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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 '십지품' (十地品) (2)

잠용(潛蓉) 2013. 6. 14. 15:48

55 famous places associated with the avatamsaka sutra (12th century)
 

 

 

 

질직(質直)하고 부드럽고 참을성 있고
조복(調伏)한 맘 고요한 맘 순일한 마음
생사를 뛰어나는 광대한 마음
열 가지 마음으로 이지(二地)에 들다.

 

여기 있어 계행 공덕 성취하며는
살생과 해치는 일 멀리 여의고
도둑질과 사음(邪婬)이며 거친 말이며
이간(離間)하고 뜻없는 말 또한 여의리.

 

재물을 탐하잖고 늘 사랑하며
바른 도와 곧은 마음 아첨이 없고
험피(험피)와 교만 버려 조화한다면
교법대로 수행하고 방일치 않고,

 

지옥과 축생에서 고통을 받고

아귀는 불에 타서 불길이 맹렬
온갖 것이 모두 다 죄로 생기니
내가 모두 떠나고 법에 머물리.

 

인간에 마음대로 태어나거나
색·무색계 태어나는 선정의 낙과
독각(獨覺)이나 성문(聲聞)이나 부처 되는 길
모두가 십선(十善)으로 성취하나니,

 

이런 일 생각하고 방일 않으며
자기도 계행 갖고 남을 권하며
중생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는
점점 더 자비한 맘 증장(增長)하나니,

 

범부(凡夫)의 삿된 지혜 정견(正見)이 없어
분노를 항상 품고 투쟁 잘하고
육진(六塵) 경계 탐하노라 만족 모르니
저들로 세 가지 독(毒) 덜게 하리라.

 

캄캄한 어리석음 덮인 바 되어
험한 길과 삿된 소견 그물에 들고
생사의 난간 속에 구속되나니
저들에게 원수 마군 부수게 하며,

 

사해(四海)에 표류하며 마음 잠기고
삼계가 불타는듯 고통이 무량
오온(五蘊)으로 집이 되어 제가 있으니
그들을 제도하려 도를 행하고,


뛰어나기 구하여도 마음이 좁아
가장 높은 부처 지혜 모두 버릴세
그들을 대승법에 가게 하려고
부지런히 정진하고 만족을 몰라,

 

보살이 이 지에서 공덕 모으며
한량없는 부처님 뵙고 공양해
억겁 동안 선을 닦아 밝고도 깨끗하니
명반(明礬)으로 진금(眞金을 단련하듯이.

 

불자가 여기에선 전륜왕되어
중생을 교화하여 십선 행하며
여러 가지 선근을 모두 닦아서
십력을 이루어 세상 구제하네.

 

왕위나 재물을 다 버리려고
집을 떠나 불교에 귀의하여서
용맹하게 정진하며 잠깐 동안에
일천 삼매 얻고서 천 불 보나니,

 

이 세간에 가지가지 신통의 힘을
이 지에 있는 보살 능히 나투며
원력으로 짓는 일 이보다 지나
한량없이 자재한 힘 중생 건지네.

 

한량없는 세간(世間)을 이익하는 이
보살들 수행하는 가장 좋은 법
이러한 제 이지(第二地)의 모든 공덕을
불자들을 위하여 연설하노라.


십지품(十地品) [3] - 발광지(發光地)

 

불자들이 이 지(地)의 행을 들으니
생각도 말도 못할 보살의 경계.
공경하며 기쁜 마음 모두 내어서
공중에 꽃을 흩어 공양하더라.

 

'장하여라' 대산왕(大山王)을 찬탄하는 말
자비로써 모든 중생 가엾이 여겨
지혜 있는 이들의 계행과 위의(威儀)
제 이지(第二地)의 행상(行相)을 말씀하시니,

 

이러한 보살들의 미묘한 행은
진실하고 둘 아니고 차별도 없어
중생들을 이익하기 위하심이니
이와 같이 연설함은 가장 청정해,

 

천상 인간 공양을 받으시는 이
제삼지의 법문을 연설하소서
교법과 상응하는 지혜의 업을
그 경계와 꼭 같이 보여지이다.

 

큰 선인의 갖추신 보시와 계율
인욕과 정진이며, 선정과 지혜
방편과 자비하신 원(願)과 도력(道力)과
부처님의 청정한 행 말씀하소서.

 

그 때에 해탈월(解脫月)이 다시 청하길
두려움 없으신 금강장보살이여
제삼지에 들어가 화순한 이의

여러 가지 공덕을 연설하소서.

 

그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 이지(第二地)를 깨끗이 수행하고, 제 삼지(第三地)에 들어가려면 여러 가지 깊은 마음을 일으켜야 하나니, 무엇을 열 가지라 하는가? 청정한 마음, 편안히 머무는 마음, 싫어서 버리는 마음, 탐욕을 여의는 마음, 물러가지 않는 마음, 견고한 마음, 밝고 성대한 마음, 용맹한 마음, 넓은 마음, 큰 마음입니다. 보살은 이 열 가지 마음으로 제 삼지를 얻어 들어갑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 삼지에 머물고는, 모든 함이 있는 법[有爲法]의 실상을 관찰하나니, 이른바 무상하고, 괴롭고, 부정하고, 안온하지 못하고, 파괴하고, 오래 있지 못하고, 찰나에 났다 없어지고, 과거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 미래로 가는 것도 아니고, 현재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또 이 법을 관찰하면 구원할 이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고, 근심과 함께하고, 슬픔과 함께하고, 고통과 함께 있으며, 사랑하고 미워하는 데 얽매이고, 걱정이 많아지고, 정지하여 있지 못하며, 탐욕, 성내는 일, 어리석은 불이 쉬지 아니하고, 여러 근심에 얽매여 밤낮으로 늘어나며, 요술과 같아서 진실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보고는 모든 함이 있는 법에 대한 싫증이 배나 더하여 부처님 지혜로 나아가는데, 부처님 지혜는 헤아릴 수 없고, 동등할 이도 없고, 한량이 없고, 얻기 어렵고, 섞이지 않으며, 시끄러움이 없고, 근심이 없고, 두려움 없는 성에 이르러 다시 물러가지 않고, 한량없이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함인 것을 봅니다. 보살은 이와 같이 여래의 지혜가 한량없이 이익함을 보고, 모든 함이 있는 법은 한량없이 걱정되는 줄을 보았으므로, 일체 중생에게 열 가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냅니다.


무엇이 열인가? 중생들이 고독하여 의지할 데 없음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이 빈궁하여 곤란함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삼독의 불에 타는 것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모든 업보의 옥에 갇힘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번뇌의 숲에 막혔음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잘 살펴보지 못함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선한 법에 욕망이 없음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부처님 법을 잃어버린 것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생사의 물결에 따르는 것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며, 중생들이 해탈하는 방편을 잃음을 보고 불쌍한 마음을 내나니, 이것이 열입니다.


보살이 이렇게 중생계의 한량없는 고통과 시끄러움을 보고, 크게 정진할 마음을 내어 생각하기를 “이 중생들을 내가 구호하고, 내가 해탈케 하고, 내가 깨끗하게 하고, 내가 제도하고, 선한 곳에 두고, 편안히 있게 하고, 즐겁게 하고, 알고 보게 하고, 조복하게 하고, 열반케 하리라” 합니다. 보살이 이렇게 함이 있는 법을 싫어하고, 이렇게 일체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고, 온갖 지혜의 지혜에 의지하여 중생을 제도하려 하면서 생각하기를 “이 중생들이 번뇌와 큰 고통 속에 빠졌으니, 어떠한 방편으로 구제하여 구경(究竟)열반의 낙에 머물게 할 것인가?”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중생을 제도하여 열반에 머물게 하려면 장애가 없이 해탈한 지혜를 여의지 않아야 하나니, 장애가 없이 해탈한 지혜는 일체 법을 실상과 같이 깨달음[一切法如實覺]을 여의지 않고, 일체 법을 실상과 같이 깨달음은 만들어짐도 없고[無行] 생멸도 없는[無生] 행의 지혜를 여의지 않고, 만들어짐도 없고 생멸도 없는 행의 지혜는 선정의 공교롭고 결정하게 관찰하는 지혜[禪善巧決定觀察智]를 여의지 않고, 선정의 공교롭게 많이 앎[善巧多聞]을 여의지 않았도다” 하고.

 

보살은 이렇게 관찰하여 알고는, 바른 법을 곱으로 부지런히 닦으며, 밤낮으로 원하기를 “법을 듣고 법을 기뻐하고 법을 좋아하고 법을 의지하고 법을 따르고 법을 해설하고 법을 순종하고 법에 이르고 법에 머물고 법을 행하여지이다” 합니다. 보살이 이렇게 부지런히 불법을 구하면서, 가진 재물을 아끼지 아니하고, 어떤 물건도 희귀하고 소중하게 보지 아니하며, 다만 불법을 말하는 사람에게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내나니, 그러므로 안 재물과 바깥 재물을 불법을 구하기 위하여 모두 버리며, 어떠한 공경도 행하지 못할 것이 없고, 어떠한 교만도 버리지 못할 것이 없고, 어떠한 섬기는 일도 행치 못할 것이 없고, 어떠한 고생도 받지 못할 것이 없으며, 일찍이 듣지 못했던 법을 한 구절만 들어도 크게 횐희하여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보배를 얻은 것보다 좋아하고, 듣지 못했던 바른 법을 한 게송만 들어도 크게 환희하여 전륜왕의 지위를 얻은 것보다 기뻐하며, 듣지 못했던 법을 한 게송만 얻어서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하여도 제석천왕이나 범천왕의 지위를 얻어서 한량없는 백천 겁을 지내는 것보다 낫게 생각합니다.


만일 사람이 말하기를 “내게 부처님께서 말씀한 한 구절의 법으로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할 것이 있는데, 그대가 능히 큰 불구렁에 들어가서 엄청난 고통을 겪으면 일러주리라” 하면, 그 때에 보살은 생각하기를,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한 구절의 법을 듣고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할 수 있다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불구렁 속에라도, 오히려 대범천의 위로부터 몸을 던져 떨어지는 것도 몸소 받들 터인데, 하물며 이 조그만 불속에 들어가지 못하랴. 그리고 불법을 구하기 위해서는 온갖 지옥의 고통도 받으려거든, 하물며 인간에 있는 조그만 고통을 받지 않으리요?” 하나니, 보살은 이와 같이 부지런히 정진하여 불법을 구하고, 들은 대로 관찰하고 수행합니다. 이 보살은 법을 듣고는 마음을 거두어서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생각하기를 “말한 대로 행을 닦고서야 불법을 얻을 것이니, 말만 하여서는 청정할 수 없으리라”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이 발광지(發光地)에 머물렀을 때에는 곧 욕심과 악한 일과 선하지 못한 법을 여의고, 각(覺)과 관(觀)이 있고,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喜]과 즐거움[樂]으로 초선(初禪)에 머뭅니다.

 

각(覺)과 관(觀)을 멸하고[滅] 안으로 깨끗한 한마음[內淨一心]이 되어 각도 없고 관도 없는[無覺無觀], 선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定生喜樂]으로 제이선에 머뭅니다.

 

기쁨을 여의고[離喜], 평등함에 머물러[住捨] 기억과 바른 앎[有念正知]을 갖추고 몸에 즐거움을 받아[身受樂], 여러 성인들이 말씀하시는 '평등함과 기억을 갖추어 즐거움을 받는다[能捨有念受樂]'는 제삼선에 머뭅니다.

 

즐거움[樂]을 끊고, 이미 고통[苦]도 제거하고, 기쁨[喜]과 근심[憂]이 멸하여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평등함[捨]과 기억[念]을 갖춘 청정한(淸淨) 제사선 에 머뭅니다.

 

모든 색이란 생각을 초월하고[超一切色想]

상대가 있다는 생각을 멸하여[滅有對想]

가지가지 생각을 생각하지 않으면[不念種種想],

허공이 끝없는 데 들어가 허공무변처(虛空無邊處)에 머뭅니다.

 

일체 허공이 끝없는 데를 초월하면 식(識)이 끝없는 데 들어가 식무변처(識無邊處)에 머뭅니다.

일체 식이 끝없는 곳을 초월하면 조그만 것도 소유함이 없는 데 들어가 무소유처(無所有處)에 머뭅니다.

일체 소유함이 없는 데를 초월하면 비유상비무상처(非有想非無想處)에 머뭅니다.

그러나 다만 법을 따라서 행할지언정 즐거워 집착하는 일은 없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의 마음이 인자함[慈]을 따르나니, 넓고 크고 한량없고 둘이 아니고 원수가 없고 상대가 없고 장애가 없고 시끄러움이 없으며, 온갖 곳에 두루 이르며, 법계와 허공계를 끝까지 하여 일체 세간에 두루합니다. 불쌍히 여김[悲]·따라 기뻐함[喜]과 평등함[捨]에 머무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한량없는 신통의 힘을 얻어서,

땅덩이를 흔들며,

한 몸으로 여러 몸이 되고,

여러 몸으로 한 몸이 되며,

숨기도 하고 나타나기도 하며,

돌이나 절벽이나 산이 막혔더라도 장애 없이 통과하기를 허공과 같이하여,

공중에서 가부좌(跏趺坐)하고

 

가는 것을 나는 새와 같이하며,

땅에 들어가기를 물과 같이하고,

물을 밟고 가기를 땅과 같이하며,

몸에서 연기와 불길을 내는 것이 불더미와 같고,

물 내리기를 큰 구름과 같이하며,

해와 달이 허공에 있듯이 큰 위력이 있어 손으로 만지고 주무르고 부닥치며,

몸이 자재하여 범천에까지 이릅니다.


이 보살은 천이통(天耳通)이 청정하여 인간의 귀보다 썩 지나가서, 인간이나 천상이나 가까운 데나 먼 데 있는 음성을 모두 들으며, 내지 모기· 등에· 파리 따위의 소리 들도 다 듣습니다.

 

이 보살이 타심통(他心通)의 지혜로 다른 중생의 마음을 사실대로 아나니, 이른바 탐심이 있으면 탐심이 있음을 실지대로 알고, 탐심이 없으면 탐심이 없음을 실지대로 알며, 성내는 마음·성냄을 떠난 마음·어리석은 마음·어리석음을 떠난 마음·번뇌가 있는 마음·번뇌가 없는 마음·작은 마음· 넓은 마음·큰 마음· 한량없는 마음·간략한 마음· 간략하지 않은 마음· 산란한 마음· 산란하지 않은 마음· 선정의 마음· 선정이 아닌 마음· 해탈한 마음· 해탈하지 못한 마음· 위가 있는 마음· 위가 없는 마음· 물든 마음· 물들지 않은 마음· 광대한 마음· 광대하지 않은 마음 들을 모두 실지대로 압니다. 보살이 이와 같이 타심통의 지혜로 중생의 마음을 압니다.


이 보살은 숙명통(宿命通)이 있어서 한량없이 차별한 지나간 세상의 일을 나니[念知無量宿命差別], 이른바 한 생의 일을 알고, 이 생· 삼 생· 사 생과, 내지 십 생· 이십 생· 삼십 생으로, 백 생· 무량백 생· 무량천 생· 무량백천 생의 일과, 생겨나는 겁[成劫], 망가지는 겁[壞劫], 생겨나고 망가지는 겁[成壞劫], 한량없이 생겨나고 망가지는 겁을 알며, 내가 어느 때 아무 곳에 어떤 이름· 어떤 성· 어떤 가문· 어떤 음식이며, 얼마의 수명으로 얼마나 오래 살았고, 어떤 고통과 낙을 받은 일과, 어디서 죽어 아무 곳에 났고, 아무 데서 죽어 여기 났으며, 어떤 형상· 어떤 모습· 어떤 음성, 이러한 지난 적의 한량없는 차별을 다 기억하여 압니다.


이 보살은 천안통(天眼通)이 청정하여 인간의 눈보다 매우 밝아서, 모든 중생의 나는 때· 죽는 때· 좋은 몸· 나쁜 몸· 좋은 갈래· 나쁜 갈래에 업을 따라 가는 것을 보며, 만일 중생이 몸으로 나쁜 행을 짓고, 말로 나쁜 행을 짓고, 뜻으로 나쁜 행을 지으며, 성현을 비방하고, 나쁜 소견과 나쁜 소견의 업을 구족하면, 그 인연으로 몸이 죽고는 나쁜 갈래에 떨어져서 지옥에 태어나고, 만일 중생이 몸으로 선한 행을 짓고, 말로 선한 행을 짓고, 뜻으로 선한 행을 지으며, 성현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소견과 바른 소견의 업을 구족하면, 그 인연으로 몸이 죽고는 좋은 갈래에 태어나 천상에 나는 것을, 이 보살은 천안통으로 실지대로 모두 압니다. 이 보살은 선정과 삼매와 삼마발저(삼마발저)에 마음대로 들고 나면서도, 그 힘을 따라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보리분(菩提分)을 만족할 수 있는 곳을 따라서 마음과 원력으로 그 가운데 태어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발광지에 머물고는 서원하는 힘으로 많은 부처님을 보게 되나니, 이른바 여러 백 부처님을 보며, 여러 천 부처님을 보며, 여러 백천 부처님을 보며, 내지 여러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봅니다. 모두 광대한 마음과 깊은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탕약과 모든 필수품으로 보시하며, 또한 일체 스님에게 공양하고, 이 선근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며, 그 부처님 계신 데서 공경하여 법을 듣고 받아 지니며, 힘대로 수행하며, 이 보살이 일체 법이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아 인연으로 생기는 줄을 관찰합니다.


소견의 속박[見縛]이 먼저 멸하고, 욕계의 속박, 색계의 속박[色縛], 무색계의 속박[有縛], 무명의 속박[無明縛]이 점점 희박하여지고,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에 모아 쌓지 아니하므로 삿된 탐욕과 삿된 성내는 일과 삿된 어리석음이 모두 끊어지고, 모든 선근이 점점 더 밝고 깨끗해집니다.


불자여, 마치 진금을 공교롭게 연단하면 근량[秤兩]이 줄지 않고 더욱 밝고 깨끗하여 지는 것 같이, 보살도 그와 같아서 이 발광지에 머무르면 모아 쌓지 아니하므로 삿된 탐욕과 삿되게 성내는 일과 삿된 어리석음이 모두 끊어지고, 모든 선근이 점점 더 밝고 깨끗하여지나니, 이 보살의 참는 마음, 화평한 마음, 동하지 않는 마음, 혼탁하지 않은 마음, 높고 낮음이 없는 마음, 갚음을 바라지 않는 마음, 은혜를 갚는 마음, 아첨하지 않는 마음, 속이지 않는 마음, 험피하지 않은 마음들이 점점 청정하여 집니다.


이 보살은 네 가지로 거두어 주는 법 중에서는 이롭게 하는 행이 치우쳐 많고, 십바라밀 중에는 인바라밀(忍波羅蜜)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닦지 아니함은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불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의 제삼 발광지라 합니다. 보살이 이 발광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삼십삼천왕이 되며, 방편으로써 중생들로 하여금 탐욕을 버리고,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로운 행을 하고 일을 함께하나니, 이와 같이 모든 하는 일이 모두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족하려는 생각을 더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중생들 가운데서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썩 나은 이가 되고, 묘하고 미묘하고, 위가 되고 위없는 이가 되고,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만일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백천 삼매를 얻고, 백천 부처님을 보고, 백천 부처님의 신통력을 알고, 백천 부처님의 세계를 진동하며, 내지 백천 가지 몸을 나타내고, 몸마다 백천 보살로 권속을 삼습니다. 만일 이 보살의 훌륭한 원력으로 자재하게 나타내면, 이보다 더 지나가서, 백겁, 천겁으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능히 세어서 알 수 없습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청정하고 잘 머물고 밝고 성한 맘
싫어하고 탐심 없고 해치지 않고
견고하고 용맹하고 넓고 큰 마음
지혜로운 이 이것으로 제삼지에 든다.

 

보살이 발광지에 머물고 보니
모든 법이 괴롭고 깨끗치 않고
무상하고 파괴되고 빨리 멸하고
굳지 않고 안 머물고 왕래가 없어,

 

하염 있는 모든 법 중병(重病)과 같고
슬퍼하고 괴롭고 번뇌에 묶여
삼독의 맹렬한 불 성하게 타서
끝없는 옛 적부터 쉬지 않으며,

 

삼유를 다 여의어 탐하지 않고
부처님의 지혜 구해 딴 생각이 없고
헤아리기 어렵고 짝할 이 없어
한량없고 그지없고 핍박도 없다.


부처 지혜 보고나니 딱하다 중생
고독하여 의지 없고 구할 이 없어
삼독불이 치성한데 항상 곤하고
생사옥에 있으면서 고통 받도다.

 

번뇌에 덮이어서 눈이 멀었고
마음이 용렬하여 법보 잃으며
생사를 따르느라 열반을 두려워하니 [隨順生死怖涅槃]
내가 저를 구하려고 항상 정진해,

 

지혜 얻어 중생을 이익하려면
어떠한 방편으로 해탈케 하리.
여래의 큰 지혜를 여의지 않고
생멸 없는 슬기로 일으켰도다.

 

생각하니 이 지혜 들어서 얻고
이리하여 부지런히 애를 쓰면서
밤낮으로 듣고 익혀 쉬지 않으며
오로지 바른 법을 존중하도다.

 

나라와 재물이며 모든 보물과
처자나 권속들과 국왕의 자리
보살이 법을 위해 공경한 마음
이와 같은 모든 것 능히 버리고,

 

눈과 머리 귀와 코 혀와 치아와
손발과 골수와 염통과 피와 살
이런 것 다 버려도 어렵잖지만
바른 법 듣는 일이 가장 어려워,


어떤 사람 보살에게 와서 하는 말
누구나 큰 불구덩에 몸을 던지면
그에게 불법 보배 일러 주리라.
이 말 듣고 몸 던져도 겁날 것 없어,

 

맹렬한 불 삼천세계 가득 찼는데
범천에서 몸을 던져 뛰어든대도
법을 듣기 위하여선 어렵잖거든
인간의 작은 고통 참지 못하랴?

 

처음 마음 낸 때부터 부처 되도록
그 동안에 닥쳐오는 지옥 고통도
법을 듣기 위하여서 능히 받거든
인간에 모든 괴로움 말도 말아라.

 

법문 듣고 이치대로 생각해 보아
사선정과 무색계의 삼매 얻으며
慈· 悲· 喜· 捨, 오신통이 생겨난대로
그 힘으로 태어나진 아니하리라.

 

삼지 보살 수많은 부처님 보고
공양하고 법문 들어 마음이 결정
삿된 의혹 다 끊으니 더욱 청정해
진금을 연단해도 근량 안 줄듯.

 

이 보살은 도리천왕 흔히 되어서
한량없는 하늘 대중 다 교화하고
탐욕심 버리고 선도(善道)에 있어

한결같이 부처 공덕 구하게 하며,


불자들이 여기서 정진 잘하여
백천 삼매 구족하고 백천 부처님
상호(相好)로 장엄한 몸 모두 보지만
서원하는 힘으로는 이보다 나아,

 

일체 중생 모두 다 이익케 하는
저 여러 보살들의 가장 좋은 행
이와 같은 제삼지 모든 인행을
내가 지금 이치대로 해석했노라.

 

십지품(十地品) [4] - 염혜지(焰慧地)

 

이렇게 광대하고 좋아할 행과
묘하고 수승한 법 불자가 듣고
용맹한 마음으로 크게 환희해
여러 꽃을 흩어서 부처님 공양.

 

이와 같은 묘한 법 연설할 적에
대지(大地)와 바닷물이 다 진동하고
수많은 천녀들이 모두 즐거워
아름다운 음성으로 찬탄하오며,

 

자재천궁 임금도 기뻐 뛰면서
마니주를 공양하고 찬탄하는 말
부처님 나를 위해 출현하시어
제일가는 공덕행을 연설하시니,

 

지혜 있는 이들의 여러 지(地)의 뜻
백천 겁에 듣기가 어렵삽거늘
보살의 거룩한 행 미묘한 법문
내가 이제 뜻밖에 들었나이다.

 

바라건대 총명한 이 이 다음 지(地)의
결정한 뜻 빠짐없이 연설하시어
천상 인간 중생들에 이익 주소서
불자들이 듣기를 원하옵니다.

 

용맹하고 거룩한 해탈월보살
금강장보살에게 간청하는 말
여기서 제사지에 들어가려면
그 행상(行相) 어떠한지 말씀하소서.

 

이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삼지를 이미 청정하게 닦고 제사 염혜지(焰慧地)에 들어가려면 법에 밝은 문[法明門] 열 가지를 수행하여야 합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이른바 중생계를 관찰하고, 법계를 관찰하고, 세계를 관찰하고, 허공계를 관찰하고, 식계(識界)를 관찰하고, 욕계를 관찰하고, 색계를 관찰하고, 무색계를 관찰하고, 넓은 마음으로 믿고 아는 계를 관찰하고 큰 마음으로 믿고 아는 계를 관찰하는 것이니, 보살은 법에 밝은 열 가지 문으로 제사 염혜지에 들어갑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염혜지에 머물면, 능히 열 가지 지혜로써 성숙한 법을 말미암아 안법[內法]을 얻고 여래의 가문에 납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이른바 깊은 마음이 물러가지 않는 연고며, 삼보에 깨끗한 신심을 내어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연고며, 모든 행(行)법이 생멸함을 관찰하는 연고며, 모든 법의 성품이 나지 아니함을 관찰하는 연고며, 세간이 이루어지고 망가짐을 관찰하는 연고며, 업으로 인하여 생(生)이 있음을 관찰하는 연고며, 생사와 열반을 관찰하는 연고며, 중생의 국토에 대한 업을 관찰하는 연고며, 지나간 세월[前際]과 오는 세월[後際]을 관찰하는 연고며, 아무 것도 다할 것이 없음을 관찰하는 연고니, 이것이 열입니다.

 

불자여, 보살은 제사지에 머물러서는,

안의 몸[內身]을 관(觀)하되 몸을 두루 관찰하며, 부지런하고 용맹하게 생각하고 알아서,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없앱니다.

바깥 몸[外身]을 관하되 두루 관찰하며, 부지런하고 용맹하게 생각하고 알아서, 세간의 근심을 없앱니다.

안팎 몸[內外身]을 관하되 몸을 두루 따라 관찰하며, 부지런하고 용맹하게 생각하고 알아서, 세간의 근심을 없앱니다.


이와 같이 안으로 받아들이고[內受] 밖으로 받아들이고 안팎으로 받아들임을 관하되 받아들임을 두루 따라 관찰하며, 안 마음[內心]과 바깥 마음과 안팎 마음을 관하되 마음을 두루 따라 관찰하며, 안법을 관하고 바깥 법을 관하고 안팎법을 관하되 법을 두루 따라 관찰하여, 부지런하고 용맹하게 생각하고 알아서,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없앱니다.


또 이 보살은 아직 생기지 않은 악하고 선하지 못한 법은 생기지 못하게 하려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내어 바로 끊으며, 이미 생긴 악하고 선하지 못한 법을 끊으려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내어 바로 끊으며, 아직 생기지 않은 선한 법은 생기게 하려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내어 바로 행하며, 이미 생긴 선한 법은 잃지 않으려 하며, 더욱 증대하게 하려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내어 바로 행합니다.


또 이 보살은 하려는 정력[欲定]으로 끊는 행을 수행하여 신족통(神足通)을 성취하고,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정진하는 정력과 마음의 정력과 관하는 정력으로 끊는 행을 수행하여 신족통을 성취하고,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또 이 보살은 믿는 근[信根]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여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정진하는 근[精進根]과, 생각하는 근[念根]과 선정의 근[定根]과 지혜의 근[慧根]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또 이 보살은 믿는 힘[信力]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정진하는 힘과 생각하는 힘과 선정의 힘과 지혜의 힘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또 이 보살은 생각하는 각의 부분[念覺分]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법을 선택하는 각의 부분[擇法覺分]과 정진하는 각의 부분[精進覺分]과 기뻐하는 각의 부분[喜覺分]과 가뿐한 각의 부분[猗覺分]과 선정인 각의 부분[定覺分]과 버리는 각의 부분[捨覺分]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또 이 보살은 바른 소견[正見]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바르게 생각함[正思惟]과 바른 말[正語]과 바른 업[正業]과 바른 생명[正命]과 바른 정진[正精進]과 바른 생각[正念]과 바른 선정[正定]을 수행하되, 싫어함을 의지하며 떠남을 의지하며 멸함을 의지하여 버리는 데로 회향합니다.


보살이 이런 공덕을 수행함은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으려는 연고며, 본래의 원으로 지니는 연고며, 대비가 으뜸이 된 연고며, 대자로 성취한 연고며, 온갖 지혜의 지혜를 생각하는 연고며, 장엄한 불국토를 성취하는 연고며, 여래의 힘과 두려움 없음과 함께하지 않는 부처님 법을 성취하고 상호(相好)와 음성을 다 구족하려는 연고며, 상상(上上)인 수승한 도를 구하려는 연고며, 들은 바 매우 깊은 부처님의 해탈을 따르는 연고며, 큰 지혜와 공교한 방편을 생각하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 염혜지에 머물고는 몸이란 소견[身見]이 머리가 되어 나란 고집[我見], 사람이란 고집[人見], 중생이란 고집[衆生見], 오래 산다는 고집[壽命見], 온[薀]·계(界)·처(處)로 일으킨 집착과, 나오고 빠지고 하는 것을 생각하고 관찰하여 다스리는 연고며, 나의 소유인 연고며, 재물인 연고며, 집착하는 곳인 연고로, 이런 모든 것을 다 여읩니다. 이 보살은 만일 업이 여래께서 꾸중하신 것이고, 번뇌에 물든 것으로 보았으면 모두 떠나고, 만일 업이 보살의 도를 따르는 것이고 여래께서 찬탄하신 것으로 보았으면 다 닦아 행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은 일으킨 방편과 지혜로 도와 도를 돕는 부분[助道分]을 닦아 모으고는, 이리하여 윤택한 마음, 부드럽고 연한 마음, 조화롭고 순한 마음, 이익하고 안락케 하는 마음, 잡되고 물들지 않는 마음, 상상의 수승한 법을 구하는 마음, 수승한 지혜를 구하는 마음, 일체 세간을 구호하는 마음, 높은 덕을 공경하고 가르치는 명령을 어기지 않는 마음, 들은 법을 따라서 잘 수행하는 마음을 얻습니다.


이 보살은 은혜를 알고 은혜 갚을 줄을 알며, 마음이 화평하여 함께 있으면서 안락하며, 질직하고 유순하여 빽빽한 숲과 같은 행이 없으며, 나라는 교만이 없고, 가르침을 받아서 말하는 이의 뜻을 얻나니, 이 보살이 이렇게 참는 일을 성취하고, 이렇게 조화하고 부드러움을 성취하고, 이렇게 고요함을 성취합니다. 이렇게 참는 일과 조화하고 부드러움과 고요함을 성취하여 다음 지의 업을 깨끗이 다스리고 마음을 두어 수행할 적에, 쉬지 않는 정진과, 섞이고 물들지 않는 정진과, 물러가지 않는 정진과, 광대한 정진과, 끝이 없는 정진과, 치성한 정진과, 같음이 없는데 같은 정진과, 깨뜨릴 수 없는 정진과, 일체 중생을 성취하는 정진과, 도와 도 아닌 것을 잘 분별하는 정진을 얻습니다.


이 보살은 마음 경계[心界]가 청정하고, 깊은 마음을 잃지 아니하여 깨달아 아는 것이 명쾌하고 선근이 증장하며, 세간의 혼탁을 여의고 모든 의혹을 끊었으며, 밝게 판단함이 구족하고 기쁨이 충만하며, 부처님께서 호념하여 한량없이 좋은 뜻을 모두 성취합니다.


불자여, 보살은 이 염혜지에 머물고는 서원하는 힘으로 많은 부처님을 보게 되나니, 이른바 여러 백 부처님을 보며, 여러 천 부처님을 보며, 여러 백천 부처님을 보며, 내지 여러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봅니다. 모두 공경하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의복과 와구와 음식과 탕약과 모든 필수품을 받들어 이바지하며, 또한 모든 스님들에게 공양하고, 이 선근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며, 이 부처님 계신 데서 공경하여 법을 듣고 받아 지니며, 구족히 수행하고, 다시 저 부처님의 법에 출가하여 수도합니다.


또 다시 닦아서 깊은 마음으로 믿고 이해하며,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 동안에 선근이 더욱 밝고 청정해집니다. 불자여, 마치 은장이[金師]가 진금을 잘 연단하여 장엄거리를 만들면, 다른 금은 미치지 못하나니, 보살마하살도 그러하여 이 지에 있으면서 닦은 선근은 아랫 지의 선근으로는 미칠 수 없습니다. 마니보배의 청정한 광명덩이가 놓는 광명을 다른 보배로는 미칠 수 없어서 폭풍우 따위로는 깨뜨릴 수 없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이 지에 머무르면, 아랫 지의 보살들은 미칠 수 없으며, 마군과 번뇌로도 깨뜨리지 못합니다.


이 보살은 사섭법 중에서는 일을 함께하는 것[同事]이 치우쳐 많고, 십바라밀 중에는 정진바라밀(精進波羅蜜)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닦지 아니함은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불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의 제사 염혜지를 간략히 말한다 합니다. 보살이 이 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수야마천왕이 되며 선방편으로 중생들의 몸이란 소견[身見] 등의 의혹을 제하여 바른 소견에 머물게 하며, 보시하고[布施] 좋은 말을 하고[愛語] 이로운 행을 하고[利行] 일을 함께하나니[同事], 이렇게 하는 일들이 모두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족하려는 생각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썩 나은 이가 되고, 묘하고 미묘하고, 위가 되고 위없는 이가 되고,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이 보살이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억 삼매에 들어가고, 억 부처님을 보고, 억 부처님의 신통력을 알고, 억 부처님의 세계를 진동하며, 내지 억 가지 몸을 나타내고, 몸마다 억 보살로 권속을 삼습니다. 만일 보살의 훌륭한 원력으로 자재하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백 겁 천 겁으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세어서 알 수 없습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보살이 제 삼지를 잘 다스리고
중생계와 세계와 모든 법계와
허공계와 식계(識界)와 삼계를 보고
마음이 열리어서 나아가리라.

 

염혜지에 처음 올라 세력이 늘어
여래 가문 태어나 퇴전치 않고
삼보를 믿는 마음 무너지지 않아
무상하고 나지 않는 법을 보오며.

 

세간이 성괴(成壞)하고 업으로 나며
생사와 열반이며 국토의 업과
앞 세상 뒷 세상과 다함을 보며
행을 닦아 부처님 집에 나나니,

 

이러한 법을 얻고 자비가 늘어
네 가지 염처(念處)를 더욱 닦으며
몸과 받음, 마음과 법, 안팎을 관찰
세간의 탐애심 모두 멸하며,

 

네 가지 부지런함[四正勤] 보살이 닦아
나쁜 법은 없어지고 선이 증장해
사신족(四神足)과 오근 오력 모두 닦으며
칠각분(七覺分) 팔정도도 그렇게 닦고,

 

중생을 건지려고 행을 닦으며
원력으로 보호하고 자비가 으뜸
일체지와 불세계를 모두 구하며
여래의 열 가지 힘 생각하도다.

 

두려움 없는 힘과 함께 않는 법
특별하게 잘 생기고 미묘한 음성
묘한 도와 해탈과 큰 방편들을
얻으려고 저러한 행을 닦느니라.

 

신견(身見)이 머리 되어 62 견(見)과
나라, 내것이라 하는 무량한 종류
온(蘊)과 계(界)와 12처의 모든 집착을
제사지에서 온갖 것을 모두 여의며,

 

여래가 꾸짖으신 번뇌의 행은
이익이 없으므로 끊어버리고
지혜로운 이[智者] 행하는 청정한 업은
중생을 제도하려 모두 지으며,

 

부지런히 행을 닦아 게을지 않으면
열 가지 마음 얻어 다 구족하고
불도를 구하기에 싫음 없으며
직분을 받고 나서 중생을 제도하네.

 

높은 이의 닦는 행을 공경하오며
은혜 알고 교훈 받고 퉁명이 없고
교만 아첨 버리고 마음이 유순
부지런히 행을 닦아 퇴전치 않네.

 

보살이 염혜지에 머물러서는
청정한 맘 영원히 잃지 않으며
깨달음이 결정하고 선이 증장해
의혹과 더러운 때 모두 여의고,

 

이 보살이 인간에서 가장 수승해
나유타 부처님을 공양하오며
바른 법문 듣삽고 출가하여서
저해할 수 없는 일 진금과 같다.

 

보살이 이 지에서 공덕 갖추고
지혜와 방편으로 도를 행하여
마군에게 마음이 퇴전 않으니
묘한 보배 파괴할 이 없음과 같고,

 

이 보살이 수야마 천왕이 되어
모든 법에 자재하여 대중이 존중
중생의 나쁜 소견 없이해 주고
부처 지혜 구하여 선업 닦으며,

 

보살이 정진하는 힘을 쌓아서
삼매 얻고 부처 보기 모두 억(億)이니
서원과 지혜 힘을 나타낸다면
이 보다 나은 것을 알 수 없더라.

 

이러하게 보살의 제사지 법문
수행이 청정하고 미묘한 도가
공덕과 뜻과 지혜 상응하는 일
불자들을 위하여 다 말하노라.

 

십지품(十地品) [5] - 난승지(難勝地)

 

보살이 제 사지(第四地)의 수행을 듣고
법을 깨달아 마음에 환희하거늘
공중에서 꽃비 내려 찬탄하기를

거룩하다, 대사이신 금강장보살,

 

자재천왕 하늘의 대중과 함께
법 듣고 뛰놀면서 허공에 있어
가지가지 광명구름 널리 놓아서
여래께 공양하며 기쁨이 가득,

 

하늘의 채녀들이 풍악 잡히고
말로써 부처 공덕 노래하는데
모두 다 보살들의 위신으로써
노래 속에 이런 말이 섞여나온다.

 

부처 서원 오랜만에 지금에 만족
부처님 도(道) 오랜만에 이제 얻었고
석가모니부처님 천궁에 오시니
하늘 사람 이익한 이 이제 보도다.

 

큰 바다 오랜만에 처음 동하고
부처 광명 오랜만에 지금 놓으며
중생들 오랜만에 비로소 안락
자비하온 음성을 이제 듣노라.

 

공덕행의 저 언덕에 이미 이르고
캄캄한 교만심을 이미 멸하니
끝까지 청정하심 허공 같으며
세상에 물 안들기 연꽃과 같다.

 

대모니(大牟尼) 세존께서 출현하시니
수미산이 바다에서 솟아 나온 듯

공양하면 모든 고통 끝낼 수 있고
공양하면 부처 지혜 얻게 되리라.

 

공양할 데 공양한 복 짝이 없으리니
환희하게 부처님께 공양하시오.

이렇게 한량없이 많은 천녀들
이런 말을 하여서 칭찬하거늘


여럿이 공경하며 기쁨이 가득
부처님 쳐다보며 잠자코 있어,

이 때에 대사이신 해탈월보살
두려움 없으신 금강장에게


바라건대 불자시여, 나를 위하여
제오지(第五地)의 행상(行相)을 말씀하소서.

 

그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사지에서 행할 것을 이미 원만하고, 제오지(第五地)에 들어가려면 열 가지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平等淸淨心]으로 들어가야 하나니,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과거의 불법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미래의 불법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현재의 불법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계율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마음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소견과 의혹을 끊는 데[除見疑悔]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도이고 도 아닌 것을 가리는 지혜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수행하는 지견[修行智見]에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모든 보리분법(菩提分法)을 상상(上上)으로 관찰하는 데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일체 중생을 교화하는 데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이니, 이제 보살마하살은 이 열 가지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으로 보살의 제오지에 들어갑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 제오지에 머물고는, 보리분법을 잘 닦는 연고며, 깊은 마음을 잘 깨끗이 하는 연고며, 상품이고 수승한 도를 더욱 구하는 연고며, 진여를 순종하는 연고며, 원력으로 부지하는 연고며, 일체 중생에게 불쌍히 여기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연고며, 복과 지혜로 도를 돕는 일을 모아 쌓는 연고며, 부지런히 닦기를 쉬지 않는 연고며, 교묘한 방편을 내는 연고며, 상상지(上上智)를 관찰하여 밝게 비치는 연고며, 여래의 호념을 받는 연고며, 지혜의 힘으로 부지하는 연고로 물러가지 않는 마음을 얻습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은 이것이 고성제(苦聖諦)며, 이것이 고집성제(苦集聖諦)며, 이것이 고멸성제(苦滅聖諦)며, 이것이 고멸도성제(苦滅道聖諦)임을 실상대로 아나니, 세속의 이치[俗諦]를 잘 알고, 제일가는 이치[第一義諦]를 잘 알고, 형상의 이치[相諦]를 잘 알고, 차별한 이치[差別諦]를 잘 알고, 성립하는 이치[成立諦]를 잘 알고, 사물의 이치[事諦]를 잘 알고, 생기는 이치[生諦]를 잘 알고, 다하여 생기지 않는 이치[盡無生諦]를 잘 알고, 도에 들어가는 지혜의 이치[入道智諦]를 잘 알고, 모든 보살의 지위가 차례로 성취되는 이치[一切菩薩地次第成就諦]를 잘 알고, 내지 여래의 지혜가 성취되는 이치[如來智成就諦]를 잘 압니다.


이 보살은 중생의 좋아하는 뜻을 따라서 환희케 하려고 세속의 이치를 알며, 한결같은 실상을 통달하려고 제일가는 이치를 알며, 법의 제 모양과 공통한 모양을 깨달으므로 형상의 이치를 알며, 여러 법의 시분과 지위[分位]의 차별을 알므로 차별한 이치를 알며, 온(蘊)과 계(界)와 처(處)를 잘 분별하므로 성립하는 이치를 알며, 몸과 마음의 괴로움을 깨달으므로 사물의 이치를 알며, 여러 갈래와 태어나는 것이 계속 이어짐을 깨달으므로 생기는 이치를 알며, 모든 뜨겁던 번뇌가 필경에 멸하므로 다하여 생기지 않는 지혜의 이치[盡無生智諦]를 알며, 둘이 없는 것을 내므로 도에 들어가는 지혜의 이치를 알며, 모든 행상(行相)을 바로 깨달으므로 모든 보살의 지위가 차례로 성취되는 이치와 내지 여래의 지혜가 성취되는 이치를 아나니, 믿고 이해하는 지혜의 힘[信解力智]으로 아는 것이고, 끝까지 이른 지혜의 힘[究竟智力]으로 아는 것은 아닙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이치를 아는 지혜를 얻고는, 모든 함이 있는 법[有爲法]이 허망하고 거짓되어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는 줄을 실상대로 아나니, 보살은 이 때에 중생들에게 대비심이 점점 더하여 대자(大慈)의 광명을 냅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이러한 지혜의 힘을 얻고는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아니하고 부처님 지혜를 항상 구하여, 모든 함이 있는 행의 지난 적[前際]과 오는 적[後際]을 실상대로 관찰하나니, 지난 적의 무명(無明)으로부터 사랑함이 있으므로 나는 일이 있으며, 생사에 헤매면서 오온이란 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고통무더기가 증장하며, 나[我]도 없고 오래사는 이[壽者]도 없고 길러주는 이[養育者]도 없으며, 다시 뒷갈래[後趣]의 몸을 자주자주 받을 이도없어, 나와 내 것을 여읜 줄을 아나니, 지난 적과 같이 오는 적도 그와 같아서 아무 것도 없으며, 허망하게 탐하고 집착함을 끊어버리면 벗어나게 되어, 있거나 없거나를 모두다 사실대로 압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범부들이 어리석고 지혜가 없으니 매우 딱하도다. 무수한 몸이 이미 없어졌고, 지금 없어지고, 장차 없어질 것이며, 이렇게 끝까지 없어지건마는, 몸에 대하여 싫증은 내지 않고, 기계적으로 받는 고통만 더욱 증장하여 생사에 헤매면서 돌아올 줄을 모르고, 오온의 굴택에서 벗어나기를 구하지 아니하며, 네 마리 독사가 무서운 줄을 알지 못하고, 교만과 잘못된 소견의 화살을 뽑지 못하며, 삼독의 불을 끄지 못하고, 무명의 어둠을 깨트리지 못하고, 애욕(愛欲)의 바다를 말리지 못하고 열 가지 힘을 가진 대도사를 희구할 줄 모르고, 마군의 생각의 숲속에 들어가서 나고 죽는 바다에서 깨닫고 관찰하는 파도[覺觀波濤]에 휩쓸리는구나.”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또 생각하기를 “이 중생들이 이런 고통을 받으며 고독하고 곤궁하지마는, 구할 이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고 섬도 없고 집도 없고 인도할 이도 없고 눈도 없어서, 무명에 덮이고 어둠에 싸였으니, 내가 저 일체 중생을 위하여 복과 지혜로 도를 돕는 법을 수행하되, 혼자서 발심하고 동무를 구하지 아니할 것이며, 여러 중생으로 하여금 이 공덕을 의지하여 필경까지 청정하며, 내지 여래의 열 가지 힘과 걸림없는 지혜를 얻게 하리라”고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이 이런 지혜로 관찰하며 닦는 선근은, 모두 일체 중생을 구호하며, 일체 중생을 이익하며, 일체 중생을 안락케 하며,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기며, 일체 중생을 성취하며, 일체 중생을 해탈케 하며, 일체 중생을 거두어 주며,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시끄러운 괴로움을 여의게 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청정함을 얻게 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조복케 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반열반에 들게 합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 제오(第五)의 난승지(難勝地)에 머물면, 생각하는 이라 이름하나니 모든 법을 잊지 않는 연고며, 지혜 있는 이라 하나니 잘 결정하는 연고며, 지취[趣]가 있는 이라 하나니 경의 이치가 차례로 연합(連合)되는 연고며, 부끄러움을 아는 이라 하나니, 스스로 보호하고 남을 보호하는 연고며, 굳은 이라 하나니 계행을 버리지 않는 연고며, 깨달은 이라 하나니 옳은 곳·그른 곳을 관찰하는 연고며, 슬기를 따르는 이라 하나니 다른 것을 따르지 않는 연고며, 지혜를 따르는 이라 하나니 이치에 맞고 맞지 않는 말을 잘 아는 연고며, 신통있는 이라 하나니 선정을 닦는 연고며, 교묘한 방편이 있는 이라 하나니 세상을 따라 행하는 연고입니다.


만족함이 없는 이라 하나니 복덕을 잘 모으는 연고며, 쉬지 않는 이라 하나니 항상 지혜를 구하는 연고며, 고달프지 않는 이라 하나니 대자비를 모으는 연고며, 남을 위하여 부지런히 수행하는 이라 하나니 일체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하려는 연고며, 부지런히 구하고 게으르지 않는 이라 하나니 여래의 역(力)과 무외(無畏)와 불공법(不共法)을 구하는 연고며, 뜻을 내어 능히 행하는 이라 하나니 부처님 세계를 장엄함을 성취하는 연고며, 여러 가지 선한 업을 부지런히 닦는 이라 하나니 상호를 구족하는 연고며, 항상 수행하는 이라 하나니 부처님의 몸과 말과 뜻을 장엄하기를 구하는 연고며, 법을 크게 존중하고 존경하는 이라 하나니 일체 보살과 법사에게서 가르치는 대로 행하는 연고며, 마음에 장애가 없는 이라 하나니 큰 방편으로 세간에 항상 다니는 연고며, 다른 마음을 밤낮으로 여의는 이라 하나니 일체 중생을 교화하기를 항상 좋아하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이렇게 부지런히 행할 때에 보시함으로 중생을 교화하며, 좋은 말과 이익한 행과 일을 함께 함으로써 중생을 교화하며, 색신을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며, 법을 연설하여 중생을 교화하며, 보살의 행을 보여서 중생을 교화하며, 여래의 큰 위엄을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며, 나고 죽는 허물을 보여서 중생을 교화하며, 여래의 지혜와 이익을 칭찬하여 중생을 교화하며, 큰 신통력을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며, 여러 가지 방편의 행으로 중생을 교화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부지런한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는데, 마음이 서로 계속하여 부처님의 지혜에 나아가며, 짓는 선근이 퇴전하지 아니하며, 수승하게 행하는 법을 부지런히 배웁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중생을 이익케 하기 위하여 세간의 기예를 모두 익히나니, 이른바 글과 산수와 그림과 서적과 인장과 지대(地帶)· 수대(水帶)· 화대(火帶)· 풍대(風帶)와 가지가지 언론을 모두 통달하며, 처방법을 잘 알아서 여러 가지 병과 간질과 미친 증세와 소갈병들을 치료하며, 귀신이 지피고 도깨비에 놀래고 모든 방자와 저주를 능히 제멸하며, 문장과 글씨와 시와 노래와 춤과 풍악과 연예와 웃음거리와 고담과 재담 따위를 모두 잘 하며, 도성과 성시와 촌락과 가옥과 원림과 샘과 못과 내와 풀과 나무와 꽃과 약초들을 계획하고 가꾸는데 모두 묘리[宜]가 있고, 금· 은· 마니· 진주· 유리· 나패· 벽옥· 산호 등의 있는 데를 다 알고 파내어 사람들에게 보이며, 일월성신이나, 새가 울고 천둥하고 지진하고 길하고 흉한 것이나, 상과 신수가 좋고 나쁜 것을 잘 관찰하여 조금도 틀리지 아니합니다. 계행을 가지고 선정에 들고, 신통의 도술과 사무량심[四無量]과 사무색정(四無色定)과, 그 외의 여러 가지 세간일로서 중생을 해롭히지 않고 이익하는 일이면 모두 일러 보이어 위없는 불법에 머물게 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난승지에 머물고는 서원하는 힘으로 많은 부처님을 보게 되나니, 이른바 여러 백 부처님을 보며, 여러 천 부처님을 보며, 여러 백천 부처님을 보며, 내지 여러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을 보는 데, 모두 공경하고 존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탕약과 모든 필수품을 받들어 이바지하며, 모든 스님들에게도 공양하고, 이 선근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며, 이 부처님 계신 데서 공경하여 법을 듣고 받아 지니며 힘을 따라 수행하고, 다시 저 부처님의 법에서 출가합니다.


출가하고는 또 법을 듣고 다라니를 얻어서 듣고 지니는 법사가 되어, 이 지에 있으면서 백 겁을 지내고, 천 겁을 지내고, 내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겁 동안에 닦은 선근이 점점 더 밝고 청정해집니다. 불자여, 마치 진금을 자거(硨磲)로써 갈고 닦으면 더욱 밝고 깨끗하여지나니 이 지에 있는 보살의 선근도 그와 같아서 방편과 지혜로 생각하고 관찰하므로 더욱 밝고 깨끗하여집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난승지에 있으면서 방편과 지혜로 성취한 공덕은 아랫 지의 선근으로는 미칠 수 없습니다. 불자여, 마치 해나 달이나 별들의 광명은 바람의 힘으로 유지되는 것이어서 저해할 수 없으며, 다른 바람으로도 동요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지의 보살이 가진 선근도 그와 같아서 방편과 지혜로 따르면서 관찰하는 것이므로 저해할 수 없으며, 모든 성문이나 독각이나 세간의 선근으로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 보살은 십바라밀 중에서 선정[禪]바라밀이 치우쳐 많으니, 다른 것을 닦지 아니함은 아니지마는 힘을 따르고 분한을 따를 뿐입니다.


불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의 제오 난승지를 간략히 말한다 합니다. 보살이 이 지에 머물러서는 흔히 도솔타천왕(兜率陀天王)이 되며, 중생들에게 하는 일이 자재하여 모든 외도들의 삿된 소견을 굴복하고, 중생들로 하여금 진실한 이치에 머물게 하며, 보시하고 좋은 말을 하고 이익한 행을 하고 일을 함께 하나니, 이렇게 하는 일들이 모두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함을 떠나지 아니하며, 내지 갖가지 지혜와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족하려는 생각을 떠나지 아니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내가 중생들 가운데 머리가 되고 나은 이가 되고 썩 나은 이가 되고, 묘하고 미묘하고, 위가 되고 위없는 이가 되고, 내지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로 의지함이 되리라” 합니다. 이 보살이 부지런히 정진하면 잠깐 동안에 천억 삼매를 얻고, 천억 부처님을 보고, 천억 부처님의 신통력을 알고, 천억 부처님의 세계를 진동하며, 내지 천억 몸을 나타내고, 몸마다 천억 보살로 권속을 삼습니다. 만일 이 보살의 훌륭한 원력으로 자재하게 나타내면 이보다 지나가서, 백 겁 천 겁으로 내지 백천억 나유타 겁에도 세어서 알 수 없습니다.”

 

그 때 금강장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보살의 제사지가 청정했으면
삼세 불법 평등함과 계(戒)와 마음과
의심 덜고 도(道)와 비도(非道) 생각하나니
이렇게 관찰하여 오지(五地)에 들고,

 

사념처는 활이 되고 근은 살[箭]이 되며
정근(正勤)은 말이 되고 신족은 수레
오력의 갑옷으로 대적 파하며
용맹하게 안 물러나 오지에 들며,

 

부끄러움은 옷이요 각분(覺分)은 화만
선정은 바르는 향, 계(戒)도 향 되고
지혜와 방편으로 묘하게 장엄해
총지(總持) 숲과 삼매 동산 들어가도다.

 

여의(如意)는 발이 되고 정념(正念)의 목에
자비로 눈을 삼고 지혜는 치아
인간의 사자로서 무아(無我)의 외침
번뇌의 원수 깨뜨리고 오지에 든다.

 

보살이 제오지에 머물러서는
매우 높고 청정한 도 더욱 닦으며
불법을 구하느라 퇴전치 않고
자비를 생각하여 게으름 없어,

 

복과 지혜 좋은 공덕 쌓아 모으며
부지런함과 방편으로 상지(上地)를 관하고
부처님의 가피(加被)로 지혜를 구족
실상대로 사제(四諦)를 분명히 아네.

 

세속 이치 참된 이치 형상의 이치
차별하고 성립하고 사물의 이치
생기는 법 다하는 법 도에 드는 법
여래의 걸림없는 이치를 알며,

 

이런 이치 관찰함이 비록 묘하나
걸림없는 좋은 해탈 못 얻지마는
이것이 큰 공덕을 능히 내므로
세간의 모든 지혜 뛰어 넘나니,

 

이치를 관찰하니 함이 있는 법
허망하여 견실하지 못함을 알고
부처님의 자비한 광명을 얻어
중생을 이익하려 지혜 구하네.

 

함이 있는 모든 법 앞뒤를 보니
무명과 어두움과 애욕에 묶여
고통 바다 헤매면서 오고 또 가고
나[我]도 없고 사람도 수명도 없어,

 

애정과 취함으로 고통 받나니
끝단 데를 구하여도 찾을 수 없고
떠내려가 돌아올 기약 없으매
불쌍한 이런 이를 제도하리라.

 

오온 집과 사대 독사 소견은 화살
타는 마음 맹렬하고 우치도 겹겹
애욕 강에 휨쓸려서 볼 겨를 없고
고통 바다 헤매는데 길잡이 없어,

 

이렇게 알고 나서 늘 정진하며
짓는 일이 중생을 건지려 하매
이름하여 생각 있는 이 지혜 있는 이
깨달은 이 방편 있는 이라 하더라.

 

복과 지혜 닦아서 만족 모르며
공경하고 많이 알아 피곤치 않고
국토거나 상호를 모두 장엄해
이러한 모든 것이 중생 위하네.

 

세간의 모든 사람 교화하려고
글씨와 인장들고 산수를 알며
방문과 여러 약을 모두 잘 알아
모든 병을 치료하여 쾌차케 하며

 

글 잘하고 노래하고 춤도 잘 추고
집 짓는 일 공원 설계 모두 잘 하며
땅에 묻힌 보배도 캐내어 보여서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케 하네.

 

일월성신 천문 보고 지진도 알고
상을 보아 길흉 알고 사선정들과
무색계의 사정이며 모든 신통을
세간을 이익하려 모두 말한다,

 

난승지에 머무른 지혜 있는 이
무량불께 공양하며 법을 듣나니
보배로써 진금을 마찰하는 듯
모든 선근 점점 더 밝고 깨끗해,

 

비유하면 별들이 허공에 있어
바람으로 유지되고 변동 없는 듯
연꽃에 물방울이 맺혀 구르듯
보살이 이와 같이 세상에 사네.

 

흔하게는 도솔타천왕이 되어
외도들의 나쁜 소견 꺾어버리고
부처 지혜 위하여 선을 닦으며
열 가지 힘을 얻어 중생을 구호,

 

저는 또 수행하며 크게 정진해
천억 부처 뵈옵고 공양하오며
얻는 삼매, 세계 진동, 모두가 천억
원력으로 지을 적엔 이보다 많아,

 

이러한 다섯 째의 난승지 보살
인간에서 가장 높은 진실한 도를
내가 지금 여러 가지 방편으로써
불자를 위하여서 말하였노라.


십지품(十地品) [6] - 현전지(現前地)

 

보살이 뛰어난 행 듣고 나서는
마음이 환희하여 꽃비 내리며
깨끗한 광명 놓고 진주를 흩어
여래께 공양하고 칭찬 올리네.

 

백천의 하늘 무리 기뻐 날뛰며
공중에서 여러 가지 보배를 흩고
화만과 영락이며 당기와 깃발
일산과 향으로써 부처님 공양,

 

자재천의 천왕과 여러 권속들
환희한 마음으로 공중에 있어
보배 흩어 구름되어 공양하면서
불자여, 좋은 법문 말씀하시네.

 

한량없는 천녀들 허공 중에서
풍악 잡혀 부처님 찬탄하더니
음악 속에 이러한 말을 내어서
부처 말씀 번뇌와 병 덜어주시다.

 

법의 성품 고요하고 형상이 없어
허공이 모든 분별 없는 것 같이
모든 집착 초월하고 말이 끊어져
진실하고 평등하여 항상 청정해,

 

모든 법의 성품을 통달한다면
있건 없건 마음이 동하지 않고
세상을 구원하려 수행하나니
그는 부처님께서 말한 참 불자로다. [此佛口生真佛子]

 

겉모양 집착 않고 보시 행하며
모든 악이 끊긴 채 계행 지니고
법에 해(害)가 없는 데 항상 참으며
법의 성품 여읜 줄 알고 정진해,

 

번뇌가 다했는데 선정에 들고
공한 성품 잘 알고 분별해
지혜와 힘 구족하고 널리 건지니
모든 악을 제멸하여 대사(大士)라 한다.

 

그렇게 묘한 음성 천만 가지로
찬탄하고 부처님 우러러보니
해탈월이 금강장께 여쭙는 말씀
다음 지에 드는 행상 어떠합니까?

 

그 때 금강장보살이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오지를 구족하고 제육(第六) 현전지(現前地)에 들려면, 열 가지 평등한 법을 관찰하여야 합니다. 무엇이 열인가? 일체 법이 형상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자체가 없으므로 평등하고, 나는 일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성장함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본래부터 청정하므로 평등하고, 희롱(戱弄)의 말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취하고 버림이 없으므로 평등하고, 고요하므로 평등하고, 요술 같고 꿈 같고 영상 같고 메아리 같고 물 속의 달 같고 거울 속의 모습 같고 아지랑이 같고 화현(化現)과 같으므로 평등하며, 있고 없음이 둘이 아니므로 평등합니다.


보살이 이렇게 일체 법을 관찰하여 제 성품이 청정하고, 따라 순종하며 어김이 없으면 제육 현전지에 들어가나니 밝고 이로운 수순인(隨順忍)은 얻었으나 무생법인(無生法忍)은 얻지 못하였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이 이렇게 관찰하고는 다시 대비(大悲)를 으뜸으로 하여 대비가 늘어나고 대비가 만족하며, 세간의 나고 멸함을 관찰하여 이런 생각을 합니다. “세간에 태어나는 것이 모두 나[我]에 집착한 탓이니, 만일 나를 여의면 날 곳이 없으리라.”


또 생각하기를 “범부는 지혜가 없어 나에 집착하여 항상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하며, 바르게 생각하지 못하고 허망한 행을 일으키어 사특한 도를 행하므로, 죄 받을 업[罪業]과 복 받을 업[福業]과 변동하지 않는 업[不動業]이 쌓이고 증장하며, 여러 가지 행에 마음의 종자를 심고 번뇌[漏]도 있고 취함[取]도 있으므로, 다시 오는 생의 나고 늙고 죽음을 일으키나니, 이른바 업은 밭이 되고, 식(識)은 종자가 되는데, 무명(無明)이 덮이고, 애정의 물이 축여주고, 나[我]라는 교만이 물을 대어주므로 소견이 증장하여 명색(名色)이란 싹이 나느니라.


명색이 증장하여 오근(五根)이 생기고, 여러 근(根)이 상대하여 촉(觸)이 생기고, 촉과 상대하여 수(受)가 생기고, 수(受) 뒤에 희망하여 구하므로 애(愛)가 생기고, 애가 증장하여 취(取)가 생기고, 취가 증장하여 유(有)가 생기고, 유가 생겨 여러 갈래 중에 오온으로 된 몸[五薀身]을 일으키는 것을 난다[生]고 하고, 나서는 변하고 쇠하는 것을 늙는다[老]고 하고, 필경에 없어지는 것을 죽는다[死]고 하며, 늙어서 죽는 동안에 여러 가지 시끄러움[熱惱]이 생기고, 시끄러움으로 인하여 근심하고 걱정하고 슬퍼하고 탄식하는 여러 가지 고통이 모이느니라. 이는 인연으로 모이는 것이요 모으는 이가 없으며, 그와 같이 멸하는 것이요, 멸하는 이가 없나니, 보살이 이런 인연으로 생기는 모양을 따라서 관찰하느니라”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일가는 이치[第一義諦]를 알지 못하므로 무명이라 하고, 지어놓은 업과(業果)를 행(行)이라 하고, 행을 의지한 첫 마음이 식(識)이요, 식과 함께 난 사취온(四取薀)을 명색(名色)이라 하고, 명색이 증장하여 육처(六處)가 되고, 근(根)과 경(境)과 식(識)의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을 촉(觸)이라 하고, 촉과 함께 생긴 것을 수(受)라 하고, 수에 물드는 것을 애(愛)라 하고, 애가 증장한 것을 취(取)라 하고, 취가 일으킨 유루업(有漏業)이 유(有)가 되고, 업으로부터 온(薀)을 일으키는 것을 나는 것[生]이라 하고, 온이 성숙함을 늙음[老]이라 하고, 온이 무너짐을 죽음[死]이라 하고, 죽을 적에 이별하는 것을 어리석어 탐내고 그리워하여 가슴이 답답한 것을 걱정이라 하고, 눈물 흘리며 슬퍼함을 탄식이라 하나니, 오근에 있어서는 괴로움이라 하고, 뜻에 있어서는 근심이라 하고, 근심과 괴로움이 점점 많아지면 시달림이라 하나니, 이리하여 괴로움이란 나무가 자라거니와, 나도 없고 내것도 없고 짓는 이도 없고 받는 이도 없도다.”

 

또 생각하기를 “만일 짓는 이가 있으면 짓는 일이 있을 것이요, 만일 짓는 이가 없으면 짓는 일도 없을 것이니, 제일가는 이치에는 모두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로다” 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삼계에 있는 것이 오직 한 마음뿐인데, 여래가 이것을 분별하여 십이유지(十二有支; 十二緣起)라 말하였으니, 다 한 마음을 의지하여 이렇게 세운 것이로다. 무슨 까닭인가? 일을 따라서 생기는 탐욕이 마음과 함께 나나니, 마음은 식(識)이요, 일은 행(行)이라. 행에 미혹함이 무명(無明)이며, 무명과 마음으로 더불어 함께 나는 것이 명색(名色)이요, 명색이 증장한 것이 육처(六處)요, 육처의 셋이 합한 것이 촉(觸)이요, 촉과 함께 생긴 것이 수(受)요, 수가 싫어함이 없는 것이 애(愛)요, 애가 거두어 버리지 아니함이 취(取)요, 이 여러 존재의 가지[支]가 생기는 것이 유(有)요, 유가 일으킨 것이 태어남[生]이요, 나서 성숙함이 늙음[死]이요, 늙어서 무너짐을 죽음[死]이라 하도다” 합니다.


불자여, 이 가운데서

무명(無明)에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중생으로 하여금 반연한 바를 미혹하게 함이요, 둘은 행(行)이 생겨나는 인(因)이 됩니다.

행(行)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장래의 과보를 내는 것이요, 둘은 식(識)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식(識)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여러 유(有)를 서로 계속하게 함이요, 둘은 명색(名色)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명색(名色)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서로 도와서 성립케 함이요, 둘은 육처(六處)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육처(六處)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각각 경계를 취함이요, 둘은 촉(觸)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촉(觸)에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반연할 것을 능히 부딪침이요, 둘은 수(受)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수(受)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사랑스러운 일과 미운 일을 받아들임이요, 둘은 애(愛)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애(愛)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사랑할 만한 일에 물듦이요, 둘은 취(取)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취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여러 가지 번뇌를 서로 계속케 함이요, 둘은 유(有)가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유(有)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다른 갈래에 태어나게 함이요, 둘은 태어남[生]이 생겨나는 인이 됩니다.

태어남[生]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여러 온(薀)을 일으킴이요, 둘은 늙음[老]이 오게 하는 인이 됩니다.

늙음[老]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여러 근(根)이 변동하게 함이요, 둘은 죽음[死]이 이르게 하는 인이 됩니다.

죽음[死]에도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모든 행(行)을 파괴함이요, 둘은 알지 못하므로 서로 계속되어 끊어지지 않습니다.


불자여, 이 가운데서 무명은 행의 연이 되고, 내지 나는 것은 늙어 죽음의 연이 된다는 것은, 무명이나 내지 태어남이 연이 되어서 행이나 내지 늙어 죽음으로 하여금 끊어지지 않게 하고 도와서 이루게 하는 연고입니다.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내지 태어남이 멸하면 늙어 죽음이 멸한다는 것은 무명이나 내지 태어남이

연(緣)이 되지 않아서 행이나 내지 늙어 죽음으로 하여금 끊어져 없어져서 도와서 이루게 하지 않는 연고입니다.


불자여, 이 가운데서 무명과 애와 취가 끊어지지 않는 것은 번뇌의 길이요, 행과 유가 끊어지지 않는 것은 업의 길이요, 다른 것이 끊어지지 않는 것은 고통의 길입니다. 앞의 것[前際]이라, 뒤의 것[後際]이라 하는 분별이 멸하면 삼도(三道)가 끊어지나니, 이렇게 삼도가 나와 내 것을 여의고, 나고 멸하는 것만이 있는 것은 마치 묶어 세운 갈대[束蘆]와 같습니다.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과거를 관(觀)함이요, 식과 내지 수는 현재를 관함이요, 애와 내지 유는 미래를 관함이니, 이 뒤부터 차츰차츰 서로 계속합니다.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관찰하고 의지하여 끊는[觀待斷] 것입니다. 또 십이유지(十二有支)를 세 가지 괴로움[三苦]이라 하나니, 이 가운데서 무명과 행과 내지 육처는 변천하는 괴로움[行苦]이요, 촉과 수는 괴로운 데 괴로움[苦苦]이요, 다른 것들은 무너지는 괴로움[壤苦]입니다.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세 가지 괴로움이 끊어지는 것입니다.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무명의 인연으로 여러 행을 내는 것이요,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무명이 없으므로 여러 행도 멸함이니, 다른 것들도 역시 그러합니다. 또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얽매여 속박됨[繫縛]을 내는 것이요,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얽매여 속박됨을 멸하는 것이니, 다른 것들도 역시 그러합니다.


무명이 행의 연이 된다 함은 아무 것도 없는 관찰을 따름이요,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한다 함은 다하여 멸하는 관찰을 따름이니, 다른 것도 역시 그러합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열 가지의 역순(逆順)으로 모든 연기(緣起)를 관찰하나니, 이른바 십이유지(十二有支)가 계속하는 연고며, 한 마음에 포섭되는 연고며, 자기의 업이 다른 연고며, 서로 여의지 않는 연고며, 삼도(三道)가 끊어지지 않는 연고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찰하는 연고며, 세 가지 괴로움이 모이는 연고며, 인연으로 나고 없어지는 연고며, 얽매여 속박됨을 내고 멸하는 연고며, 아무것도 없고 다함을 관하는[無所有盡觀] 연고입니다.(계속)

 


Anugama - Shamanic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