개ㆍ우뢰ㆍ비ㆍ불은 다섯 가지 빛깔의 꽃이 되게 하며, 나쁜 용이 토하는 독은 향기의 바람으로 변하게 하였으므로, 모든 악한 형상으로 보살님을 무너뜨리려 하였지만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악마의 언니와 아우가 있어서 첫째의 이름은 미가(彌伽)요, 둘째의 이름은 가리(迦利)였었는데, 저마다 손에 해골 그릇을 가지고 보살님 앞에서 여러 가지의 기이한 형상을 지으며 보살님을 괴롭게 굴었고, 이 여러 악마들은 갖가지 더러운 몸으로 보살님을 두렵게 하려 하였으나 마침내 움직일 수 없었으므로 보살님의 터럭 한 올까지도 악마들은 더욱더 조심 걱정을 하였다.


공중에서 부다(負多)라는 신(神)은 몸을 숨기고 말하였다.
‘나는 지금 모니(牟尼) 어른을 뵈오며 마음과 뜻이 태연하여서 원망할 생각이란 없는데, 이 여러 악마들은 독한 마음을 일으키는구나. 원망함이 없는데 멋대로 성냄을 일으키지만 이 어리석은 악마들아, 한갓 스스로만 고달파지고 영원히 얻는 것은 없으리라. 오늘 마땅히 성을 내어 해치려고 하는 마음은 버려야 하리라. 너희들이 입으로 수미산을 불어서 무너지게 할 수 있고, 불을 차갑게 할 수 있고, 물을 뜨겁게 할 수 있고, 땅의 단단하고 강한 것을 부드럽게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너희들은 보살님께서 오랜 겁 동안에 닦아 익힌 선한 과보와 바른 생각의 선정과 부지런히 애쓰신 방편이며 깨끗한 지혜의 광명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이 네 가지 공덕이야말로 끊거나 보류시켜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지 못하게 할 수 없으리니, 마치 천 개의 해가 비추면 반드시 어둠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나무를 비벼 불을 얻고 땅을 뚫어서 물을 얻는 등, 부지런히 애쓰신 방편이야말로 구하여서 얻지 못하실 일이 없다.


세간의 중생들이 세 가지 독[三毒]에 빠져서 구제하는 이가 없는지라 보살님은 자비로 지혜의 약을 구하며 세간을 위하여 환난을 없앨 터인데, 너희들은 지금 어째서 괴롭히고 어지럽히느냐? 세간의 중생들이 미련하여 지혜가 없어서 모두가 삿된 소견에 집착한지라 이제 법의 눈을 베풀어 바른 길을 닦아 익히며 중생들을 인도하려 하시거늘 너희들은 지금 어째서 길잡이를 괴롭히고 어지럽히느냐? 이것이야 말로 옳지 못하도다. 마치 너른 들판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길잡이를 속이려 함과 같다. 중생들은 큰 어둠 속에 빠져서 어리둥절하여 머무를 곳을 모르는지라 보살님은 그들을 위하여 큰 지혜의 등불을 켜셨거늘 너희들은 지금 어째서 이 불이 꺼지게 하려고 하느냐?


중생들은 지금 나고 죽음의 바다에 빠진지라 보살은 그들을 위하여 지혜의 보배를 수선하시거늘 너희들은 지금 어째서 가라앉게 하려 하느냐? 욕을 참음으로 어금니를 삼고 굳건함으로 뿌리를 삼으며 위 없는 큰 법으로 큰 과위를 삼으시거늘 너희들은 지금 어째서 공격하며 정벌하려 하느냐?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쇠사슬에 중생들이 묶였는지라 보살은 고행을 하며 그들을 위하여 풀어 주시려 하시니, 오늘이야 말로 정녕코 이 나무 아래서 가부하고 앉으셔서 위 없는 도를 이루시리라. 이 땅은 바로 지나간 세상의 부처님네의 금강좌(金剛座)이신지라 다른 지방은 모두 움찍거려도 이곳은 움직이지 않으리라. 미묘한 선정을 받으실 만하므로 너희들에게 꺾일 바가 아니로다. 너희들은 이제 기뻐하고 경하하는 마음을 내고 젠체하는 뜻을 쉬며 앎의 생각을 닦으면서 받들며 섬겨야 할지니라.’


이 때에 악마왕은 공중의 소리를 듣고 또 보살이 태연하여 전과 다름이 없음을 보고서 악마의 마음이 부끄러워지는지라 젠체함을 버리고 곧 길을 회복하여 하늘 궁전으로 돌아가 버리니, 뭇 악마들은 근심 걱정을 하며 모두가 다 무너지고 흩어지면서 기가 꺾이고 위엄과 씩씩함이 없어져 여러 전투하는 도구는 숲과 들에 마구 어질러졌다.


악마들이 물러가고 흩어질 때에, 보살의 마음은 깨끗하고 맑고 맑아서 움직이지 않았으며, 하늘에는 연기와 안개가 없고 바람은 곁 가지조차 흔들지를 아니하며 지는 해는 광명을 멈추어서 갑절이나 더 밝게 하고 맑은 달은 환히 비추며 뭇 별은 찬란하게 밝고 어두컴컴한 곳도 다시는 장애가 없어졌으며, 허공에서 여러 하늘들은 아름다운 꽃과 향을 비 내리면서 뭇 풍악을 잡히며 보살에게 공양하였다.


그 때 보살은 자비의 힘으로써 2월 7일 밤에 악마를 항복받고 나자 큰 광명을 내쏘면서 곧 선정에 들며 진리를 생각하였는데, 모든 법 중에 선정이 자재로워서 모두 과거에 지었던 선과 악을 알았으며, 여기로부터 저기에 났었고 부모와 권속들이며 가난하고 부자였던 귀하고 천하며 수명의 길고 짧음과 이름이며 성자 등을 모두 다 분명히 알게 되었으므로 곧 중생들에게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며 생각하였다.

 

‘일체 중생들을 구제하는 이가 없으므로 다섯 갈래에 윤희하며 뛰어날 줄을 모르는구나. 모두가 다 거짓이요 진실함이 없거늘 그 가운데서 제멋대로 괴로움과 즐거움을 내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데 초저녁이 다하였다. 그 때 보살은 이미 밤중이 되자 곧 하늘 눈을 얻고 세간을 자세히 살펴보매 모두가 다 환히 보이는 것이 마치 밝은 거울 속에서 자기의 얼굴 모습을 보게 됨과 같았다. 모든 중생들을 보았더니, 갖가지 무리들이 한량없이 여기에서 죽어서 저기에 태어났고 행위의 선과 악을 따라서 괴로움과 즐거움의 과보를 받고 있었다. 지옥 안에서 고문하며 다스리는 중생들을 보았더니 혹은 끓인 구리를 입에 붓기도 하고, 혹은 구리 기둥을 안고 있게 하기도 하고, 혹은 쇠의 평상에 눕게 하기도 하고, 혹은 쇠 가마솥에다 삶기도 하고, 혹은 불 위에서 꼬챙이로 지지기도 하고, 혹은 범ㆍ이리ㆍ매ㆍ개에게 먹히기도 하고, 혹은 불을 피하여 나무 아래 있는데 나무의 앞이 떨어지며 모두 칼이 되면서 그의 몸을 베고 끊기도 하고, 혹은 도끼와 톱으로써 온몸을 베며 찍기도 하고, 혹은 뜨겁게 끊는 재로 된 강물 속에 던지우기도 하고, 혹은 또 똥과 오줌의 구덩이 속에 던져지기도 하였는데, 이와 같은 갖가지 고통을 받는 것은 반드시 그 업보 때문이라 정작 목숨은 끝끝내 끊어지지도 않았다.


보살은 이와 같은 일들을 보고서 생각하였다.
‘이들 중생들은 본래 나쁜 업을 지었으며, 세간의 즐거운 일만 하였기 때문에 이제 과보를 얻어서 극히 큰 고통을 당하고 있도다. 만약 사람들이 이와 같은 나쁜 과보를 보게 된다면 다시는 착하지 못한 업을 짓는 이는 없게 되리라.’

 
그 때 보살은 다시 축생을 살펴보매 가지가지의 행을 따라서 여러 가지의 더러운 형상을 받았는데, 혹은 뼈와 살ㆍ힘줄ㆍ뿔ㆍ가죽ㆍ어금니ㆍ털이며 깃으로 되어서 죽임을 받는 놈이 있기도 하며, 혹은 또 사람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서 배고픔과 목마름이 지극한 데도 사람은 모른 척하는 놈이 있기도 하며, 혹은 그의 코를 뚫었기도 하며, 혹은 그의 머리를 홀처 매어 있기도 하며 언제나 제 몸의 살은 사람들에게 바치면서도 도리어 저희들끼리 서로가 잡아먹는 등 이와 같은 갖가지의 고통을 받았다.


보살은 보고 나서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면서 생각하였다.
‘이 중생들은 언제나 몸과 힘으로써 사람들에게 희생하면서도 또 매를 맞고 배고프거나 목마른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모두 이는 본래 나쁜 행을 닦았던 과보로구나.’

 
그 때 보살은 다음에 아귀를 자세히 살펴보며 그들이 항상 살고 있는 어두컴컴한 속을 보았더니, 잠깐이라도 해와 달의 빛을 보게 되는 일이 없는지라 곧 그들 역시 서로가 보지 못하며 받은 형상은 길고 크며 배는 마치 태산과 같고 목구멍과 목은 바늘 만큼하며 입 속에서는 언제나 큰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항상 몹시 배고프며 목이 마른데도 천억만 년 동안을 음식이란 소리조차 듣지 못하며, 설령 하늘의 비가 와서 그의 위에 뿌려지더라도 변하여 불 구슬이 되어버리고 때로는 강과 바다와 내며 못을 지나가게 되면 물조차 변화되어 뜨거운 구리와 이글거리는 숯이 되어버리며 몸을 움직이며 걸음을 걷는 소리는 마치 사람이 5백의 수레를 끄는 것과 같았고 온몸의 마디마디가 모두 불이 되어 타고 있었다.


보살은 이러한 갖가지의 고통들을 보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생각하였다.

‘이들은 모두가 본래 간탐을 내어 재물을 쌓으면서도 보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런 죄의 과보를 받게 되는구나, 만약 사람들이 이런 고통 받음을 보게 되면, 보시하기에 인색하지 않고 설사 재물이 없더라도 살을 베어서까지 보시하여야 하리라.’


그 때 보살은 다시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중음(中陰)으로부터 보았더니, 처음 태 안에 들어가려고 할 적에 부모가 화합하면 뒤바뀐 생각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곧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써 자기 몸을 삼으며, 태 안에 들어가서는 생장(生臟)과 숙장(熟臟)의 두 장(臟)의 사이에 있으면서 몸의 삶아짐이 마치 지옥의 고통과 같다가 열 달이 찬 연후에 태어나는데, 처음 태어날 때에 바깥 사람[外人]에게 안겨 붙잡히면서 거칠고 껄끄러움을 당하는 고통은 마치 칼이 스치는 것과 같으며, 이렇게 하여 오래지 않아서 다시 늙고 죽음에 돌아가고 다시 젖먹이가 되는 등, 다섯 갈래를 바퀴 돌듯 하면서도 스스로 깨닫지를 못하였다.


보살은 보고 나서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며 생각하였다.
‘중생들에게는 이와 같은 환난이 있거늘 어찌 하여 그 속에서 다섯 가지 욕심에 탐착하고 멋대로 헤아리며 즐거움을 삼으면서 뒤바뀐 근본을 능히 끊지 않는가?’


그 때 보살은 다음에 여러 하늘들을 보았다. 그 천자들을 보았더니 그 몸은 깨끗하여 먼지나 때가 끼지 않아서 마치 참 유리(琉璃)와 같았고 큰 광명이 있으며 두 눈은 깜짝거리지 아니하였는데, 혹은 수미산 꼭대기에 살고 있기도 하고 혹은 또 수미산의 네 진영에서 살고 있기도 하고, 혹은 또 허공 안에서 살고 있기도 하면서 마음은 언제나 기쁘고 알맞지 않는 일이 없으며 하늘의 아름다운 풍악을 잡히며 스스로 재미있게 즐기면서 밤과 낮을 몰랐고 사방의 모든 풍치가 매우 아름답지 않음이 없었으며, 동쪽을 보면서 지나치게 집착하여 1년이 다 되는데도 움직일 줄 모르며 서쪽을 쳐다보다 즐거움에 빠져서 여러 해를 지내면서도 돌아가지 않았나니, 남쪽이거나 북쪽 역시 다 그와 같았다. 음식과 의복은 생각만 하면 즉시 이르렀으며, 비록 이와 같이 뜻에 알맞은 일만이 있기는 하더라도 오히려 욕심의 불에 탐을 받았다.


또 그 하늘의 복이 다하여지는 때를 보았더니, 다섯 가지의 죽음의 형상이 나타났다. 첫째는 머리 위의 꽃이 시들고, 둘째는 눈을 깜박 거리고, 셋째는 몸 위의 광명이 스러지고, 넷째는 겨드랑이 밑에 땀이 나오고, 다섯째는 자연히 본래 있던 자리를 떠나게 되는 것인데, 그 권속들이 천자의 몸에 다섯 가지 죽음의 형상이 나타남을 보면 마음에 그리움을 내며, 천자도 역시 스스로 자기의 몸에 다섯 가지 죽음의 형상이 있음을 보게 되고 또 권속들이 자기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보는 그러할 때에 크게 괴로워하였다.


보살은 그 천자들의 이러한 일들이 있음을 보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생각하였다.
‘이 여러 천자들은 본래 조그마한 선을 닦아서 하늘의 즐거움을 받게 되었으나 과보가 다하려 하매 크게 괴로움을 내는데, 목숨이 끝난 뒤에는 그 천자의 몸을 버리고 혹은 세 가지 나쁜 길에 떨어지기도 하리니, 본래 선한 행을 지음은 즐거움의 과보를 구하기 위해서였지만 이제 얻는 즐거움이 적고 괴로움만이 많은 것이 마치 굶주린 사람이 독이 섞인 음식을 먹는 것과 같구나. 처음에는 비록 맛이 있다 하더라도 마침내 큰 환난이 생기니 말이다. 어떻게 슬기로운 이가 이것을 탐내며 즐기겠느냐?’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의 하늘들은 수명이 긴 것을 보고 곧 언제나 즐겁다고 여기다가 변하고 무너짐을 보면 크게 괴로워하며 곧 삿된 소견을 일으키면서 인과(因果)가 없다고 헐뜯는데, 이런 일 때문에 세 갈래[三途]를 윤회하면서 갖추 여러 고통을 받았다. 보살은 하늘 눈의 힘으로써 다섯 갈래[五道]를 자세히 살피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생각하였다.
‘3계 안에서는 즐거움이란 하나도 없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자, 한밤중도 다 끝났다. 그 때 보살은 늦은 밤이 되자 ‘중생들의 성분에는 무슨 인연으로 늙고 죽음[老死]이 있는 것일까?’ 하고 자세히 살폈더니, 곧 늙고 죽음은 태어남[生]으로써 근본이 되고 만약 태어남을 여의면 곧 늙고 죽음이 없는 것인 줄 알았다. 또 이 태어남은 하늘로부터 난 것도 아니며 저절로 난 것도 아니며, 연(緣)이 없이 난 것이 아니고 인연으로부터 난 것이고 욕계의 존재[欲有]와 색계의 존재[色有]와 무색계의 존재[無色有]의 업으로 인하여 났다.


또 ‘세 가지 존재[三有]의 업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세 가지 존재의 업은 네 가지 잡음[四取]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네 가지 잡음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네 가지 잡음은 사랑[愛]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사랑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사랑은 느낌[受]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느낌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느낌은 닿임[觸]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닿임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닿임은 여섯 감관[六入]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여섯 감관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여섯 감관은 이름과 물질[名色]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이름과 물질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이름과 물질은 의식[識]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의식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의식은 지어감[行]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지어감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지어감은 무명(無明)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만약 무명이 스러지면 지어감이 스러지고, 지어감이 스러지면 의식이 스러지고, 의식이 스러지면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고,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면 여섯 감관이 스러지고, 여섯 감관이 스러지면 닿임이 스러지고, 닿임이 스러지면 느낌이 스러지고, 느낌이 스러지면 사랑이 스러지고, 사랑이 스러지면 잡음이 스러지고, 잡음이 스러지면 존재가 스러지고, 존재가 스러지면 태어남이 스러지며, 태어남이 스러지면 늙고 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이 스러졌다.


이렇게 순서를 거슬러서 12인연(因緣)을 자세히 살피며 늦은 밤에 무명을 깨뜨리고 새벽이 되는 때에는 지혜의 광명을 얻어서 익힌 업을 끊고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룩하였다.


그 때 여래는 생각하였다.
‘여덟 가지의 바르고 거룩한 도[八正聖道]는 바로 3세[三世]의 부처님께서 실제로 행하신 바요, 열반에 나아가는 길이었는데, 나도 이제 이미 실천하여 지혜가 통달하고 걸리는 바가 없도다.’


때에 대지가 열여덟 가지로 움직여졌고 노리는 안개와 나르던 먼지가 모두 다 맑게 개었으며 하늘의 북은 저절로 미묘한 소리를 내고 향기 바람은 천천히 일어나서 부드럽고 깨끗하고 시원하였으며 여러 빛깔의 상서로운 구름은 단 이슬의 비를 내리고 동산 숲의 꽃과 열매는 때를 기다리지 않고 한참이었다.


또 만다라꽃[曼陀羅花]과 마하만다라꽃[摩詞曼陀羅花]과 만주사꽃[曼殊沙花]과 마하만주사꽃[曼詞摩殊沙花]과 금의 꽃ㆍ은의 꽃ㆍ유리 꽃ㆍ유리 등의 꽃인 7보의 꽃을 비 내려서 보리수를 둘러싸기 36요자나에 가득히 찼었다.


이 때 여러 하늘들은 하늘의 풍악을 잡히면서 꽃을 흩고 향을 사르며 노래하고 찬탄하였으며 하늘의 보배 일산과 당기ㆍ번기를 붙잡고 허공에 꽉 차서는 여래께 공양하였고 용이며 신의 8부들의 베푸는 공양도 역시 그와 같았느니라.


그러할 때에 일체 중생들은 모두 다 인자하여지고 성내거나 해치려는 생각이 없어지며 기뻐서 뛰놀며 마치 성도의 자취를 보듯 하였으며 두려워하는 정이 없고 그 마음이 고르고 부드러워지면서 교만한 뜻을 여의며 또한 아끼고 시새우고 아첨하는 마음이 없었졌다.


5정거천(淨居天)은 기쁨과 즐거움의 형상을 여의고 또한 모두가 기뻐하며 어쩔 줄 몰랐으며, 지옥의 고통은 잠시 동안 쉬게 되어 큰 기쁨이 생겼고 온갖 축생들로서 서로가 잡아먹던 것들이 다시는 나쁜 마음이 없어지며 아귀는 배가 불러져서 배고프거나 목마르다는 생각이 없었다.


세계 중에 어둑컴컴한 곳으로서 해와 달의 거룩한 빛으로도 비출 수 없던 곳이 모두 크게 밝아졌는지라 그 속의 중생들이 모두가 서로 보게 되었으므로 저마다 말을 하였다.
‘이 안에서 어떻게 갑자기 중생들이 있는가?’


큰 성인이신 법왕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큰 법의 광명으로써 그릇된 법과 어둠을 깨뜨렸기 때문에 온갖 것이 모두 다 밝고 환하게 되었다. 감자(甘蔗) 성바지의 선왕(先王)으로서 나라를 버리고 도를 닦아서 5통(通)의 신선이 되었거나 또 열 가지의 선을 행하여 하늘에 나게 된 이들은 모두 신통을 부려서 보리수에 도착하여 허공에 있으면서 기뻐하며 합장하고 찬탄하였다.
‘우리 감자 성바지 중에서 능히 모든 번뇌를 끊고 일체지(一切智)를 이루어 세간의 안목이 되었으니, 매우 기특하십니다.’  모두가 기뻐하며 뛰놀지 아니함이 없었으나, 오직 악마왕만은 마음으로 혼자 근심하였다.

그 때 여래는 7일 동안 선정에 들었다가 큰 나무를 자세히 살피면서 생각하였다.
‘나는 이 곳에 있으면서 온갖 번뇌를 다하고 할 일을 다 마쳤으며 본래의 원이 원만히 이루어졌는데, 내가 얻은 법은 매우 깊어 이해하기 어려워서 오직 부처님과 부처님만이 알 수가 있구나, 일체 중생들은 다섯 가지 흐림[五濁]의 세상에서 탐냄과 성냄ㆍ어리석음ㆍ삿된 소견ㆍ교만ㆍ아첨 등에 가리고 막힘을 받아 복이 엷고 근기가 둔하며 지혜가 없거늘 어떻게 나의 얻은 바 법을 알릴 수 있겠는가? 이제 내가 만약 법 바퀴를 굴리게 된다면 그들은 반드시 헷갈려서 믿어 받지 못하고 비방을 하여 장차는 나쁜 길에 떨어져서 여러 고통을 받으리니, 나는 차라리 감자코 열반에 들리라.’

 
그 때 여래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거룩한 도는 심히 오르기 어렵고
지혜의 결과는 얻기가 어려운데
나는 이 어려운 가운데서
모두 다 이미 능사 이룩하였네.

 

내가 얻은 바의 지혜야말로
미묘하여 맨 첫째이거늘
중생들의 모든 근기가 둔하여서
즐거움에 집착하고 어리석어서 소경이 됐네.

 

나고 죽는 흐름을 따라가면서
그 근원에 되돌아갈 수가 없는
이와 같은 등의 무리들인데
어떻게 하여 제도할 수 있겠는가?

 

그 때에 여래가 이런 생각을 하여 마치자. 대범(大梵)천왕은 여래께서 거룩한 깨달음을 이미 이룩하였으면서도 잠자코 계시며 법 바퀴를 굴리지 않음을 보고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을 품고서 곧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옛날의 한량없는 억 겁 동안에 중생들을 위하여 오랜 동안 나고 죽는 데 계시면서 나라와 서이며 아내ㆍ아들ㆍ머리ㆍ눈ㆍ골수ㆍ뇌 등을 버리며 갖추 뭇 고통을 받으시다가 비로소 지금에야 소원이 만족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셨거늘, 어찌하여 잠자코 계시며 법을 말씀하시지 아니할까? 중생들은 오랜 세월을 나고 죽는 데에 빠지겠구나. 나는 이제 가서 법의 바퀴 굴리시기를 청해야겠다.’


그리고 곧 하늘 궁정을 출발하여 마치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펼 만큼의 사이에 여래의 처소에 이르러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백천 번을 돌고서 물러나 한쪽에 머무르며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옛날에 중생들을 위하여 오랫동안 나고 죽는 데 머물면서 몸과 머리며 눈을 버리어 보시를 함으로써 갖추 여러 고통을 받으시며 널리 덕의 근본을 닦으시다가 비로소 지금에야 위없는 도를 이룩하셨는데 어찌하여 잠자코 계시며 법을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중생들은 오랜 세월 동안 나고 죽는 데에 빠지고 무명의 어둠에 떨어져서 뛰어나올 기약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하오나, 어떤 중생은 지나간 세상에서 선한 법을 친히 하고 가까이하여 모든 덕의 근본을 심았는지라 법을 듣고 성인의 길을 받을 만하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이들을 위하여 크게 가엾이 여기는 힘으로써 미묘한 법의 바퀴를 굴리십시오.’


석제환인과 이에 타화자재천까지도 역시 그와 같이 여래께서 중생들을 위하여 큰 법의 바퀴 굴리시기를 권하고 청하였다. 그 때 세존은 대범천왕과 석제환인 등에게 말씀하였다.
‘나 역시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법의 바퀴를 굴리고는 싶으나 다만 얻은 법이 미묘하고 아주 깊숙하고 풀이하기 어렵고 알기도 어려워 모든 중생들이 믿어 받을 수도 없거니와 비방하는 마음을 내어서 그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리니, 나는 지금 잠자코 있을 뿐이니라.’

 
때에 범천왕 등은 세 번을 청하자, 때에 여래는 꼭 이레 만에야 잠자코 수락하시므로 범천왕 등은 부처님께서 청을 수락하심을 알고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서 저마다 사는 데로 돌아갔다. 그 때 세존은 범왕 등의 청을 수락하시고, 또 이레 동안을 부처의 눈으로써 모든 중생들의 상ㆍ중ㆍ하의 근기와 모든 번뇌의 하ㆍ중ㆍ상을 자세히 살폈으므로 꼭 27일이 다 되었는데, 그 때에 세존은 또 생각하셨다.
‘나는 이제 단 이슬의 법문을 열어야겠다. 누가 먼저 들을 이로서 마땅할까? 아라라(阿羅邏) 선인이 총명하고 슬기로워서 깨닫기 쉬우리라. 또 먼저 발원하기를, (도가 이루어지면 나를 제도하소서)라고 하였었다.’

이 생각을 하는 때에 공중에서 말하였다.
‘아라라 선인은 어제 밤에 죽었습니다.’

그 때에 세존은 곧 그 공중의 소리에 대답하였다.
‘나도 그가 어제 밤에 죽은 줄은 알고 있다.’


그리고는 또 생각하였다.
‘가란(迦’蘭) 선인이 근기가 영리하고 분명히 알 것이니, 역시 먼저 들음에 마땅하리라.’


공중에서 또 말하였다.
‘가란 선인은 어제 밤에 죽었습니다.’


그 때에 세존은 즉시 또 대답하였다.

‘나도 그가 어제 밤에 죽은 줄은 알고 있다.’


그 때에 세존은 또 생각하였다.
‘저 왕사와 대신이 파견한 교진여 등 나를 돌보던 다섯 사람이 모두가 다 총명하다. 또 지나간 세상에서 나에게 발원하기를, (먼저 법을 들고자 합니다)라고 하였으므로, 나는 이제 이 다섯 사람들을 위하여 먼저 법문을 열어야겠다.’


또 생각하였다.
‘옛날 모든 부처님네께서 법 바퀴를 굴리신 곳이 모두 바라나시(波羅奈國) 녹야원(鹿耶園) 안의 신선이 살던 곳이다. 또 이 다섯 사람이 머물고 있는 처소가 역시 거기이니, 나는 이제 그들이 살고 있는 곳에 가 닿아서 큰 법 바퀴를 굴려야 하겠다.’


그리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바라나시에 나아갔다.
그 때 5백의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발다라사나(跋陀羅斯那)와 발다라리(跋陀羅梨)라는 두 사람이 주인으로서 너른 들판을 지나가는데, 때에 어떤 천신이 말하였다.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가장 으뜸가는 복 밭이시니, 그대들은 이제 맨 먼저 공양을 베풀지니라.’


때에 그 장사하는 이들은 하늘의 말을 듣고 곧 대답하였다.
‘거룩하십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또 하늘에게 물었다.
‘세존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하늘은 또 대답하였다.
‘세존은 오래지 않아서 여기까지 오시리라.’


이에 여래는 한량없는 하늘들에게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며 다위사발리촌(多謂娑跋利村)에 닿으셨다.
때에 그 장사하는 사람들은 여래의 거룩한 상호가 장엄함을 보았고, 또 여러 하늘들이 앞뒤에서 둘러쌈을 보고는 갑절이나 기뻐하면서 곧 꿀과 미싯가루를 부처님께 받들어 올렸다.


그 때 세존은 생각하였다.
‘과거의 부처님네는 바루에 음식을 담으셨다.’


때에 사천왕은 부처님의 생각을 알고 저마다 하나씩의 바루를 가지고서 부처님 처소에 와 닿아서 받들어 올리는지라, 이에 세존은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만약 한 왕의 바루만을 받으면 나머지 왕들은 반드시 원망을 하리라.’


그리고는 곧 네 왕의 바루를 모두 받아서 손바닥 위에 포개 놓고 눌러서 하나가 되게 하였으나 네 짝이 각기 나타나게 하였다. 그 때 세존은 곧 주원(呪願)하였다.
‘지금 보시를 하는 것은 먹는 이가 기력이 찰 후 있게 하려 함이니, 장차 보시하는 이에게는 빛깔을 얻고 힘을 얻고 담(膽)을 얻고 기쁨을 얻어서 편안하고 상쾌하여 병이 없이 끝까지 오래 살게 하리라. 여러 착한 귀신들은 언제나 따르면서 수호하며 음식의 보시로 세 가지 독[三毒]의 부리를 끊고 장차 오는 세상에 당연히 세 가지 굳은 법[三堅法]의 과보를 얻게 하며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부처님 법을 돈독히 믿어서 태어나는 곳마다 바른 소견으로 어둡지 않게 할 것이며, 지금의 세상 동안에는 부모와 처자며 친척 권속들이 모두다 버썩 성하며 모든 재앙과 상서롭지 못한 일이 없을 것이요, 성바지 가운데서 만약 죽어서 나쁜 길에 떨어진 이가 있으면 지금 보시하는 복 때문에 도로 인간과 천상의 공덕이 더하며 언제나 모든 부처님ㆍ여래를 받들고 가까이하게 되어 미묘한 말씀을 듣고 진리를 보며 증과(證果)를 얻어서 원한 바가 완전히 갖추어지리라.’


그 때 세존은 주원하기를 마치고 곧 음식을 받아서 잡수신 뒤에 손을 씻고 양치질하고 바루를 씻고는 곧 장사하는 이들에게 3귀(歸)를 주었나니, 첫째 부처님께 귀의하고, 둘째 가르침에 귀의하고, 셋째 장래의 상가에게 귀의하는 3귀를 수여하여 마치자, 그대로 그들과 작별하고 앞으로 나가셨는데 위의의 차분함과 걸음걸이가 마치 큰 거위와 같았다. 길에서 우바가(優波伽)라는 외도를 만났는데 여래의 상호가 장엄스럽고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안정되었음을 보고서 찬탄하였다. ‘기특하도다.’  이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간의 모든 중생들이야말로
모두가 3독(毒)의 얽맴을 당해서
모든 감관은 또 경솔하고 조급하여
바깥의 경계에 내달으며 방탕한데

 

이제 어진이를 뵈오니
모든 감관이 아주 고요하시므로
반드시 해탈의 경지에 가셨음이
정녕코 의심할 것 없사옵니다.


어진 이가 배우셨던 스승께서는 그의 성자(姓字)가 무엇이옵니까?

그 때에 세존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야말로 지금 일체 중생의
겉 모습을 이미 뛰어나온지라
미묘하고 깊숙하며 머나먼 법을
나는 이제 이미 완전히 아느니라.

 

3독과 다섯 가지 욕심의 경계를
영원히 끊어서 남은 습기 없음이
마치 연꽃이 물에 있으면서
흐린 물과 진흙에 물들지 않음과 같다.

 

스스로 여덟 가지 바른 도를 깨치는데
스승도 없고 짝할 이로 없었으며

맑고 깨끗한 지혜를 써서
힘이 센 악마를 항복 받았느니라

 

이제는 정각(正覺)을 이룩하였는지라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 될 만하며
몸과 입과 뜻이 만족하나니
그러므로 명호를 모니(牟尼)라 하느니라.

 

바라나시에 나가서는
단 이슬의 법 바퀴를 굴리려 하는데
이것은 하늘ㆍ사람ㆍ악마ㆍ범인으로선
능히 굴릴 수 있는 바가 아니니라.

 

그 때 우바가는 이 게송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전에 없던 일이라 찬찬하고서는 합창하고 공경하며 둘레를 돈 뒤에 갔는데, 계속 되돌아보다가 보이지 않자 곧 그만두었다. 그 때 세존은 다시 나아가 다음에 아사바라(阿闍婆羅) 물가에 이르렀는데 해가 저물었는지라 묵으면서 곧 선정에 들어갔다.

그러할 때에 이레 동안을 바람이 불고 비가 왔으므로 때에 그 물 속에 목진린타(目眞隣陀)라는 큰 용왕이 있다가 부처님께서 정각에 드셨음을 보고 곧 그의 몸으로 주위를 일곱 번을 싸서 이레를 채운 뒤에, 그 용왕은 사람의 형상으로 변화하여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기에 이레 동안 계시면서 심한 비바람에 병환이나 나시지 않으셨나이까?’


그 때에 세존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여러 하늘과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는 바의 다섯 가지 욕심으로
나의 선정의 즐거움에 견준다면

비유할 수조차 없으리라.

 

때에 그 용왕은 부처님의 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며 날뛰면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있던 데로 돌아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나아가 바라나국에 가서 교진여와 마하나마(摩詞那摩)ㆍ발파(跋波)ㆍ아사바사(阿捨婆闍)ㆍ발다라사(跋陀羅闍) 등이 머무르고 있는 곳에 이르자, 때에 다섯 사람은 멀리서 부처님이 오는 것을 보고 함께 서로가 말하였다.
‘사문 구담이 고행을 버리고 도로 물러나서 음식의 즐거움을 받았으니 다시는 도의 마음이 없으리라. 지금 이미 여기에 왔으나 우리들은 일어나서 영접할 필요조차 없다. 또한 예배하고 공경하거나 구하는 것을 묻거나 그를 위하여 앉을 곳을 펴 주지도 말자. 만약 앉고 싶으면 스스로 그의 뜻대로 하리라.’


이 말을 하여 마치고 저마다 잠자코 있었는데, 그 때에 세존이 이미 닿으시자 다섯 사람은 모르는 결에 저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예배하고 받들어 영접하고는 서로가 시중을 들면서 혹은 또 옷과 바루를 가지고 있는 이도 있고, 혹은 물을 떠다가 손을 씻고 양치질 하도록 하는 이도 있고, 혹은 또 다리를 씻어 주는 이도 있기도 하며 저마다 본래의 맹세를 저버리면서도 오히려 짐짓 부처님을 일컬어서 구담이라고 하였느니라.

그 때 세존은 교진여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함께 나를 보아도 일어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서는 이제 무엇 때문에 먼저의 맹세를 저버리고 놀라 일어나서 나의 시중을 드는가?’


때에 그 다섯 사람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깊이 부끄러워하면서 나아가 아뢰었다.
‘구담께서는 길을 걸어오시느라고 고달프시지나 않나이까?’


그 때에 세존은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위 없는 어른에게 고상한 마음씨를 쓰면서도 성씨를 부르느냐? 나의 마음은 모든 훼방함과 칭찬함에 텅 비어서 분별하는 바는 없지만 다만 너희들이 교만하니 스스로 악한 과보만을 부르리라. 가령 어떤 아들이 부모의 이름을 부르면 세상의 예의로도 오히려 불가하거늘 하물며 이제 일체 중생의 부모인 나에게 있어서겠느냐?’

 
때에 그 다섯 사람은 또 이 말씀을 듣고 갑절이나 부끄러워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어리석어서 슬기과 앎이 없어서, 지금 이미 바른 깨달음을 이루셨는가도 모르옵니다. 왜냐 하오면 지난날 여래를 보건대 하루에 깨와 쌀을 잡수면서 6년 동안 고행을 하셨으나 이제는 도리어 음식의 즐거움을 받으셨습니다. 저희는 이 때문에 도를 얻지 못할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 때 세존은 교진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조그마한 지혜로써 나의 도가 이루어졌다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가벼이 헤아리지 말라. 왜냐 하면 형상이 괴로움에 있으면 마음이 곧 시달리고 어지러움이요, 몸이 즐거움에 있으면 뜻이 곧 좋아하고 집착하나니, 그러므로 괴로움과 즐거움은 두 가지 다 도의 요인이 아니다. 마치 비벼서 불을 낼 적에 물을 부우면 반드시 어둠을 깨뜨리는 빛이 없어지는 것처럼 지혜의 불을 비비는 것도 그와 같아서 괴로움과 즐거움의 물이 있으면 지혜의 광명이 나지 않으며, 나지 않기 때문에 나고 죽는 암흑의 장애를 없앨 수 없다. 이제 만약 괴로움과 즐거움을 능히 버리고 중도(中道)를 행하면 마음이 곧 고요하고 안정되어 저 여덟 가지 바르고 거룩한 도를 닦아 낼만 하므로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환난을 여의나니, 나는 이미 중도의 행을 따랐으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룩할 수 있었다.’


때에 그 다섯 사람은 여래의 이와 같은 말씀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여 뛰놀기를 한량없이 하며 어른의 얼굴을 우러러보며 눈을 잠시도 떼지 않았다. 그 때 세존은 다섯 사람의 근기를 자세히 살피니 도로 받아낼 만하므로 말씀하였다.
‘교진여야, 너희들은 5음(陰)이 치성하여서 일어나는 고통ㆍ늙는 고통ㆍ병드는 고통ㆍ죽는 고통ㆍ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고통ㆍ원수라고 생각되는 사람과 같이 살지 않을 수 없는 고통ㆍ구해서 얻지 못하는 고통ㆍ영화와 즐거움을 잃는 고통[八苦]을 알아야 하리라. 교진여야, 형상 있는 것ㆍ형상 없는 것ㆍ발 없는 것ㆍ한 발 돋히ㆍ두 발 돋히ㆍ네 발 돋히며 여러 발 가진 것의 일체 중생들이 모두 이러한 고통을 지니지 않은 것이 없다. 마치 재를 불 위에 덮었으나 만약 마른 풀이 닿으면 도로 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이러한 여러 고통은 (나)로 말미암아 근본이 되므로 만약 어떤 중생이 조금이라도 (나)라는 생각을 일으키면 도로 다시 이와 같은 고통을 받게 되나니, 탐냄과 성냄과 그리고 어리석음은 모두가 다 (나)라는 근본을 반연[원인이 되어] 하여 생긴다. 또 이 세 가지 독은 이는 모두 고통의 요인이니 마치 종자가 싹을 낼 수 있음과 같다. 중생들은 이로써 세 세상[三世]을 바퀴 돌 듯하므로, 만약 (나)라는 생각과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을 없애면 모든 고통도 다 이로부터 끊어지고 모두가 저 여덟 가지 바른 도를 원유하지 않음이 없는 것이 마치 사람이 물을 훨훨 타는 불에 부음과 같으리니, 일체 중생들은 모든 고통의 근본을 모르면 모두 다 바퀴 돌 듯하며 나고 죽는 데에 있게 된다. 교진여야, 괴로움[苦]은 알아야 하며, 원인[習]은 끊어야 하며, 멸함[滅]은 증득해야 하며, 멸함에 이르는 길[道]은 닦아야 한다. 교진여야, . 그러므로 너희는 이제 응당 괴로움을 알고 원인을 끊고 멸함을 증득하고 멸함에 이르는 길을 닦아야 하나니 나는 이미 괴로움을 알았고, 이미 원인을 끊었고, 이미 멸함을 증득하였고, 이미 멸함에 이르는 길을 닦았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만약 사람들이 네 가지 진리를 알지 못하면 이 사람이야말로 해탈하지 못할 줄 알아야 한다. 네 가지 진리는 이것은 참되고 이것은 실다운 것이므로, 괴로움은 진실로 이 괴로움이요, 원인은 진실로 이 원인이요, 멸함은 진실로 이 멸함이요, 멸함에 이르는 길은 진실로 이 멸함에 이르는 길이니라. 교진여야, 너희들은 알겠느냐, 모르겠느냐?’

교진여가 대답하였다.

‘이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알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진리를 이해하고 알게 되었으므로, 그 때문에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세 번 네 가지 진리로 12행(行)의 법 바퀴를 굴리실 때에 아야교진여는 모든 법 가운데서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때에 공중의 8만 나유타 하늘들도 티끌과 때를 여의고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다.


그 때 지신(地神)은 여래께서 그의 경계에 계시면서 법 바퀴 굴림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여 높은 소리로 외쳤다.
‘여래는 여기에서 미묘한 법의 바퀴를 굴리십니다.’


허공의 천신이 이 말을 듣고서 또 뛰놀면서 차츰차츰 부르짖었으므로 이에 아가니타설(阿迦膩吒天)까지 이르렀는데, 모든 하늘들이 듣고 기뻐하기를 한량없이 하면서 높은 소리로 외쳤다.
‘여래는 오늘 바라나국 녹야원 안의 신선이 살던 곳에서 큰 법의 바퀴를 굴리셨는데, 일체 세간이 하늘ㆍ사람ㆍ악마ㆍ범천ㆍ사문과 바라문으로서는 굴릴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에 대지는 열여덟 가지로 움직였고, 하늘ㆍ용의 8부는 공중에서 뭇 풍악을 잡히며, 하늘 북은 저절로 울렸으며, 뭇 이름 있는 향을 사르고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을 흩뿌리며 보배의 당기ㆍ번기ㆍ일산에다 노래하고 찬탄하며 세계의 안이 저절로 크게 밝아졌다.


아야교진여는 제자들 중에서 처음 깨달았으므로 제1의 제자가 되었는데, 때에 마하나마 등 네 사람은 부처님의 법 바퀴 굴리심을 듣고 아야교진여 혼자만이 도의 자취를 깨달았으므로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만약 다시 우리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면 우리들도 또 도의 자취를 깨칠 터인데.’


이렇게 생각한 뒤에 세존의 얼굴을 우러러보면서 눈을 잠시도 떼지 않았다.
그 때 세존은 네 사람의 생각을 아시고 곧 거듭 그들을 위하여 자세히 네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자, 때에 네 사람은 모든 법 가운데서 역시 티끌과 때를 여의고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다.


때에 그 다섯 사람은 도의 자취를 보고 나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다섯 사람은 이미 도의 자취를 보았습니다. 이미 도의 자취를 등극하였습니다. 저희들은 이제 부처님의 법에 집을 떠나 도를 닦고 싶사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사랑하시고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하여 주소서.’


때에 세존은 그 다섯 사람을 부르시면서, ‘잘 왔도다, 비구들아’ 하시니,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며 즉시 사문이 되었다. 그 때 세존은 그 다섯 사람에게 물으셨다.
‘너희 비구들아, 색(色)ㆍ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을 알되, 이것이 항상함[常]이냐, 항상함이 아니냐? 이것은 괴로움[苦]이냐, 괴로움이 아니냐? 이것은 공(空)이냐, 공이 아니냐? 이것은 나(我)가 있느냐. 나가 없느냐?’


때에 다섯 비구(比丘)들은 부처님이 말씀하는 이 5음(陰)의 법을 듣자마자 번뇌(煩惱)가 다하고 뜻이 풀리어 아라한(阿羅漢)이 되고서는 곧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은 진실로 이는 무상이요, 괴로움이요, (공)이요, (나)가 없습니다.’


이에 세간에서는 비로소 여섯 분의 아라한이 계시게 되었는데, 부처님인 아라한은 바로 불보(佛寶)가 되셨고, 네 가지 진리의 법 바퀴는 바로 법보(法寶)가 되었고, 다섯 명의 아라한은 바로 승보(僧寶)가 되었나니, 이렇게 하여 세간에는 3보(三寶)가 완전히 갖추어졌으며 모든 천상(天上)과 인간(人間)의 첫째가는 복밭[福田]이 되었다. (제 3권 끝)

 


불교 명상곡 - '홀로 피는 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