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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생태·건강

[담배소송] 건강공단과 담배회사의 3300억 소송 볼만한 싸움

잠용(潛蓉) 2014. 1. 25. 08:04

담배 소송은 정의실현" vs "위법성·하자 없다"
연합뉴스 | 입력 2014.01.24 19:21 | 수정 2014.01.24 19:27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24일 이사회를 열어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 피해 소송에 나서기로 의결하자 보건·의료단체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담배 소송은 정의실현"이라며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이에 반해 담배회사 관계자들은 소송 이전에 담뱃값에 포함된 건강증진 부담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담배 세제를 개편하는 등 합리적 방법을 우선 시행해야 한다며 맞섰다.

 

 

↑ '담배소송' 논의하는 건보공단 이사회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동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14년 제1회 임시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는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흡연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이른바 '담배소송'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4.1.24 doobigi@yna.co.kr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은 "담배회사가 질병을 일으켰는데 그 책임을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하라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건보공단의 담배 소송은 정의 실현"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서 회장은 "매년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담배회사가 건강증진부담금은 단 한 푼도 안 낸다"며 "담배회사는 담배 1갑당 354원의 건강증진 부담금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이 돈은 흡연자가 낸 것이지 담배회사가 자신의 이익에서 떼어낸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송형곤 대변인은 "건보공단의 담배 소송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흡연의 위해성은 분명하지만 빅데이터 등을 통해 두 요인 간의 연관성이 학문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대변인은 "만약 담배 소송에서 건보공단이 승소하면 배상금은 반드시 흡연으로 피해를 본 환자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국민건강을 위한 담배 소송은 중단없이 추진되어야 한다"며 "담배 소비자들은 건강증진 부담금을 내지만 매년 조 단위의 순이익을 내는 담배회사는 세금 이외에 어떤 부담도 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또 "정부와 건보공단이 서로 긴밀하게 공조해 국민건강권 수호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정책실장은 "건보공단의 담배 소송은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기업활동에 제동을 건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또 보건복지부가 건보공단의 담배 소송 추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대해 "복지부가 담배회사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국내 담배회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담배협회는 "담배회사가 제조한 담배에 설계상 결함이 존재하지 않았고, 고의과실에 의한 위법성과 하자가 없기에 건보공단의 소송은 올바르지 못한 시도"라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국담배협회는 "공단이 재정 적자를 메우고자 소송을 선택했다면 건강증진 부담금을 원래 목적으로 사용하면 될 것"이라며 "부족한 재정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국민의 세금을 승소 가능성이 희박한 소송에 쓰는 것이 최상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말했다.

 

국내 담뱃잎 경작자들의 모임인 엽연초생산협동조합(KTGO) 석현호 과장도 "이미 건강증진 부담금의 많은 금액을 건보공단이 사용하는데 흡연으로 말미암은 피해액을 또 담배회사에서 받아내면 건보공단에 돈이 이중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sujin5@yna.co.kr]

 

3300억 소송戰... '흡연 경고' 충분했나도 쟁점
한국경제 | 입력 2014.01.25 03:38

 

건보공단, 국가기관으론 첫 담배회사에 소송
19년간 130만명 추적조사 "흡연과 암 연관"
정부, 소송에 부정적…美선 2060억弗 배상도

 

[김용준 기자]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동안 축적한 연구자료와 법원의 판결 등을 볼 때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객관적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국내 흡연 피해 소송에서 담배회사가 패소한 적이 없고, 정부도 소송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재판의 가장 중요한 쟁점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핵심쟁점은 폐암과 후두암 등이 흡연으로 인한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연세대와 공동으로 130만명을 19년간 추적조사해 흡연과 각종 암과의 연관관계를 밝혀냈다.========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암에 걸릴 확률이 2.9~6.5배 높고, 후두암과 폐암의 70%가 흡연에서 왔다는 것이 이 연구 결과였다. 1년간 건보공단이 흡연과 관련된 치료에 쏟아부은 보험금이 1조7000억원에 이른다는 결과도 함께 내놨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가장 중요한 근거가 마련된 만큼 소송을 늦출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법원이 이 근거를 인정할지가 변수였는데 2011년 고등법원은 소세포 폐암과 편평세포 후두암이 흡연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흡연과 암의 관련성을 인정한 첫 번째 사례였다. 건보는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개인이 낸 이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이 내려질 경우 소송의 명분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쟁점은 담배회사가 흡연의 위험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렸는지 여부다. 충분히 알렸다면 담배회사는 책임을 면할 가능성이 높지만 위험을 고의로 축소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건보공단은 미국에서처럼 소송과정에서 담배회사의 자료가 공개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소송가액과 관련해 건보공단은 "법원이 흡연과의 연관성을 인정한 암 진료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먼저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인정한 소세포암(폐암의 일종), 편평세포암(후두암의 일종) 10년치 진료비는 3326억원이다. 하지만 이 중 담배와 관련한 부분만 소송할 경우 소송가액은 수백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 시기는 건보공단은 3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부가 부정적이어서 건보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3건의 소송이 있었지만 모두 원고가 패소했다. 한 건은 원고가 재판을 포기했고, 두 건이 현재 고등법원과 대법원에 각각 계류돼 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원고 측이 승소하거나 담배회사로부터 합의금을 받아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1998년 11월 미국에서는 46개 주정부가 필립모리스 등 4개 담배회사로부터 25년간 2060억달러의 배상금을 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본 프랑스 독일에서는 담배회사가 대부분 승소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생활습관·직업·유전적 요인 아닌

'흡연이 질병의 직접원인' 입증해야
한국일보 | 송옥진기자 | 입력 2014.01.25 03:41

 

건보 "130만명 빅데이터 근거 인과관계 규명"
"오로지 흡연 탓" 직접 원인 밝히기는 쉽지 않아


니코틴 조작 등 담배회사 위법성 입증도 쟁점
美 사례처럼 회사측 내부고발자가 나올 수도

 

우리나라에서 담배회사 상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은 4건이 있지만 한번도 승소한 적이 없다. 흡연으로 인해 개인이 질병을 앓게 됐다는 인과성,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이 아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나선 이번 소송은 이런 쟁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건보공단이 담배소송 방침을 의결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의 구상권 청구 규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구상권은 제3자의 행위 탓에 건강보험 진료비가 쓰였다면 건보공단이 대신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말한다.

 


↑ 24일 건강보험공단이 흡연으로 인한 진료비 증가에 따라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소송 방침을 확정하는 등 흡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건보공단의 구상권 청구 근거는 지난해 8월 발표한 130만명을 대상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의료비 부담을 분석한 결과 남성 흡연자의 경우 후두암 발생 위험 정도가 비흡연자의 6.5배에 달했다. 흡연으로 인한 각종 진료비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이 연간 1조6,914억원(2011년 기준)에 달한다.

 

안선영 건보공단 법무지원실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은 "빅데이터는 공단이 가진 방대한 진료내역 검진자료를 토대로 한 과학적이고 체계적 자료"라며 "흡연 피해자 개인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미 법원이 일부 암에 대해 흡연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했기 때문에 빅데이터를 더하면 입증이 더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 국내에서 2번째로 담배소송을 제기한 폐암 환자와 가족 31명의 소송에서 2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도 "'폐암 중 소세포암'과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은 흡연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었다.

 

건보공단은 소세포 폐암과 편평세포 후두암 환자 중 흡연 여부, 흡연 기간 등을 따져 흡연이 폐암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환자군을 소송대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2010년 두 암에 대해 지출한 진료비는 약 600억원인데, 기간을 2002~2012년으로 잡고 환자 대상도 가장 넓게 잡았을 때 청구 금액이 약 3,300억원이다.

 

하지만 인과관계 입증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빅데이터 자료를 통해 통계적인 인과관계는 밝힐 수 있을지 몰라도 각각의 개인을 놓고 생활습관, 직업, 식습관, 가정환경, 유전적 요인 등 다른 요인이 아닌 흡연이 질병의 원인임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흡연하면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일반적 인과관계는 입증되겠지만, 폐암환자의 발병 원인이 다른 모든 개인적 요인을 배제하고 오로지 흡연 때문이라고 어떻게 증명하냐"고 반문했다.

 

담배회사의 위법행위를 어떻게 입증하느냐는 것은 또 다른 쟁점이다. 흡연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돼도 현행법 상 합법적으로 담배를 제조 판매하는 담배회사의 위법성이 없다면 손해배상청구가 불가능하다. 2호 담배소송의 2심 판결에서 원고들이 패소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담배협회 측은 "담배는 제조상 하자가 없고 제조과정에서 불법행위 역시 없다"며 "법원에서도 국내 흡연소송 4건 모두 담배회사의 위법행위가 없다고 판결했다"고 말했다.

 

과거 담배소송의 원고들은 담배회사들이 니코틴의 중독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첨가물을 넣었다거나, '담배가 해롭지 않다'는 내용의 교육용 문건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했었다. 국내 최초로 담배소송을 맡아 15년째 담배회사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배금자 변호사는 "원고 측이 담배회사의 니코틴 조작을 입증하기 위해 600종에 달하는 담배 첨가물 내역을 요구했지만 담배회사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240종만 공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보공단 측은 지난 소송들과 달리 공공기관에서 제기한 첫 소송인만큼 미국의 사례에서처럼 담배회사의 내부고발자로 인한 내부 문건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안선영 건보공단 법무지원실 선임전문연구위원은 "담배회사의 위법행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공단이 소송 제기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알려지면서 담배회사에서 퇴직한 내부고발자들의 연락이 이미 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제기된 담배 소송은 총 4건으로 하급심에서 아직 승소한 적은 없다. 현재 1건은 1심에서 원고 패소해 종결됐고 이 중 2건은 대법원에, 1건은 고등법원에 각각 계류돼 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세수 6조 사라져' 정부는 못마땅
한국일보 | 이왕구기자 | 입력 2014.01.25 03:35

 

복지부 "관여 않겠다"… 기재부는 사실상 반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4일 담배소송을 전격 의결했지만 건강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와 담배정책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담배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세수(稅收)가 5조9,000억원(2012년)에 이르는데다 패소 가능성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복지부는 "담배소송은 공단이 진행할 사안이지 복지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공단이 정부로부터 법적ㆍ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4월부터 복지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담배소송 관련 세미나, 포럼을 열어왔지만 이사회를 하루 앞둔 23일 복지부는 공단에 담배소송을 '의결사안'이 아닌 '보고사안'으로 올리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이경은 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담배소송의 정당성에 공감하지만 소송까지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담배사업법, 담배전매법 등의 소관부처인 기재부는 사실상 소송에 반대입장이다. 김윤상 기재부 복지예산과장은 "소송의 필요성, 배경, 비용, 파급효과 등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며 "정부 내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2012년 폐암환자, 임산부 등이 낸 담배사업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기재부측 법률대리인은 "담배는 기호식품이고 흡연의 시작과 중단은 모두 인간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흡연권도 헌법상 권리'라는 게 재정 당국의 시각이다.

 

담배소송의 공익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담배소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의무라고 주장한다. 한국 정부가 2005년 비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 규제 기본협약(FCTC)'은 "각 당사국은 협약(담배통제)과 관련된 형사 및 민사소송 등에 별도의 지원을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99년부터 여러 건의 담배소송을 진행했던 배금자 변호자는 "소송의 정당성도 있고 승소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