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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청와대

[규제개혁] '묻지마 규제개혁' 경제 오작동 부른다!! 규제는 대박이다

잠용(潛蓉) 2014. 3. 20. 08:06

묻지마 규제완화 '시장 오작동' 부른다
한겨레 | 입력 2014.03.19 21:10 | 수정 2014.03.19 22:40

 

10만명 피해 '저축은행 사태'도 대출규제 완화가 부른 대형사고
규제 풀기 전 폐해 먼저 따져봐야 OECD '규제관리'로 합리성 추구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 확대 규제개혁점검회의가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다. 회의에는 중소기업인들을 위주로 40~50여명의 기업인과 민간전문가, 관계장관 등 총 140여명이 참석해 오후 2시부터 2개 세션으로 나눠 약 4시간 정도 '끝장토론'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회의 전 과정은 생중계될 예정이다. 앞으로 이어질 강력한 규제완화 드라이브를 상징하는 보기 드문 행사인 셈이다. 

 

 

이 회의는 애초 17일 예정됐다가 박 대통령이 회의 전날 민간 참여를 확대하라고 지시하면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불필요한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라는 자극적인 말로 규제완화를 역설했다. 경기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강조하고, 동시에 관료 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계기로 '규제완화'를 활용하는 모양새다.

 

규제완화 드라이브의 주된 대상은 경제 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 등의 표현을 통해 기업 활동에 제한을 주는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정부는 사전규제 등 원칙적 금지 규정들을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의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및 주택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입지규제도 대거 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규제완화 흐름은 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등에서 그린벨트 해제지역·농지·산지 규제완화 등의 형태로 나타난 바 있다.

 

불합리한 규제를 개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규제 자체를 금기시하고 숫자 줄이기식으로 접근할 때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시장경제 자체가 촘촘한 규제에 의해 비로소 유지되는 제도인데다, 최소한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장치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기·수도·도로 등 공공서비스를 시장에 아예 개방하지 않은 것은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경제 규제의 한 예다.

 

사회공공연구소의 송유나 연구위원은 "신자유주의(시장만능주의)의 공공성에 대한 공격은 항상 규제완화로부터 시작됐다"며 "정치적 목적 탓에 경기활성화가 필요한 정부가, 자본에 규제완화를 선물하는 방식이 되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규제완화에 총량제 개념을 도입하는 등 규제완화를 질의 문제가 아니라 양적인 문제로 접근할 경우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이어져 득보다 실이 훨씬 커질 우려를 낳는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에서 규제총량제, 네거티브 규제방식, 자동효력 상실제 등을 열거했다. 그러나 옥석을 가리지 않은 총량적 접근은 '대형사고'로 이어진 경험이 적지 않다. 피해자 수만 10만여명에 이르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대표적이다.

 

규제총량제를 도입했던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자기자본비율 8% 이상, 연체 3개월 이하, 여신 비율 8% 이하'인 '88클럽'에 해당하는 저축은행의 대출 제한을 풀어줬다. 당초 규제완화의 목적은 서민금융을 위한 것이었지만, 저축은행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에 뛰어들어 몸집을 크게 불렸다. 애초 상호신용금고였던 명칭을 '저축은행'으로 풀어준 것 역시, 금융권 규제완화 흐름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영업의 자유를 마음껏 누린 저축은행들은 연쇄 붕괴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왔다.

 

더 유지할 필요가 없는 규제를 완화, 폐지하는 게 바람직한 개혁이지만 현 정부는 규제에 대한 정밀한 평가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행법상 규제영향분석제도를 갖추고는 있지만, 규제가 시장경쟁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는 미미한 실정이다. 특히 학계에서는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영향분석 수준은 규제 대안의 검토, 비용·편익의 분석, 배분적 정의 등 규제영향분석의 핵심적인 내용조차 미비한 상황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규제가 시장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파악조차 못한 채 규제완화의 칼만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아주대 최희갑 교수(경제학)는 "시장구조상 이미 확장된 시장지배력을 다시 감소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규제완화에 가장 필요한 것은 규제 자체의 효과와 폐해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일인데, 지금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에는 그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규제완화를 부르짖는 한국 정부와 달리, 세계적인 조류는 바뀌고 있다. 시장만능주의의 첨병으로 규제완화를 밀어붙였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최근 규제완화에서 벗어나, '규제관리'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월가 점령 운동(오큐파이 월스트리트) 이후 시장과 금융시스템의 오작동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규제가 경쟁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경쟁영향평가 툴킷(toolkit)'을 각국에 제공하고도 있다. 시장의 긍정적인 경쟁을 방해하는 규제를 골라내, 이를 완화·축소하라는 취지다. 한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사실 모든 규제는 필요성과 이념을 가지고 있다. 그 규제를 융통성 있게 운용하지 않는 현장 공무원들과 시장의 변화는 무시하고 규제 탓만 하는 경제주체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경제학)는 "규제개혁은 필요하지만 규제체계의 합리성을 측정하고 규제개혁위원회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이뤄져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돕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여, 규제개혁의 합리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현웅 권은중 석진환 기자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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