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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설화

[불교향가] '제 망매가' (祭亡妹歌) - 신라 월명대사(月明大師) 지음

잠용(潛蓉) 2014. 6. 29. 20:20


‘제 망매가’ (祭 亡妹歌) (신라향가 月明大師 지음)
(죽은 누이동생의 극락왕생을 비는 노래)



[향가 원문]
“生死路隱(생사로은)
此矣有阿米次兮伊遣(차의유아미차힐이견)
吾隱去內如辭叱都(오은거내여사질도)
毛如云遣去內尼叱古(모여운견거내니질고)
於內秋察早隱風未(어내추찰조은풍미)
此矣彼矣浮良落尸葉如(차의피의부량낙시엽여)
一等隱枝良出古(일등은지량출고)
去奴隱處毛冬乎丁(거노은처모동호정)
阿也彌陀刹良逢乎吾(아야미타찰량봉호오)
道修良待是古如”(도수량대시고여)



* 兮는 月변(웃을 힐)


[향가 해독-양주동]
(양주동 지음 <조선고가연구 1942>에서)

(사진:수도도량 문경 희양산 봉암사 일주문 앞)

[현대문 번역-잠용]

“살고 죽는 길은
여기(이승)에 있는데 (그것이) 두려워서
‘나는 갑니다’ 는 말도
다 못하고 가버렸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나뭇잎 같이
한 가지에 나고도
가는 것 모르는구나.

아아 彌陀刹(극락)에서 만나볼 나는
道를 닦으며 (그때를) 기다리련다.



너는 나와 한 가지에 나고도 가는 것을 모르는구나.


('왕생극락의 노래' -김회경 작곡)

 



'제 망매가'(祭亡妹歌)
= 죽은 누이동생의 극락왕생을 비는 노래 =


□ 출처: <삼국유사>, 권5, 감통편(感通篇), 월명사 도솔가조(月明師 兜率歌條)


<삼국유사 三國遺事> 권5 감통편(感通篇) 제7에 실려 전한다. 기록에 의하면 죽은 누이를 위해 재(齋)를 올릴 때 월명사가 이 노래를 지어 제사를 지내니 홀연히 광풍이 일어 지전(紙錢)이 서쪽을 향해 날아갔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설화로 볼 때 이 노래는 재(齋)에서 부른 의식 노래이다. 또한 작자인 월명사가 승려 신분인 점, 가사 내용에 미타찰(彌陀刹, 부처님 계신 곳, 극락)에서 만나자고 기약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불교문학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누이의 죽음을 맞이한 한 인간의 고뇌를 숨김없이 적나라하게 표현한 순수서정시라고 보는 편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향찰(鄕札)로 표기되어 있으며 해독상 언어학자간의 이견이 비교적 적은 향가이다. 현대적으로 작품을 소개하고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생사로(生死路)는/ 여기 있으매 두렵고/ 나는 간다 말도 못다 이르고 갔느냐/ 어는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는구나/ 아으 미타찰에서 만나볼 나/ 도(道) 닦아 기다리겠노라."

월명사는 비록 승려이긴 하지만 죽음을 맞이해서 두려움을 느끼는 한 인간이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여기 앞에 있다고 하면서 두렵다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솔직히 토로했다. 인생을 '길'로 표현하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원형적(原型的) 심상(心像)이다. 마지막 작별인사 한마디 없이 죽음의 세계로 떠나버린 누이동생을 원망해보기도 한다. 삶의 덧없음과 죽음 앞에 무력한 인간 존재에 대한 인식이 가식없이 드러난다. '이른 바람'에서 '이른'은 구체적으로는 누이의 이른 죽음을 가리키지만, 인간이 맞이하는 죽음 자체에 대한 인식을 표현한다. 가을·바람·가지·잎 등의 자연물과 자연현상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죽음을 4계절의 순환원리에 의해 파악하고, 동기(同氣)를 같은 가지에 달린 잎으로 보는 것 등도 우리 민족이 보편적으로 지니는 원형적 심상이다. 죽은 후에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미타불이 있는 서방 극락세계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도록 도를 닦고 기원하겠다고 했다. 이 노래에 나타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과 표현은 월명사 특유의 것이라기보다는 신라인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신라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원형적 심상과 사후세계에 대한 종교적 심성을 잘 조화시켜 표현한 순수 서정시로서 문학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있는 작품이다. (Daum백과)

[설화 내용]
<삼국유사>의 기록은 이러하다.“또 일찌기 월명이 죽은 누이동생을 위하여 사십구재(일명 營齋)를 올리며 향가를 지어 제사했더니 갑자기 바람이 불어 종이돈[紙錢]이 바람에 날려 서쪽으로 사라졌다. 그 노래는 이러하다.“생사의 길은 여기에 있으매 두려워지고,‘나는 갑니다’하는 말도 다 못하고 가버렸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하나의 가지에 낳아 가지고 가는 것을 모르누나. 아아, 미타찰(극락)에서 만나볼 나는 도를 닦으며 기다리련다.” 월명이 항상 사천왕사(四天王寺)에 있으면서 젓대를 잘 불었는데 일찍이 달밤에 대문 앞 큰길에서 저[笛]를 불며 지나가는데 달님이 그 소리를 듣고 가던 수레바퀴를 멈추었다. 인하여 그 길을 월명리(月明里)라 부르고, 월명사(月明師)도 이를 인해서 그 이름이 났다.

[原文] 又嘗爲亡妹營齋 作鄕歌祭之 忽有驚風 吹紙錢飛擧向西而沒. 歌曰 生死路隱 此矣有阿米次詰伊遣 吾隱去內如遣叱都 毛如云遣去內尼叱古 於內秋察早隱風未 此矣彼矣浮良落尸葉如 一等隱枝良出古 去如隱處毛冬乎丁 阿也 彌陀刹良逢乎吾 道修良待是古如. 月明常居四天王寺 善吹笛, 嘗月夜吹過門前大路, 月馭爲之停輪 因名其路曰月明里 師亦以是著名.(이하 생략)


[해설 및 감상]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이 설화에는 두 가지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하나는 <도솔가 兜率歌>요, 하나는 위의 <제망매가 祭亡妹歌>다. 설화에 의하면 <도솔가>가 먼저 지어졌다. 그리고 이 설화도 <도솔가>가 주된 것이다. <제 망매가>는 누이동생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겨 부른 애도의 정이 담긴 노래로, 현존 향가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서정적 노래라고 하겠다. 또 <제 망매가>는 <도솔가> 조의 한 부면에서 잠깐 거론된 데 불과한 것이다. 그것은 <도솔가>는 치국(治國)의 노래이고 설화에서 보는 것처럼 해가 둘이 되자 이를 없애기 위해 지은 노래인데 비해, <제 망매가>는 단순한 형제 간의 죽음을 애도한 사적 노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국유사> 편찬자 일연(一然)의 의도가 가미된 것이다.

우선 <제망매가>에 얽힌 이야기부터 살펴보자. <찬 기파랑가 讚耆婆郞歌>와 함께 가장 뛰어난 향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 작품은, <위망매영재가 爲亡妹營齋歌>라고도 부른다. '영재'란 불교 의식의 하나로 사람이 죽은 뒤 7일마다 한 번씩 재를 올리다가 49일째 되는 날 마지막으로 올리는 재를 가리키는 것이다. 남매간의 이별을 떨어지는 가을 나뭇잎으로 비유하고 부모를 같은 나뭇가지로 비유한 수사적인 탁월함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누이동생의 죽음이라는 인간적인 고뇌를 종교적 확신으로 승화시킴으로써 깊은 정신 세계와 높은 숭고미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 노래는 <찬 기파랑가>, <모 죽지랑가>와 함께 추모의 노래이지만, 공적(公的)인 인물에 대한 추모가 아니라 자신의 누이에 대한 사적(私的)인 추모라는 점에서는 다르다. 인간은 역시 인간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월명사의 추모의 정은 <찬 기파랑가>나 <모 죽지랑가>에 비해서 더욱 절실할 수 밖에는 없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월명사는 그러한 절실한 골육의 정을 결코 감상적 비탄만으로 처리하고 있지는 않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미 설명한 바이지만, 자신과 누이동생의 관계를 같은 가지에서 자란 나뭇잎으로,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가을 바람에 흩어지는 낙엽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절적한 비유는 그의 높은 정신 세계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누이의 죽음은 인간적인 견지에서는 크나큰 슬픔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슬픔이 곧 인생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작자는 보다 높은 차원의 세계에서의 재회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1행에서 4행까지에서 누이동생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괴로움이 의문형의 탄식으로 표출된 것이다. 죽음이란 대화의 단절에서 오는 공포인 것이다. 5행에서 8행까지는 모든 유한한 생명을 지배하는 자연의 힘인 '바람'과 연약한 생명인 '잎'의 대조를 통해 삶의 덧없음을 구상화함으로써 시적 화자의 고뇌를 심화시킨다. 이는 개인적인 고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운명과 고뇌로 확대된다.“죽음은 한 조각 뜬 구름이 사라지는 것(死也一片浮雲滅)”이라는 서산대사(西山大師)의 불교적 무상이 뼈져리게 구상화된 것이다. 9행과 10행은 '아아'라는 감탄사로 극한적인 고뇌를 분출하면서 그것을 종교적으로 초극하여, 현세적이고 인간 세계적인 삶의 무상함을 뛰어넘어 초월적인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는 열망을 불교적 발원으로 표출하고 있다. 현세에서 생명을 지니고 있는 번뇌가 시인의 두터운 신앙심과 숭고한 종교의식으로 극복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도솔가>에 얽힌 이야기를 보자. 정치 사회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하겠다. 이 노래는 왕의 간청에 따라 해가 두 개가 된 괴변을 없앤 노래다. 해가 둘이 가지런히 나타났다는 사실은 나라의 심상치 않은 국가의 변괴를 예언한 것이다. 해는 위대와 권력, 왕권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두 해가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경덕왕 신변에 -정치적 권좌 -커다란 문제가 나타났음을 은유화한 표현이다. 왕권에 대한 강력한 도전자가 나타난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경덕왕 때 이러한 정치 사회상을 말해, 몇 개의 파벌이 형성되어 있던 것으로 풀이했다. 이 파벌이란 왕을 중심으로 한 친왕당파와 왕의 정책에 불만을 품고 이에 반기를 든 반왕당파의 두 그룹이 있었던 것을 말한다. 이런 정치적 성격의 파벌은 경덕왕 16년에 지방군현의 명칭과, 동 18년에 중앙관부의 명칭을 중국식으로 고친 것을 계기로 더욱 심화하였다. 이같은 왕의 의도는 질서가 정연한 중국의 제도를 그대로 모방함으로써 전제주의 정치체제를 굳히려고 한 데 있었고, 이런 왕의 정책이 귀족들의 반감과 이의를 삼으로 해서, 신라의 정치사회는 자연히 두 개의 파벌로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해가 둘이 된 현상은 이러한 왕권을 둘러싼 두 파벌간의 극심한 대립을 상징한 것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월명대사는 능준대사의 문인이었다. 신라 사람 중에는 향가를 숭상하는 이가 많았는데, 이것은 대개 <시경 詩經>의 송(頌)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가끔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킨 예가 한 둘이 아니었다. 일연(一然)은 찬(讚)으로 이르되,

風送飛錢資逝妹 바람은 지전을 날려 죽은 누이 저승 노자로 삼고
笛搖明月住姮娥 피리소리 밝은 달 움직여 항아(달)를 멈추게 했네.
莫言兜率連天遠 도솔천이 결코 멀다 말하지 말게.
萬德花迎一曲歌 만덕화 한 곡조로 즐겨 맞이했네.
[原文] 師卽能俊大師之門人也. 羅人尙鄕歌者尙矣, 蓋詩頌之類歟, 故往往能感動天地鬼神者 非一. 讚曰: 風送飛錢資逝妹, 笛搖明月住姮娥. 莫言兜率連天遠, 萬德花迎一曲歌.


[소재의 상징성]
<제 망매가>에 나오는 계절적 배경으로 가을이 등장한다. 가을은 좋은 의미에서는 풍요, 성스러움, 풍년, 휴식, 즐거움, 결실, 수확, 바쁨, 성숙미 등을 상징한다. 그러나 또한 가을은 낙엽이 떨어진다는 면에서 조락, 죽음, 애상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것은 동양과 서양이 차이가 없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가을이 번뇌로부터의 해탈을 상징하는 경우도 있다. 불교에서 도를 깨달은 경지를 흔히 달로 표현하는데, 특히 가을 달을 의중에 두고 있다.



<제 망매가>는 첫 단락에서 누이의 죽음을 직면한 현재를, 둘째 단락에서는 누이와의 속세의 인연을 그린 과거를, 그리고 마지막 단락에서는 서방정토(西方淨土)에서의 만남이라는 미래를 노래하고 있어 불교의 삼세 윤회(三世輪廻)의 진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월명사는 죽은 누이동생을 애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빌어 불교 신앙, 특히 대승(大乘)의 아미타 신앙(阿彌陀 信仰)에의 귀의를 노래하고 있다. 또한 적절한 비유의 참신성은 그의 높은 정신세계를 잘 드러내 주고 있으며, 사랑하는 누이의 죽음에 직면한 슬픔을 회자필리(會者必離)의 불교 정신을 바탕으로 받아들이고 내세에가서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며 인간적인 슬픔을 종교적 정신세계로 승화하여 초극하려 하고 있다.

작품의 표현상의 묘미는 5행에서 8행까지의 비유에 있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남매 사이의 헤어짐을 한 가지에서 났다가 떨어져 흩어지는 낙엽으로 표현한 것과, 젊은 나이에 죽는 것을 덧없이 부는 이른 가을바람에 떨어진 잎으로 비유하여 요절의 슬픔과 허무함을 감각적으로 구상화한 것이다. 이 노래는 구절구절 읽어 내려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누이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인생의 허망함을 절절히 느끼게 하며, 이와 더불어 작자의 신앙심이 얼마나 깊은가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출처: 안형근의 훈민정음)

이 향가의 배경이 된 사천왕사지 (경주시 배반동 낭산 사적 제 8호)