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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불교·죽음

[無緣社會] "혼자 살다 혼자 죽어가는 현대사회"

잠용(潛蓉) 2014. 2. 22. 11:21

[Cover Story]

"죽음을 긍정하니 남은 시간이 새로운 기쁨입니다"
한국일보 | 이성택기자 | 입력 2014.02.22 03:35

 

다시 기타 잡은 김종수씨의 웰다잉

죽음에도 소리가 있을까. 심해의 고요일까, 천상의 하모니 같을까. 산 자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대니 보이'김종수(71)씨에게 그 소리는 1970년대 서울의 호텔 나이트클럽을 주름잡던 전성기 자신의 색소폰 선율처럼 농밀한 것일지 모른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이 그러했다. 17일 경기 광주시 평강호스피스에서 만난 김씨는 자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안다고 했다. 중증 뇌졸중에 고혈압 당뇨 합병증. 보건소에서 타 먹는 약과 호스피스의 보살핌이 김씨가 받는 치료의 전부. 하지만 그의 표정은 편해 보였다.

 

 

↑ 남은 날의 기획 위에서 끝을 준비하는 의연함이 '대니보이' 김종수씨의 저 기타 강습 안에 있었다. 19일 경기 광주시의 한 교회에서. 조영호기자 youcho@hk.co.kr

 

한국전쟁 때 고향 개성을 떠나 월남한 김씨는 고교시절 익힌 색소폰 하나로 한때 서울의 나이트클럽을 주름잡던 연주자였다. "70년대 서울 충무로 대연각 호텔서부터 유명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나 모르면 간첩이었어요. 질 오스틴의 '대니 보이(Danny boy)'를 나보다 더 멋지게 부는 연주자는 없었죠." 매일 밤 양주를 병째 들이켜대며 "잘 나가던"그가 뇌출혈로 쓰러진 건 89년, 말 그대로 한창 때였다. 왼쪽 몸이 마비되고, 사업도 실패하고, 이혼하고, 하나뿐인 아들(31)과도 연락이 끊기고, 자식 같았던 악기도 처분하고…. 그에게 남은 거라곤 회복 불능의 병든 육신과 깊은 우울증뿐이었다. 한 지인은 "그야말로 폐인이었어요. 죽을 날만 기다리는…"이라 말했다.

 

그러다가 김씨의 삶은 지난해 2월 하나의 전기를 맞는다. 보건소가 소개한 평강호스피스 덕분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김씨를 보살피며 말벗이 되어 주었다. 죽음을 긍정한다는 게 뭔지도 조금씩 알게 됐다. 그것은 처연한 냉소나 자포자기의 기다림이 아니었다. 남은 시간이 새로운 기쁨의 기회라는 것, 마지막이라 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다시 악기를 쥐었다. 얼마 전부터는 교회 청소년들에게 기타를 가르친다. "왼손이 온전하진 않지만 리듬은 맞출 수 있어요." 음악 얘기를 하는 동안 그의 반쪽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들과도 좋아졌어요. 노력하니 닫힌 마음이 열리더군요."

 

"마지막 바람? 한번만 더 색소폰을 불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웃었다. 이제 마우스피스를 물 힘도, 불 힘도 없다는 걸 안다는 의미였다. 여한 없음을, 이미 죽음을 긍정하고 있음을 그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홀가분해 보였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5년 만에 발견된 '60대 할머니의 고독사'
[한국일보] 2013.10.01 21:21:47

 

부산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홀로 살던 60대 할머니가 숨진 지 5년 만에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1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11시30분쯤 김모(여·67)씨가 부산진구 초읍동 한 다세대 주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 정모(64)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김씨는 두꺼운 옷을 9겹 껴입고 손에는 목장갑을 낀 채 반듯이 누워 있었다. 집주인은 경찰에서 "김씨가 수년 간 집을 드나들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비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2008년 김씨를 마지막으로 봤었다"는 이웃들의 진술과 옷 상태, 의료보험 납입 내역 등을 토대로 김씨가 5년 전 겨울, 난방이 되지 않은 집에서 추위에 떨다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발견된 건물은 1층짜리 다세대 주택으로 모두 3가구가 살고 있다. 1999년부터 이곳에서 혼자 살던 김씨가 2008년 이후 모습을 감췄지만, 이웃들은 단순히 집을 비웠다고만 생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되지 않았던 탓에 관할 구청에서도 정기적으로 가정 방문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 온 김씨는 집 근처 절에서 일을 도와주며 생계를 이어왔고, 이복 오빠가 유일한 혈육이지만 10여 년 전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280억원 美 복권 당첨자, 12년만에 무일푼 고독사
[한국일보] 2013.12.04 23:06:22

 

58세로 호스피스 병동서 생 마감…"생명보험 하나 안 남겨"

미국에서 '대박 로또'로 불리는 파워볼 복권의 1등 당첨자가 전 재산을 탕진하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3일 영국 데일리메일과 미국 뉴욕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지난 2001년 파워볼에 당첨돼 2천700만 달러(한화 286억원)의 상금을 손에 거머쥔 데이비드 리 에드워드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고향 켄터키의 한 호스피스 병동에서 58세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전과자로 일자리도 없이 지내던 에드워드는 12년 전 복권에 당첨되면서 하루아침에 '백만장자'로 거듭났다. 당시 그는 수도료조차 낼 여력이 없어 친구에게 손을 벌리는 등 어려운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첨 직후 상금을 알뜰하게 사용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잠시, 방탕한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1년 만에 상금 중 절반에 가까운 1천200만 달러를 물쓰듯 써버렸다.

 

플로리다의 고급 주택가에서 160만 달러를 들여 대저택을 구입했고,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스포츠카를 비롯해 고급 자동차를 사들이는 데에 다시 100만 달러를 낭비했다. 그뿐만 아니라 190만 달러에 달하는 자가용 소형 제트기인 '리어 제트기'를 사는가 하면, 옥션에서 중세의 갑옷과 무기 200여 점을 수집하는 사치를 부리기도 했다. 이런 수집품들은 모두 값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후 부인 소냐와 함께 마약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부부는 마약 복용 및 소지 혐의로 수차례 경찰서를 들락거리다 반복적 마약 복용으로 간염에 걸리기도 했다.

 

결국 이들의 흥청망청한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2006년 전 재산을 탕진해 5년만에 다시 무일푼 신세로 전락했다. 부인 소냐도 그의 돈이 모두 사라지자 2008년 미련없이 그의 곁을 떠났다. 에드워드는 당첨 초기 거액의 자산을 관리해줄 재무관리사까지 고용하는 등 아껴서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의지를 보인 바도 있었다. 그의 재무설계를 도운 제임스 기브스는 지난 2007년 한 인터뷰에서 "만일 그가 내 조언만 따랐다면 매달 8만5천 달러씩 쓰며 여생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에드워드의 딸 티파니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돈이 한 푼도 없으며 심지어 그 흔한 생명보험 하나도 들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무남독녀 티파니는 지금 웨스트버지니아의 한 놀이공원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윤지현 기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느 기초수급자의 쓸쓸한 죽음"
[한국일보] 2013.07.18 11:13:18

 

고독사 막기 위해 방문점검, 질병관리서비스 시행해야"

최근 부산 북구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현모(49)씨가 숨진 지 1주일 여만에 발견됐다. 흔하지 않은 40대 남성의 고독사였다. 최근 몇년간 고령층의 고독사가 많이 발생해 대책이 쏟아졌지만 현씨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현씨가 살았던 곳은 보증금 300만원의 반지하 단칸방... 2년 전 아내와 이혼하고 홀로 살고 있었다. 5㎡(약 1.5평) 면적의 방 한칸에 집기라고는 작은 장롱과 텔레비전, 가스버너가 전부였다.

 

최근 30도를 웃도는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흔한 선풍기 한 대도 없었다. 현씨는 아내와 이혼한 뒤 홀로 생활해 오며 기초생활수급자로 구청으로부터 월 44만8천원을 받았다. 건설일용직으로 일하기도 했지만 현씨는 지난 4월부터는 몸이 불편해 그것도 그만뒀다. 지병인 당뇨가 심해 반지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무척 힘겨워했으며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가족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현씨의 진료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씨의 죽음은 가정이 해체되고 경제적 능력이 없어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40대 남성의 고독사였다"며 "발견 당시 현씨의 시신은 상당히 부패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북구는 65세 이상 독거노인과 65세 이하의 거동이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으면 주 1∼2 차례 전화나 방문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멘토링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현씨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였지만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고 지난 4월까지 일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이 제도의 혜택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통·반장을 이용한 기초수급자나 저소득층 1인 가정에 대한 방문 점검과 질병체크를 통한 지속적인 관리로 고독사를 막아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현씨의 어이없는 죽음 역시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죽은지 6년 만에 보일러실 유골로…

중년의 고독사, 부산서 생활고로 자살 추정
[한국일보] 2013.01.17 20:58:59

 

[사진] 화장 앞둔 고독사 시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홀로 외롭게 살다가 쓸쓸한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혼자 살던 50대 남자가 가족과 이웃의 무관심 속에 숨진 지 무려 6년 만에 발견돼 또 한번 우리 사회의 비정한 세태를 드러냈다. 17일 부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1시45분쯤 서구 남부민동 이모(39)씨 소유의 4층짜리 건물 2층 보일러실에서 세입자 김모(55)씨가 숨져 있는 것을 이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김씨의 시신은 마치 불에 탄 것처럼 까맣게 변한 백골 상태였다. 이씨는 동파된 수도관 복구 공사를 하기 위해 김씨가 세를 든 2층 다세대주택 옆에 딸린 보일러실에 들어갔다가 바닥에서 김씨를 발견했다. 김씨의 시신은 완전히 부패했지만 보일러실 통풍구를 통해 악취가 빠져나가 이웃 주민들도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외부인 침입이나 타살 흔적이 없고, 보일러실 천장 철골에 매듭이 진 전깃줄이 매달려 있었던 점으로 미뤄 김씨가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방에 걸린 달력이 2006년 11월에 멈춰 있고, 그때부터 전기세가 줄어든 점 등을 토대로 김씨가 같은 해 11~12월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의 방에서는 소주병 10여 개와 약봉지 등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4남4녀 중 막내인 김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살다 2002년 어머니가 사망하자 노동일을 하며 혼자 생활해 왔다. 경남 양산시 등 다른 지역에 누나 3명이 살고 있었지만 평소에는 거의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의 누나들은 경찰 조사에서 "동생이 2005년 '생활비가 없으니 돈을 부쳐달라'며 연락한 뒤로 소식이 끊겼다"며 "몇 차례 집을 찾아가도 문이 잠겨있어 노동일 하러 지방에 간 줄만 알았다"고 진술했다. 전 집 주인 이모(67)씨도 김씨가 단순히 부재 중인 것으로 판단, 전세 계약을 자동 연장시켜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동안 건강이 좋지 않아 아들이 대신 건물을 관리했기 때문에 세입자와 연락을 취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지난 12일에는 의정부시 신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던 박모(56)씨가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됐다. 발견 당시 반려견이 박씨의 시신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지난 9일에도 대구 지산동 한 아파트에서 홀로 살던 김모(64) 씨가 목을 매 숨진 지 한달 만에 발견됐다. 김씨의 시신은 경매관계로 찾아온 법원 공무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황홍섭 부산교대 교수는 "1인 가구가 네 가구 당 하나(2010년 기준 전국 414만2,000가구)나 되는 등 최근 고독사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은 변사 관련 통계에도 잡히지 않을 만큼 관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어느 누구도 쓸쓸하게 홀로 죽음을 맞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신간] '무연사회' 無緣社會

늘어가는 독신자… 고독사의 공포,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일보] 2012.06.29 21:19:04

 

 

□ 무연사회/ NHK 무연사회 프로젝트 팀 지음/ 김범수 옮김

용오름 발행 285쪽ㆍ1만3000원
 =일본의 무연사 실상을 폭로한 NHK 취재팀 뒷이야기 =

 

“...채무 연대 보증을 섰다가 빚을 떠안는 바람에 이혼하고 70세가 다 되도록 일용직을 전전하다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은 한 남자... 그는 자기 거실에서 양반 다리를 한 채 앞으로 꼬꾸라져 그 상태로 미라가 된 채 발견된 또 다른 한 남성...”

 

2010년 1월 NHK 특별취재팀이 고독하게 살다 고독하게 죽어가는 무연사(無緣死)의 실상을 폭로한 <무연사회:무연사 3만2,000명의 충격>이 방영된 이후 일본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나홀로족'이 부쩍 늘어난 터라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공포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한 노인이 얼굴을 감싸고 있는 사진에 돋보기를 들이 댄 검은색 책표지가 섬뜩한 이 책은 NHK 제작진의 취재 뒷이야기를 담았다. 독거 상태에서 숨진 사람들의 연고자를 찾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관보에 게재한 몇 줄짜리 사망기사를 단서로 그 인생을 역추적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무연사회의 실상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일본 전역에서 한 해에 공적 비용으로 화장되거나 매장되는 시신은 3만 명이 넘는다. 가족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버림받은 유골이거나,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잃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된 이후 곤두박질 친 안타까운 사연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유품을 정리를 전담하는 특수 청소업자, 가족 대신 이웃이나 지인에게 부탁해 최후를 준비하는 독신자들도 취재했다.

 

현대 일본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고발하겠다는 의도로 기획을 시작했다는 NHK 취재진은 한 인간의 최후를 아무도 거두어주지 않는데 대한 비정함 또는 서글픔을 담담히 추적해 나갔다. '무연사회' 공포는 개인화된 일본의 세태와 구멍난 사회 안전망을 지적하는 것으로 논의를 확장하며 고용 불안과 혈연 또는 지역사회의 인연 상실까지 파고들어 실태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불안한 미래'는 결코 이웃 나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관계 맺는 것을 거부하는 독신자가 늘어나는 우리 사회의 앞날을 보는듯해서 섬뜩하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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