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 입력 2013.08.03 18:35
[앵커] 민주당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보고대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한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국 현안을 풀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제안하고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촛불 집회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박조은 기자! 민주당 국민보고대회 지금 진행중이죠?
[기자] 민주당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30여분 동안의 사전 행사가 마치고 조금 전 6시부터 국민보고대회 본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무대 위로 대형 태극기를 들고 나오면서 행사의 막이 올랐습니다.
국민의례와 홍보 동영상 상영에 이어 곧 김한길 대표의 연설이 이어질 예정인데요, 김한길 대표는 오늘 보고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제안할 계획입니다. 현재 국정원 개혁과 국정조사 중단 사태 등 얽힌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집권세력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결단이 아니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회담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오늘 집회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집중 제기하고, 국정원 개혁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특히, 저녁 7시쯤 민주당이 개최하는 국민보고대회가 끝난 뒤 같은 자리에서 열리는 시민단체의 촛불집회에도 참여할 방침입니다.
당초 의원 개인 별로 참석여부를 정하기로 했던 방침을 바꿔 당 차원에서 범국민 대회에 참석하고, 신경민 최고위원이 대표로 발언에 나섭니다.
[앵커] 민주당의 장외집회에 대해 새누리당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새누리당 먼저, 민주당의 단독회담 제안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입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오후 브리핑에서 국정원 국정조사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문제라며 국회가 스스로 입법부의 역할을 작아지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윤 수석은 또,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거듭 강조했는데요. 이제까지 수많은 장외투쟁을 돌이켜보면 승자는 없이 모두가 패자였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갔다며 장외투쟁을 중단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오늘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를 지켜본 뒤, 내일쯤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국정원 국정조사 기간이 오는 15일까지라 늦어도 모레까지 증인을 채택하지 못하면 사실상 국정조사가 어려워져 민주당이 전면적인 장외투쟁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쟁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조사 출석 보장과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 채택은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YTN 박조은입니다.
靑 '朴대통령과 단독회담' 김한길 제안에 '무반응'
연합뉴스 | 입력 2013.08.03 15:58 | 수정 2013.08.03 16:16
"국회에서 해결할 문제"라는 朴대통령 발언 연장선상
여야 대치 오래가면 하반기 국정운영에 부담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청와대는 3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국회 국정조사 파행 등으로 얽힌 현 정국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제안한 것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는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무(無)반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태도는 민주당의 이번 장외투쟁은 국정조사 등을 놓고 불거진 여야간 갈등이 원인인 만큼, 여야가 국회 내에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내에서 "'여야 대표회담'을 비롯해 여야 협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반응을 내놓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은 근본적으로 박 대통령과는 무관한 사안이라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6월24일 김 대표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결단을 촉구한 서한을 보냈을 때에도 "국정원에 문제가 있었다면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절차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었다.
또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양측간 입장 차로 꼬인 실타래가 풀리지 않으면 정국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간 회담이 성사되지 않고 여야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면 박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야간 대치가 장기간 계속되면 민생입법 국회통과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outh@yna.co.kr]
김한길, 朴대통령에 회담 제안.."국정원사건 입장 분명히 밝혀야"
뉴시스 | 배민욱 | 입력 2013.08.03 18:48
【서울=뉴시스】배민욱 강세훈 기자 =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3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회담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촉구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사전 조율, 의전은 필요없다. 언제 어디서든 박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박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정국을 풀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성역없는 진상규명과 성역없는 관련자 처벌을 약속해야 한다"며 "국정원 개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를 국민앞에 천명해야 한다. 사과할일이 있으면 국민앞에 나서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기간을 전후에 몇달동안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다. 그 하나하나가 수십년간 없었던 헌정파괴 행위였다"며 "국가정보 기관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일이다. 민주주의를 짓밟은 국기문란 사건이다. 국정원이 대선 개입 사건 덮으려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 공개한 것도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경찰은 사건을 은폐·축소하면서 대선 3일전 거짓 수사 발표로 국민을 속인일도 국기문란 사건이다. 회의록이 박근혜 캠프에 불법 유출된 일, 대선에 활용한 일 심각한 국기문란 사건 아니냐"라며 "민주주의를 짓밟은 국기문란 사건 규명하는 일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핵심 인물을 청문회로 불러내는 것에 반대했다. 국정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휴가를 떠났다"며 "이건 국민을 우하고 민주주의와 역사를 우롱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밤에도 광장에서 진실의 촛불이 타오른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진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면 국민에게도 외면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국정원의 사건으로 역사가 후퇴하고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 과거를 연장한다고 해서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은 하루빨리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진짜 미래 만들어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mkbae@newsis.com, kangse@newsis.com]
김한길 "與는 정국 풀 열쇠 없어... 대통령 결단해야"
연합뉴스 | 입력 2013.08.03 11:25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박경준 기자 =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3일 "지금 여당 지도부에게 정국을 풀 열쇠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이 아니면 누가 이 상황을 타개하겠나"라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회담 제안 이유를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국정원 대선 개입과 관련해)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함께 관련자 처벌, 국정원을 개혁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천명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다.
- 박 대통령과 담판을 제안한 이유는?
▲ 그럴 시점이 되지 않았나 얘기한 것이다. 지금 여당 지도부에게 정국을 풀 열쇠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엄중한 상황에 처한 정국을 풀려면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상황 타개를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 구체적인 회동 방식은?
▲ 지금은 형식이나 의제, 사전의제 조율이 필요하지 않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의전이나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의제는 이미 국민 앞에 드러나 있다. 우리의 입장도 명백히 나와 있다.
-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의 여야대표회담 추진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인가?
▲ 지금 여당 대표나 지도부가 정국을 풀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렇게(박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집권세력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으면 누가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겠는가?
- 청와대 담판이 성사되면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로 돌아갈 수 있나?
▲ (박 대통령이) 만나준다고 풀리는 게 아니다.
- 야당이 장외투쟁을 거두고 국회로 돌아가려면 어떤 요건이 충족돼야 하나?
▲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관련자들의 처벌이 있어야 한다. 국민과 국회에 의한 국정원의 전면적인 개혁 의지를 담은 대통령의 분명한 태도가 천명돼야 한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2월 16일 마지막 TV토론에서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다는 증거가 없는 걸로 나왔다'고 말하는 등 사실과 달리 단언했던 점과 정국을 이렇게까지 악화시킨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저녁 집회에서 대통령과의 회담을 정식으로 제안할 것이다.
- 여당에서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대선 불복이 아니냐'고 주장하는데....
▲ (우리가) 굉장히 여러 번 얘기했는데, 왜 그렇게 (대선불복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부추기는지, 그래 주길 원하는 것인지 그 분들의 의도를 알 수 없다. [bingsoo@yna.co.kr, kjpark@yna.co.kr]
김한길 "엄중한 정국 대화로 풀자" 朴대통령에 회담제안
[아시아경제] 최종수정 2013.08.03 20:11기사입력 2013.08.03 19:22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인원 기자]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파행과 관련한 장외투쟁 첫 주말을 맞이한 민주당은 3일 일반국민들과 함께하는 첫 대중집회를 열었다.
김한길 대표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당 지도부와 110여명의 소속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제1 야당 민주당의 대표로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한다"면서 "사전조율이나 의전이 필요없다. 언제든 어디서든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이 엄중한 정국을 풀어내야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담제안에 앞서 박 대통령을 향해 "성역없는 진상규명과 성역없는 책임자 처벌, 국민과 국회에 의한 국정원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국민앞에 천명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할 일이 있으면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솔직하게 사과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늘 밤에도 광장에서 진실을 촛불이 타오른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국민이 다 아는 진실을 대통령과 새누리당만이 모르고 있는 것인가"라며 따지고는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다 알면서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면, 외면하면 할수록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국정원의 전횡으로 역사가 후퇴하고 있고 민주주의 퇴행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 중앙정보부 정치가 다시 부활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독일 빌리브란트 수상이 '과거를 연장한다고 해서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은 것은 아니다'고 한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도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헌정질서를 바로잡고 진짜 미래를 만들어가야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진실은폐를 위한 국정조사 거부공작을 즉각 중단해야한다"면서 "더이상의 거부행위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가 아니고서는 무엇이겠나"라고 따졌다. 그는 "민주당과 국민의 요구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국정원 개혁하자는 것"이라면서 진상규명,책임자처벌,국정원개혁,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의 불법 공작에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정녕 부끄러움이 없다면 남재준 원장을 즉각 해임하고 국조를 정상화 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 셀프개혁 지시로 국정원 개혁을 얼버무릴 게 아니라 국정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송두리채 개혁하자는 국민과 민주당의 요구에 박근혜 대통령은 응답해야한다"면서 "민주당은 지난 대선결과에 승복한다고 이미 여러차레 밝혀왔다. 그러나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이 저지른 민주주의 파괴행위까지 용납할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김인원 기자 holeinone@]
다시 켜든 촛불… ‘2008년 촛불 청소년들’의 고뇌에 찬 선택
[경향] 2013-08-03 11:01:34ㅣ수정 : 2013-08-03 11:01:34
2008 촛불 청소년들이 말하는 2013 촛불
서울 한복판에 다시 촛불이 켜졌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매일처럼 전국 주요 도시에서 촛불을 든 지 한 달이 넘었다. 집중집회가 열리는 주말에는 서울시청 광장에 2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기도 한다. 5년 전인 2008년에도 촛불시위가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당시 촛불시위는 지금보다 더 규모가 컸고, 열기도 뜨거웠다. 10대 여학생부터 30~40대 주부들, 대학생, 직장인까지 참가자들도 다양했다. 5년 전 촛불시위의 주역들이었던 ‘촛불 청소년’들은 어떻게 변했고, 현재 국정원 규탄 촛불시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5년 전 그때처럼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사람도 있었고, ‘취업준비생’ 신분 때문에 촛불을 들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한편에선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집회·시위라는 방법 자체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촛불소녀’도 있었다.촛불의 분화였다. 어쩌면 피할 수 없는 현상일지 모른다. 서로 다른 인생의 변곡점을 경험했던 촛불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사진] 7월 27일 서울광장에 열린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 2만여 명 시민이 모였다. /연합뉴스
다시 든 촛불-촛불 정체성 아직도 지켜나가
7월 27일 서울시청 광장.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민 2만여명이 촛불을 들었다. 대학생 박준희씨(22)도 그 속에 있었다. “재작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이후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건 처음이에요.”
5년 전인 2008년에도 박씨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다. 그때 그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현재 박씨는 한 학생운동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씨는 “2008년의 경험이 성인이 된 후 내 선택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에게 2013년 촛불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국정원 규탄 촛불시위의 현재를 마치 2008년의 촛불처럼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 촛불이 예전처럼 세상을 뒤집을 정도로 거대하게 타오르고 있다고 과장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국정원 대선개입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박씨는 고등학생 시절 1년 넘게 논술과외를 받은 경험이 있다. 박씨는 “논술과외를 하면서 참여정부 시절 이라크 전쟁 파병 문제나 한·미 FTA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촛불집회에도 참여할 마음을 쉽게 먹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8년 촛불 현장에서 “우리의 촛불은 68혁명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란 한 참가자의 발언이 계속 마음 속에 남았다고 말했다. 68혁명은 1968년 5월 프랑스를 시작으로 전 유럽에 걸쳐 발생한 대규모 운동이다. 수십만명의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베트남 전쟁과 보수적인 기존 사회구조를 바꾸겠다고 나선 역사적 사건이었다.
박씨가 입학한 서울 소재의 4년제 학교는 학생운동의 전통이 유지되고 있는 곳이었다. 박씨는 도서관에서 또는 선배들로부터 68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들었다. 그는 “68혁명의 의의를 배우면서 소위 말하는 ‘학생운동’에 뛰어들 마음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5년 전 ‘촛불 소녀’였던 대학생 허주은씨(23)도 박씨와 마찬가지로 촛불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지금까지 간직하며 살고 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허씨는 “국가기관이 본래의 설립 의도를 망각한 채 조직적으로 국민의 참정권에 혼란을 준 사건이다. 일부 집단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허씨는 “고등학생 때는 공부와 담을 쌓고 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근현대사 수업만큼은 열심히 들었다고 한다.
“한국근현대사 수업을 들으면서 제가 태어나기 직전만 해도 우리나라가 군사정권 치하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많이 놀랐어요. 근현대사 선생님의 영향으로 결국 대학도 역사학과로 진학하게 됐죠.”
2008년 촛불시위 당시 허씨는 우연한 기회에 직접 자유발언대에 서기도 했다. 발언대에 오른 허씨의 모습이 한 인터넷신문에 실린 이후 학생부장 교사에게 불려간 적도 있다고 했다.
“그때 선생님이 자유발언 내용은 무엇이었느냐, 촛불집회에 참석하게 된 이유는 뭐냐고 꼬치꼬치 캐물어서 당황스러웠어요. 학교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으니 다음부터는 촛불집회에 나가지 말라고 말씀도 하시더군요.” 대학 4학년인 허씨는 현재 휴학 상태에서 취직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소식이 나올 때마다 꼭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처럼 시간이 나지 않았다. 한때 허씨는 2008년에 유행했던 ‘대학생 보수화’론에도 일정 부분 공감했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니 학점과 스펙 쌓기 외에 시간을 낼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다니는 학교에는 학생운동을 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지경이죠. 현재 취직을 위해 입사 준비 스터디, 토익 공부 등을 하고 있는데 정말 남는 시간이 없어요. 5년 전 대학생들 중에도 저처럼 참여하고 싶은데도 어쩔 수 없이 하지 못한 사람들이 꽤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는 주말의 집중집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평일에는 그보다 작은 규모의 집회가 산발적으로 일어날 뿐이다. 확실히 2008년과 같은 위세로 보긴 어렵다. ‘운동권 학생’이 된 박준희씨는 현재의 촛불집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또래들 사이에서는 정치성향을 떠나 공통적으로 분노를 느끼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몇 주 전에 고등학교 동창들끼리 모이는 자리가 있었어요. 좀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줄 알았던 친구가 먼저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는데 다들 너무 조용한 것 아니냐’며 분개하고 나서기도 했어요.”
‘촛불 청소년’이던 박준희씨와 허주은씨는 지난해 대선 때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선택한 후보는 낙선했다.
허씨는 “역사를 전공해서인지 박근혜 대통령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박 대통령이 과거 역사를 제대로 청산했는지 의문이고 윤창중씨 등 부적절한 인사를 기용한 것을 보면 소통이 잘 안되는 분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참여정부의 실책을 알고 있었던 입장에서 내키진 않았지만 새누리당 정권의 재창출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유력한 후보에게 투표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노동자들의 연쇄자살이 터졌을 때 정말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는 “대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 밑에서 못살겠다며 ‘이민을 가겠다’ ‘활동을 안 하겠다’는 말이 많았는데 이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국정원 대선개입 진실규명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나 민영화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진] 한 촛불집회 참석자가 양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그의 촛불은 왜 꺼졌나-사람들이 거리에 모여 뭔가 바꿀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대학생 김진아씨(23)는 5년 전만 해도 뜨거운 ‘촛불 소녀’였다. 박준희씨, 허주은씨보다 훨씬 열정적으로 2008년 촛불에 참여했다. 당시 고3이었던 김씨는 수능이 목전에 다다른 8월까지 꾸준히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수능을 본 다음날부터 김씨는 다시 촛불시민들과 함께 MB 정부를 비판하는 여러 집회에 참석했다. 2009년 들어서도 김씨는 용산참사 규탄시위, 미디어법 날치기 반대집회 등에서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그때는 정말 열심이었어요. 집이 인천인데도 무슨 일만 터지면 바로 서울로 달려가서 집회에 참여하기를 1년 이상 반복했죠.”
하지만 김씨는 더 이상 촛불을 들지 않는다. 촛불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김씨의 문제의식은 박씨, 허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선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이 선거에 영향을 준 것은 당연히 심각한 사태”라는 인식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해 사과를 하면 될 일이지 대선 결과 자체를 뒤집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대선 결과가 무효가 됐을 때 올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1년 이상 계속된 촛불시민들과의 활동 속에서 촛불시민들의 어두운 면들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말했다. MB 정부를 욕하던 사람들이 MB처럼 변해가는 모습에 실망했고, 집회·시위라는 방법이 옳은지 자체에도 의문을 갖게 됐다.
“참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죠. 집회 도중 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와서 돈도 안 내고 도망치는 또래들도 많이 봤고, 촛불집회 때 쓰겠다며 모금을 한 뒤에 어떻게 썼는지 밝히지 않는 사람도 부지기수였어요.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충분히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일부러 법을 무시하는 게 과연 맞는 행동인지 자연스레 의문이 들기 시작했죠.”
김씨는 촛불시민들의 지나친 배타성도 지적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촛불시민의 상당수는 “MB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을 죽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김씨의 생각은 달랐다. “MB가 노무현을 죽였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하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대통령까지 지낸 분이 자신에 대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도 않은 채 목숨을 버리는 것이 과연 책임감 있는 행동이었을까요. 한명숙 전 총리처럼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봐요.”
결국 김씨는 자신의 속내를 다른 촛불시민들에게 말하지 못했다. 자신과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한나라당 알바’, ‘프락치’로 몰리는 모습을 보면서 김씨는 촛불시민들과의 인연을 끊게 됐다. 현재 김씨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며 졸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국정원 규탄 촛불시위에 나온 사람들에게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앞으로 집회나 시위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돌이켜보면 집회 현장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상대에 대한 증오심이었어요. 증오심을 배우면서 아군 아니면 적군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게 되고, 적에 대해 강경하게 할수록 칭찬받고 추앙받게 되죠. 집회·시위가 다 나쁘다는건 아니에요.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의 잘못된 부분까지 맹목적으로 좋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흘러 ‘촛불 청소년’들의 생각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그들 모두 국정원 규탄 촛불시위에 대한 언론의 지나친 무관심에 대해선 한 목소리였다. 김진아씨는 “사실 며칠 전에야 촛불시위가 열리고 있는 줄을 알았다. 그래도 2만명씩이나 시내에서 집회를 하고 있으면 짧게라도 TV 뉴스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주은씨는 “2008년 당시 MB 정부에도 분노했지만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이 정부 편향적인 보도를 일삼는 것에도 많이 화가 났었다. 그때는 편향적이긴 했어도 촛불시위 보도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기사가 안 나온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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