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인의 명상 '바르도(Bardo)' - 제 6부
[세 번째 : 환생으로 향하는 바르도] ------------------------------------
지금부터 나타나는 것은 육체에 대한 흥미, 관심과 집착, 육체의 억압에 관계되는 것들이다. 이 기간 동안 그대는 그대가 옛 일상의 현실세계와 자신의 과거 에고를 필사적으로 되찾으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초월적인 세계에서 일상적인 현실세계로 향하고 있는 이행기(移行期)인 것이다. 지금까지 그대는 마음 속에 나타났던 여러 가지 현상들로부터 도망쳐왔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육체와 관련된 여러 가지 현상들이 나타난다.
나의 말을 분명히 들어라. 이제 의식을 되찾고 보니 그대는 빛으로 된 몸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몸은 생전의 육체와 아주 닮은 모습으로 모든 감각기관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각만으로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
그대의 모습은 육체 밖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만 육체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 몸은 그대가 육체에 흥미를 가졌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낸 상념에 불과하다. 그러한 몸을 가지고 싶은 그대의 욕망이 그 육체를 상상(想像) 속에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몸은 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몸은 물질로 된 육체와는 달리 어떠한 고통도 견딜 수 있다.
이제 그대는 습관의 힘에 의해 그대의 의식수준에 맞고, 그대의 에고의 형태에 맞는 적당한 세계에서 태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어떠한 환영이 나타난다 해도 결코 그것에 대해 욕망을 갖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그 세계로 빨려들어가 그 곳에서 환생할 것이다.
그대가 지금 다시 환생하려고 하고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나타났던 현상과 체험했던 세계가 그대 자신의 표현이라는 것 즉, 지금까지 눈앞에 나타났던 것은 모두 그대 존재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이완(弛緩)하여 그대 자신을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순수하고 빛나는 공의 상태가 되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확고히 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려 하거나, 무엇인가로부터 도망가려 하거나, 무엇인가에 집착하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면, 그대는 지금이라도 해탈할 수 있으며 다시 태어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아직도 이 모든 것이 그대 자신의 의식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다면 단지 그대의 스승의 모습을 떠올려 스승에 대한 집착 없는 헌신 속으로 들어가라. 스승을 마음 속에 그려라.
극도로 지쳐 도중에 포기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스승에게 의식을 집중하여 그대의 마음이 형태 없는 공의 상태에 있게 하라.
기력을 되찾고 그대의 의식이 돌아옴에 따라 그대의 에고가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당황해서는 안된다. 만약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거나 생각에 휘말린다면 그대는 에고 게임의 세계에서 헤매이는 괴로움을 겪어야 할 것이다. 천천히 그대의 본래 모습으로 선명하게 빛나는 공(空)인 그대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라. 스승의 존재가 머리의 정수리로부터 쏟아져내리게 하라.
지금 완전한 감각을 지닌 채 끝없는 영혼의 세계를 방황하고 있는 그대는 꿈꾸는 자신과 꿈 그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가령 생전에 눈이나 귀, 다리 등 몸 어딘가에 장애가 있었다 해도 지금 그대의 몸은 모든 감각기관이 정상이며 또한 매우 예민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것은 그대가 죽어서 마음이라는 심리적인 세계 속을 헤매이고 있다는 표시이다.
그 몸은 모든 감각기관이 올바르게 기능하며 의식만으로 어디로든지 움직일 수 있는 힘 등 여러 가지 기적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욕망으로 이루어진 지금의 그대의 몸은 물질의 육체와 같이 거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벽이든 산이든 그 어떤 물리적인 장애도 통과할 수 있다. 단 태어나려고 하는 태아의 육체나 생명이 머물고 있지 않은 육체의 두뇌만은 통과할 수 없다.
지금 그대에게는 초능력이 있다. 그대는 생각만으로 어느 시간, 어느 공간의 영역으로든 갈 수 있다.
또한 지금의 그대의 몸은 그대와 같은 상태에 있는 존재의 눈에만 보인다. 가보고 싶었던 곳이나,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마치 꿈과 같이 차례로 그대 앞에 나타날 것이다. 오로지 스승에 대해서만 명상하라.
그들에게 무엇을 하려고 하거나 말을 걸려는 생각은 모두 버려라.
(The Lovely Bones)
그대는 지금 힘차게 환생의 길을 향해 가고 있다. 그것은 그대 스스로의 집착과 존재에 대한 거부감에 의한 현상일 뿐이다.
평범한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달라보일 것이다.
그대의 카르마에 따라 그대는 이런 상태에서 7일에서 49일간 혹은 그 이상 머물게 될 것이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라.
일진 광풍, 차가운 돌풍, 윙윙, 철커덕 철커덕과 같은 기계음과 같은 소리, 비웃는듯한 웃음소리, 그 모든 악몽과 같은 광경과 환청은 에고가 행하는 게임의 잔재에 불과할 뿐이다.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사악한 행위를 쌓아온 사람은 그 하나하나가 자신에게 돌아온다. 마치 무언가 엄청난 대참사가 일어날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것은 지금 그대의 의식이 불완전하고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의 의식 속에 숨어있던 공격성과 욕망, 무지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런 혼란하고 무서운 상태가 그대에게 일어날 때 단지 스승을 떠 올려라.
“사랑하는 스승님, 부디 환영에 휩쓸리지 않도록 인도하여 주십시요. 이제 또다시 무의식의 어둠 속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인도하여 주십시요. 부디 이런 무의식의 에고를 제거하여 순수하고 빛나는 공(空)인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수행을 할 수 있는 곳에서 태어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십시요.”
무서운 광경이나 소리 때문에 겁에 질려 갈피를 못잡고 도망치는 사람은 그대의 앞길을 가로막는 흰색, 검은색, 붉은색의 세 가지 바닥없는 심연의 낭떠러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분노, 탐욕, 어리석음이 색깔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곳으로 떨어질 때의 느낌은 실제로 환생할 때 자궁으로 떨어지는 느낌과 같다. 만약 그대가 그렇게 되어버렸다면 행복한 세계로 태어나기를 가슴 속에 새겨둬라.
그리고 과거에 많은 창조적인 일을 해왔던 사람들은 이 마음의 과정을 겪는 기간 동안 ‘더없는 기쁨과 행복’을 경험할 것이다. 좋은 행위도 나쁜 행위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괴로움도 기쁨도 없이 단조롭고 무덤덤한 상태가 찾아올 것이다. 그대에게 어떤 상태가 찾아오더라도 공포를 두려워하지도 말고 기쁨을 바라지도 말라. 단지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하라.
“내가 보는 것은 모두 내가 만들어낸 것이며 그것은 모두 나의 책임이다.”
이것을 무념 속에 그대 가슴 안에 간직하라. 생각을 통제할 수 없어 그대는 자꾸만 혼란스럽고 공포에 떨게 될 것이다. 때로는 의식이 흐려질 것이다. 그때 아! 나는 죽었구나.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하는 생각이 일어날지 모른다.
한 곳에서 휴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대는 어디로든 계속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을 갖지 말고 대신 마음을 무념무상의 공의 상태에 머물러 있도록 하라.
(After Life)
그대가 집을 생각한다면 그대는 즉시 그대의 집으로 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육체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려고 결심하여 육체를 구하러 헤매일지도 모른다.
몇 번이고 자신의 죽은 몸 속으로 들어가 보지만 그것은 아무 소용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디에도 그대가 들어갈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실망하여 바위나 돌맹이 틈 사이에 짓눌린 듯한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그대가 무리하게 자신의 에고로 되돌아가려고 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치 물 밖으로 나와 빨갛게 달궈진 불구덩이 위에 버려진 물고기와 같이 도대체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두려울 것이다. 육체로 돌아가려고 하지 말라.
그대의 마음을 바라보지 못하고 각성을 유지하지 못함으로써 그대는 아직도 그대의 상황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그대가 지금 당하는 괴로움은 그대 자신의 과거의 카르마에서 온 것으로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대의 본질은 항상 더럽혀지지 않고 깨끗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
이제 생전에 그대가 행했던 창조적인 행동들과 부정적 파괴적인 행동들이 눈앞에 재현되어 비교될 것이다.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하고 있는 동안 그대는 경직되고 긴장될 것이다. 부정적인 행위가 나타나면 “나는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저것은 사실은 내 탓이 아니다 라고 속이려 할 것이다. 그러면 돌연 눈앞에 자신이 죄책감을 느꼈던 모든 행위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나타날 것이다. 그대의 의식 내부에 기록되어 있던 과거의 행위들이 드러나 그대가 무슨 일을 했었는지 보여줄 것이다.
이제 거짓말은 소용이 없다. 만약 그런 상황들이 그대 자신의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단지 카르마의 원인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것임을 깨닫는다면 그대는 지금 바로 여기에서 해탈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대가 지금 펼쳐지고 있는 이 드라마와 동일시하여 그것에 휩쓸려버린다면 그 드라마는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그대 자신의 과거 욕망의 투영으로 인해 고통을 받을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지금 그대의 몸 상념체는 원래 그대 자신이 만들어낸 것으로 실체도 없고 죽을 수도 없다. 실체가 없는 공인 것이 어찌 실체가 없는 공인 그대의 몸을 상처 입힐 수 있겠는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에 계속 의식적이 되라.
마음을 흩트리지 말고 나의 말을 잘 들어라. 지금 그대 존재의 진정한 모습은 실체가 없는 지성, 지식을 초월한 공의 지혜 그 자체이다. 이 상태를 깨닫고 깨닫지 못하는 것이 깨달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이다.
만약 아직까지도 사람이나 물건, 형상, 그리고 자신의 지위나 역할의 집착이 남아있다면 그 집착을 스승에게 맡겨라. 모든 것을 내 맡겨라.
아직까지 존재의 진정한 모습을 인식할 수 없었다해도 지금이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대는 해탈하여 자신의 본성을 깨달을 수 있다.
그 공이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의미의 공이 아닌, 그대가 경외심을 느끼게 되는 그러한 공이다. 그곳에 이른다면 그대의 의식은 보다 명료하고 투명하게 빛날 것이다.
만약 아직도 의식을 통제할 수 없다면 스승을 기억하고 그의 무한한 사랑과 무조건적인 받아들임을 기억하라. 존재의 모든 모습들이 나타나는 동안 스승에 대한 그대의 의식을 놓지 말라.
그대 의식이 깨어 있으면 깨어 있을수록 격렬하고 공격적인 섹스를 하는 남녀를 피해 마음도 행위도 조용하고 온화한 남녀의 자궁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 세 번째 단계에서는 지성이 높아지고 명석해지기 때문에 자궁을 선택하는 방법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세 번째 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이 들어가기 싫은 자궁의 문을 어떻게 닫을까 하는 것이다.
우선 첫째로 어느 것이 자궁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모든 지각이 완전히 혼미해져서 자궁이 자궁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보이게 된다.
이미 느끼고 있을지 모르지만 바르도에는 세 종류의 다른 의식상태가 나타난다. 최초로 나타났던 창조적인 의식 상태와 다음에 나타난 파괴적인 의식 상태에서는 눈에 비치는 것을 그대로 신뢰할 수 있었지만 지금 나타나고 있는 세 번째 의식 상태에서는 눈앞의 광경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그것은 사람의 눈을 속이고 숨기기 위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궁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눈에 비쳐지는 것 모두가 사실은 찬연하게 빛나는 공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영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배후에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어두운 흰색, 어두운 초록색, 어두운 노란색, 어두운 파란색, 어두운 붉은색, 그리고 어두운 회색... 어떤 빛이든 자신의 세계로 그대를 환생시키기 위해 그대를 끌어당기려 할 것이다. 결코 그것들에 주의를 기울여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대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차원의 존재 즉, 스승을 마음 속에 떠올려라. 자, 스승의 현존을 떠올려라. 얼마 동안 스승의 모습을 의식하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스승의 모습을 서서히 녹아 사라지게 하라. 그리하여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갠 무심의 상태 속에서 다른 것은 모두 사라지고 관조자만이 남게 하라.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자동적으로 그대는 자궁으로 들어가지 않고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자궁으로 들어갈 것 같으면 자궁의 문을 닫기 위해 지금 바로 다음과 같은 다짐을 떠올려라.
“환생으로 향하는 바르도가 시작 됐지만 지금 나는 마음을 흩트리지 않고 의식을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나는 몸도 마음도 아니라는 각성을 유지하여 자궁의 문을 닫을 것이다. 자궁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순수한 마음으로 노력해야 할 때이다. 나는 욕망을 버리고 질투를 버리고 스승에 대해 명상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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