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미국·중국·해외

[일본] 아직도 건재한 일왕의 권위

잠용(潛蓉) 2013. 11. 2. 03:29

일왕에 편지 건넨 초선의원, 용서받지 못할 자?>(종합)
[연합뉴스] 2013/11/01 16:19 송고

 

 

[▲사진] 배우출신 日초선의원, 파티장서 일왕에 편지전달 (도쿄 교도=연합뉴스) 탤런트 출신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38) 일본 참의원 의원이 10월31일 오후 도쿄 아카사카교엔(赤坂御苑)에서 열린 가든 파티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오른쪽)에게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실상을 알리는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2013.10.31 국제뉴스부 기사참조 jhcho@yna.co.kr

 

'反원전 기수' 야마모토에 각료·여야 의원 일제히 비난·사임 압박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일본에서 국민들의 정신적 구심 역할을 하는 일왕의 권위를 실감케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원전 반대 시위에 앞장서온 탤런트 출신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38·무소속) 참의원 의원이 파티장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에게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를 둘러싼 실상을 알리는 서한을 전달한 일 때문에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 일왕에 직접 편지전달한 야마모토 의원 (도쿄 교도=연합뉴스) 원전 반대 시위에 앞장서온 탤런트 출신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38·무소속) 참의원 의원이 지난달 31일 한 파티장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에게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를 둘러싼 실상을 알리는 서한을 전달한 일 때문에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야마모토 의원이 1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3.11.1 국제뉴스부 기사참조 jhcho@yna.co.kr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야마모토 의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도쿄 아카사카교엔(赤坂御苑)에서 일왕 내외 주최로 열린 가든 파티에 참석, 아키히토 일왕에게 직접 편지를 전달했다. 의원 본인 말에 따르면 A4용지 10장에 걸쳐 붓으로 쓴 자필 편지에는 원전사고의 상황과 어린이들의 피폭에 따른 건강상의 우려, 현장 근로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낮은 식품안전기준의 문제점 등을 담았다고 한다.

 

파티는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종신 명예감독인 나가시마 시게오(長嶋茂雄)와 지난 5월 80세 나이에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에 성공한 미우라 유이치로(三浦雄一郞) 등 문화·체육계 공로자들과 국회의원, 관료 등 1천800여명이 참석한 큰 행사였다. 일왕은 서한을 받고 야마모토 의원과 몇마디 대화를 나눈 뒤 옆에서 수행 중이던 시종장에게 편지를 건넸다. 이 일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일본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1일 정부와 각 당은 이편 저편 가릴 것도 없이 야마모토 의원에게 십자포화를 쏟아 부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일왕의) 정치적 이용 그 자체"라며 "의원직 사퇴감"이라고 말했고,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국가공안위원장은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라며 "많은 국민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밝혔고, 민주당 마쓰바라 진(松原仁) 중의원 의원은 "용서받을 수 없다"며 "의원직을 사임해야 한다는 견해에 매우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 유신회 공동대표는 "일본 국민이면 법률에 써 있지 않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는 것"이라며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일만 해도 일왕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할 뜻은 없었다고 강변한 야마모토 의원은 1일 참의원 운영위원회의 사정 청취 자리에 출석, '이 같은 소동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죄의 발언을 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야마모토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절대 지지 말라', '우익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신변보호를 철저히 해달라'는 등의 지지 메시지와 '야마모토씨, 당신 정말 국회의원이 맞습니까'로 시작하는 비판이 교차했다. 고교 시절부터 TV 탤런트로 활동해온 야마모토는 2011년 3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직후부터 원전 반대 시위에 참가했으며, 이를 계기로 정치가로 변신한 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 국회에 입성했다.
[jhcho@yna.co.kr]

 

일왕에게 감히 편지를?... 돌멩이 맞은 '개념 의원'
한겨레 | 입력 2013.11.01 20:10 | 수정 2013.11.01 22:40

 

[한겨레] 연예인 출신 반핵론자 야마모토 산책 나온 일왕에게 편지 전달
원전 복구 노동자 문제 호소, 일본사회 '무엄하다' 비난전
'개념 연예인' 출신 정치인의 무엄한 오버?

 

10월 31일 오후 2시 도쿄 아카사카교엔(赤坂御苑, 왕실 정원).

화창한 가을을 맞아 가을 원유회(園遊會, 나들이)에 나선 일왕 아키히토(明仁) 부부가 이날 정원에 모여든 이들과 정담을 나누며 걷고 있었다. 그런 일왕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불쑥 편지를 건넨 뒤 10여초 정도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 광경을 불편하게 바라보던 시종장이 당황한 듯 편지를 일왕에게서 건네받아 자신의 양복 안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날 일왕에게 편지를 건넨 사람은 유명한 배우출신의 참의원 의원 야마모토 타로(山本太郞 38·무소속·사진). 그는 이후 편지 내용을 묻는 기자들에게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사고로 발생한 건강 피해, 복구작업에 나선 이들의 가혹한 노동환경 등을 호소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사진] 배우 출신의 참의원 의원 야마모토 타로(38·무소속)

 

이튿날 일본 사회는 마치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럽게 달아올랐다. 1일 참의원의 의원운영위원회가 소집돼 야마모토 의원에 대한 청취조사(청문회)를 실시했다. 또 여당인 자민당뿐 아니라 민주당과 잇따른 선거 참패로 자숙하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장까지 야마모토 의원에 대한 비난전에 가세했다.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은 "이것은 의원사임에 해당하는 일로 결코 간과해선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인들 절대다수가 국가의 상징으로 여기며 신성시하는 일왕에게 편지를 건넨 행위를 '무엄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일본 헌법 1~8조가 일왕의 지위를 규정한 조항일 정도로 현대 일본에서도 일왕은 여전히 국가의 중심이자 근본으로 여겨진다. 다른 한편에선 국정에 간여하는 게 헌법(4조)으로 금지된 일왕에게 원전 사고 관련 편지를 건넨 행위가 일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참의원 위원회에 불려가 상황 설명을 마친 야마모토 의원은 이번 행동이 '천황의 정치 이용이 아니었나?'는 질문에 "규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편지를 건넨 것은 사실이므로 위원회의 처분을 기다릴 것"이라면서도 "당신들과 언론이 이렇게 소동을 벌이니까 정치에 이용되는 것이지, 현장에서 이를 본 사람은 몇명 되지도 않았다"고 항변했다.

 

야마모토 의원은 1991년 데뷔한 배우로 2004년 NHK 드라마 <신센구미>, 설경구 주연 영화 <역도산> 등에 출연했다. 그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뒤 반핵운동에 뛰어들어 2012년 12월 정치단체 '신당 지금은 혼자'를 만들어, 반핵과 반환태평양 동반자협정(TPP) 등을 정책 이슈로 내걸고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도쿄/길윤형 특파원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