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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대선불복] '공격이 최선의 방어' 궁지에 몰린 새누리

잠용(潛蓉) 2013. 10. 26. 06:48

‘대선불복’ 수위 높이는 새누리… ‘공격이 방어다’ 판단한듯
[한겨레] 2013.10.25 20:01 수정 : 2013.10.25 22:32

 

국정원·사이버사 의혹 초기엔 침묵하거나 방어자세 취하다
증거공개· 압수수색 이어지자 “불신의 독버섯” “악마의 유혹”


민주당 향해 연일 험악한 경고

외부선 “반박논리 없기 때문” 분석

당내선 “청와대 불만 전달” 추측도

 

‘대선 불복’을 외치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발언이 위험수위까지 다다르고 있다. 24일 황우여 대표가 민주당의 대선 개입 의혹 제기를 “의심의 독사과, 불신의 독버섯”에 빗댄 데 이어, ‘친박’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는 25일 “대선 불복의 유혹은 악마가 내미는 손길”이라며 민주당에 험악한 경고를 보냈다. 일부에선 새누리당의 이런 태도가 ‘공격의 극대화’를 통해 수세를 모면하려는 ‘적극적 방어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상황점검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대선 불복의 유혹은 악마가 야당에게 내미는 손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민주당의 대권후보가 직접 대선 불복 발언을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생겼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대선 불복 국감으로 변질시키고 있는데 최악의 정쟁국감으로 기록될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가 크다”며 공세를 거들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애초 국군사이버사령부(군 사이버사) 댓글 의혹이 불거질 때만 해도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겨레>가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한 14일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정쟁 중단 대국민 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17일 군과 국정원의 정치개입 연계 의혹이 드러났을 때도 유기준 최고위원은 “(군 사이버사에서)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 만일 있었다고 한다면 이는 개인적인 것이며 그를 확인하고 처벌하면 될 것”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국정원의 트위트·리트위트 5만5000여건이 공개되고, 군 당국이 사이버사령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최 원내대표는 23일 “(민주당의 의혹 제기는) 민주주의 정신을 짓밟는 자기모순이고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돌연 발언 수위를 높였다. 23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불공정 대선’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수혜자”라고 비판하자, 24일 최고위 회의에서 황우여 대표는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의심의 독사과, 불신의 독버섯을 경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문 의원의 행보를 “아주 지저분한 자기방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고강도 공세를 펼치는 것을 두고 일부에선 “최대치 공격으로 최선의 방어를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지금 새누리당은 역대 여당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반박할 논리가 없으니까 (거친 말 공세를 통해) 방어를 하려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작성한) 5만5000여건의 트위트는 4개월 동안 생산된 트위트의 0.02%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최경환 원내대표) 정도의 논리로는 ‘국가기관이 불법행위를 통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 자체를 덮기 어려우니 ‘말 폭탄’으로 이를 가리려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애초 수세적이던 당 지도부의 태도를 청와대가 문제 삼은 뒤 강경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수뇌부가 당의 대응에 불만을 가졌던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없다고 여기는 상황에서 아무도 제대로 나서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당으로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국정원에 이어 군까지 움직인 것에 대해 장래에 촛불시위로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여기서 더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문제제기를 선제적으로 ‘제압’해 ‘확전’을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