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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UN도 영국도 외면... 추락하는 미국의 '일방주의'

잠용(潛蓉) 2013. 9. 2. 03:21

UN도 영국도 외면... 추락하는 미국의 '일방주의'
한겨레 | 입력 2013.09.01 20:50 | 수정 2013.09.01 22:50

 

[한겨레]시리아 개입 이례적 의회승인 요청
모양새와 책임 나누기 이중 포석, 이라크전 이후 영향력 쇠퇴 뚜렷
미 외교 당분간 수렁 못벗어날 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0일 저녁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45분 동안 백악관을 산보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불쑥 시리아 군사개입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받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백악관 안보팀은 그동안 의회를 협의 대상으로만 여겼을 뿐 승인을 받겠다는 방안은 고려한 적이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적으로 혼자서 내린 결단이었다. 이날 저녁 7시 오바마 대통령은 고위 참모들을 집무실로 불러 이 결정을 통보했다. 참모들은 경악했다. 다음날인 31일 오바마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이를 전화로 통보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1일 전한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군사개입 방안에 대해 의회 승인을 구하기까지 백악관 안팎의 혼란스러운 풍경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정부, 더 나아가 미국 전체가 국제 외교무대에서 처한 곤혹스러운 처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일방주의를 휘둘러온 시대가 저물면서, 미국 외교가 표류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예상에 없던 의회 승인을 구하고 나선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도 얻기 힘들고 가장 확고한 동맹국인 영국마저 발을 뺀 상황에서 의회의 정치적 승인이라도 받아야겠다는 최후의 명분 쌓기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에 나서도록 요구해온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등 중동의 주요 동맹국들마저도 공개적 지지는 꺼리는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오바마는 참모들에게 의원들도 군사개입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를 기록에 남겨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회의 지지를 얻는 모양새를 갖추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향후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나누자는 뜻이다. 타국에 대한 군사작전에서 미국 행정부가 이렇게 소극적이고 곤궁한 지경에 빠진 것은 최근 유례가 없다. 오바마는 1973년 대통령의 전쟁 수행에 대한 의회의 견제를 규정한 관련 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정치적 도박'도 벌이게 됐다.

 

1991년 소련의 급작스러운 붕괴 뒤 초강대국 미국의 일극체제가 부상했고,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어떤 실질적 견제도 받지 않은 채 일방주의 외교정책을 밀어붙여왔다. 1991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쿠웨이트 점령을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34개국이 동참한 다국적군을 구성해 이라크를 공격한 1차 걸프전은 그 후 20여년 동안 흔들리지 않은 미국 일방주의를 선포한 사건이었다. 1차 걸프전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거쳤으나, 미국의 압도적 힘과 위상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1999년 유엔 안보리 결의 없이 감행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도의 코소보 폭격은 이런 구도를 더욱 강화했다. 이는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하더라도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 특히 영국을 파트너로 언제든지 군사개입을 단행할 수 있다는 개입 모델을 보여줬다. 2003년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은 이런 행태의 정점을 보였다.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을 침공 명분으로 삼으면서, 유엔 조사단의 이라크 현지 조사에 대해선 무용론을 펼쳤고, 결국 증거를 조작해 침공을 감행했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미국의 선은 세계의 선'이라는 외교철학을 바탕으로 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패권국가로 등장하면서, '세계 질서를 책임지는 패권국가(미국)의 선은 그 질서를 향유하는 모든 국가들에도 선'이라는 외교철학을 확산시켰다. 특히 소련이 붕괴한 뒤 이는 전세계를 지배하는 조류가 됐다.

 

이라크 침공이 재앙으로 끝난 뒤 집권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초기에는 이슬람권과의 화해, 동맹국들과의 협의 강화를 내세우며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에 대해 반성하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무장세력 확산 등 중동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오바마의 정책은 변질됐다.

 

금융위기 이후 국방예산 감축, 중국의 부상 등으로 미국의 군사적 패권이 기존 질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동맹세력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시리아 군사개입 시도 과정에선 '미국의 푸들'이라는 조롱도 감수해온 동맹 영국이 초반부터 이탈해 동맹 구조도 흔들렸다. 미국 일방주의의 주요 축들이 무너지고 있다.

의회의 시리아 무장개입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오바마 행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시리아 퍼즐에 발이 묶이고, 장기적으로는 일방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외교의 틀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허덕이게 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케리국무 "시리아 개입 안하면 북핵정책도 차질"(종합)
연합뉴스 | 입력 2013.09.04 06:46 | 수정 2013.09.04 06:54

 

상원 청문회서 설득 총력전…헤이글 "북한, 엄청난 화학무기 보유"
"지상군 투입 원치 않으나 최악에는 모든 옵션 검토"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시리아 군사행동'을 실현하기 위해 의회를 상대로 전방위 설득에 나섰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실무적으로 책임진 존 케리 국무, 척 헤이글 국방장관 등은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를 통해 군사행동의 명분과 정당성을 강조했다.

 

 

특히 케리 장관은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하지 않으면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 노력에도 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미국 의회가 시리아에 대한 제한적인 (군사) 대응을 승인하지 않기를 바라는 세력이 있다"면서 이란과 북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을 지목했다.

 

케리 장관은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 것은 이란에게 우리의 의도를 오인하도록 만들 게 분명하다"면서 "또 헤즈볼라는 (외교적 개입을 꺼리는) 고립주의가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북한도 우리의 침묵에 귀를 기울이면서 동요하길 바라고 있다"면서 "아사드 정권에 즉각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가 수백년간 지켜온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또 "미국은 시리아 정권을 처벌하기 위해 일어서서 행동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무사안일한 고립주의의 시기도, 대량살상을 방조할 시기도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와의 전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그는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화학무기 사용을 차단하길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란 등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신뢰도가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헤이글 장관은 "행동하길 거부한다면 미국이 동맹을 상대로 내놓은 다른 안보 약속의 신뢰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말은 중요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며 군사개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엄청난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주한미군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최근 방한기간에 김관진 국방장관과 이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했다고 전했다.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상원 외교위원장은 "우리는 시리아는 물론 이란과 북한, 헤즈볼라, 알카에다 등에 무분별한 화학무기 사용은 용납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면서 군사개입을 지지했다.

 

한편 케리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지상군 투입 여부에 대해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모든 옵션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대통령이 우리 나라의 안보를 지키는 데 필요한 옵션을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길 바라지 않는다"면서 군사개입 결의안에 '지상군 파병 금지'를 적시하는 데 대해 반대했다.

 

이밖에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명령만 있으면 언제든 시리아에서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다면서 성공적인 작전 수행을 자신한 뒤 민간인 피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상원 외교위, 군사위와 하원 외교위는 오는 4일에도 케리 장관, 헤이글 장관, 뎀프시 의장,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이 출석한 가운데 시리아 청문회를 개최한다. [humane@yna.co.kr]

 

한국만 시리아에 강경 대응 촉구
중앙일보 | 박승희 | 입력 2013.09.02 00:44

 

"화학무기 가진 북 오판할 수도"
지난달 헤이글과 회담서 주장

한국 정부 관리들이 북한을 거론하며 시리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미국 측에 촉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1일자(현지시간)로 보도했다. WSJ는 지난달 29일 아시아를 순방 중이던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미 의회 지도부와 화상대화를 하면서 한국 관리들이 한 얘기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당시 한국 관리들이 헤이글 장관에게 시리아 사태에 대한 결정을 미룰 경우 북한으로 하여금 생화학무기로 한국을 공격해도 된다는 오판을 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 관계자는 "헤이글 장관에게 조속한 대응을 촉구한 한국 인사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이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제2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 참석차 28일 브루나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헤이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문제 등을 논의했다. 당시 김 장관은 수행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면 2500t의 화학무기를 가진 북한이 (자신들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한국의 국방부 장관이 미국의 국방장관에게 북한을 거론하며 시리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청부(請負)'한 셈이다.

 

그 때문인지 존 케리 국무장관도 지난달 30일 긴급성명에서 북한을 언급했다. 케리 장관은 "이번 문제는 시리아를 넘어선 것"이라며 " 헤즈볼라와 북한, 모든 테러그룹 등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pmas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