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 남궁욱 | 입력 2014.04.23 16:02 | 수정 2014.04.23 16:08
[앵커] 이번 세월호 사고 초동대응에선 정부 내 컨트롤 타워, 즉 사령탑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결국 국민들은 청와대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청와대는 오늘(23일)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고 합니다. 청와대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남궁욱 기자! 컨트롤 타워 얘기가 어떻게 나온 얘기입니까?
[기자] 예, 민경욱 대변인이 오늘 브리핑에서 "국가안보실은 통일·안보·정보·국방의 컨트롤 타워"라면서 "지금 법령으로 보면 정부에서 이런 재해상황이 터졌을 때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앞서 민 대변인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재난 상황에 대해서 정보를 빨리 알 수 있는 여권이 갖춰져 있다"고도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그런 상황 정보를 빨리 접하고 그걸 관련 수석실에 뿌리는 일이 국가안보실의 역할"이라고 이렇게 한정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제 구실을 못했으니까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잖아요.
[기자]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언론들이 일제히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제 구실을 못했다"라고 비판한 거고, 그에 대해 반론 과정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 건데요, 러다 보니 오늘 발표한 청와대의 입장이 현행법상으로 맞는 말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잘 맞지 않는 것이고 이런 입장 표명 자체가 청와대로 책임론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한 게 아니냐 이런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야당 '정부 책임론' 고개... "내각 총사퇴" 주장
연합뉴스 | 입력 2014.04.23 20:30
[앵커] 세월호 침몰사고의 수습 과정에서 확인된 정부의 위기관리 난맥상이 정치권에서 다뤄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의 설훈 의원은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습니다. 김범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라는 초대형 참사 앞에서 정부는 컨트롤타워 부재, 부실한 초동 대처와 재난대응 시스템, 안일한 공직기강 등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희생자 수습 등 사태가 어느정도 정리된 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 책임론이 불붙을 것임을 짐작케 합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 대책을 보고받기 위해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는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설훈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전 국무위원들이 함께 물러나면서 이 상황 수습을 대통령께 건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정쇄신 차원에서 상당폭의 개각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 내각 총사퇴까지는 아니더라도 개각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아직까지는 정부를 향한 공세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실종자 수색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여야 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내각 총사퇴론 또는 문책론 제기는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에 보여진 정부 난맥상을 짚는 수준으로 그 수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불안합니다. 우리 정부에 사고대책에 관한 체계적인 준비나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을 모두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정부 책임론에 서서히 군불을 때는 모양새입니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발생한 세월호 참사. 여야 모두 지금은 몸을 낮추고 있지만 정부 책임을 둘러싼 논쟁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뉴스Y 김범현입니다.
세월호 선장과 대통령의 자세, 놀랍도록 닮았다
[주장] 지위에 걸맞은 능력 없었던 선원들...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오마이뉴스] 2014.04.23 17:39 l 최종 업데이트 2014.04.23 17:39 l 서범진(trotskii02)
1551407194메일오블 친구가 마음을 털어놓았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어떤 주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선장의 책임 문제에만 주목하더라며, 그래서 그 생각을 설득하고 싶었는데 그게 참 힘들었다고 한다. 나도 요즘 주변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눌 때면, 결국은 이야기가 선장의 문제로 흐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선장이 저지른 실수와 그가 보여준 무책임성은 정말 우리 모두를 화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누군들 선장을 옹호할 수 있겠는가. 침몰시 초기 대응만 달랐어도 훨씬 더 많이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선장은 배의 가장 중요한 책임자이면서도, 자신의 책임을 나몰라라 하며 가장 먼저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아무개 선장만 아니었다면, 피할 수 있는 사건이었나?
▲ 소환조사 마친 세월호 선장 17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에서 2차 소환 조사를 마친 세월호 선장이 경찰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진정한 논점은 선장 이아무개씨가 문제를 저질렀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이 문제는 답이 너무나 명확해서, 어쩌면 던지나 마나한 물음이다. 우리가 던져야 할 올바른 질문은, 이 참사가 이아무개 선장만 아니었다면, 다시 말해 그 무능하고 나약한 인간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냐는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는, 당시 그 선장뿐 아니라 함께 탈출한 선원들이 죄다 문제였으니, 이들 모두가 다른 사람들로 교체되었더라면, 이라고 물어야 할 것이다. 나는 솔직히 그 물음에 대해 "그랬겠지"하고 답변을 못 하겠다.
지금 대중의 선장에 대한 분노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며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1) 상업언론이라면 진보 신문이든 보수 신문이든 판매부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신문들은 사람들의 관심사를 다뤄야 한다. 2)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치성향을 막론하고 선장에게 잔뜩 화가 나있다. 3) 좌우 신문 모두가 선장의 문제를 다루는 기사들을 많이 내보낸다.
4) 여기에 보수 신문들은 '옳다구나' 하고 선장 비난에 더 열을 올린다. 이런 분위기가 '민심 이반'과 '종북좌파' 다스리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5) 심지어 이제는 대통령까지 슬쩍 이 분위기에 가세했다. 친히 "살인자와 같다"는 규정까지 했다. 6) 모든 국민과 힘있는 사람들이 다 같이 선장이라는 개인을 비난한다. 이 사회 전체가 선장에게 돌을 던지는 것을 허락했고, 이제 분위기는 날로 격해진다.
이 패턴에 따라, 사망자 숫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선장을 향한 분노도 커지고 또 커지고 있다. 그 덕에 곧잘 간과되는 것은, 모두의 분노가 태양처럼 이글이글 타오를수록, 태양빛이 비추는 곳 반대편의 그림자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그늘 속에 우리가 진정 보아야만 하는 것들이 가려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위에 걸맞은 능력 없었던 선장·선원, 누구의 책임인가
▲ 세월호-진도VRS 교신녹취록 공개 '여객선침몰사고 범정부대책본부'가 20일 오후 전남 진도군청에서 배포한 침몰당시 '세월호'와 진도 해상관제센터(VTS)의 교신녹취록. /ⓒ 권우성
나는 무엇보다 세월호와 진도VTS 사이의 교신록 내용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내가 그 교신록을 보면서 든 생각은, 선장과 핵심 선원들이 재난대비 안전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었다(실제로 이 점은 최근 검경합동수사본부 수사 과정에서도 선원들이 진술한 부분이다. 청해진해운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지난해 직원 118명을 위한 연수 비용으로 겨우 54만 1000원을 사용했다니 할 말 다한 셈이다).
교신록을 보건대, 선원들은 배가 기우는 초기에 뭘 할지 모르고 좌충우돌만 했다. 심지어 세월호에서 탈출한 조타수는 한 인터뷰에서 '막말'을 해서 공분을 키웠다. 그는 "상황이 안 되지 않냐. 객실에 (승객들 대피시키러) 어떻게 가냐"라고 주장했다. 기가 막혔다. 아니, 배가 기울기 전에, 아직 상황이 됐을 때 신속하게 움직였어야지.
이 교신록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측은함이었다. 선장과 선원들은 그 지위에 걸맞은 능력을 전혀 가지고 있지 못했다. 구조 요청을 하는 것 외에, 이런 사태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은 지난 2월 특별 안전점검에서 세월호의 '선내 비상훈련 실시 여부'를 평가해 '양호' 등급을 줬다.
이런 대충대충이 그저 우연의 산물이었을까? 나는 지난 겨울에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 당시에 봤던 글들이 떠올랐다. 일본과 영국의 철도가 민영화된 이래 사고가 급증한 이유는, 바로 민자회사들의 이윤 추구 탓이었다. 그들은 노동자들을 감원해 더 적은 노동자들에게 많은 일을 강요했고 안전 교육과 사고 대비도 철저히 시키지 않았다. 시설이 노후해도 무리하게 운용했다.
나는 기시감을 느낀다. 세월호 선장은 고작 월 200만~300만 원 받는 계약직 비정규직 선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나면 목숨을 바칠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니, 대체 바치는 방법이나 제대로 알려줬나. 심지어 승선 선원들은 최근 수사에서 자신들이 평소 업무 때도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뉘어서 팀워크조차 없었다고 털어 놓을 정도였다.
해운사는 돈을 벌려고 선박을 무리하게 개조했다. 정부는 그걸 묵인했을 뿐만 아니라, 낡은 배도 운영할 수 있게 규제까지 풀어줬다. 돈 벌려고 화물 적재는 무리하게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상식이 됐고, 이 역시 단속 대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사고자 숫자조차 제대로 못 세는 재난대응시스템은 또 어땠는가. 사고 같은 것이 세상에 있기나 하겠는가 하고 다들 믿고 사는 것처럼 보였다. 대체 무엇에 눈이 멀어서. 세월호 선장과 대통령의 자세, 놀랍도록 비슷하다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 청와대
부도덕한 선장이 이 모든 일을 벌인 것인가? 이 사회의 이윤 논리와 박근혜 정부는 그저 이 비극이 상영되는 무대 한 켠의 '배경 세트'쯤에 불과한 것인가? 모든 사회 문제가 그렇듯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회 구조나 근본 원인을 따지는 것은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게 책임을 몰아주는 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지만, 그래도 우리는 어떤 선량하고 책임감 강하고 능력있는 세월호 선장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소망하는 그 선장님은 이 참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일 그 대신, 그저 평범하고 나약하며 훈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또다른 사람이 선장이 됐다면 어땠을까? 우리의 상식은 후자의 가능성이 전자보다 아무래도 클 것 같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시스템의 의의는 우발적 요소의 영향력을 최소화시키고, 예측과 계획에 입각해 목표를 이뤄나간다는 것이다. 이번 참사의 진정한 비극적 성격은 바로 못난 선장 개인이 가져온 문제를 우리의 시스템이 막지 못했다는 것, 아니 정반대로 우리 시스템이 못난 선장을 만들어냈다는 그 자체다. 그리고 바로 그 시스템은 이 사회의 책임있는 '권력'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여러 외신들이 박근혜의 "선장 살인자" 언급에 충격을 받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의 언급은 특히 날카롭다.
"서양에서는 어떠한 국가의 지도자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국가적 비극에 대해 이렇게 늑장 대응을 하게 되면 그들의 지지율이나, 심지어 그들의 자리도 무사하기 힘들 것이다."
<시사IN>의 일침 역시 우리의 가슴에 깊이 파고들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시스템의 최종 책임자'에서 '구름 위의 심판자'로 자신을 옮겨놓았다. 시스템이 무너져내리는 가운데, 최종 책임자는 자신의 책임을 말하는 대신 '책임질 사람에 대한 색출 의지'를 과시하는 단죄자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차지했다. 침몰하는 시스템에서, 대통령은 그렇게 가장 먼저 '탈출'했다."
지금 나는, 500여 명의 승객의 생명을 책임져야 했던 세월호 선장의 태도와 5000만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의 자세가 놀랍도록 다르지 않다는 것에서, 심각한 공포감을 느낀다. 이런 문제있는 선장들이 키를 잡는 것을 허용하는 이 사회 구조는 더욱 두렵다.
그러니, 다시 묻자. 우리가 이 사건의 책임 소재를 가리고자 하는 것은 그저 우리의 카타르시스를 위함인가, 이런 일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인가? 우리에게는 그저 슬픔에 빠져 있을 권리도, 화를 위한 화만 반복하고 있을 여유도 없다. 그 모든 것은 사치다. 깊은 바다 속에서 삶을 빼앗긴 이들을 기리기 위해, 우리가 진짜 해야만 하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다.
핵심 선원들, 구조 요청 30분전 조타실 집합
서울신문 | 입력 2014.04.23 03:13
1시간 동안 조타실에선 무슨 일이
[서울신문]세월호가 침몰한 시점부터 핵심 선원들이 배를 탈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1시간 남짓 동안 조타실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조타실은 항해와 조난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컨트롤하는 장소이다. 주요 선원들은 사고 전후 이곳에 모여 '뭔가'를 했지만 끝내 승객들을 뒤로한 채 자신들만 배에서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합동수사본부는 22일 "선장 등 핵심 선원들이 사고에 대처하는 행적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원 간 진술이 엇갈려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선장 이모(69)씨가 상당기간 자리(조타실)를 비웠다"고만 확인했다. 사고를 전후한 선장의 행적에 대해 "선원들의 진술이 엇갈려 특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또 "사고 전후 박모 기관장이 기관실 직원들만 데리고 승객들보다 먼저 탈출했다"고 확인했다. 선장 이씨는 수사본부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조타실을 잠깐 비웠고, 비상시에는 이곳에 머물며 상황을 통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그러나 "선장 이씨가 항해사 등을 통해 승객 퇴선 명령을 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승객들에게 전달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의 핵심 인물인 이씨의 행적이 그가 구속된 지 5일이 지났지만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조타실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16일 오전 8시 25분쯤 항로 변침 이후 동력을 잃은 세월호가 45도가량 오른쪽으로 급격히 꺾이면서 표류를 시작한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선장과 항해사, 기관장 등 주요 선원들이 조타실로 몰려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때 기관사 등도 기관실을 벗어나 맨 꼭대기층의 조타실로 올라왔다. 기울어진 선체 복원이나 기관의 재시동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어 8시 55분쯤 1등항해사 강모씨와 2등항해사 김모씨는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처음 신고해 구조를 요청했다. 이들 항해사는 이후 9시 6분~37분 진도VTS와 30여분 동안 구조와 관련된 통화를 주고받는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배는 점점 기울어 갔다. 이때 기관장, 기관사, 조타수, 갑판원 등은 구조 매뉴얼에 따라 승객 구조에 나서야 함에도 이를 방관했다. 9시 17분 이뤄진 진도 VTS와 교신내용을 보면 세월호 측은 "지금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다." 이어 9시23분 "방송이 불가능해 승객을 탈출시킬 수 없다"고 답변한다. 9시 27분 목포해경 항공대 소속 511헬기가 현장에 처음 도착해 12명의 승객을 구출하고, 주변 어선들도 물로 뛰어든 승객 구출에 나선다. 10여분 후인 9시 37분 진도VTS와의 교신은 완전이 끊긴다.
기관사들이 자신들만 아는 3층 통로를 통해 구조선을 탔고, 다른 선원들도 잇따라 탈출했다. 선장 이씨는 사고 해역으로부터 18마일(35㎞)쯤 떨어진 진도 임회면 팽목항에 11시 16분에 도착했다. 이 거리라면 빠른 경비정이라 해도 1시간 넘게 걸린다. 그와 선원들이 늦어도 배를 탈출한 시각을 역산해 보면 오전 9시 38분 전후로 추정된다. 세월호 선박직 직원 15명은 그렇게 전원 구조됐다. 당시 남은 승객은 차디찬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목포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책임자 없이 변명만 난무하는 "대한민국이 싫다"
뉴시스 | 배동민 | 입력 2014.04.23 20:29
【진도=뉴시스】배동민 기자 = '쯧, 쯧'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대형스크린으로 TV 뉴스를 보던 실종자 가족들이 혀를 찼다. 화면에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에 정부 당국(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하고 있었다. 안전행정부에 설치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이번 사고의 컨트롤타워라는 얘기다.
↑ 【진도=뉴시스】박영태 기자 = 23일 오전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4.04.23. since1999@newsis.com
이를 지켜본 실종자 가족들은 "대책본부가 제 역할을 못 하니까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찾는 것 아니냐"며 화를 참지 못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있는데 높으신 양반들은 벌써부터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이곳에 와서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게 국민을 위한 정부가 할 짓이냐"고 비판했다.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실종된 경기도 안산단원고등학교 한 학생 아버지는 "박 대통령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기 위해 수백억원을 들이면서 '안전'을 강조했다"며 "수백억을 들이면 뭐하고 안전을 강조하면 뭐하나. 정작 책임자들은 발만 빼고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한민국이 싫다"는 한 실종자 가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에 앞선 22일 아들의 시신이 뒤바뀐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단원고 심모(17)군의 아버지도 "죽은 것도 억울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우리나라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냐. 정말 나라가 싫어진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재난 대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 안보실이 '재난의 컨트롤타워'라고 얘기한 부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보실은)청와대의 안보·통일·정보·국방 컨트롤타워다. 자연재해 같은 것이 났을 때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안보실은)재난상황에 대해서도 정보를 빨리 알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 빨리 정보를 접하고 관련된 수석실에 빨리 뿌려주는 일이 안보실의 역할"이라며 "법령으로 보면 정부 안에서는 이런 재해상황이 터졌을 때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guggy@newsis.com]
두 달도 채 못넘긴 '안전 대한민국' 선언
국민일보 | 입력 2014.04.24 02:04
정홍원 국무총리와 장관들, 17개 시·도지사들은 지난 2월 27일 간담회를 갖고 '안전 대한민국을 위한 다짐'이라는 선언을 채택했다. 같은 달 20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나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간담회에는 안전행정부·교육부 장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소방방재청장, 경찰청 차장, 17개 시·도지사가 참석했다. 하지만 두 달이 채 안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선언은 무색해졌다.
정 총리와 시·도지사들은 '안전 대한민국을 위한 다짐'에서 각종 재난과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정 총리는 간담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기본책무"라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문제를 근본부터 바로잡는다는 각오로 제도개선과 안전점검, 안전의식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모두 이번 사고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
또 국민 안전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 점검을 생활화하기로 했으나 세월호에 대한 선박 검사는 허술했고 승객 안전은 뒷전이었다. 재난과 위험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신속히 제공한다는 다짐도 했으나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은 군·경의 구조활동 상황을 제대로 전달받지 않아 분통을 터뜨렸다. 정 총리와 시·도지사들은 안전의 생활화를 위해 교육과 훈련, 홍보를 지속적으로 실시한다고 다짐했지만 세월호에 승선한 승객들에게 안전교육과 훈련은 없었다.
간담회에서는 안전문화·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지자체의 사례 발표도 있었다. 특히 전남은 '안전한 전남, 행복한 도민'이라는 비전 아래 재난유형별 안전관리계획 수립·훈련, 재난·안전 취약시설 안전관리, 도민 안전점검 청구제 활성화 등 4개 분야 14개 과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전남 진도군과 목포시는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안전'은 말로만 강조? '재난관리' 예산 되레 줄어
국민일보 | 입력 2014.04.24 03:25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와 인프라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는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기획재정부는 '2013∼2017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공공질서·안전분야 투자에서 2017년까지 재난관리 부문 예산을 연평균 4.9%씩 감축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5.3%), 법원과 헌법재판소(4.7%) 등 다른 부문이 모두 증가하는 것과 대조된다.
재난관리 예산은 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 등의 재난예방안전관리, 재난안전기술연구개발, 재난안전교육, 재난상황 등에 투입되는 것이다. 계획에 따르면 재난관리 예산은 지난해 9840억원에서 올해 9440억원으로 줄고 내년 8610억원, 2016년 7830억원으로 감소하게 된다. 기재부 측은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재해시설 투자 기조를 시스템 투자로 전환, 효과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2003∼2007년에 연평균 재난피해액이 1조7767억원에 달했지만 2008∼2012년에는 연평균 5345억원으로 크게 줄었다는 것을 배경으로 꼽았다.
하지만 자연재난 분야와 인적재난 예방분야 주무부처인 소방방재청의 경우 재난관리 예산을 줄이는 계획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소방청은 세월호 참사 등을 계기로 올해 내수면(강·호수)의 여객선 관리 등 인적재난 예방분야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예산도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4년 해사안전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관련 예산은 5402억원이다. 올 들어 해상에서 대형 기름 유출사고 등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지난해(5712억원)보다 약 300억원이 감소했다. 특히 세월호와 같은 노후 선박 안전검사 강화 등에 쓰이는 선박 안전성 관련 예산 규모도 지난해(약 543억원)보다 줄어든 약 500억원이 책정됐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
실종자 부모의 절규 "둘째에겐 이 땅 떠나라고..."
[오마이뉴스] 2014.04.23 20:50 l 최종 업데이트 2014.04.24 08:56 l 소중한(extremes88)
[현장] 진도 팽목항, 실종자 가족·전국민 메시지 나붙어
▲ 팽목항 일부 천막엔 실종자 가족의 손글씨가 새겨져 보는 이에게 안타까움을 선사했다. 한 단원고 학부모가 쓴 것으로 보이는 글이 천막에 적혀 있다. /ⓒ 소중한
"'다녀오겠습니다'로 시작한 여행, 다녀왔습니다로 끝내줘요."
"기적처럼 태어났으니 기적처럼 돌아오세요."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에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가 전국 각지에서 모이고 있다. 22일 대자보와 쪽지가 진도군실내체육관에 붙은 데 이어 23일 오후 4시께 진도 팽목항 '가족임시대기실' 앞 게시판엔 전국민의 정성이 담긴 편지와 쪽지가 나붙었다. 편지와 쪽지에는 "기적이 일어나길" "도움을 드리고 싶어 구호물품을 보냅니다" "조금만 더 참고 견뎌주세요" 등 실종자 가족를 응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할 수 있는 게 기도뿐이라 죄송합니다"
특히 단원고 학생과 가족을 위로하는 중고생이 쓴 쪽지가 눈에 많이 띄었다.
"제가 작년에 수학여행을 갈 때 들 떠 있었던 게 생각나고 그렇게 들떠 있었던 모습을 생각하니 더 안타깝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여기서 기도하는 일 뿐이라는 것도 죄송합니다. 더 이상 나쁜 일이 일어나지않았으면 좋겠고 구조됐으면 좋겠어요." - 광주 첨단고 2학년 이○○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제발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단원고등학교에 기적이 일어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언니, 오빠들 힘내세요." - 사천여자중학교 3학년 김○○
곳곳에선 최근 많은 이들이 동참하고 잇는 온라인 추모방식 '노란리본'을 직접 손으로 그린 쪽지도 볼 수 있었다. 노란 리본과 함께 실종자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R=VD'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R=VD는 'Realizati- on= Vivid Dream'의 약자로 '생생하게 꿈꾸면 이뤄진다'는 뜻이다. 편지와 쪽지 앞에서 오랜 시간 머문 한 실종자 가족은 "아" 하고 탄식과 함께 "눈물 날 거 같다"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 기다림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이날 편지와 쪽지가 붙은 것에 앞서 팽목항 일부 천막엔 실종자 가족의 손글씨가 새겨져 보는 이에게 안타까움을 선사했다. 아래는 그 내용 중 일부이다.
"아가야, 아가야, 내 아가야. 엄마 품에 돌아와. 토닥여 줄게. 영원히 사랑해, 우리 큰 아들 ○○야."
"지금 우리 ○○이, 바다에 있든 하늘에 있든 정말 보고싶다. ○○아 사랑해."
"사랑하는 우리 아빠! 춥고, 배고프고, 무섭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아빠의 가족들 모두 간절히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꼭 무사히 끝까지 버티시고 조금만 더 힘내세요. 아빠, 꼭 조만간 봐요.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아빠. -아빠 딸 올림"
"어찌 이렇게 참담할 수가 있습니까? 부모의 입장에서,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너무도 아프고 또 아프기만 합니다. 저 또한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 이 땅에 살아가고 있지만 현재 살아 있다는 자체가 부끄럽기만 합니다. 저는 (실종자가 아닌) 제 둘째 자식에게 이렇게 가르치렵니다. 이 나라, 이 땅에 사는 한 이 무능한 정부와 관료들을 믿지 말라고요. 그리고 이 땅을 떠나라고 가르치렵니다. 지금도 눈 앞에 아른거려 눈물을 흘리려 해도 나올 눈물도 없네요. - 2학년 ○반 학부모"
▲ 실종자 가족 위로하는 편지 행렬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기다림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편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 남소연
우측 객실을 썼던 우린 딱 3명만... 9반· 10반의 '눈물'
국민일보 | 입력 2014.04.23 20:53
[쿠키 사회]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를 맞았지만 23일 현재까지 150여명은 실종 상태다. 세월호에 탔던 안산 단원고 여학생반인 9반, 10반 학생들은 구조자도 가장 적었고, 시신 발견조차 더디게 진행됐다. 지난 22일에야 9반 여학생들의 시신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학부모들은 애를 태우며 자식이 살아 돌아오길,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했지만 아이들은 일주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부모의 품에 안겼다.
[사진]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단원고 희생자를 위한 임시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재학생들이 헌화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안산=이병주기자
22일 오후 진도실내체육관에서는 한 남성이 단상에 올라 "9반, 10반 학부모님들 3번 게이트 쪽으로 모여주세요. 시신 확인하러 팽목항으로 출발합니다"고 말했다. 말이 끝나자 몇몇 학부모들이 자리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미처 방송을 듣지 못한 한 학부모는 "무슨 일이냐. 어디에서 연락이 온 것이냐"며 급박하게 주변에 묻기도 했다. 다른 학부모는 "○○ 발견됐대요? 여자반 애들 발견된 거예요?"라며 안타까워했다.
단원고 관계자는 "오늘(22일) 9반 학생들의 시신이 처음으로 많이 발견됐고, 10반 학생들의 시신도 인양됐다"며 "아직 DNA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정확한 숫자를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325명이 떠난 수학여행길에 현재까지 구조된 학생은 75명뿐이다. 우측 객실을 배정받은 9반과 10반 학생들은 다른 반에 비해 구조 인원이 훨씬 적었다. 각각 23명인 반 인원 중 9반은 2명, 10반은 1명만이 사지를 탈출했다.
세월호가 좌측으로 기울면서 좌측 객실을 배정받은 학생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먼저 파악했고, 바다로 뛰어들기도 쉬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우측 객실 안에서 대기하던 9, 10반 여학생들은 이미 60도 이상 기울어진 경사를 올라 출입문 밖으로 탈출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탈출을 도왔던 9반 담임 최모(24·여)씨 역시 사망했다. 최씨는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는 글을 올리고 10여명을 구출하다 자신은 탈출하지 못했다.
졸지에 친구들을 모두 잃게 된 9반과 10반 생존 학생들에 대한 주변의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다. 살았다는 안도감보다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불안감도 보이고 있다.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들은 대국민 호소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마저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14년 전 부일외고 수학여행 사고로 같은 경험을 했던 김은진(30·여)씨는 지난 19일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살아 있는 사람도 돌봐 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평생 '왜 나를 살려주지 않고, 왜 나를 데리고 나가지 않았냐'는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면서 "생존자들과 남은 가족들이 절대 자신을 탓하게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부일외고 수학여행 참사는 2000년 7월 1학년 학생들을 태운 관광버스 4대가 경북 김천시 경부고속도로에서 승용차 등 차량 5대와 연쇄 추돌하면서 18명이 숨지고 97명이 다친 사고다. 김씨는 당시 버스 안에서 정신을 잃었으나 친구들이 업고 나와 화를 면했다. [안산=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단원고 학생들 '어른들이 구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
머니투데이 | 안산 | 입력 2014.04.24 13:09 | 수정 2014.04.24 14:04
학교 정상화 위해 조속히 교사들 복귀시켜야
[머니투데이 안산(경기)=서진욱기자] 세월호 침몰사고를 겪은 단원고등학교 구성원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정운선 교육부 학생정신건강 지원센터장은 "학생들과 면담을 진행한 결과 배가 바다에 떠 있다 침몰했기 때문에 '어른들이 구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24일 오전 단원고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선생님들이 괜찮으면 학생들도 괜찮고,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침몰사고 9일째인 이날부터 3학년 학생들은 등교를 재개했다.
[사진] 허경 기자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9일째인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단원고등학교에서 고3학생들이 희생차 운구차량 옆을 지나 등교하고 있다. 단원고는 24일 3학년을 시작으로, 28일 1학년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2학년 학생 13명을 대상으로 차례로 수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뉴스1
그러면서 "선생님들에 대한 심리치료가 단원고 정상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사고 현장 인근인 진도에 내려가 있는 교사들을 조속히 복귀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 센터장은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괜찮은지 굉장히 궁금해 한다"며 "(선생님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미 3학년 부장교사는 학생들의 상태와 관련해 "학생들은 교실에서 교사와 친구들을 만나 서로를 위로했다"며 "아이들은 오히려 선생님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또 학생과 교사들에 대한 언론의 취재 자제를 요청하면서 3학년 학생이 기자들에게 보낸 카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학생은 '대한민국 직업병에 걸린 기자분들께'라는 글에서 "원래 장래희망이 기자였는데, 이번 일로 장래희망이 바뀌었다"며 "가만히 있어도 힘든 유가족들에게 기자분들이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겼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업적과 공적을 쌓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안산(경기)=서진욱기자 sjw@]
"다음 생애는 다른 나라에서 만나요"
연합뉴스 | 입력 2014.04.24 18:12 | 수정 2014.04.24 18:35
선장은 탈출·정부는 무능력… 분향소, '슬픔'에서 '분노'로
(안산=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세월호 참사' 9일째인 24일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 한쪽 벽면은 사망자를 추도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형형색색 소원지로 빼곡히 가득 찼다. 조문객 수가 2만명을 넘어가면서 소원지 위로 또 다른 소원지가 여러 겹 덧씌워졌고 '사랑하는 아들 딸 미안해' 보다 '다음 생애는 다른 나라에서 만나요' 등의 글귀가 눈에 띄었다.
↑ 희생자 위한 메시지 남기는 조문객 (안산=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침몰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를 위한 임시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조문객이 희생자를 위한 추모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 합동분향소의 추모 메시지
소원지를 붙일 벽면이 부족하자 급히 설치된 2대의 대형 화이트보드에도 '대한민국이 정말 싫다', '두 번 다시 이 땅에 태어나지 마세요', '형이 나쁜 어른들과 끝까지 싸워 다시는 슬픈 일이 없도록 할게' 등의 메시지가 붙기 시작했다.
꽃이 채 피기도 전에 지고만 10대 아이들. 고인이 된 학생들의 영정이 모셔진 제단 양쪽에서 시민들이 보낸 추모 문자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소개하는 모니터 두 대에는 이번 사고에 대한 슬픔 대신 분노를 담은 메시지가 빠르게 올라왔다. '못된 어른들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ㅠ', '어른들을 용서하지 말거라. 미안하다' 등의 메시지가 적힌 모니터 사이로 수많은 어른들이 영정을 향해 헌화하고 허리를 숙였다.
분향소를 찾은 김명영(66)씨는 "제일 먼저 배에서 탈출한 선장이나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정부 관료나 모두 어른 아니냐"며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원자(64·여)씨는 "배를 소유한 회사 쪽에서 돈을 아끼기 위해 고용한 능력이 부족한 선원들이 죄 없는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탄식했다.
친구를 떠나보낸 학생들도 분노하고 원망했다. 교복 차림의 엄모(18)군은 "우리나라는 항상 소를 잃어야 외양간을 고친다"며 "배가 문제가 있으면 미리 고치고 조심해야하는데 왜 꼭 이런 비극이 일어나야 정신을 차리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모(18)양은 "각자 자기가 맡은 일만 제대로 했어도…"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운선 단원고등학교 학생건강지원센터장은 "사고 이후 첫 등교를 한 고3 학생들은 '구조하는 어른들은 아무것도 못한다가 아니라 아무것도 안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같은 내용이 담긴 상담 결과를 공개했다. 슬픔이든 분노든 저마다 진심으로 못 다 핀 꽃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는 조문객들이 몰리면서 실내체육관 앞에는 이날도 100m가량 긴 줄이 늘어섰다. 분향소를 연 전날부터 오후 5시 현재까지 2만8천700명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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