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장난 조타기 수리도 안했다"
YTN | 입력 2014.04.23 05:37
[앵커] 세월호의 조타기에 이상이 발생해 수리신청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고장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는데 YTN 취재결과 조타기를 수리하지 않고 이번 항해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안윤학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1일, 세월호 선장이 청해진해운 측에 낸 수리신청서입니다. 조타기의 전원 접속이 불량하니 근본적으로 고쳐달라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 뒤 청해진해운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청해진해운의 조타기 수리를 담당했던 협력업체 측은 YTN 취재진에게 세월호의 조타기를 최근 수리한 적도, 수리 의뢰를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자동차 핸들과 같은 핵심 장비인 조타기.
고장나면 대형 사고나 표류 가능성이 높아 당장 운행을 멈춰야 합니다.
[인터뷰:업계 관계자] "실제 그러면 출항이 안 되겠죠. 수리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출항이 안 되겠죠. 조타 장치 같은 경우에는."
하지만, 청해진해운은 이상 징후를 알고도 세월호를 보름 넘게, 해서는 안 될 운행을 시킨 겁니다. 이 기간 제주도를 4번이나 왕복하면서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 이에 대해 청해진해운 측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고, 세월호 선원이 구속되면서 조타기의 고장 가능성만을 언급했습니다.
[인터뷰:강 모 씨, 세월호 1등항해사]
"변침 상(급회전)에 실수가 있었습니다. 조타기가 고장났을 수도 있고요."
YTN 안윤학[yhahn@ytn.co.kr]입니다.
[단독] "2단계 변침때 '기우뚱'..오싹했다"
노컷뉴스 | 입력 2014.04.22 19:03 | 수정 2014.04.22 19:39
2단계 변침 후 순식간에 30도 기울어… '상황 급변'
[CBS노컷뉴스 특별취재팀] 세월호 선장 등 구속된 핵심 피의자들은 이번 사고가 2단계 변침 과정에서 선체에 발생한 심각한 쏠림현상이 원인이고 변침 이전에는 운항 과정에 어떠한 이상 징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21일 이번 사고로 구속된 선장 이준석(69·남) 씨와 3등 항해사 박 모(25·여) 씨, 조타수 조 모(55·남) 씨를 접견한 강정민 변호사를 단독 인터뷰했다.
↑ 세월호의 자동식별장치(AIS) 기록
강 변호사는 21일 오후 3시부터 이 씨 등 3명이 조사를 받고 있는 목포해경에서 박 씨와 조 씨, 이 씨를 차례로 접견해 운항 과정과 사고 원인, 승객 구호 조치 등에 관해 6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이 선장 등은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8시 이전까지는 잠수함이나 어선 등 운항에 방해되는 어떠한 장애물도 만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3등 항해사 박 씨와 조타수 조 씨가 근무를 교대해 조타실 근무에 투입된 오전 8시 이후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
세월호는 인천을 떠나 줄곧 135도, 남동 방향으로 순조롭게 항해했고 까다로운 맹골수도를 거의 벗어나 시정이 넓게 확보되는 지점에 도착하자 선교 지휘를 맡은 3등 항해사 박 씨가 평소 지도받은 대로 제주 방향으로 5도씩 나누어 2단계 변침을 지시했다. 항로를 오른쪽으로 10도 변경해 145도로 항해하도록 한 것이다. 제주에 도착하기까지 이제 3시간 정도만 전진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조타수 조 씨는 박 씨 지시에 따라 키를 돌렸다.
1단계 5도 변침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이어 2단계 5도 추가 변침을 위해 키를 돌린 조 씨는 배가 기우뚱하는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이상을 느낀 조 씨가 즉시 반대 방향으로 15도 정도 키를 회전시켰다. 그 순간 배가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듯이 돌면서 왼쪽으로 기울었다. 조 씨는 "배가 순식간에 기울었는데 느낌상 30도 정도 기운 듯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세월호 침몰 사고에는 외부적 요인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고는 별다른 사전 이상 징후 없이 갑자기 일어났고 침몰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 침몰한 세월호 (목포해경 제공)
세월호 침몰 원인을 놓고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선체 결함인지, 조타수 과실인지, 아니면 이 두 가지를 포함한 복합적 요인인지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당국의 몫이다. 강 변호사는 접견 직후 기자를 만나 "3등 항해사 박 씨는 사고 전까지의 상황은 명료하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사고 발생 직후부터 구조돼 팽목항에 도착할 때까지 상황은 기억하지 못해 사고 당시 쇼크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반면 이준석 선장이나 조타수 조 씨는 사고 전후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고 강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접견을 통해 확인된 사실 중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피의자 방어권과 수사기관 조사 활동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언론에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실종자 몰려 있는 3층 식당칸 진입 성공... 심야 수색 총력
서울신문 | 입력 2014.04.23 03:12
유속 느려지는 ‘조금’ 사망자 120명 넘겨
[서울신문]세월호 침몰 1주일째이자 수색 최적기로 꼽힌 '조금'(한 달 중 유속의 흐름이 가장 느려지는 시기)인 22일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승객이 몰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내 3~4층을 집중 수색했다. 하지만 기적 같은 생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사망자는 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실종자 가족 대표단이 '수습 작업을 마쳐 달라'고 정한 23~24일까지는 불과 하루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 어둠 속 빛 모두 모아 간절한 맘으로…
합동구조팀 소속 잠수대원들은 이날 오전 전남 진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가라앉은 선체 내부를 수색해 4층 선미 객실과 3층에 있는 노래방 등 휴게공간(라운지) 등에서 30여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23일 오전 1시까지 수습된 시신을 포함하면 사망자는 121명으로 늘었다. 구조팀은 3층 라운지 옆 식당칸 진입을 오전 내내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다 오후 늦게 진입에 성공했다. 여객선이 침몰하기 시작한 시점이 아침 식사 시간과 겹쳤기 때문에 식당칸에 많은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 관계자는 "라운지와 식당칸 사이에 격벽이 있는데 잠수요원들이 이 벽을 부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거센 물살에 시신이 먼바다로 떠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해상 수색도 병행했다. 또 원격조종무인잠수정(ROV) 2대, 일명 '게 로봇'으로 불리는 다관절 해저 로봇(크랩스터) 등의 장비도 수중 탐색에 총동원됐다. 구조팀은 해경·해군함 120여척과 민간 어선 230여척, 항공기 30여대, 잠수사 등 구조대원 750여명을 투입해 구조·수색 작업을 벌였다.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해 온 잠수요원들은 체력적 한계로 인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시 37분쯤 수중탐색 작업을 마치고 복귀한 해군 수중파괴팀(UDT) 소속 30대 상사 1명이 마비 증상을 호소해 청해진함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해군 측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가벼운 증상이지만 1주일 가까이 찬 바다에 들어가 있다 보니 피로가 누적된 것 같다"고 밝혔다. 구조 현장 상황에 밝은 한 민간 잠수요원은 "6000t급 침몰선 내에서 시계(視界)를 확보하지 못하고 손으로 더듬어 수색 작업을 벌이는 것은 한밤중에 조명 없이 축구장에서 기어다니며 뭔가를 찾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 해상수송사령부 소속 구조함 '세이프가드호'도 사고 해역으로 향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세이프가드호가 25일 사고 해역에 도착해 즉시 실종자 수색 구조에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프가드호는 조난 선박을 끌어올리거나 잠수부를 동원해 인명을 구할 수 있게 설계됐다. 영국의 해군 구난 전문가 2명도 사고 현장에 도착해 활동을 시작했다.
정부의 구조 작업을 불신하는 실종자 가족과 민간 구조대원들의 불만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고 해역에서 수습된 피해자 시신이 들어오는 진도 팽목항의 현장 상황 게시판에는 '22일 새벽 사이 배 안 3~4층의 수색이 중단됐다. 언론에서 말하는 밤샘 작업은 거짓이며 수중 작업만 실시됐다'고 적힌 A4 용지를 누군가 붙여 놓았다. 해경과 해군 등이 잠수부 등 구조대원 600~700명을 투입해 철야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발표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측 관계자는 오전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가 오후 들어 취재진이 재차 사실 확인을 요구하자 "다시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 '민간 잠수부들이 가이드라인을 타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대책본부 측은 "가이드라인을 민간 잠수요원과 군·경 잠수요원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대책본부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과 교사를 위한 추모비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건립하기로 희생 학생 가족 대표위원장과 합의했다. 영결식도 합동으로 치르기로 하고 세부 일정을 조율했다. 23일부터 안산 올림픽기념체육관에 임시 분향소가, 29일부터 안산 화랑유원지에 공식 분향소가 설치돼 조문객을 맞이한다. [진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세월호' 희생자 121명으로 늘어... 상당수 선체 내부 격실서 발견
SBS | 박원경 기자 | 입력 2014.04.22 23:33
세월호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오늘(22일)밤 9시 현재, 확인된 희생자가 121명으로 공식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수습된 희생자 상당수는 선체 내부 격실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달 중 가장 물살이 약한 조금을 맞아 오늘 수색 작업에는 사고 발생 이후 가장 많은 755명의 잠수 요원이 선내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잠수 요원들은 각각 87명과 353명이 머물렀던 선체 3층과 4층을 집중 수색했습니다.
↑ [현장 포토] 세월
대형 무인 탐사 로봇도 사고 해역에 투입됐습니다. 이 로봇은 앞으로 열흘 동안 선체를 수색하며 초음파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내올 예정입니다. 해경은 수색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선체 진입을 위한 유도선을 현재의 5개에서 1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오늘밤 야간 수색작업에는 물속을 비추는 수중등이 달린 고등어잡이 어선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한편, 오늘 낮 잠수를 마치고 나온 해군 UDT 대원 한명이 마비 증세를 호소해 감압장비를 갖춘 청해진함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시신 볼에 점이 어디 있던가요?"
신원 확인도 혼란 계속
경향신문 | 진도 | 박순봉·권순재·허남설 기자 | 입력 2014.04.22 22:06 | 수정 2014.04.22 23:32
팽목항에 실종자 가족들 몰려… 정부, 간이영안실 설치
"점이 우측 볼 어디에 있던가요. 점 크기는요." "얼굴형은 동그란가요 가름한가요." 22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신원확인실 옆 가족대기실은 혼란스러웠다. 실종된 지 7일 만에 육지로 돌아왔을지도 모를 가족의 모습은 해양경찰의 입을 통해 말로만 전해졌다. '인중의 점, 키 155㎝, 여학생, 짧은 머리' 등 단어로 이뤄진 정보들에 가족들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재차 질문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사진] 22일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 숙소가 있는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정문에 '억울하고 분하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 홍도은 기자
조류, 기상 조건 등이 좋아져 시신 수습이 활발해지면서 시신이 인양되는 장소인 팽목항은 바빠졌다. 21일 밤에는 7구의 시신이 한 번에 팽목항으로 들아왔다. 이 때문에 대부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이 팽목항으로 몰렸다. 여러 구의 시신이 들어오면서 가족대기실에 모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차갑게 변해 돌아온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학생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신원확인은 더 어려웠다. 이날 오후 1시40분 여학생 시신이 2명 발견되자 해경은 두 학생의 신체 특징을 모두 '긴 생머리' '여학생' 등으로 발표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그것만 가지고 어떻게 내 자식인지 알 수 있느냐" "머리카락이 등까지인지 목까지인지 명확히 알려달라" "이건 여자라는 것밖에 더 아는 것이 없지 않으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향후 시신 수습이 본격화되면 이런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리가 부족해 현재도 실종자 가족 대부분이 서 있는 가족대기실도 붐비고 혼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유가족은 이날 오전 "10시20분에 시신이 온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만났다"며 "모든 대책이 마련돼 있는 것처럼 정부가 말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준비 안된 부분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장례비 지원과 신속한 검시를 위해 간이 영안실을 설치했다. 세월호 침몰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진도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사망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장례비 지원, 시신 안치 편의 및 신속한 검안·검시, 분향소 운영, 사망자 이송 편의, 가족 불편 해소 등을 위해 팽목항에 간이 영안실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례비용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우선 지원하고 추후에 정부가 국비로 보전해준다. 간이 영안실 설치는 지금까지 사망자에 대한 기본적인 신원·상태 확인 등을 위해 목포 소재 병원 영안실까지 이동했던 불편함을 덜기 위한 것이다. 간이 영안실을 설치하기 전에는 목포에 있는 병원까지 시신을 이송한 뒤 검안·검시를 했기 때문에 신원확인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다만 유족이 희망하면 기존과 같이 목포 병원으로 시신을 이송할 수도 있다. < 진도 | 박순봉·권순재·허남설 기자 gabgu@kyunghyang.com >
구조는 없고 연이어 시신만 나오자...
가족대표단 "구조 가능성 있었는지 부검해야"
한겨레 | 입력 2014.04.22 20:50 | 수정 2014.04.23 01:10
[한겨레]사망자 120명선 넘어…슬피 우는 팽목항
22일 오전에만 18구 추가 발견 일단 씻긴 뒤에 신원확인소로
자식 얼굴 확인한 부모들 '통곡' "단순익사라고 보기 힘들다"
가족대표단, 우선 부검 신청 받기로
22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는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수습한 주검들이 연이어 들어왔다. 이날 오전 세월호 선체와 주변 해역에서 주검 18구가 추가로 발견되며 사망자 수가 100명을, 오후 6시에는 110명을 넘어섰다. 밤 10시에는 121명까지 늘었다. '깨끗한' 주검들을 확인한 일부 유족들 사이에서는 구조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정부의 늑장 대처로 목숨을 잃은 것은 아닌지 규명해야 한다며 부검을 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팽목항 여객선 선착장 위쪽에 마련된 사망자 신원확인소는 수습한 주검을 확인하려는 실종자 가족들로 붐볐다. 팽목항과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체육관 게시판에 내걸린 신원확인 정보 쪽지도 늘어났다. 주검이 수습되면 신원확인 정보가 게시판 등을 통해 먼저 가족들에게 제공된다. 그리고 2시간 정도 지나면 해당 주검은 배에 실려 팽목항으로 들어오게 된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이날 늘어나는 주검을 수용하기 위해 팽목항에 180구를 안치할 수 있는 간이 영안실을 마련하기로 했다.
주검 3구가 오전 9시40분께부터 해양경찰청 경비함에 실려 항구로 들어왔다. 단원고 학생 이아무개(17)군과 학생으로 추정되지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 2명의 시신이었다. 이들은 담요에 싸여 구급차에 실린 뒤 신원확인소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가족들이 신원을 확인하기 전에 주검을 씻기는 작업이 진행된다. 물속에서 여러 날을 보낸 뒤 수습된 주검들을 가족들에게 곧바로 확인시켰다가 거센 항의를 받자, 21일부터 주검을 단정히 하는 절차가 생겼다.
오전 10시께부터 가족들의 신원확인이 시작됐다. "우리 아들 살려내", "일어나 아가야", "불쌍해서 어떻게 해"라고 말하는 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20분 뒤 주검 3구가 팽목항에 다시 도착했다. 신원확인 정보를 대책본부 관계자가 설명했다. 딸의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가 제대로 걷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실종자 가족을 알리는 비표에는 교복을 입은 딸의 증명사진이 손바닥만한 크기로 확대돼 끼어 있었다. 통곡하는 어머니 곁으로 다가온 큰딸이 "정신차려야 돼. 그 길은 같이 못 가"라며 달랬다.
주검 수습 속도가 빨라지면서 장례식장이 있는 목포로 이송되는 주검도 늘었다. 목포 분위기 역시 무겁게 가라앉았다. 목포 기독병원으로 아들의 시신을 이송한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는 "죽는 게 제일 무섭다고 했는데 얼마나 무서웠어. 얼마나 무서웠어. 얼마 살지도 못하고. 우리 아들 보고 싶은데 없어서 어떻게 살아"라며 통곡했다.
실종자 가족 대표단은 이날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해 부검을 원하는 가족들의 신청을 받기로 했다"며 '모진' 결정을 내렸다. 죽은 가족에게 다시 칼을 대는 결정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 대표단은 "단순 익사라고 보기 힘든 사망자들이 나오고 있어 사망 원인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 실제 구조 가능성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부검을 통해 밝혀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진도/박승헌, 목포/이재욱 기자abcd@hani.co.kr]
"구조거 늦어 숨졌다" 부검 의뢰 잇따를 듯
뉴시스 | 배동민 | 입력 2014.04.22 14:28
[진도=뉴시스] 배동민 기자 = "조금만 더 빨랐다면 우리 아이는 살 수 있었다고…"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7일째인 22일 희생자 가족들이 수습된 시신 상태를 놓고 "구조가 늦어져 숨졌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한 가족들의 부검 의뢰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대표단은 이날 "단순 익사라고 보기 힘든 시신들이 나오고 있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사고 이후 살아있는 상태에서)구조 가능성이 있었는지 부검을 통해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 【진도=뉴시스】전신 기자 =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7일째인 22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희생자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2014.04.22. photo1006@newsis.com
↑ 【진도=뉴시스】박영태 기자 = 22일 오전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밤을 뜬눈으로 지샌 실종자 가족들이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2014.04.22. since1999@newsis.com
이어 "정확한 사인을 알고자 하는 가족들은 부검을 신청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사고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이 대거 들어오고 있는 팽목항에서는 "어제 발견된 아이 하나가 손만 조금 불었다"며 단순한 익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가족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전남 실내체육관에 모여 있는 실종자 가족들도 추가 시신 수습 발표가 날 때마다 절규하고 있다. 아들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비보를 들은 안산 단원고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살아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살아있었는데 너희들(정부)이 죽였다. 우리 아이는 살 수 있었다"며 절규했다.
페이스북에 '아직 살아있다'는 글이 올라와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던 안산 단원고 A(17)양의 부모도 "분명히 살아있다고 했는데"라며 "정부가 허위글이라고 해버리더니 결국 이렇게 됐다"는 말을 남긴 채 체육관을 떠났다. A양처럼 '카카오톡 생존자 명단'에 포함돼 있던 일부 학생들의 시신이 수습되면서 이 같은 의혹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톡 생존자 명단'은 "살아 있다"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전송된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대화, SNS에 오른 글 속에 등장하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이름을 학부모들이 정리한 것이다.
경찰이 모두 거짓인 'SNS 괴담'으로 결론 냈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오히려 경찰과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감추고 있다"며 반발해 왔다. 부검 결과 익사 이외의 사망 원인이 나올 경우 '세월호 참사'의 책임론이 선사에서 정부로 급격하게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실종자 가족대표단은 "의혹이 남지 않도록 가족들의 입회 아래 부검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guggy@newsis.com]
실종자 1명도 못 구한 정부 '오판한 책임져야'
서울신문 | 입력 2014.04.23 03:12
해경, 현장 도착 뒤 해수부·靑 등에 상황보고서 발송
[서울신문] 한마디로 잔인했다. 바닷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세월호를 보며 "내 새끼 살려 달라"는 울부짖음이 하늘을 덮고 있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선체로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귀를 막고 외면했다. 세월호 침몰 신고를 접수하고 30분 만에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사고 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은 사지에 놓여 있는 이들에겐 유일한 희망이었다. 곧 구해줄 줄 알고 승무원이 시키는 대로 선실에 남아 공포와 추위 속에 오들오들 떨던 300명 가까운 승객이 수장될 위기에 처했는데도 꼼짝하지 않았다.
↑ 늘어가는 국화… 줄어드는 희망
초기 상황에 대한 오판의 결과는 필설로 옮기기 힘들 만큼 처참했다. 골든타임이 지나고 에어포켓이 사라졌어도 절대로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실종자 가족은 산 사람 하나 없이 다들 죽어서 나오는 기막힌 현실에 넋을 잃고 통곡하고 있다. 왜 그랬을까. 조류가 세다느니, 시정이 탁하다느니, 수심이 깊다느니 '3불가론'을 앞세우며 즉각 구조에 나서지 않은 것이 해경의 판단이자 독자 결정이었을까?
16일 오전 9시 30분. 목포해경 소속 123정은 오전 8시 58분 출동 명령을 받고 당시 위치에서 30㎞ 떨어진 침몰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세월호는 왼쪽으로 60도 정도 기울어 있었고 선체의 3분의1 정도가 물에 잠긴 상태였다. 당시 구조작업에 해경 함정 38척과 헬기 7대가 투입됐지만 해경은 구조에 수동적이고 소극적이었다. 배 밖으로 탈출했거나 눈에 보이는 선체 승객들만 구조했을 뿐 침몰하는 세월호 내부로 진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해경 측은 "훈련을 받고 장비를 갖춘 구조대가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이는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이 선내 진입 불가라는 판단을 스스로 내리고 행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경은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인 오전 9시 30분 자체적으로 작성한 '상황보고서'를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청와대에 동시에 발송했다. 1분 뒤인 오전 9시 31분엔 안행부가 청와대에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스마트폰 문자로 전파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해경이 상황보고서를 통해 팩트(사고 내용)만 보고했는지, 보고서에 선체에 진입해 구조가 불가능하다는 내용까지 들어 있는지다. 초기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반드시 규명돼야 할 사안이다. 국가 중앙재난안전 상황 관리를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해경에 구조와 관련해 어떤 지침을 줬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경은 해수부 산하기관이고 당시 현장의 해수부 내부에서 조치가 이뤄진 이후 청와대에 추후 보고한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가 모든 일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조할 수 있는 황금시간대인 골든타임(48시간)을 스스로 내팽개친 18일 오전 11시 40분. 전날까지 밀물 땐 1m, 썰물 땐 2~3m 수면 위로 떠올라 있던 세월호의 뱃머리마저 물에 잠기며 육안에서 사라졌다. 해경이 현장에 출동한 지 50시간이 지난 뒤였다. "애들 다 죽는다"며 "우리(가족)라도 들어가 애들을 구해 오겠다"고 매달렸지만 해경부터 청와대까지 누구 하나 답을 주지 않았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크레인 인양도 쉽지 않아... "중국서 3만t급 미리 임대를"
중앙일보 | 장세정 | 입력 2014.04.23 00:59 | 수정 2014.04.23 06:21
"배+화물+바닷물 1만t 이상
물살 세 동시작업 어려워
현장 크레인 5대로 힘들 수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지 1주일이 지나면서 실종자 가족의 슬픔과 정부의 고민이 동시에 깊어지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마냥 기다리기 어려우니 배를 인양하자"고 말하는 쪽도 점차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내에서도 인양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파악됐다. 정부 당국자는 "여전히 실종자 구조가 최우선"이라면서도 "(인양 여부는) 실종자 가족의 의견을 존중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사고 해역에 설악호(9894t) 등 5대의 크레인을 파견해 인양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움직이는 조선소'로 불리는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도 출동 대기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양이 생각만큼 쉽게 진행되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대안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실종자가 남아 있고 배가 180도로 누워 있어 인양 문제를 간단하게 볼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이미 확보된 크레인으로 인양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보지만 작업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세월호의 총 중량을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다. 원래 자체 중량은 5926t이었지만 내부 증축을 통해 6113t으로 늘었다. 한국선급 측은 "세월호는 사람과 화물을 포함해 1070t이 적재 중량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실렸는지 우리도 모른다"고 말했다. 세월호 자체 중량, 실제 화물, 선박 균형을 잡기 위한 평형수(平衡水 )와 연료, 배에 들어찬 바닷물 등을 감안하면 총 중량은 1만t을 웃돌 것으로 해경은 추정하고 있다. 2010년 폭침당한 천안함은 약 1200t급이었다. 천안함은 두 동강 난 선체를 2200t짜리 크레인으로 인양하는 데 각각 21일과 30일이 걸렸다.
울산대 박치모(조선해양공학) 교수는 "1만t이 넘 는 총 중량과 조류 유속 등을 감안하면 여러 대의 크레인을 동시에 투입해야 한다"며 "크레인에 힘이 과도하게 걸리면 인양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군의 한 관계자는 "조류가 최대 6노트(약 시속 11㎞)인 맹골수도에서 여러 대의 크레인이 힘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은 고차원의 수학문제만큼 어렵다"며 "선체 윗부분은 인양 때 하중을 견딜 만한 단단한 철골이 없어 선체를 똑바로 세워서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양이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다른 대안을 미리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해난구조 전문가는 "사고 초기 정부의 부실한 대응에 분노한 유가족들을 두 번 울리지 않으려면 치밀한 인양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안함 인양 당시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수심이 얕은 인근 섬 쪽으로 세월호를 예인한 뒤 크레인 작업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한 인양업체 전문가는 "인양 실패에 대비해 3만t급 스트랜드 잭(strand jack·승강식 크레인)을 중국에서 빌려와야 한다"고 정부 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4∼5노트로 이동하는 스트랜드 잭을 가져오려면 지금부터 중국 정부와 교섭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도 인양이 어려울 경우 2009년 일본에서 침몰한 7910t짜리 아리아케호의 경우처럼 선체를 절단해 인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선체 절단 기술을 보유한 네덜란드 업체를 미리 접촉해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장세정 기자, 인천=최모란 기자]
식당 진입 성공... 4층 다인실 수색 예정
연합뉴스 | 입력 2014.04.23 00:37 | 수정 2014.04.23 07:33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일주일 만에 승객 다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내 3층 식당 진입에 성공했다. 23일 범정부합동대책본부에 따르면 민·관·군 합동구조팀 잠수사들이 지난 22일 오후 3시 40분께 선내 3층 식당 진입에 성공,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합동구조팀은 지난 21일 오전 5시 51분께 식당 진입로를 개척한 이후 뒤엉킨 부유물 등 때문에 문 개방에 어려움을 겪다가 하루 반만에 식당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 22일 밤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야간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 합동구조팀 잠수사들이 세월호 침몰 1주일째인 지난 22일 저녁 채낚기 어선이 불을 밝힌 가운데 현장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군 제공)
대책본부는 사고 당시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에 승객들이 많이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전날 오후 수중 수색을 통해 주로 3층 선수, 4층 선수, 선미 객실에서 사망자를 발견해 수습했으며 전날 오후 9시까지 집계한 사망자는 117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날 0시 현재 총 121명의 시신을 인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본부는 이날 자정을 전후해 4층 선미 다인실을 중심으로 3∼4층 객실을 수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reum@yna.co.kr]
'세월호 대참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체수색 9일째] 사망자 159명 인양, 남은 실종자 143명 (0) | 2014.04.24 |
---|---|
[세월호 침몰] 속속 드러나는 사고 원인 (0) | 2014.04.23 |
[선체수색 1주일째] 3~4층서 시신 다수 발견… 사망자 누계 87명 (0) | 2014.04.22 |
[골든타임] 허둥대가 놓쳐버린 '황금시간 31분' (0) | 2014.04.22 |
[선체수색 6일째] '생존자'는 1명도 없고, 시신만 늘어나 총 59명 (0) | 2014.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