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타기 45도 급선회 왜... 타각 지시기 안 봤나, 정전 탓인가?
서울신문 | 입력 2014.04.23 03:12
해수부, 세월호 2차 항적 분석
[서울신문] 세월호 조타기는 왜 급격히 돌아갔을까. 해양수산부의 2차 항적 분석 결과 세월호가 사고 당시 45도가량 급선회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의 원인을 밝힐 열쇠로 조타기 이상 여부가 떠올랐다. 22일 검경합동수사본부와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세월호는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코스로 운항할 때 5도 정도만 선회하면 되지만 급선회가 이뤄졌다. 수사과정에서 3등 항해사 박모(26·여)씨는 "5도만 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조타수 조모(55)씨는 "5도만 틀려고 했지만 조타기가 평소보다 많이 돌아갔다"며 급변침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세월호의 급변침 원인으로 우선 제기되는 시나리오는 조타사의 부주의에 따른 단순 실수 가능성이다. 세월호 구조에 나섰던 유조선 드라곤에이스11호 선장 현완수(57)씨는 "조타수가 타각지시기(조타 각도를 나타내는 계기판)를 제대로 보지 않고 돌리다가 전타(최대로 조타기를 돌리는 것)인 35도까지 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항해를 하다 보면 간혹 이런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당시 선장 이모(69)씨는 상당기간 자리(조타실)를 비운 상태였다.
이윤석 한국해양대 교수는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조류를 고려하지 않고 각도를 지나치게 틀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세월호가 자동조타 상태로 오른쪽 5도 정도 타를 쓰고 있었고 이때 수동으로 타를 오른쪽으로 5도 돌렸다면 실제로는 10도를 돌린 셈"이라면서 "급변침으로 배가 기운 상태에서 반대쪽으로 타각을 쓰면 오히려 경사를 더 크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타수 조씨는 취재진에게도 "내가 실수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히 조타수 실수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선내 정전이 조타기의 작동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의 자동식별장치(AIS) 기록을 보면 사고 직전인 16일 오전 8시 48분 37초부터 49분 13초 사이(약 36초)에 원인 모를 정전이 일어났다. 이 구간에서 선체가 급회전하면서 균형을 잃고 침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태권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선내가 정전되면 조타기 작동이 중단돼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주전원이 나가면 보조 발전기가 가동돼 전기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조타기까지 전원 공급이 안 돼 원래 방향으로 복구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월호가 정전 이전인 오전 8시 25분쯤 항로 변침을 했다는 분석도 있어 정전과 침몰과는 무관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전에 의한 조타기 정지보단 단순 고장일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청해진해운은 사고 발생 2주 전 조타기 전원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작성한 수리 신청서에 조타기 운항 중 전압 알람이 계속 들어왔지만, 문제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세원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조타기가 급작스럽게 35도로 틀어졌다면 이는 조타기 자체의 문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조타기는 국제 규격상 반드시 키를 이중으로 설치해야 하는 데 어떤 이유로 다른 키를 사용하지 않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배 떨림 너무 심하다" 문제 제기... 회사측 해고 협박
국민일보 | 입력 2014.04.23 04:11
세월호의 원래 선장인 신모(47)씨는 지난 2월 인천항만 관계자와 식사하며 이런 얘기를 했다. "세월호가 오하마나호보다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배의 떨림이 너무 심하다. 그래서 승객들의 불만이 많다. 일본에서 들여와 개조하면서 램프를 떼버려 그렇다." 오하마나호(6322t)는 세월호와 함께 인천~제주 노선을 운항하는 청해진해운 여객선이다. 세월호처럼 일본에서 수입됐고 비슷한 크기에 구조도 유사하다. 25년 전 건조돼 선령(배의 나이) 20년인 세월호보다 오래됐다. 신 선장은 세월호가 '5년 더 늙은' 배보다 불안정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세월호가 취항한 지난해 2월부터 이 배를 몰았다. 1년간 선박을 총괄하며 감지한 세월호의 문제는 '운항 중 떨림' 현상이었다. 배가 떨린다는 건 무게중심이 흐트러졌다는 뜻이다. 신 선장은 구조변경을 원인으로 지목했고, 더 구체적으로 뱃머리 오른쪽 측면에 있던 '사이드램프'(현측문) 철거 문제를 꼽았다. 인천항만 관계자에게 털어놨던 이런 얘기를 회사에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철거된 우측 사이드램프
1994년 건조된 세월호의 일본 이름은 '나미노우에호'였다. 2012년 8월 청해진해운이 사들여 이듬해 2월까지 전남 목포 조선소에서 개조 작업을 벌였다. 원래 4층까지만 객실이 있었는데 선미 갑판을 객실로 증축해 5층이 생겼다. 무게는 건조 당시보다 239t 늘어 6825t이 됐고 여객 탑승 인원은 804명에서 921명으로 117명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나미노우에호에 있던 사이드램프가 철거됐다. 사이드램프는 차량과 화물이 배에 들어가는 출입구로 육중한 철문과 이를 여닫는 크레인 장비까지 설치된 한 덩어리의 구조물이다. 화물트럭 등이 드나들기에 이를 지탱하도록 다른 부위보다 훨씬 두꺼운 강판을 쓴다.
선박에 따라 다르지만 무게가 보통 50t 가까이 돼서 배의 균형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배를 설계할 때 한쪽 측면에 사이드램프를 설치하면 반드시 맞은편에 비슷한 무게의 구조물을 배치해 평형이 유지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물이 개조 과정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후 차량과 화물 선적은 선미 램프를 이용해 왔다. 해양수산부가 고시한 '카페리 선박의 구조 및 설비 기준'에도 '현측문 강도는 해당 선측외판의 강도 이상이어야 하고 현측문이 설치된 주위는 적절한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운항 중에 배가 떨렸고 선장이 사이드램프 철거를 원인으로 봤다면 이 구조물을 철거하면서 그 자리에 균형 유지를 위해 충분한 보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부실 개조'였다는 것이다.
이 사이드램프를 떼어낸 건 돈 때문이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감사보고서를 보면 청해진해운은 2009년 288억원이던 매출이 2011년 261억원까지 떨어지자 화물운송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화물은 여객보다 많이 남는 장사다. 인천항만 관계자는 "2013년 세월호를 투입하며 사이드램프를 없앤 것도 화물 적재 공간을 늘리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객실을 증축하고 사이드램프까지 철거한 효과를 봤는지 2013년 매출은 3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이 22일 한국선급(KR)의 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월호는 구조변경 뒤 무게중심이 11.27m에서 11.78m로 51㎝ 높아졌다. 객실 증축에 무게중심이 높아진 세월호는 균형 유지에 필요한 사이드램프까지 떼어낸 채 '덜덜' 떨리는 상태로 운항하고 있었다.
선장의 경고… 거듭된 묵살
지난 2월 신 선장에게 이런 얘기를 들은 인천항만 관계자는 22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신 선장이 당시 '임시방편으로 배에 물(평형수)을 30t 더 싣고 다닌다'고 했다"고 전했다. 신 선장은 그에게 "배는 처음 건조된 대로 운행해야 한다. 설계된 대로 해야지, 이거(사이드램프) 떼면 안 되는 거다. 램프 제거 문제를 아는 건 회사에서도 몇 명 안 된다"며 심각하게 우려를 표명했다.
신 선장은 1년여 세월호를 몰면서 이런 문제를 회사에 여러 차례 제기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돌아온 답변은 "자꾸 그런 소리 하면 잘라버리겠다"는 '협박'이었다고 한다. 인천항만 관계자는 "신 선장이 회사에 배 떨림 현상과 사이드램프 철거 문제를 수차례 얘기했는데 회사에서 해고해버리겠다는 투로 나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9일 청해진해운의 임원 및 간부직원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신 선장에게 세월호의 문제를 들은 터라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세월호가 운항할 때 좀 많이 떨린다더라…" 하면서 승객들의 불만 등을 전했더니 청해진해운 측은 펄쩍 뛰었다. 그는 "내 얘기를 듣던 회사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조목조목 설명하는 게 아니라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더냐. 선장이냐 갑판장이냐. 당장 찾아내 가만두지 않겠다'며 엄청 흥분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꼭 1주일 만인 지난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취항 후 1년여 동안 배의 총책임자인 선장에게 수차례 '경고'를 받았고 사고 1주일 전 외부 인사에게 같은 지적을 듣고도 번번이 묵살한 것이다.
좌측으로 기울어 침몰
세월호 침몰 원인 중 확실한 것 하나는 '외부 충격은 없었다'는 점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지난 18일 "사고 당시 외부 충격이 없었고 배가 방향을 트는 변침 상황이었다"며 "변침이 유일한 원인인지, 유지·관리상 하자가 있었던 건지 다각도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별한 외부 충격 없이 방향을 트는 상황에서 균형을 잃었다면 선박에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균형을 잃은 세월호는 왼쪽으로 기울며 침몰했다. 좌측부터 가라앉아 해저에 닿았고 우측은 수면을 향해 놓였다.
이런 상황은 신 선장이 우려하고 경고한 내용과 상통한다. 사이드램프는 배 우측에 있었고 이를 철거한 뒤 좌우 균형이 흐트러져 급선회 과정에서 좌측으로 급하게 기울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램프가 임의로 철거됐다면 배가 기울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세월호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안은 채 이번 항해에서 과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선급은 구조변경 승인 당시 조건을 달았다. 적재 화물량을 개조 전 2437t에서 987t, 여객은 88t에서 83t으로 줄이고 평형수는 1023t에서 2030t으로 늘려야 복원성이 유지된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실린 화물과 차량 등의 총중량은 987t보다 3배 이상 많은 3608t이나 됐다.
이렇게 과적하면 출항 허가를 받지 못하는 수가 있다. 그럴 때 선사들이 쓰는 방법은 물(평형수)을 빼서 만재흘수선(배가 물에 잠기게 허용된 한계선. 이 선 이상 잠기면 과적으로 본다)을 맞추는 것이다. 세월호도 이 항해에서 평형수를 한국선급의 승인 조건보다 훨씬 적게 실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이드램프 철거로 균형이 흐트러진 세월호는 평형수를 더 실어 버텨 왔다. 이 물이 필요한 만큼 실리지 않았다면 치명적이다. 김삼열 전 목포지방해양항만청장은 "무리한 구조변경을 한 데다 무게중심이 높아진 만큼 평형수를 더 넣었어야 했는데 이를 무시한 채 과적하고도 경솔하게 변침하는 등 복합적 요인으로 침몰한 듯하다"고 말했다. [인천=조성은 전수민 기자 jse130801@kmib.co.kr]
잠수사들 선내 식당 첫 진입 성공... "시신은 못찾아"
국민일보 | 입력 2014.04.23 04:11
수색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안타까운 시신만 늘어가고 있다. 선체 내부 3, 4층에서 대거 시신이 발견되면서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구조대는 시신이 집중돼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3층 식당 진입에 처음으로 성공했으나 시신은 발견하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조류가 느려 잠수 여건이 좋은 '소조기' 수색에 '생환의 기적'을 기대하고 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고명석 공동대변인은 22일 "승객이 많이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됐던 3층 식당 진입에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대책본부가 이날 오후 11시까지 집계한 사망자는 모두 121명이다. 편의시설이 집중된 3층 휴게 공간(라운지)과 4층 선미 객실에서 주로 발견됐다.
구조대는 오후 3시40분 처음 식당 진입에 성공했다. 잠수부들은 식당 전체를 수색하며 두 바퀴 둘러봤으나 시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새벽 5시51분쯤 식당 진입로 개척에 성공했으나 격벽에 가로막혀 난항을 겪어왔다. 식당은 이번 수색·구조 작업의 핵심이었다. 대책본부는 사고 당시 아침식사를 위해 3층 식당에 단원고 학생 등 승객이 많이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사고 초기 식당에 일부 살아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루머도 돌았다.
가이드라인은 5개가 설치됐으며 상황에 따라 5∼6개가 추가로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대책본부는 "잠수사들이 수색을 방해하는 부유물을 헤치고 손으로 더듬어가며 실종자들을 찾는 수중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살에 의해 시신이 떠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해상 수색도 병행했다. 구조 당국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소조기를 활용해 수색 진척도를 최대한 높일 계획이다. 실종자 가족들도 전날 소조기 안에 작업을 마쳐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사고 해역의 조류는 1.5노트, 파도높이는 0.5m 안팎으로 작업 여건이 좋았다.
수색·구조 작업으로 장병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37분쯤 수중탐색 작업을 마치고 복귀한 해군 UDT 대원 1명이 마비증세를 보였다. 해당 대원은 청해진함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해군 관계자는 "잠수병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던 대조영함에서 화물 승강기 작업을 하던 윤모 병장이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숨졌다.
세월호 생존자 가족 20여명은 정부의 늑장 대응을 성토하며 신속한 구조 활동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 앞에서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서 "구조 작업은 더디고 지켜보는 부모의 가슴은 타들어간다"며 "정부가 초기대응만 제대로 했어도 이렇게 큰 피해는 없었다. 늑장 대응에 온 국민이 규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직 구조되지 못한 아이들도, 하늘로 간 아이들도, 살아남은 아이들도 모두 우리가 책임지고 보살펴야 할 아이들"이라며 "살아남은 아이들이 죄인이 된 심정이다.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보살핌을 위해 정부와 모든 각계각층, 시민사회가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진도=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있을 수 없는 수준으로 개조"... 청해진해운 면허취소 추진
서울신문 | 입력 2014.04.23 03:12
한국선급, 복원력 놔둔 채 통과…증개축 설계·시공사 등도 타깃
[서울신문] 세월호 침몰 사고를 돌이켜보면 출항에서 구조·수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재난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선령이 지난 폐선 수입과 무리한 증축, 화물 과적, 부실한 안전검검, 대출 특혜 의혹 등 탈법과 불법이 난무했다. 정부 컨트롤타워의 부재와 엉터리 초동대처, 선장과 승무원의 무책임한 행태는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 위기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 대해 "침몰 사고의 전 과정을 철저하게 되짚어 불법과 탈법에 연루됐거나 책임을 방기한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침몰 전 과정에 대해 고강도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단계별로 되짚어 봤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선사가 세월호를 들여오는 과정에서부터 이미 사고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2012년 9월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수입할 당시 이미 수명을 다한 18년이나 된 배를 수입했다. 취재 결과 고철 값이나 다름없는 70억~80억원 수준이었다. 이런 배에다 승객 수를 늘리는 등 용량을 키우기 위해 두 차례나 증축하기까지 했다. 배의 증축은 무게중심을 위쪽으로 이동하는 만큼 안전성에 훼손을 가져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22일 선박 설비 안전검사 기관인 한국선급(KR)에 따르면 세월호 중량은 1994년 6월 일본 하야시카네 조선소에서 건조됐을 당시에는 5997t이었다. 그러나 선박 운항사인 마루에페리로 넘겨져 개조 작업을 하면서 6587t으로 늘었고, 18년이 지난 2012년 10월 한국 ㈜청해진해운으로 매각된 뒤에는 6825t 더 늘었다. 탑승 가능한 정원도 181명 더 증가해 921명이 됐다.
선박 운항장비 제조업체인 KCC전자 박수한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수준의 개조"라고 지적했다. KR은 첫 검사 시 외부에서 충격을 받았을 때 다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인 '복원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두 번째 검사에선 별다른 보완 없이 통과시켜 2013년 3월 처음 취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고령의 배를 수입하고 증축까지 가능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 규제완화가 일조했다. 2009년 이전 20년이었던 여객선 선령 제한이 30년으로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13년 연안해운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여객선 217척 가운데 20년 이상 된 여객선이 67척(30.9%)에 이르러 또 다른 세월호 사건의 재발을 우려해야 할 지경이 됐다.
침몰 원인 조사를 통해 선박검사 업무를 맡고 있는 KR, 증개축 설계회사, 증개축 시공업체 등에 대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한 이유다. 세월호 수입, 증축 과정 등에 어떤 외압이나 관련 업무자들의 부정한 사실이 없었는지도 이번 수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청해진해운에 대해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를 취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위기에 몰린 박근혜정부...
"몇 사람만 책임질 일 아니다" 내각 총사퇴 검토
한국일보 | 송용창기자 | 입력 2014.04.23 03:35
"공무원 기강 해이 드러나" 여당서도 인적쇄신 거론
靑 "전반적 국가안전시스템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을 것"
세월호 침몰 사고로 집권 2년차 박근혜 정부가 최대 위기를 맞음에 따라 사태 수습 방안을 두고 청와대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가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는 점 외에도 어이없는 선장과 승무원 행태에서부터 선박 관리 감독 부실과 무사안일의 관행에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무능한 재난대응까지 한국적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냄에 따라 근본적인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청와대는 일단 실종자 구조 등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인 후에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총체적 부실에 대한 수습 대책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각 단계별로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해서 잘못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면 우선 상당한 규모의 문책이 예상된다. 특히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함께 일각에서는 내각 총사퇴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중하위 공무원 몇 명에 책임을 물을 사안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대국민 사과를 할 것으로 알고 있고, 이와 함께 고위 공무원들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전면적인 인적 쇄신론이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내각이 모두 사표를 제출하고, 대통령이 선별적으로 수리하는 형태로 해서 전면적인 개각이 필요하다"며 "이것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우선 책임지는 모습부터 보이고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내각의 전면적인 개편을 시발로 공무원 사회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에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해양수산부 출신 관료들의 업체 봐주기 관행을 비롯해 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인 책임 떠넘기기 행태 등이 공무원 사회에 만연하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칼질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도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우리 정부에서는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강력한 개혁을 예고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전 원내대표도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공무원 조직을 경쟁력 있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으로 관료체제를 개편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와 더불어 선장의 행태와 선박 관리 부실 등이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박힌 잘못된 관행과 책임의식 실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이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선박뿐만 아니라, 다중의 안전과 관련된 다른 분야는 문제가 없느냐는 점"이라며 "서로 눈감고 대충 묵인하는 문화를 비롯해 전반적인 국가안전시스템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접근 외에도 박 대통령이 청와대 일방주의적 국정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같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할 때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손을 잡고 초당적 대처에 나서 국민적 갈등이 심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통령이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공분이 여야 지지자들 사이의 국민적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번 사고가 남긴 전국민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민간에도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책임자를 문책하고, 공무원들을 질책한다고 해서 이번 사고의 상처가 수습될지 모르겠다"며 "종교계나 시민단체 등 민간 부문이 사회적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전 정부 매뉴얼은 화석화...
'안전' 문외한 관료들은 제 밥그릇만...
한국일보 | 조철환기자 김현빈기자 | 입력 2014.04.23 03:37
■ 사고 나면 허둥지둥… 고장 난 재난대응시스템
현장 지방정부 조직서 사태 수습 총지휘하는 '분권형 대응체제' 절실
순환보직 폐해 줄일 전문인력 확보도 필요
"해양수산부는 2013년 박근혜 정부 국정기조인 국민행복 달성을 위해 '해양사고 30% 감소대책'을 시행, 해양사고 사망ㆍ실종자를 30년만에 두 자리 수로 줄였다. 사고 위험성이 커진 해상여건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쾌거다"(해수부ㆍ올해 1월8일 보도자료)
"해수부는 97개 관리과제의 133개 성과지표에 대한 목표달성도 분석 결과, 평균 97.9%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이는 해수부 위상 제고를 위한 해당 공무원의 정책 성과 창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해수부 ㆍ'2013년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
↑ 선박 침몰사고 예방 및 수습 방안과 관련, 해양수산부가 각각 2013년(왼쪽)과 올해 펴낸 '국가안전관리 집행계획'. 지난해 크고 작은 해상 사건이 잇따르고 해상 교통 여건이 바뀌었는데도 두 문서는 목차는 물론이고 내용이 토씨까지 같다. 조영호기자 youcho@hk.co.kr
일본에서 수입한 노후 선박의 구조변경을 허가하고 안전 관리에 실패, 세월호 침몰 사고 빌미를 제공한 해수부가 사고 이전 쏟아낸 자화자찬이다. 유사시 국민 생명과 직결된 재해 대책이 관련 부처 고위직 자리를 늘리는 명분이나 전시 행정에 이용된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권의 분절화ㆍ관료집단 이기주의
이번 사고를 통해 정부 재난대응 시스템에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시적인 맥락에서 ▲5년 단임 정권의 분절적 행태 ▲이에 편승한 공무원 집단의 이기주의적 행태가 겹쳐 일어난 결과로 진단한다.
우선 단임 정권의 분절적 행태. 많은 전문가들은 '5년 단임 정부'가 차별화에 주력하는 바람에 이전 정권이 풍파를 겪으며 쌓은 재해대응 노하우가 발전적으로 검토되지 못하고 사장됐다고 지적한다. 대표 사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안보와 재난대응을 총괄하고 각 분야에서 2,800여개 위기대응 매뉴얼이 만들어졌던 노무현 정부의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이명박 정부가 NSC를 해체하면서 각 부처로 분산ㆍ해체됐고,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한 NSC도 안보기능만 맡고 있다. 현재 NSC사무처 격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위기관리센터에는 전체 직원 20여명 중 재난 담당직원이 행정관 한 명뿐이다. 이번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청와대는 보고만 받고 있는 셈이다.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제도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국민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나섰다면 현 정부도 국민 생명과 직결된 재난 부문 역시 NSC가 총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 집권한 정권이 야심 차게 단행한 재해대응 체제개편이 실제 이행과정에서 관료집단의 '제 밥그릇 키우기'와 '겉치레 행태'로 변질된 것도 원인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재해대응ㆍ안전관리 매뉴얼을 안전행정부로 모두 넘겼다. 그런데 안전관리 업무를 맡은 안행부 2차관은 '안전에 이응자'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안행부 관료는 재해대응 업무의 이관을 자기 조직 불리기에 이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언급한 3,000여개 매뉴얼 관리실태에도 적용된다. 해수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월에도 '국가안전관리 집행계획'을 작성했는데, 세월호 사고의 예방과 수습 방안이 담긴 '해상안전 대책'은 2014년판과 2013년판이 토씨까지 같다. 위기관리 표준매뉴얼 25개,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 200개와 각 부처에 현존하는 3,269개 현장조치 매뉴얼 대부분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뒤 시대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화석화돼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상 서류로만 존재하는 매뉴얼은 비상사태 때 신속 대응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면피용'일 따름이다.
잘 훈련된 분권형 대응체제가 핵심
정부 대응시스템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2001년 '9.11 테러' 당시 미국 연방정부는 후선 지원에 주력하고, 지방 조직인 뉴욕소방본부가 사태 수습을 총지휘한 걸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는다. 뉴욕 소방대장의 상관인 뉴욕시장이 그 밑에서 지원하고 연방 재무부 비상기획관이 모든 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했다는 얘기다. 세월호 사고라면 목포해양경찰청이 수습을 주도하고, 중앙사고대책본부는 각 부처의 지원을 감독하는 역할에 머문 셈이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부처의 기능 강화보다는 사고 현장인 지방정부의 대응역량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안영훈 안전공동체연구센터장은 "공무원 조직이 순환보직으로 운영되다 보니 재난전문 인력이 너무 없다"며 "인원 보강과 함께 외국처럼 연중 수시로 재난 대비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낙하산 '해수부 마피아' 책임론 비등
세계일보 | 입력 2014.04.22 19:44 | 수정 2014.04.22 23:34
산하 공공기관장 11곳 독식
관리·감독 부실 한통속 지적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이른바 '해수부 마피아' 책임론이 비등하고 있다. 선박과 여객선사의 관리·감독 등이 수박겉핥기 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출신 관료들이 선박의 안전과 운항 관리 등을 맡는 공공기관의 수장으로 내려가는 낙하산 관행이 수십년간 이어져 온 결과라는 것이다. 선박의 안전관리 부문에까지 전직 관료들이 장악하면서 안전관리 기능을 마비 또는 왜곡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퇴직공무원의 취업제한 기관을 업계 관련 협회 및 조합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22일 해수부에 따르면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14곳 중 11곳의 기관장을 해수부 마피아가 독식하고 있다. 한국해운조합 등 유관기관 4곳의 수장도 해수부 출신이다. 1962년 출범한 해운조합은 지금까지 12명의 이사장 중 10명이 해수부 고위관료 출신이다. 2100개 선사를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은 내항 여객선의 안전운항 지도·감독을 맡고 있다.
해운조합이 채용한 선박운항 관리자가 여객선의 운항관리규정 이행 상태나 구명장비·소화설비 비치 여부, 탑승 인원, 화물 적재상태 등을 점검한다. 운항관리자는 해경으로부터 그 직무에 대해 관리·감독을 받지만 선사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해운조합에서 월급을 받는 처지에서 엄격하고 까다로운 안전운항 관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진]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국해운조합의 모습.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해양수산부와 전 국토해양부 출신 관료들이 해양·선박 분야 기관의 요직을 꿰차고 관련 업무를 독점해온 이른바 '해수부 마피아' 행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선박 검사 분야도 낙하산인사는 마찬가지다. 선박 검사는 세계적으로 정부가 아닌 민간 전문기관에서 대행한다. 선박 검사업무가 전문성이 필요한 데다 보험산업과의 제휴관계에서 발생한 태생 때문이다. 선박에 등급을 매기는 선급은 보험사에서 화물선에 대한 보험을 인수하면서 사고 가능성 등을 계산하기 위해 생겨났다. 국내에서도 선박안전법에 따라 한국선급과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선박 검사 업무를 대행한다.
비영리 선박 검사기관인 한국선급의 역대 회장과 이사장 12명 중 8명이 해수부나 관련 정부기관 관료 출신이다. 한국선급이 지난 2월 실시한 중간검사를 세월호가 통과한 것으로 돼 있어 검사가 제대로 됐는지 의혹이 일고 있다. 당시 조사에서 한국선급은 46개의 구명뗏목 중 44개가 정상이라고 판정했지만, 사고 때 정상적으로 작동한 구명뗏목은 하나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선급보다 더 작은 규모의 선박을 검사하는 업무를 맡는 선박안전기술공단도 현 부원찬 이사장이 국토해양부 출신이다. 지난해 해수부의 선박안전기술공단 정기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단은 '어선 등 선박 해양사고 예방 및 조치'와 관련해 '부적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년 9월 146t 유조선의 중간검사에서는 구명설비 중 구명부환, 구명동의, 자기점화등이 수량 부족과 표시 미이행 등으로 기준을 위반했음에도 '합격' 처리하고 검사증서를 발급하기도 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국가와 자치단체가 위임한 사무를 수행하는 협회와 조합 등 그동안 퇴직관료 취업제한 대상에 빠져있던 단체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단독] 해수부, 유병언에 20년째 항로 독점권 부여
동아일보 | 입력 2014.04.23 03:09 | 수정 2014.04.23 08:37
1995년이후 인천~제주 면허 보장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경영 악화… 청해진해운에도 독점 특혜 의혹
[동아일보]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20년간 인천∼제주 항로 독점을 보장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청해진해운의 경영상태가 나쁜데도 이 항로를 독점할 수 있도록 해준 것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뱃길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는데도 항로를 독점해온 청해진해운이 노후 선박인 세월호의 증편과 과적 운항을 일삼아 안전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해수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수부 산하기관인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은 1999년 세모해운이 인천∼제주 항로 면허를 청해진해운에 매각하도록 승인했다. 해수부 산하 지역항만청은 항로별로 신규 면허를 내주거나 면허 매각, 증편 등을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세모해운은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이 갖고 있던 회사로 1997년 한강유람선 사업 실패로 부도를 냈다. 세모그룹이 금융권에 2000억 원대의 빚을 지고 부도를 냈는데도 해수부는 유 전 회장이 빼돌린 재산으로 세운 청해진해운에 인천∼제주 등 세모해운의 항로 면허를 대부분 물려줬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 일가는 1995년 세모해운이 인천∼제주 항로에 취항한 이후 20년간 이 항로를 독점했다.
세모해운은 1991년 해수부로부터 인천∼제주 항로 면허를 처음 받을 때도 특혜 의혹을 받았다. 당시 세모해운은 무리한 항로 인수로 적자가 쌓이고 있었는데도 인천∼제주, 제주∼여수 등 4개 신규 항로 면허를 집중적으로 취득해 설립 2년 만에 국내 1위 연안 여객선 회사로 급성장했다. 특히 해수부는 인천∼제주 항로의 면허를 받은 뒤 1995년까지 선박을 확보하지 못한 세모해운에 수차례에 걸쳐 면허 인가를 연장해줬다. 당시 해운법에 따르면 해수부는 항로 면허를 받은 해운사가 1년 내에 선박을 취항시키지 못하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었다.
해운업계에서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경영난에 처했던 유 전 회장 일가의 두 해운사가 이 항로를 독점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후 선박을 무리하게 운영했을 소지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해수부는 인천∼제주 항로 이용객이 급증했는데도 다른 해운사에 신규 면허를 내주기보다는 청해진해운에 세월호 취항을 허가했으며 지난해 11월부터는 매주 2번 출항했던 세월호의 운항횟수를 주당 3회로 늘려줬다.
해수부 관계자는 "낙도를 오가는 배편이 끊기지 않도록 기존에 취항한 해운사의 수익성이 유지될 때만 다른 해운사의 취항을 허가한다"며 "인천∼제주 항로는 사업성이 낮아 신규 면허를 내주기보다 청해진해운이 세월호를 추가 투입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강홍구 기자]
해상 人災 뒤엔 '해양 마피아'... 업계·부처·협회 틀어쥐고 專橫
조선비즈 | 손진석 기자 | 입력 2014.04.23 03:07 | 수정 2014.04.23 09:52
자리 나눠먹기- 해수부→산하기관→민간기업 순차적으로 옮기며 서로 챙겨
일감 몰아주기- 지방항만공사 4곳, 수의계약으로 사업권 분배
안전문제는 뒷전- 선박 검사 합격률 99.9%…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해양 분야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민·관 커넥션이 안전 불감증의 시발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들과 유관 단체장을 꿰찬 전직 관료들이 끈끈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며 이익을 챙기고, 여기에 해운업계도 결탁해 공생 관계를 이루면서 선박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민·관에 걸쳐 있는 '해양 마피아'가 외부의 견제를 받지 않고 자기들만의 무대를 만들면서 해양 분야가 복마전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관에게 일감 몰아주기, 인사 잡음, 뒷돈 챙기기와 같은 고질병이 방치되는 사이 선박 안전 점검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자리 나눠먹는 해양 마피아
해양 마피아는 해수부, 해수부 산하단체, 해운업계의 3각 고리로 굴러간다. 먼저 해수부는 관료들을 산하 기관, 유관 단체에 대거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다. 현재 해수부 산하 공공 기관 14곳 중 11곳에서 해수부 출신이 기관장을 맡고 있을 정도다.
▲ 세월호 침몰 사건의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사고 대처 능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공무원들이 들어서고 있다. 국정감사와 감사원 조사에선 해수부가 퇴직자가 취업해 있는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산하 공기업에선 뇌물·향응 사건이 수시로 적발되는 등 ‘복마전(伏魔殿)’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뉴스1
그러면서 해수부는 산하 기관이나 유관 단체에 업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고 한발 물러서 있다. 해운회사 모임인 한국해운조합이 여객선사나 해운회사들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고 사단법인인 한국선급이 선박의 안전 검사를 맡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그러다 보니 해운업계가 해수부는 물론 유관 단체와도 긴밀하게 대화할 수 있는 '창구'로 여기고 관료 출신들을 영입한다. 최장현 전 국토해양부 차관과 이용우 전 해수부 기획관리실장은 각각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 업체인 위동항운과 대인훼리 대표를 맡고 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을 지낸 정모씨의 경우 2007년 퇴직하자마자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에 취임해 임기를 마쳤고, 2011년에는 해운 물류 기업인 K사의 대표를 맡았다. 관료→유관 기관→민간 기업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밟은 것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해운업계에서는 "해수부 공무원들이 나중에 퇴직해서 새로 취업할 곳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유관 기관들의 권한을 그대로 유지해주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2011년 국토해양부는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에 연봉 2억원가량인 부회장직을 신설해 고위 공무원 출신 이모씨를 앉히려고 한다는 의혹이 일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씨는 취임 예정일에 자진 사퇴했지만 결국 1년 후 선주상호보험조합의 상임고문으로 취임했다.
경제 부처의 한 간부는 "해수부는 부처 규모에 비해 많은 유관 기관을 거느리고 있어서 실·국장뿐 아니라 과장급도 낙하산으로 갈 자리가 많다"며 "협회장을 맡으면 연봉이 2억~3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금융위원회보다도 퇴직 후 따뜻한 삶을 누린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 옛 동료에게 일감 몰아주기 앞장
해양 마피아는 서로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도 갖고 있다. 모두 네 곳인 지방항만공사 사장을 해수부 출신이 독차지하면서 예전 동료들에게 사업권을 나눠 주는 방식을 쓴다. 이때 수의계약을 자주 활용한다. 인천항만공사는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인천항여객터미널에 터미널 독점 운영권을 몰아준 사실이 발각됐다. ㈜인천항여객터미널은 사장, 감사, 상무 등 주요 간부들이 해수부 출신이었다.
부산항만공사 역시 최근 5년간 진행한 7개 사업을 모두 해수부 관련 인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업체에 맡긴 것으로 지적됐다. 그중에서도 부산항여객터미널 관리 업무 등 4건을 수의계약한 ㈜부산항부두관리는 사장이 부산지방해운항만청 간부 출신이었다.
해수부는 예산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산하 기관에 '선물'을 주기도 한다. 해수부 산하 공공 기관 중 지원금이 파악되는 해양과학기술원 등 4곳(기관장은 모두 해수부 출신)에 해수부가 사업 지원금 명목으로 준 돈은 2011년 810억원에서 2013년 941억원으로 2년 새 16% 늘었다. 해수부 산하 공공 기관이 모두 14곳이고 유관 기관이 20여곳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해수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지원금은 수천억원으로 추산된다.
◇ 선박 검사 합격률 99.96%
문제는 해양 마피아가 서로 이권을 챙겨주는 사이 안전에 대한 감시·감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만 보더라도 한국해운조합은 세월호가 출항하기 전, 차량과 화물 적재량을 허위로 기재한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점검 없이 출항시켰다. 한국선급은 세월호에 대한 안전 검사에서 구명정 46개 중 44개가 정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침몰 당시 세월호의 구명정은 단 한 개만 펴졌다.
해수부가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에게 낸 자료에 따르면, 한국선급과 함께 선박 검사 권한을 양분하고 있는 선박안전관리공단의 검사 합격률은 2008년 이후 매년 99.96% 이상을 기록했다. 사실상 무조건 합격이라 검사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선박안전관리공단은 1급 간부가 선박 검사 점검표를 허위로 작성했다가 적발되는 등 최근 3년간 간부 4명이 선박 검사와 관련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가 적발됐다. 하지만 이 4명은 모두 내부 경징계인 '견책'만 받고 말았다.
지난해 2월 부산지검은 해상관제시스템(VTS) 장비를 납품하면서 국토해양부 공무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장비업체 J사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J사가 공무원들에게 199차례에 걸쳐 5700만원어치 밥과 술을 산 혐의를 받았다.
"항로 이탈 안해" "선박 전복 없다" 오판 연속... 海 모르는 해수부
한국일보 | 배성재기자 | 입력 2014.04.23 03:35
과적·증축 여부도 깜깜 부정확한 면책성 발표 사태수습에 오히려 방해만
관련 법조항 오류도 방치 세월호 담당 운항관리자 제대로 처벌 못할 수도
해양사고 실무 매뉴얼엔 "충격 상쇄용 기사 개발" 여론 호도 대책은 꼼꼼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해양수산부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늘 위태위태했지만, 5년간의 공백 때문이라 이해하며 곧 제자리를 잡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이란 대형사고를 통해 해양수산부의 밑바닥이 드러난 듯하다. 한마디로 해양수산부는 해양에 무지하고 무관심한 조직이란 것이다. 이런 판단의 근거를 조목조목 짚어보자.
세월호 항적도 몰랐던 해수부 상황실
해수부는 세월호 침몰 직후부터 허둥대기만 했다. 사고원인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사고선박 이동경로가 사고당일인 16일 오전 3시 46분 이후 종합상황실 전광판에서 사라진 것. 사고 신고 때까지 이 사실을 몰랐던 상황실은 그때부터 부산을 떨어 오후 2시30분에야 항적을 불완전하게나마 복구했지만 세월호가 침몰한 지 4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리고는 부랴부랴 "세월호가 항로 이탈 없이 정상적으로 항해했다"고 발표한다.
해수부는 사고 당일 늦게 세월호 항적을 언론에 제공했는데 거기에는 남쪽을 향하던 세월호가 갑자기 110도 가까이 급선회해 북으로 표류하는 상황이 명백히 나타났다. "항로를 이탈하지 않았다"던 첫 발표가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나마 갑자기 배가 선회하기 시작한 8시 48분 37초에서 52분13초까지 세부 항적은 복원하지 못해 21일에야 복원됐다.
이처럼 상황파악에 실패했으면서도 부정확한 면책성 발표를 잇따라 내놓아 사태수습에 오히려 방해만 됐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5분 전인 16일 오전 10시 25분에도 태연히 "배가 뒤집어지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던 것이 그 대표적 예다.
화물 과적ㆍ선체구조 변경도 깜깜
사고 당일에 무지했다면, 평소 사고예방에는 무관심했다. 세월호는 최대적재 화물량 1,070톤보다 두 배인 2,000톤 가량을 적재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과적 여부를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선사들이 화물 적재량, 화물 고박 여부 등을 기재한 출항 전 안전 점검보고서를 선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만 제출하고 해수부에 제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해수부는 화물 적재를 감독하는 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들 인건비 보조 명목 등으로 올해 7억원을 지원한다. 예산만 투입하고 안전감독 주무 부처 역할은 포기한 셈이다. 세월호 객실 증축에 대해서도 한국선급의 서류만 받고 "적법하게 선체 구조변경이 이뤄졌다"고 밝혀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줬다.
어이없는 법 표기 오류 방치까지
세월호 화물 과적을 감독해야 하는 운항관리자는 명백한 업무 과실에도 해수부의 안일한 업무처리로 인해 처벌을 모면할 가능성이 크다. 검경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세월호 담당 운항관리자들은 구명기구ㆍ소화설비 등의 구비 여부를 확인할 책임이 있지만 대부분을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 처벌할 법조항이 없다. 해운법에는 운항관리자 관리감독 의무규정(개정 전 22조3항)과 이에 대해 "22조 3항을 어기면 벌칙에 처한다"는 조항이 분리돼 있다.
그런데 2012년 법개정으로 신설조항이 생기면서 의무규정이 '22조4항'으로 변경됐는데, 처벌조항은 '22조 3항을 어기면'에서 수정하지 않은 것.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해수부에 법개정에 오류가 있다고 바꿔달라는 전화를 했으나 수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수부 담당자는 이제서야 "해당 내용을 더 파악해 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잇속 챙기기 여론 호도는 민첩ㆍ세심
해수부 관료들이 민첩하고 꼼꼼한 분야도 있다. 선박 안전운항을 위한 화물적재 등을 점검하는 한국해운조합은 38년째 해수부 고위 관료 출신이 이사장을 독점하고 있다. 여객선 등의 선박안전 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선급 이사장 10명 중 8명도 해수부 출신 고위 관료였다. 주로 어선과 화물선ㆍ유조선 등의 도면 승인 등 선박 안전을 검사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도 해수부 출신이다. 해수부 유관기관에 해수부 전직 고위관료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해수부가 지난해 6월 제정한 '해양사고(선박) 위기관리 실무매뉴얼' 53쪽에는 해양사고가 일어나 사고가 전개되는 단계에서 "충격 상쇄용 기사 아이템 개발"하라는 대응 요령이 적시돼 있다. 한마디로 해양사고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면 다른 뉴스를 흘려 관심을 분산시키라는 것이다. 해수부가 이런 여론 호도 대책까지 미리 준비했을 정도로 세심하다는 점에서 국민은 위안을 얻어야 할까?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단독] '양호' 6일 만에 5곳 '불량' 서류만 보고 통과
국민일보 | 입력 2014.04.22 03:59
세월호 안전검사 총체적 부실 의혹
여객선 세월호가 지난 2월 한국선급에서 매년 실시되는 정기 중간검사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으나 6일 만에 실시된 특별점검에서 5곳 불량이라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특별점검을 실시했던 인천해양경찰서는 '불량을 시정했다'는 청해진해운의 문서 보고를 받았지만 별도의 재점검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관 기관의 안전진단을 무사히 '통과'한 세월호는 지난 16일 476명의 탑승객을 싣고 운항하다 갑자기 침몰해 300여명의 실종·사망자가 발생했다. 안전검사 과정이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선박 검사를 대행하는 한국선급은 지난 2월 10일 전남 여수에서 세월호의 제1종 중간검사를 실시했다. 여객선에 대한 제1종 중간검사는 매년 실시되며, 5년마다 치르는 종합 정기검사 다음으로 중요한 검사다. 배를 도크로 끌어올린 후 수면에 잠겨 보이지 않았던 주요 기관을 포함해 구난시설, 조타시설 등 200여개 항목에 대해 안전검사가 진행된다.
한국선급은 10일 동안의 정밀 검사를 통해 '세월호의 선박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정했다. 세월호는 1994년 일본에서 건조된 선령 20년의 여객선이다. 청해진해운이 2012년 10월 일본에서 도입한 뒤 넉 달 동안 증축공사를 거쳐 정원 181명, 무게 239t이 늘어난 상태였다.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가 복원성이 일부 떨어진 상태였으나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선박 복원성에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침몰 사고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구명벌 및 사고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화물 고정 장치도 무사히 검사를 통과했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검사 당시 문제 있는 부분은 회사 측에서 곧바로 수리한 후 다시 검사관들에게 알린다"며 "문제 있는 부분이 남아 있다면 절대 검사를 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선급은 검사를 모두 마친 뒤 해양수산부에 감정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검사 보고서로 비춰볼 때 세월호 안정성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가 없다'던 세월호는 6일 뒤인 지난 2월 25일 인천해경 및 관계기관이 실시한 특별점검에서 모두 5곳의 불량을 지적받았다. 안개가 끼는 시기를 대비해 인천해경이 실시한 점검이었다. 지적사항은 수밀문 작동 불량, 객실 내 방화문 상태 불량, 비상조명등 작동 불량, 화재경보기 작동법 숙지상태 불량, 비상발전기 연료유 탱크 레벨 게이지 상태 불량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침몰 당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수밀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빠른 침몰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당시 실시된 특별점검에는 한국선급 측 관계자도 참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취항을 허가한 인천지방해양항만청과 선박의 입출항을 관리했던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관계자 등 모두 5개 유관 기관이 검사에 참여했다.
인천해경은 특별점검 후 시정 사항이 제대로 고쳐졌는지도 서류상으로만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해진해운은 검사 당시 드러난 지적사항에 대해 1주일 만인 3월 4일 한국해운조합에 '불량을 모두 시정했다'는 공문을 보냈다. 해운조합은 이 같은 사실을 해경에 알렸다. 하지만 해경은 이를 재점검하지 않았다. 해경 관계자는 "법적 절차를 따르는 안전검사와 달리 특별점검은 사후 확인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청해진해운은 수밀문 작동 불량 항목에 대해서는 '작동 결과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특별점검에서 구명벌 등 구명설비와 조타장치 등은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구명벌은 46개 중 1개만 펴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선급 등의 선박 검사를 감시해야 할 해수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퇴직 해수부 관료들이 한국선급 간부로 들어가는 '회전문 인사' 때문에 해수부 측이 한국선급의 검사 방식과 구체적인 내용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선급이 1년에 선박 3000여척에 대한 검사를 담당하기 때문에 해수부 인력이 이를 감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선급은 정부 기관을 대행하는 선박 전문검사 인증 기관으로 대형 화물선 및 여객선에 대한 검사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8시10분 전화' 미스터리인가 해프닝인가(종합)
노컷뉴스 | 입력 2014.04.21 18:27
[CBS노컷뉴스 최인수·김중호 기자 ] 세월호 침몰 신고 40여 분 전인 8시 10분에 안산 단원고에 걸려온 '전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 당일 단원고 상황판에는 제주해경이 세월호 침몰 신고 전인 8시 10분쯤 학교로 전화를 걸어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와관련해 직접 전화를 받은 단원고의 한 교사는 제주해경이 세월호와 연락이 안된다며 승선해있는 교사의 전화번호를 문의해왔다고 말했다.
↑ 단원고 상황판. (사진=독자 제보)
이와함께 단원고 사고 현황판에는 구조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감 강모 씨가 당일 오전 8시 50분쯤 학교 측에 상황 보고를 한 사실 등이 적혀 있기도 하다. 8시 10분이면 세월호가 제주VTS에 연락해 배가 위험상황이라는 첫 교신을 한 시간보다 45분이나 앞선 시간이다. 이때문에 제주해경이 사고 조짐을 미리 감지해놓고도 늑장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제주해경 측은 당시 단원고로 전화를 한 것은 제주해경이 아니라 제주자치경찰 측이었다고 해명했다. 수학여행단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은 점을 의아하게 여긴 현지 자치경찰 측이 확인 차 연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점은 있다. 전화를 받은 학교 관계자가 '제주경찰'을 '제주해경'으로 잘못 알아 들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런가운데 제주해경의 해명과는 별도로 검경합수부는 단원고 교무실의 전화통화기록 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통신사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부측은 통화기록 내역이 확보되는데로, 문제의 16일 8시 10분 안산 단원고에 전화를 건 인물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누구인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gabobo@cbs.co.kr]
'8시 10분 사고통보?'... 어이없는 경기교육청 (종합)
연합뉴스 | 입력 2014.04.21 17:48 | 수정 2014.04.21 18:44
구조인원도 '오락가락'…사실과 너무 다른 상황파악
(안산=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경기도교육청이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상황 대책반을 운영하면서 '오전 8시 10분 제주해경으로부터 침몰사고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상황일지에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잘못된 공지로 공분을 산 교육청이 당일 오후까지도 구조된 인원이 수백명이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는 등 사고 초기 대응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경기도교육청의 초기 대응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안산 단원고가 파악한 사고상황 내용. 단원고가 16일 오전 8시 10분 '제주해경이 인솔교사 연락처를 묻는 전화를 걸어왔다'고 주장한 시각 도교육청은 '침몰사고 내용을 통보받음'이라고 상황을 파악했다.
↑ 경기도교육청이 작성한 상황일지. 단원고가 16일 오전 8시 10분 '제주해경이 인솔교사 연락처를 묻는 전화를 걸어왔다'고 주장한 시각 도교육청은 '침몰사고 내용을 통보받음'이라고 상황을 파악했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경기도교육청 '현장체험학습 사안보고서'에는 16일 오전 8시 10분 '제주해경에서 학교로 진도 여객선 침몰상황 연락받음'이라고 돼 있다. 이 시각 단원고 상황판에는 '제주해경으로부터 인솔 교사 전화번호를 가르쳐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어디에도 사고사실을 통보받았다는 내용은 없다.
특히 이를 두고 제주해경이 '전화를 건 적 없다'고 해명하면서 단원고와 제주해경간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도교육청은 한발 더 나아가 '침몰사고 사실 확인'으로 못 박은 것이다. 게다가 도교육청은 단원고가 숨진 강모(52) 교감에게서 사고사실을 통보받은 오전 8시 50분에는 아무런 상황도 기록해 놓지 않았다.
당시 이미 언론에서는 진도 해상에서 수학여행을 떠난 고교생들이 단체로 승선한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특보를 쏟아내고 있었다. 도교육청 대변인실 벽면에는 실시간 방송을 모니터링 하도록 대형 TV가 여러대 설치돼 있었지만 당시 대변인실은 출근시간대라는 이유로 TV를 꺼놓고 있었다.
구조인원 파악은 오락가락해 혼란만 부추겼다.
도교육청은 사고발생 1시간여 뒤인 오전 9시 55분께 '배 90% 침몰, 120명 구조'라고 파악했다. 이 또한 단원고 상황판에는 '9시 30분 교육청 양○○ 장학사에게 유선보고'라고 적혀있지만 도교육청 상황보고서에는 이 시각에 아무런 내용이 없다. 도교육청은 10시 10분 교육부에 이 같은 상황을 구두보고했고 10분 뒤 '140명 구조', 다시 3분 뒤 '190명 구조'라고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나 10시 28분 구조자는 다시 줄어 '150여명 구조'라고 했다가 33분 재차 '190여명 구조'라고 정정했다. 10시 39분에는 구조자가 200여명이라고 보고됐고, 20여분 뒤 다시 '110명 확실히 구조'라고 바꿨다. 이후 도교육청은 오전 11시 9분 출입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통보하고, 3분 뒤 단원고가 학생전원 구조 문자메시지를 학부모에게 전송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23분 뒤엔 재차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해경 공식 발표'라고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하기도 했다. 도교육청은 오전 11시 41분이 돼서야 '완전 구조가 정확한 통계는 아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낮 12시 3분 '전원 구조 발표된 바 없다'고 확인했다. 오보로 홍역을 치르고도 12시 9분 '168명 구조', 오후 1시 15분 '197명 구조', 44분 '368명 구조' 등 여전히 사실과 다른 내용을 파악했다.
그 뒤에도 도교육청은 확실히 구조된 인원이 74명이라고 했다가 생존자가 추가발견돼 77명이라고 하는 등 사고발생 6시간 30여분이 지난 오후 3시 26분까지 사실과 다른 상황파악을 이어갔다. 사고 파악이 부실했다는 지적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초기 내부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정제되지 않은 동향, 언론보도, 상황 등을 적어놨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잘못된 상황일지를 작성한 담당 장학사는 "8시 10분 상황일지에 '사고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실수로 기재했다"며 "틀린 내용은 오전 10시 이후 정정했고 나머지 내용은 내부적으로 공유했다"고 밝혔다. [goals@yna.co.kr]
4년 전 천안함 교훈 잊었나... 바뀐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국민일보 | 입력 2014.04.23 02:17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인 천안함이 피격돼 침몰했다.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구조됐다. 침몰 원인과 이후 대응, 구조과정 등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대한민국 정부는 폭침 1년 후인 2011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이하 백서)를 발간했다.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드러난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였다. 백서는 외교·안보 문제 외에 해상사고에 대한 대응과 구조과정에 대해서도 처절한 반성을 담았다.
백서가 발간된 지 3년여가 흐른 지난 16일 승객 및 승무원 476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그러나 정부가 역량을 총동원해 3년 전 발간했던 백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백서에서 지적했던 문제점은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도 그대로 재연됐다.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우리는 불과 4년 전 아픔을 벌써 잊은 것일까?
◇ 초기 대응 및 위기관리대응체계 보완
=백서는 천안함 피격사건 최초 발생 시 신속·정확한 상황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장상황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아 혼선을 초래했다고 고백했다. 청와대까지의 최초 보고가 지연됐고, 군의 위기관리시스템의 초기 대응도 미흡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안전행정부 중앙안전상황실은 오전 9시31분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보고했다. 휴대전화 문자로 보고했다. 전남소방본부가 처음 신고를 접수(오전 8시52분)한 뒤 39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를 인지했을 때는 세월호 승무원들이 탈출에 앞서 진도연안VTS에 배의 위치를 마지막으로 알려주던 시각(9시32분)이었다.
백서 제작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남영준 중앙대 교수는 22일 "사고 대처는 의욕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정부는 사고가 나기 전에 (여러 상황을 가정해) 대책본부를 구성해 보고 훈련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훈련하지 않다가 국민을 대상으로 연습하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백서는 생존자 구조를 위한 탐색구조 및 인양작전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해군의 탐색구조 전력이 적기에 투입되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때도 여전했다. 민·관·군의 협조는 요원했고 정부의 대응은 계속 지체돼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 범정부 차원의 통합 협조체계 필요
=백서는 천안함 피격사건 대응에 있어 청와대 내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무총리실의 역할 역시 선도적인 위기관리가 아니라 상부지침에 따라 이를 이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언급했다. 정부 부처 간 통합 노력 부족도 꼬집었다. 범국가적 총력대응이 필요했는데도 일부 부처는 국방부 중심의 사고 후속조치로 판단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것이다.
백서는 국가위기 상황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인 협조체계를 요구했다. 청와대 비서관실별로 임무·역할을 구체화하고,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도록 국가위기관리센터의 기능 및 운영 개념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총리실 등에는 주도적 관리시스템 구축을 요청했고, 국가자원활용시스템을 정비해 민·관·군 자산 및 인력 통합운영 체계를 구축하라는 대안도 제시했다.
그렇지만 백서가 제시한 대안은 세월호 대응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부의 위기대응 시스템은 여전히 부실했고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는 우왕좌왕하는 각 부처 대응을 지켜보면서도 혼선을 신속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백서 자문단이었던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정부가 천안함 백서를 제대로 읽고 한 번이라도 논의했다면 이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백서에 대해 국방부 외 다른 부처는 강 건너 불구경했다는 얘기"라며 "아마도 안전행정부는 (백서가 지적한 내용이) 전혀 모르는 얘기일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 국민과의 소통 노력 강화
=백서는 정확한 사실 확인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언론대응이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사건 발생시각과 관련, 열영상관측장비(TOD)의 영상자료를 한 번에 공개하지 않고 네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개해 불신을 자초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미흡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백서는 공보체계 전반에 걸친 보완을 요구했다. 브리핑 시 사건 관계자와 공보 전문가가 협조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했다.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국민과 언론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정제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선제적인 공보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후 정부는 오락가락 발표로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했다. 사고 당일인 16일 오후 2시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구조자 수를 368명이라고 확인했다가 1시간30분 뒤 구조자는 180여명이라고 말을 바꿨다. 탑승자 가족은 물론 최소한의 희생으로 사고가 수습되는 것을 기대했던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어처구니없는 처사였다. 이후에도 정부는 재난 대처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인 사망자·실종자·구조자 숫자를 여러 차례 수정 발표하는 등 스스로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렸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이 텅빈 갑판에 아이들만 나와 있었다면...
조선일보 | 강훈 기자 | 입력 2014.04.23 03:01 | 수정 2014.04.23 16:04
22일 구속된 세월호 2등 항해사 김모씨는 '사고 당시 선원들은 구명정을 만지거나 조작을 시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하려고 했지만 그쪽으로 가기가 힘들었다. 시도는 다 했다. 미끄러져서 갈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선장과 다른 선원들도 그동안 "배가 많이 기울어 몸조차 가누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오전 9시 37분쯤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해경의 구조 장면 사진을 보면 이런 선원들의 설명이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해경이 22일 공개한 사진을 보면 구조대원 한 명(점선 안)이 세월호에 오르자마자 난간 옆에 비치된 구명정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위 사진〉이 보인다. 대원은 10여m 거리에 있는 뒤쪽 구명정부터 띄우려고 시도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원이 10번째 구명정을 살펴볼 무렵, '출입통제'라고 적힌 조타실 왼쪽 출입문에서 선원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튀어나왔다. 푸른색 작업복을 입은 그는 조타실 출입문과 5m 정도 거리에 있는 구조선에 올랐다. 이어 붉은 조끼를 입은 선원이 구조선에 올랐다〈가운데 사진〉. "몸조차 가눌 수 없었다"던 변명과 달리 움직임이 가벼워 보인다.
구조대원은 구명정 12개를 일일이 다 만져봤으나 작동에 실패하고 13번째 구명정을 발로 차는 등 안간힘을 쓴 끝에 두 개를 고정 장치에서 분리해 바다에 띄웠다〈아래 사진〉. 하지만 이 구명정도 제대로 펴지지 않아 돌돌 말린 채 물 위를 둥둥 떠다녔다.
구조선이 도착했던 그 순간 세월호의 넓은 옥상과 갑판, 난간 어디에도 승객은 보이지 않았다. 선장이 퇴선 명령을 해서 그 자리에 단원고 학생들이 나와 있었다면 최소한 수십 명 이상의 생명을 더 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배에 익숙한 선원이라면 누구든 선실에 가서 퇴선 명령을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당시 이들 머릿속에 승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 맞춰보는 침몰 원인
연합뉴스 | 입력 2014.04.22 18:28 | 수정 2014.04.22 19:30
구조변경·과적→지연출항→무리한 변침과 과속→대응미숙→복원력 상실→침몰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세월호 참사가 발생 일주일째를 맞는 가운데 공개된 세월호 항적과 검찰의 수사로 침몰 원인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좁은 수로에서 초보 선원들의 무모한 운항과 대응미숙, 여객선 개조 후 생겨난 구조적 선체결함 의혹 등 침몰원인은 말 그대로 총체적 인재로 밝혀지고 있다.
↑ 사고 당일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분석한 시간대별 항로 모습.
↑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은 3배 이상 화물을 과적하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복원성을 상실해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16일 전남 진도해역에서 침수된 여객선 세월호에서 해양경찰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 지난 16일 침몰한 세월호 선원들이 해경 경비정으로 탈출하고 있다. 오른쪽의 구명벌은 펼쳐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선원들은 22일 구호에 최선을 다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해경 배에 탑승해 구조활동을 했다"고 대답했다.
↑ 침몰 세월호 증설 전후 화물 중량 비교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일본에서 도입 후 개조한 세월호 복원성 검사를 하고 승인해준 한국선급(KR)은 구조변경 뒤 무게중심이 51㎝ 높아져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平衡水·밸러스트)를 더 채우도록 했지만 선사가 이를 무시하고 화물을 과적, 사고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 '늦겠다' 과속 운항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사고 당일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살펴보면 세월호는 오전 7시 28분부터 8시까지 시속 39km 최고속도를 내며 맹골수도로 향했다. 시속 39km는 세월호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이다. 이 배의 최대 선속은 21노트, 즉 시속 38.892km이다. 세월호는 맹골수도에서 변침(變針)한 오전 8시 26분 이후 협로를 운항하면서도 속도를 19노트 이상 유지했다.
평소 맹골수도 진입 이후 속도는 17~18노트였다. 직선 구간도 아닌 물결이 세기로 악명이 높은 맹골수도에서 최대 속도 운항은 상식적으로 무리한 운항이었다. 세월호는 기상악화로 예정된 시각보다 2시간 늦게 출발했다. 지연 출발로 잃은 시간을 되찾으려 과속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 무리한 변침… 직접적 첫 원인
과속 차량이 핸들을 심하게 꺾으면 사고가 나듯이 무리한 변침은 선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검찰에 구속된 조타수 조모(56)씨는 "(내가)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키가 평소보다 많이 돌았다"고 말했다. 위험수로인 만큼 3~5도 각도로 방향선회(변침)를 해야 하지만 이를 훨씬 크게 조작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20년 베테랑의 한 조타수는 "보통 느릴 때보다 빠르게 운항할 때 배가 잘 돈다(키가 잘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초보 항해사·조타수의 미숙한 대응도 화를 더 키웠다. 조타실을 맡았던 항해사 박씨는 경력 1년이 조금 넘은 3등 항해사였다. 박씨는 세월호를 탄 지 5개월이 안 됐으며 사고가 발생한 맹골수도 해역을 이날 처음 운항했다. 조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조타 경력이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4분 새 115도나 회전한 이유는?
여객선은 꺾을 수 있는 최대 각도가 한쪽으로 35도다. 세월호 AIS 기록을 살펴보면 4분 사이에 115도나 회전한 이유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조타수 조씨가 무리하게 타각을 한 세월호는 거센 물살에 휘청거렸고 조씨는 이를 잡기 위해 왼쪽으로 키를 무리하게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항적기록에서 누락됐던 3분 36초는 발전기 정전이 원인으로 보인다.
항적을 복구한 결과 크게 두 차례 변침을 했다. 또 정전 복구 이후 우측으로 돌아간 조타키가 되돌아오지 않고 오히려 빠르게 돌아가면서 급회전 을 더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좌현변침으로 감겨있던 키가 복원이 되지 않아 배를 더 기울게 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세월호는 추진동력을 잃고 좌현이 기운 채 거센 물살에 힘없이 밀려 올라갔다. 최초 8시 48분 변침 이후 52분까지 4분 사이에 배는 복원력을 상실한 셈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외방경사(선체가 급회전하면서 균형을 잃고 침몰하는 것)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조타기 고장?…선체결함 의혹은?
세월호는 침몰 2주 전부터 조타기 전원 접속이 불량해 리셋기능을 사용하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해진해운이 지난 1일 작성한 '세월호 수리신청서'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수리 완료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타수 박씨가 '평소보다 많이 돌았다'는 진술은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 과적·구조변경… 복원력 상실 원인
세월호가 1994년 6월 일본에서 건조됐을 때는 용적을 나타내는 총톤수가 5천997t이었는데 한 달 뒤에 개조돼 6천586t으로 589t 늘었다. 20년 다 된 배를 들여온 이후 세월호는 목포에서 다시 구조변경해 6천825t으로 239t이 증량됐다. 정원도 804명에서 117명이 늘어 921명이 됐다. 구조변경으로 화물을 많이 싣게 된 만큼 무게중심은 그만큼 높아졌다.
구조변경을 승인한 한국선급(KR)에 따르면 무게중심이 51㎝ 높아졌다. 세월호가 복원성을 제대로 유지하려면 화물은 987t만 실어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는 이보다 3배 더 많은 3천608t을 실었다. 화물은 덜 싣고 평형수(밸러스트)를 더 채워야 하는데 반대로 화물을 더 싣고 화물을 과적했을 가능성이 높다. 화물은 실은 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다.
과적한 화물은 제대로 고박(화물을 바닥에 고정하는 것)도 되지 않아 급격한 회전 때 한쪽으로 쏟아져 내렸다. 이는 배 침몰의 또 다른 원인을 제공했다. 총체적 인재로 드러나고 있는 세월호 침몰사고는 선장 등 승무원들의 상상하기 어려운 무책임성까지 더해져 대참사로 기록될 안타까운 처지에 놓였다. [nic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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