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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촛불시위] 반정부 '종북세력(?)'이 너무 커져서 문제...

잠용(潛蓉) 2013. 10. 27. 09:35

"박근혜 대통령, '워터게이트' 닉슨의 길로 가고 있다"
[오마이뉴스] 13.10.26 22:49l최종 업데이트 13.10.26 22:49

 

[공동 취재]

김동환(heaneye)
이희훈(leeheehoon)
소중한(extremes88)


[현장]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대회

시민 1만5000명 모여 '성토'

 

 
▲ "박근혜 법외 대통령 통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자신의 태블릿PC에 '박근혜 법외 대통령 통보'가 적힌 문구를 입력해 들고 있다. /ⓒ 이희훈
 

해가 지자 기온이 섭씨 10도로  떨어졌다. 시민들은 연신 손을 비비면서도 자리를 지키며 '대선개입 진상규명'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사가 진행되는 2시간 여 동안 아스팔트 바닥에서 일어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저녁 서울역광장에서 '국정원 선거개입 공약파기 노동탄압규탄 범국민촛불대회'를 열었다. 당초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으로 시작했던 촛불대회가 대선 공약 파기와 노동계 규탄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촛불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1만 5000명(경찰 추산 2500)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최근 날씨가 쌀쌀해지며 감소세였던 시민참여가 다시 늘어난 것이다. "한동안 안 나왔는데 윤석열 국정원 특별수사팀장 수사배제 보도를 보고 오랜만에 나왔다"는 시민들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워터게이트' 닉슨 닯았다" 

이날 촛불대회 무대는 '박근혜 정부 10개월'에 대한 성토장 분위기였다. 가장 먼저 나온 주제는 역시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이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검찰총장이 댓글 수사 지시하다 사생활 털려가며 쫓겨났고 수사팀장도 공소장을 변경하려다가 외압으로 쫓겨났다"면서 국정원 사건이 점점 박근혜 정부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예로 들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원래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실무자들이 도청사건을 벌인 게 문제였는데 닉슨이 그것을 은폐하면서 결국에는 닉슨 자신의 하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사무처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닉슨이 비슷하지 않느냐"고 주장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윤석열 수사팀장의 배제를 언급하며 "이제 댓글 수사팀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공소 유지가 될 수 있을지 너무 불안하다"면서 시민들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 공약은 안 지키고

전교조 죽이겠다는 약속은 지켜"

 

 
▲ "박근혜 하야하라"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희훈

 

이날 행사장 스피커에서는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문제제기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공약해놓고 약속을 어긴 내용들에 대한 비판도 여과없이 쏟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파기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시민 9명은 직접 손팻말을 들고 올라와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자신을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라고 밝힌 한 시민은 박 대통령이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 예산안을 보면 4대 중증질환 100% 공약 관련 예산은 반의 반토막이 났다"면서 "원칙과 신뢰를 말하던 박근혜 어디갔느냐"고 꼬집었다.

 

목동에서 온 한 장애인은 휠체어를 이끌고 무대로 올랐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장애인 등급제 폐지하고 장애인 연금 두 배로 올린다고 했지만 내년 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선근 민생연대 대표는 정부출범 3개월 만에 끝난 경제민주화 공약을 거론했다. 경제민주화가 매우 오랜 기간이 필요한 작업인데도 3개월 만에 끝났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공약 파기라는 것이다.

 

고현정 노인유니온 사무처장은 "박근혜 정부가 모든 노인들에게 20만 원씩 준다고 해놓고 차등지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질타했다. 고 사무처장은 "올해 3월 8일에 박근혜 대통령 사기죄로 고발했는데 검찰이 기각하길래 9월에 또 고발했다"면서 "박 대통령 당선 1등 공신인 노인들에게 매달 20만원씩 지급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발언자 중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지켰다고 고백한 시민도 있었다. 이영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전교조를 죽이겠다고 선언해왔었는데 그 약속을 지켰다"면서 "24년 전교조가 고용노동부 공문 팩스 한 장으로 법외노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이렇게 폭력적으로까지 노동자들을 탄압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니 저항하지 않는 나 때문이라는 답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제 촛불 들지 말자. 입만으로 투쟁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촛불대회에 앞서 오는 11월 10일에 전국노동자회의를 열고 총파업을 준비할 뜻을 밝혔다.

 

"윤석열 수사배제· 사이버사령부 개입,

최근 사건에 분노"

 

 

 
▲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민주노총과 각 시민단체가 국정원 선거개입과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다. 주최측 추산 1만5000명 (경찰 추산 2500명)이 참석했다. /ⓒ 이희훈  

 

 
▲ '불법당선 박근혜'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있다. /ⓒ 이희훈 
 

이날 촛불대회에는 차가운 날씨를 무릅쓰고 많은 시민들이 찾아 자리를 빛냈다. 대학생 박정순(28, 서울 동작구)씨는 "최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수사에서 배제되고,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화가 많이 났다"며 "요새는 촛불대회에 잘 나오지 않았는데 한 명이라도 힘을 보태야겠다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두터운 파카를 입고 촛불을 든 채 서울역 계단에 앉아 있던 조아무개(65, 서울 송파구)씨는 "어버이연합도 가보고 촛불대회도 가봤는데 두쪽 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촛불대회)에서 하는 이야기가 더 사실에 가깝고 생기발랄하더라"며 "어떤 사람들은 이번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두고 영향력이 없었다고 하는데 10문제 중 1문제 컨닝한다고 해서 잘못을 안 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자녀의 손을 잡고 촛불대회를 찾은 이들도 많았다. 중학교 3학년 아들과 서울역을 찾은 김희진(51, 경기도 일산)씨는 "요새 젊은이들은 (민주주의가 정착된) 과정을 잘 모를테지만 30여 년을 공들여 만든 민주주의가 이렇게 후퇴하는 걸 보니 소름이 돋는다"며 "자식들이 살아갈 나라가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에 아들 손을 잡고 나왔다"고 말했다.

 

손을 꼭 잡고 촛불대회를 찾은 연인도 눈에 보였다. 김경환(30, 서울 강동구)씨는 "국정원과 군대가 대선에 개입한 잘못된 모습에 분노해 여자친구와 함께 촛불대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여자친구인 이해정(28, 서울 강동구)씨도 "남자친구의 말에 공감해서 함께 손을 잡고 왔다"며 "날씨도 춥긴하지만 이런 곳에서의 데이트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어떻게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나"라고 묻자 이씨는 "법대로, 법대로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촛불대회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25일 사업차 한국을 찾은 중국인 우빈(Wu bin, 52)씨는 "중국에선 이렇게 인민들이 나와 시위를 하면 매우 위험하다"며 "이런 한국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역을 맡은 중국인 유학생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대응도 하고 있지 않다"라는 설명을 듣더니 우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왔는데요?"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데 정부는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잘못된 것은 정부가 빨리 나서 교정해야 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재연 장미들고 "관권선거, 부정선거"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에 참석한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한손에는 장미와 다른 한 손에는 '관권선거, 부정선거'가 적힌 휴대전화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국정원 의혹이 불러온 ‘분노의 촛불’
경향신문ㅣ2013-07-20 15:54:18ㅣ수정 : 2013-07-20 17:26:17

 

국정원 선거개입 후유증이 장기화하고 있다. 여권은 NLL논란 등으로 이를 무마하려 하지만 시국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촛불민심의 수위는 심상찮다. 선거무효화와 정통성 문제도 거론된다. 이 분노의 목소리에 담긴 의미는 뭘까? 1967년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에 의해 발표된 ‘동백림 사건’은 6·8 부정선거의 후유증을 무마하기 위해 이용됐다. 1967년의 6·8 총선은 관권·금권이 개입된 ‘망국선거’로 불렸다.

 

선거 후유증은 컸다. 곳곳에서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자 휴교령이 떨어졌다.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던 1967년 7월 8일 중앙정보부는 대형 공안사건을 하나 발표한다. 이른바 ‘동백림 사건’(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이다.

 

 
[사진] 6월 25일 저녁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촉구 및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중앙정보부는 유럽에 유학 중인 교수·유학생·학자·광부 등이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거액의 공작금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해왔다고 발표했다. 작곡가 윤이상, 화가 이응노, 시인 천상병 등 200여명이 체포됐다. 해방 이후 벌어진 최대 간첩단 사건이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2006년,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는 당시 정부가 단순 대북 접촉에 불과한 일에 국가보안법과 형법상의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했다며 정부측에 사과를 권고했다.

 

<대한민국 선거이야기>를 쓴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동백림 사건’이 선거 후유증을 무마하기 위해 이용됐다고 지적하며 “그 전에도 선거에 이용하려고 무슨 사건을 발표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큰 사건을 발표하면서 선거 후유증을 무마하는 데 이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가 선거 후유증을 무마하고 국면 전환을 하기 위해 중앙정보부를 통해 무리하게 ‘북풍’을 동원했다는 얘기다.

 

국가권력 선거개입은 역사적 퇴행

40년 전의 사건은 2013년 한국 정치의 모습과 닮아 있다. 서 교수는 이번 18대 대선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선거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경찰의 수사 은폐 의혹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정국’으로 무마하고 돌파하려는 모든 정황들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지난 18대 대선은 역사의 퇴행이며, 기록에 있어서 큰 오점”이라며 “선거에 국가권력이 개입한다는 것은 제일 피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의 선거 후유증도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서 교수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 문제를 현 정부가 털어내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남재준 국정원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등으로 무마시키려고 한다면 여기에 대한 항의나 비판이 지속되면서 선거 후유증이 오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의 말대로 국정원 선거 개입의 후유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깊어지는 양상이다. 잇따라 번져나가는 시국선언, 주말마다 이어지는 촛불시위가 이를 보여준다. 대학생 및 고등학생, 각종 시민사회단체들의 시국선언은 100건을 넘어섰고, 주말마다 켜지는 촛불은 그 규모를 더해가고 있다. 7월 6일에 1만명이었던 촛불집회의 규모는 일주일 뒤인 13일에는 두 배를 넘어선 2만3000명에 다다랐다.

 

시국선언의 성명과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들의 발언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선 불복’을 뜻하는 ‘선거 무효’ ‘선거 쿠데타’ 등의 단어도 나오고 있다. 6월 26일 부산시민연대는 시국선언에서 “국가 통치기구가 총동원된 불법선거는 마치 군사 쿠데타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7월 18일 <한겨레> 칼럼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런 선거는 무효화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불법도청과 이를 무마하려는 잇따른 거짓말로 결국 하야한 미국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국정원 선거 개입을 빗대어 설명하는 데 많이 인용되고 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6월 19일 <미디어오늘> 칼럼에서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이 마냥 확산돼 나갔을 때, 그것은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에 머물렀던 선거 후유증이 시간이 흐르면서 박근혜 정부를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남재준 국정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 정문헌 의원 등이 ‘NLL정국’으로 이를 무마하려 하고,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박근혜 캠프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증폭됐다. 특히 연루 의혹의 당사자가 당시 선거 캠프의 핵심이었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짙어지고 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캠프에서 최고사령관 격인 총괄본부장이었으며, 친박 실세로 알려진 권영세 주중대사는 당시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이었다.

 

6월 26일 <뷰스앤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무성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정상회의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확보한 권영세 캠프 종합상황실장의 대선 당시 녹취록도 의혹을 더하고 있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권 실장은 정상회의록 공개를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으로 부르고, 구체적인 회의록 내용도 언급하고 있다. 

 

 

[사진] 7월18일 국정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 특위 여야 위원들이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원, 경찰청, 법무부 등에 대한 기관보고 일정을 논의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영민 기자

 

민주당도 역풍 우려해 조심조심...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다. 국정원 선거 개입 문제가 정부 정통성 문제로까지 번지는 것은 사실 부담스럽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불복’은 2004년 탄핵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대선에 불복해 수검표까지 했던 한나라당이 결국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의미로 탄핵을 가결했고, 이는 한나라당에 고스란히 역풍으로 돌아왔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소극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 13일 촛불집회에도 127명의 민주당 의원 중 소수의 의원들만 개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정청래 의원, 박영선 의원, 이학영 의원 등 10명 이내의 의원들 정도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으로서는 촛불집회에 나가면 혹여나 민주당이 대선 불복의 이미지로 비쳐질까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개별 의원 차원에서 촛불집회에 나갈 수 있으나, 적어도 당 지도부 차원에서는 촛불집회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국민에게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국민홍보단’에 대한 당 지도부의 지원이 소극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국민홍보단에 ‘너무 나가지 말고, 적당히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00년 미국에서 부정선거 시비가 있었을 때 앨 고어가 승복했던 사례를 지적하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에 불복했을 경우에 갖게 되는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또한 민주당이 좀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불리하다. 7월 11일 <모노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이 지난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의견은 54.4%였다. 반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은 39.2%였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국정원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7월 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취임 20주차 국정수행 지지율은 60.8%에 달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은 타격을 입지 않은 모순된 결과가 나온 셈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 사건 무반응에 경고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정권 정통성에 타격을 미치지 않는 이유를 ‘역사적 맥락’에서 찾았다.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상 참여정부 5년뿐이었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에서도 안기부(현 국정원)가 불법도청 등을 통해 국내정치에 개입했던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참여정부만 예외적이었을 뿐, 과거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국정원을 정권 안보에 동원했던 역사적 맥락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볼 때 국정원의 선거 개입만으로 현 정권의 정통성에 문제제기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 마냥 기대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대한 권위주의 정권의 대응이 방관이었다면, 민주화 이후 정권의 대처는 수사와 법적 처벌로 이어졌다. 이러한 선례에 비추어 봤을 때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은 민주화 이전의 권위주의 정부를 상기시킨다. 과거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민청학련 사건으로 고초를 겪기도 했던 서중석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선거 개입 문제를) 발본색원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 그런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불안하고 무섭다”고 말했다.

 

서복경 연구원은 “만약 국정원 선거 개입이 문제였다면 선거 직후부터 사회적인 비판이 거셌을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이 문제를 새 정부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몇 달 동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권의 정통성까지 거론하며 이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몇 달의 기간 동안 반응하지 않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